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0년간의 디지털 교과서 실험… “부모세대보다 인지능력 떨어져”

미국, 20년간의 디지털 교과서 실험… “부모세대보다 인지능력 떨어져”

美 20년 전부터 “교과서 대신 태블릿 40조원 투자”

학습 능력 되레 떨어져…문제는 집중력

미국, 교과서 디지털로 바꿨더니…“최근 10여 년간 읽기와 수학 점수가 하락했다” 연구 결과 밝혀. 픽셀즈 사진 크게보기

미국, 교과서 디지털로 바꿨더니…“최근 10여 년간 읽기와 수학 점수가 하락했다” 연구 결과 밝혀. 픽셀즈

미국이 지난 20여 년간 교과서를 노트북과 태블릿으로 대체하는 데 300억 달러(약 40조 원)를 투입했지만, 기대와 달리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는 개선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 경제지 Fortune은 최근 보도에서 2002년 시작된 미국의 ‘디지털 교실’ 정책을 재조명했다. 출발점은 메인주였다. 당시 주지사였던 Angus King은 중학생(7학년)들에게 노트북을 지급하는 ‘메인 러닝 테크놀로지 이니셔티브’를 도입했다. 인터넷 접근성을 높이면 학습 효과도 자연스럽게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에서였다.

이후 노트북과 태블릿 보급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됐다. Fortune에 따르면 2024년 한 해에만 학교에 디지털 기기를 보급하는 데 300억 달러(40조 원) 이상이 쓰였다.

그러나 최근 전문가들은 정반대의 결과를 지적하고 있다. 올해 초 미국 상원 상업·과학·교통위원회에 제출한 서면 증언에서 신경과학자 Jared Cooney Horvath는 “Z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표준화 시험 점수가 낮은 첫 세대”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등 자료를 근거로, 최근 10여 년간 읽기와 수학 점수가 하락했다고 밝혔다. 특히 교실 내 컴퓨터 사용 시간이 길수록 점수가 낮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제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학습 방식과 맞지 않는 무분별한 디지털 확장”이라고 지적했다.

교실에서의 기술 사용은 빠르게 늘어났다. 2021년 미국 EdWeek Research Center 조사에 따르면 교사의 55%가 하루 1~4시간을 교육용 기술에 사용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2014년 대학생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수업 중 컴퓨터 사용 시간의 상당 부분이 학습과 무관한 활동에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샌디에이고주립대 심리학자 Jean Twenge는 “스크린 사용 시간이 늘수록 학습 효과가 오히려 저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와 게임 앱이 사용 시간을 최대화하도록 설계돼 있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이 같은 우려 속에 미국 일부 주에서는 교실 내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2025년 기준 17개 주가 수업 시간 중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했고, 35개 주는 교실 내 사용을 제한하는 법을 시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쟁이 ‘기술을 없앨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디지털 도구가 정보 접근성을 높일 수는 있지만, 집중과 반복을 요구하는 학습의 본질을 대신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국 역시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동시에 청소년 스마트폰 과의존 문제와 교실 내 기기 사용 규제를 둘러싼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20년 디지털 교실 실험은 한국 교육에도 질문을 던진다. 기술의 도입 속도에 앞서, 학습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사용 원칙과 기준이 충분히 마련돼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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