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197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영화배우 트위스트 김. 그가 1년째 식물인간 상태로 병상에 누워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음란물 명의 도용 사건 이후, 한동안 소식을 들을 수 없었던 이유가 바로 식물인간’ 상태였기 때문이다. 서울 도봉동의 한 병원에서 그를 만나봤다.
1년 동안 세번의 뇌수술 받아
1964년 영화 ‘맨발의 청춘’으로 데뷔해 ‘잃어버린 태양’, ‘파란능금’ 등 1백5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면서 전성기를 누렸던 영화배우 트위스트 김. 그는 재치 있는 입담과 뛰어난 춤 솜씨로 영화뿐 아니라, 각종 TV 쇼 프로그램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특히 국내에 ‘트위스트’ 춤을 처음 소개해, 예명이 ‘트위스트 김’이 됐을 정도다.
그런 그에게 갑자기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운 것은 2003년. 일부 성인 사이트에서 ‘트위스트 김’이라는 이름을 도용하면서부터다. 당시 트위스트 김은 명예훼손으로 그들을 고소했지만, 관련 법률이 없던 터라 ‘패소’하고 말았다.
한창 각종 영화와 TV 프로그램 등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다양한 활동을 하던 그가 ‘음란물 사이트의 운영자’라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모든 일이 ‘뚝’ 끊겼다. 부인 이옥이씨는 “아무리 ‘아니다’라고 외쳐도 사람들의 반응은 냉담했다”고 밝혔다.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까지 소문이 다 퍼져 일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어요. 사람들하고 연락도 다 끊기고 정말 힘들었죠.” 이로 인해 트위스트 김과 그의 부인은 극심한 우울증까지 겪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2005년 6월, 트위스트 김의 이름을 딴 성인 사이트 운영자에게 1천만원의 벌금형이 선고되면서 트위스트 김은 ‘음란물 사이트 운영자’라는 혐의를 벗을 수 있었다.
그 뒤 ‘트위스트 김’이 무죄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도 다시 들어오기 시작했다. 2005년 10월에는 일일드라마 ‘맨발의 청춘’에 출연했고, CF 촬영과 영화 촬영을 하자는 제의도 들어왔다. 하지만 서서히 ‘음란물 사이트’ 파문에서 벗어나고 있던 어느 날, 트위스트 김은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지금이 9월이니까 사고 난 게 딱 1년 전이네요. 당시 의사 말로는 3~4개월이면, 회복될 거라고 했어요. 다행히 수술 후, 경과가 좋아서 말도 잘하고 식사도 할 수 있었죠. 조금씩 걸어 다니면서 노래를 부를 정도였거든요. 하지만 뇌에 다시 물이 차기 시작해 2차 수술에 들어갔죠.”
회복 기간은 1차 수술 때와 비슷했다. 2차 수술 역시 상태가 호전되는 듯했으나, 다시 뇌에 피가 고인다는 진단을 받고, 3차 수술을 감행했다. 그렇게 1년 동안 세 번의 수술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결국 합병증으로 폐와 신장에도 이상이 생겼고, 지금은 말도 못하고, 혼자서는 몸도 가누지 못하는 상태다.
부인 이씨는 “남편이 저렇게 아프고 보니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이런 상태를 누구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고 밝혔다.
평소 건강이 좋아서 그나마 살아 있는 것
현재 트위스트 김은 병원에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혼자서는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부인과 조카가 옆에서 교대로 그를 간호하고 있었다. 그나마 트위스트 김은 평소 운동을 많이 해서 건강했기 때문에 이 정도로 회복된 것이란다.
“원래 폐활량도 좋고 건강했기 때문에 그래도 이 정도로 회복이 된 거라고 하네요. 안 그랬으면 벌써 돌아가셨다는 거죠. 젊은 사람이라도 가망이 없을 거라고 그랬는데, 일어났잖아요.”
병원에서는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말하지만, 가족들 입장에서는 본인이 말을 못하기 때문에 상태를 알 수가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그는 목에 연결된 고무 호스를 통해 제공되는 ‘죽과 두유’로 식사를 대신하고 있다. 가까이 다가서서 자세히 얼굴을 보니 트위스트 김의 얼굴색은 매우 좋아 보였다. 가끔 눈을 떠서 이리저리 시선을 돌리는 등 꼭 사람을 알아보는 것 같았다.
“선생님, 빨리 쾌차하세요”라고 말을 건네자, “알았다”는 듯이 눈을 느리게 깜박거린다. 알아듣는 것 같았다. 옆에 서 있던 트위스트 김의 조카가 “말을 알아듣기는 하시는 것 같은데 말을 못하니까 답답하죠”라고 한다.
부인 이옥이씨 역시 조카에게 각별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쟤(조카를 가리키며) 없었으면, 나도 벌써 쓰러졌을 거예요. 나도 나이가 있는데 체력이 안 되잖아요. 정말 고맙지.”
‘긴 병에 장사 없다’는 옛말이 있다. 아무리 아버지 같은 분이지만 조카가 이렇게까지 지극정성으로 간호하는 걸 보니 트위스트 김 부부와의 각별한 인연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트위스트 김에게는 1남 1녀의 자식이 있다. 하지만 딸은 미국에서 살고 있어 자주 올 수 없는 상황이고, 아들은 일산에서 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어 1주일에 한 번 들른다고 한다.
현재 부인은 여러 가지 주변 상황 때문에 심신이 매우 쇠약해 있는 상태다. 음란물 사건 이후, 3~4년 동안은 일이 ‘뚝’ 끊겼고, 2005년 무혐의가 밝혀지면서 일을 시작할 무렵, 사고가 났다. 때문에 경제적인 부담이 큰 상황이다. 1년 동안의 병원비가 벌써 수천만원이 넘는다.
또 한 가지 부인의 걱정은 성인 사이트 명의도용 사건 중 ‘민사’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몇 년이 흐르는 사이에 담당 판사도 바뀌고, 또 남편이 1년째 아무 말도 못하고 누워 있으니 재판에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 언제쯤 이 사건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지 기약이 없어 더 답답하다.
지난 몇 년간의 소송과 세간의 비난으로 극도로 예민해져 있는 부인 이옥이씨는 “지금은 몸도 아프고, 너무 힘들어서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다”며 “빨리 남편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기만을 바란다”는 이야기를 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부인이 병실을 나간 뒤, 다시 한번 트위스트 김에게 다가갔다. “선생님 기분 괜찮으세요? 조만간 건강해진 모습 뵈러 또 찾아올게요”라고 하자 역시나 눈을 크게 깜박인다. 화려했던 원로 스타의 쓸쓸한 투병, 트위스트 김의 빠른 쾌유를 진심으로 바란다.
■글 / 김민주 기자 ■사진 / 원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