독서시간 문제는 영유아 부모님의 주요한 고민 중 하나입니다. 영유아기의 독서량은 전적으로 부모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책 읽어주기가 아이의 지적·정서적 발달에 좋다고 하니 누구는 많이 읽어주지 못한다는 자책감을 갖고, 누구는 매일처럼 새벽까지 책을 읽어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하루에 몇 시간 읽어주는 게 좋다’는 식의 객관적인 기준은 없습니다. 심지어 같은 아이라 할지라도 상황에 따라, 컨디션에 따라 그날그날 달라지기 때문에 나날이 똑같은 독서량을 적용할 수 없죠. 이 까다롭고 주관적인 기준을 맞추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독서를 ‘하루에 한 번 책으로 하는 놀이’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심심해할 때 “책 읽어줄까?” 하고 물어보고 아이가 원하는 책을 원하는 만큼만 읽어주는 겁니다. 아이가 지루해하기 시작하거나 그만 읽고 싶다고 말할 때 멈추면 됩니다. 이것이 아이에게 가장 이상적인 독서량입니다.
‘하루에 한 번 아이가 원하는 만큼 읽어주기’를 할 때 크게 두 가지 문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몇 권 읽지도 않았는데 아이가 독서를 지루해하는 경우입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독서량이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지고, 독서습관을 길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강제로 몇 권을 더 읽어주고 싶어지기 쉽지만 과감하게 멈추셔야 합니다. 흥미가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읽어줘 봐야 집중을 못하고, 독서효과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책 읽어주기를 재미있는 놀이가 아니라 의무로 느끼게 된다는 점도 치명적이고요.
아이가 독서를 지루해한다는 신호가 감지되면 부모가 먼저 “다른 거 하고 놀래?”라고 아이의 의견을 묻는 게 현명합니다. 대신 아이가 재미없어 하는 이유를 찾아 개선해야 합니다. 읽어주는 방식이 너무 단조롭지는 않은지, 아이가 재미없어 하는 책을 읽어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을 따져봐야 하는 거죠. 책 읽어주기를 재미없어 하는 아이에게 ‘재미있어 해라’라고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그보다 아이가 재미있어 할 방안을 찾는 것이 현실적인 해결 방법입니다.
두 번째 문제는 아이가 ‘원하는 만큼’이 너무 많은 경우입니다. 전자보다 이 후자로 고민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두 시간을 읽어줬는데도 더 읽어 달라는 꼬마 독서가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원하는 만큼 읽어줬다가 성대결절이 왔다고 하소연하는 부모도 계실 정도니 말 다 했죠. 부모님은 책 읽어주기의 또 다른 주체입니다. 바쁜 스케줄과 체력 등 부모의 사정상 아이가 원하는 만큼 읽어주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가 무리하면 지속성이 무너집니다. 그래서 부모가 즐겁게 읽어줄 수 있는 양을 가늠해 보고 독서량에 제한을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빠는 ○○이와 함께 책 읽는 시간이 너무 좋지만 한 시간 이상 읽으면 목이 아파. 그러면 다음 날 못 읽어주게 되니까 즐거운 독서를 위해 한 시간을 넘기지 않는 걸로 하자”라는 식으로 아이에게 설명해 주세요.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읽어주시면 됩니다.
독서는 교육적 효과가 큰 문화활동입니다. 다만 그 교육적 효과는 독서가 진정한 놀이가 될 때 얻을 수 있습니다. 놀이의 순간이 될 수 있는 만큼 읽는 것, 그것이 최상의 독서 시간입니다.
■‘공독쌤’ 최승필은?
독서교육전문가이자 어린이·청소년 지식 도서 작가다. 전국 도서관과 학교 등지를 돌며 독서법 강연을 하고 있다. 창비 좋은 어린이책 기획 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쓴 책으로는 ‘공부머리 독서법’(책구루)과 ‘아빠가 들려주는 진화 이야기, 사람이 뭐야?’(창비) 등이 있다. 교육 잡지 ‘우리 교육’에 독서문화 칼럼을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