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육아’를 하는 부모라면 누구나 학교 공부와 학원 숙제 다 하고 쉬는 시간에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게임 대신 책을 읽는 아이, 짬짬이 책을 펼치는 아이를 꿈꿉니다. 그런데 대부분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영아유기부터 독서교육에 꽤 많이 신경을 썼는데도 좀처럼 자발적으로 책을 읽지 않는 아이, 매일 “책 읽을 시간이야”라고 말해야 책을 읽는 아이를 보면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하지?’ ‘억지로 읽히는 게 의미가 있을까?’ 하는 조바심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때로는 ‘책 읽으라는 말을 그만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랬다가 아예 책을 읽지 않을 것 같아 걱정입니다. 이럴 때는 어쩌면 좋을까요?
우선 이 걱정 자체를 내려놓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스스로 읽지 않아서 큰일이다’가 아니라 ‘그래도 읽으라고 하면 읽잖아. 조금씩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스스로 책을 읽지 않는다는 걱정이 심해지면 부모는 자기도 모르게 아이를 책망하게 되고, 잔소리를 늘어놓게 됩니다. 그러면 아이는 부담을 느끼고, 결국 ‘책을 읽으라고 해서 읽어도 문제구나’ 하고 갑갑증을 느낍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부모의 의도와 달리 아이는 책과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걱정이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거죠.
걱정을 내려놓아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객관적으로도 심각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책 육아를 해 보려는 많은 부모님이 읽으라고 해도 읽지 않는 아이 때문에 고민합니다. 독서능력은 책을 얼마나 좋아하느냐에 달려 있는데, 읽으라고 지도해도 읽기 싫을 정도로 책을 못 읽고 싫어하는 아이가 많습니다. 책을 읽을 수밖에 없는 조건을 만들어 줬을 때 읽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일정 수준 이상의 언어능력과 독서 호감도를 갖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 상태만 유지해도 학습에 필요한 언어능력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고, 책을 더 좋아할 기회도 생깁니다.
사실 아이가 책을 아주 좋아하고 스스로 많이 읽게 된다 하더라도 이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습니다. 책을 아주 좋아하는 아이조차 주기적으로 독서 소강 상태에 빠지고,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게임에 눈을 돌리기 때문입니다. 독서교육의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스스로 책을 읽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결코 끝맺을 수 없는 종류의 문제인 셈입니다.
스스로 책을 읽는 상태는 항구적이라기보다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일시적 현상에 가깝습니다. 그 일시적 상태는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어떤 책 한 권을 만났을 때 찾아옵니다. 그 책을 다 읽었는데 마음에 쏙 드는 다른 책을 찾지 못하면 아이는 다시 스스로 읽지 않는 상황에 빠집니다. 스스로 책을 읽는 아이가 될 수 있느냐는 아이 스스로 재미있는 책을 얼마나 잘 찾아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이가 (부모가 생각하는 좋은 책이 아니라) 재미있는 책을 만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조건을 만들어 주고 돕는 것입니다. 주기적으로 도서관에 가서 책을 고르고, 그 책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공간을 마련해 주고, 아이가 읽는 책에 관심을 가지는 것 말입니다. 스스로 책을 읽는 순간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옵니다. 생각보다 쉽게, 아무렇지도 않게 독서가로 한 걸음 더 성장하게 되는 겁니다.
■‘공독쌤’ 최승필은?
독서교육전문가이자 어린이·청소년 지식 도서 작가다. 전국 도서관과 학교 등지를 돌며 독서법 강연을 하고 있다. 창비 좋은 어린이책 기획 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쓴 책으로는 ‘공부머리 독서법’(책구루)과 ‘아빠가 들려주는 진화 이야기, 사람이 뭐야?’(창비) 등이 있다. 교육 잡지 ‘우리 교육’에 독서문화 칼럼을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