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에서만 책을 보려는 아이 어쩌나

공독쌤의 공부머리 독서법

잠자리에서만 책을 보려는 아이 어쩌나

최승필|독서교육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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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 독서, 즉 베갯머리 독서를 하는 가정이 많습니다. 유명한 독서법인 데다 시간활용 측면에서도 매력적입니다.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잠이 든 아이의 예쁜 모습, 하루를 잘 마무리했다는 뿌듯함도 덤으로 얻을 수 있죠. 그런데 아이가 스스로 책을 읽을 무렵이 되면 ‘어, 이건 아닌 거 같은데’ 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잠자리 독서가 버릇이 되다 보니 아이가 낮에는 책을 아예 읽으려 들지 않는 것입니다.

잠자리 독서는 나쁜 습관이 아닙니다. 숙면을 방해하는 게 아니라 숙면을 도와줍니다. 독서량으로 따져도 그렇습니다. ‘책을 왜 잠자리에서만 읽지?’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실은 매일 책을 읽는 버릇이 든 겁니다. 다만 잠자리 외에 다른 시간에 책을 읽지 않는 원인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진짜 재미있는 책을 만나면 누구나 다음 날 눈을 뜨자마자 그 책을 펼치게 됩니다. 재미있는 책을 만나면 누구나 이렇게 됩니다. 성인 독서가라고 해서 시간이 남아도는 게 아니기 때문에 주 독서는 밤 시간에 잠자리에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밤에 읽은 책이 진짜 재미있으면 뒤가 궁금해서 낮에도 들고 다니며 틈틈이 읽지만 고만고만하면 잠자리에서만 읽게 됩니다. 기질이나 독서 호감도에 따라 ‘다음 날 낮에도 읽을 정도로 재미있는 책’에 대한 감도가 저마다 다를 뿐이죠. 어떤 아이는 조금만 재미있어도 낮에도 읽고, 어떤 아이는 진짜 재미있다고 느껴야 읽는 식으로요. 그러니까 부모님께서 신경 쓰셔야 할 것은 낮에도 읽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재미있는 책을 만나게 할 수 있느냐’인 셈입니다. 결국 책 고르기의 영역인 거죠.

그래도 유리한 고지에 서 계신 것이 아이가 잠자리에 누워 독서등을 켜고 책을 읽는 맛을 알 만큼 독서 호감도가 높다는 점, 가족 독서 시간을 따로 가지지 않아도 알아서 책을 읽는 아이라는 점입니다. 부모님께서 하실 일은 아이가 재미있는 책을 고를 수 있도록 돕고, 잠자리 독서에 방해가 되는 독서 환경이 없는지 살피는 정도입니다. 잠자리 독서가 유야무야 지나가는 시간이 아니라 실제로 책을 읽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가장 먼저 살펴야 봐야 할 것은 시간입니다. 아이가 보통 30분 정도 책을 읽는다고 하면 늦어도 9시에는 잠자리에 드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9시30분, 10시 안에는 잠을 잘 수 있으니까요. 또 잠자리에 들 시간을 한정지을지 말지를 결정해 아이에게 알려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독서 호감도가 높은 아이가 정말 재미있는 책을 만나면 밤늦은 시간까지 책을 읽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니 허용할지, 아무리 재미있는 책을 만나더라도 몇 시가 되면 무조건 잔다는 식으로 한계시간을 정할지 결정해서 아이에게 미리 알려주시면 뜻하지 않은 수면 부족과 자잘한 의견 충돌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 아이가 잠자리 독서를 할 때 무심코 거실 텔레비전을 켜두고 있지는 않은지, 아이의 독서등이 어둡지는 않은 지, 쿠션이 필요하지는 않은지 등도 소소하지만 중요한 점검 사항입니다. 아이가 잠자리에서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게 해주세요. 매일 책을 만나는 좋은 습관이니까요.

[공독쌤의 공부머리 독서법] 잠자리에서만 책을 보려는 아이 어쩌나

■‘공독쌤’ 최승필은?

독서교육전문가이자 어린이·청소년 지식 도서 작가다. 전국 도서관과 학교 등지를 돌며 독서법 강연을 하고 있다. 창비 좋은 어린이책 기획 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쓴 책으로는 ‘공부머리 독서법’(책구루)과 ‘아빠가 들려주는 진화 이야기, 사람이 뭐야?’(창비) 등이 있다. 교육 잡지 ‘우리 교육’에 독서문화 칼럼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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