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 번 도서관을 가고, 하루에 한 번 책 읽어주기’라고 하면 쉬울 것 같지만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바빠서 건너뛰는 날도 생기고, 지치고 힘들어서 도무지 읽어줄 마음이 나지 않는 날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책 읽어주기는 부모의 의지와 노고가 필요한 일입니다. 그래서 때때로 ‘이렇게까지 해서 책 읽어주기를 해야 할까?’ ‘책 읽어주기의 가장 큰 효과가 정서발달인데, 그건 다른 걸로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그러나 책 읽어주기의 가장 큰 효과는 강력한 상호작용 과정에서 일어나는 정서발달 효과가 맞지만, 이게 전부는 아닙니다. 부수적이지만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다른 효과도 있습니다.
첫 번째로 문화 확장 효과를 들 수 있습니다. 사람의 생각은 그 사람의 삶과 일상의 제약을 받습니다. 누구나 자신이 만난 사람, 겪은 일, 경험하는 세상을 재료로 생각을 펼치게 되니까요. 삶의 경험이 적은 영유아는 더 심해서 가족, 우리 동네, 어린이집 같은 일상 안에서만 생각을 공굴리기 십상입니다. 책은 이런 일상의 한계를 뛰어넘게 하는 ‘휴대용 시공간 이동 장치’ 역할을 해줍니다. 책을 펼치는 순간 아이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고, 일상 속에만 머물렀다면 할 일이 없었을 종류의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파트만한 거대한 동물에 대해, 바다 건너 머나먼 나라의 공주와 양치기에 대해, 경험해 본 적 없는 고난을 겪거나 성취를 이룬 어떤 사람에 대해 알게 되고, 생각하게 되죠. 생각의 지평이 확장되는 겁니다.
맥락을 짚는 힘을 기를 수 있다는 점도 큰 수확입니다. 책을 많이 읽어주면 아이는 이야기라는 논리 구조에 익숙해집니다. 독서량이 쌓이면 이 논리 구조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도 있게 됩니다. 이렇게 기승전결의 논리 구조를 내면화한 아이는 책에 대한 흥미도가 높고 이해력이 뛰어납니다. 책의 이야기 구조, 즉 이야기의 뼈대를 아주 쉽게 파악해 내기 때문에 깊은 생각을 전개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이 ‘겨울철에 위험한 길을 나섰다’는 사실만 파악하는 게 아니라 그 길을 왜 나설 수밖에 없었는지, 주인공의 성격이 그 선택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나라면 어떻게 했을지 생각할 수 있는 겁니다. 생각의 폭이 그만큼 두터워지는 셈입니다.
공감능력과 표현을 기를 수도 있습니다. 책 읽어주기는 공연적 성격이 강합니다. 부모가 요란하게 연기를 해 가며 책을 읽어주면 아이도 그 연기에 동참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죠. 겉으로 보면 그저 노는 것에 불과하지만 이 공연에는 상당히 복잡하고 깊은 지적·정서적 능력이 활용됩니다. 이런 연기를 하기 위해서는 이야기의 맥락과 상황, 등장인물의 심정을 깊이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이해한 것을 목소리·표정·몸짓으로 표현해야 하고요. 그 자체가 높은 이해력과 공감능력, 표현력을 증명하는 일이자 단련하는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어휘력 향상도 빼놓을 수 없는 효과입니다. 초등 부모님들의 주요 고민 중 하나인 어휘력 부족은 대개 지식 어휘가 아니라 생활 어휘 부족을 뜻합니다. 책 읽어주기를 해주면 이런 생활 어휘들을 쉽고 효과적으로 확충할 수 있습니다.
대단한 방법이 따로 있지 않습니다. 그저 하루에 한 번 아이가 좋아하는 책, 읽어 달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어주기만 하면 됩니다. 책을 읽어주면 그 효과는 저절로 따라옵니다.
■‘공독쌤’ 최승필은?
독서교육전문가이자 어린이·청소년 지식 도서 작가다. 전국 도서관과 학교 등지를 돌며 독서법 강연을 하고 있다. 창비 좋은 어린이책 기획 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쓴 책으로는 ‘공부머리 독서법’(책구루)과 ‘아빠가 들려주는 진화 이야기, 사람이 뭐야?’(창비) 등이 있다. 교육 잡지 ‘우리 교육’에 독서문화 칼럼을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