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이 돌아왔다. 이명세 감독의 신작 영화 ‘M’에서 첫사랑의 기억을 찾는 소설가 한민우 역할을 맡은 그는 주인공의 불안하고 날카로운 심리 상태를 표현해냈다. ‘M’ 시사회 직후 열린 간담회에서 모처럼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감독님이 무섭다고요? 아마 집요한 부분이 있어서 그런 소문이 난 것 같습니다. 배우가 몸에 배어 있는 걸 다 떨쳐내고 끝까지 영화 속 캐릭터에 젖어들 수 있도록 해주시거든요. 하지만 현장에서는 굉장히 친절한 감독님이세요. ‘친절한 명세씨’라는 별명처럼요.”
정신적 유전자가 닮은 이명세 감독과 두 번째 조우
영화 속에서 그는 주제곡 ‘안개’를 기타를 치며 직접 불렀다.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는 그는 최대한 밝은 느낌으로 부르려 노력했다고 전했다.
“촬영장에 항상 ‘안개’가 흐르고 있었어요. 지겹게 들어서 익히는 게 어렵지는 않았고, 노래는 잘 부르진 못해도 늘 즐겨 부르기는 하거든요. 다만 기타 연주는 하루 만에 급조된 실력이라 좀 힘들었어요.”
전반적으로 어둡고 침울한 분위기로 흐르는 영화 속에서 그는 소설가 한민우의 내면 연기를 나름의 색깔로 소화했다. 스스로도 가장 인상적이라고 꼽은 ‘일식집 장면’에서는 전에 없던 연극조의 연기까지 선보이며 새로운 스타일로 변신을 꾀했다.
“특별히 모델로 삼은 연기자는 없습니다. 형사 때도 그랬지만 모든 신이 새로운 영화이면서 새로운 장르라고 생각했어요. 감독님 말씀대로 사랑의 감정일 때는 멜로 영화라고 생각하고, 액션이 있으면 액션 영화라 생각하면서 연기를 했죠.”
2006년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 이어 올 초 개봉한 ‘그놈 목소리’를 통해 연기파 배우로 거듭난 그에게 2007년은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영화 촬영을 마치고 나서 발등의 신경과 인대가 끊기는 부상을 당하기도 하고, 영화를 촬영하던 중에는 오랫동안 함께 일하던 소속사와 결별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최근 모 일간지와 한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정말 힘들었던 시기였다”며 “내 편인 줄 알았던 사람이 내 편이 아니라고 느끼게 됐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을 정도. 지난해 가을 터져나온 모델 출신 여자친구와의 결별설도 지난 6월 강동원 측 관계자에 의해 사실로 확인되면서 팬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사랑해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사랑했지만 집착이었던 것 같다. 내가 잘못한 것 같다”고 한 것은 아마도 헤어진 연인을 염두에 둔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영화 속 한민우와는 달리 나쁜 기억이라고 해서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지는 않은 모양이다.
“물론 지난 기억 중에는 즐거운 기억도 있고, 잊고 싶은 기억도 있죠. 하지만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그러한 기억들 덕분에 발전할 수 있었고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 기억들을 다 지우면 아마도 못난이가 되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스스로 ‘자신에 대한 실험’이라고 얘기할 만큼 판타지와 미스터리가 한데 엉킨, 생소한 장르의 이번 영화에서 그는 전작들과는 확연히 다른 가능성을 선보였다. 이제 강동원이라는 배우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지 지켜볼 일만 남았다.
■글 / 곽소경(자유기고가) ■사진 / 이성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