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 붙는 한류100% 피부로 체험한 일본 현지리포트
욘사마 열풍이 다시금 거세지고 있다는 전화가 일본으로부터 걸려왔습니다. ‘태왕사신기’ 덕분이랍니다. 본지 기자 출신으로 현재 일본에서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를 공부하고 있는 이유진 기자가 한류 열풍을 ‘밀착’ 취재했습니다. 그동안에 접한 모든 한류 관련 기사는 다 잊어도 좋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일본이 뜨거워지고 있다. 최근 주춤했던 한류가 다시 일어날 조짐을 보인다. 한류를 굳건히 받치고 있는 배용준의 드라마를 시작으로 말이다. 현지에서 직접 확인한 배용준은 여전히 일본 여성들의 마음을 마구 뒤흔드는 그들의 ‘사마’였다. 그들이 털어놓는 ‘한국인이 모르는 배용준의 얼굴’.
일본을 뜨겁게 했던 한류는 죽었다? 건재하다? 말이 많다. 직접 현지에서 느낀 한류는 어떨까? 한마디로 ‘배용준이 건재하므로 한류는 건재하다’는 것이다. 배용준에 의해 한류가 좌지우지되는 것인가, 그가 없으면 한류는 무너지는 것인가? 그러나 너무 걱정하지 마라. 일본 팬들은 진화하고 있다. 배용준의 드라마를 계기로 김치를 만들어보고,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역사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이번에 만난 그들은 ‘고구려 역사’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현재 일본 후지TV에서 ‘ 주몽’이 방영되고 오는 12월에는 NHK에서 ‘태왕사신기’가 방영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배용준의 열성 팬으로 현지 언론에도 많이 소개된 이마이 토모코씨의 집을 찾았다. 그녀의 집에는 ‘용준 룸’이 있다. 본인이 직접 엄선한 배용준의 사진들로 방 안을 빈틈없이 장식했다. 이곳은 배용준 팬들의 사랑방으로 그의 소식을 나누는 모임 장소다. ‘용준 룸’에서 평범한 가정주부인 5명의 팬이 배용준에 대한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우리가 알던 배용준, 그리고 모르는 배용준. 그녀들의 수다를 통해 새삼 다시 보는 배용준.
“배용준의 매력은 상냥함 속의 남성미”
오카다 에리코 내가 배용준을 처음 본 건 뉴스에서였어. 공항에 모인 용준 가족들(팬을 가족이라 지칭)을 보고 그가 놀라서 가슴에 손을 얹는 장면이 나왔는데 그 모습에 아주 반해버렸어. 눈동자의 미세한 떨림이 어찌나 천진난만하던지!
기타즈메 쿠미코 그렇지만 그가 상냥한 면만 있는 건 아니야. 그때 기억 나? 호텔 앞에 팬들이 모여들었고 배용준이 인사하러 나가려는데 호텔 측에서 위험하다고 막았잖아. 그때 한마디!
우에다 키미코 그래그래! “그럼 내가 뭐 하러 일본에 왔어?” 이거 말이지? 진짜 멋있었어! 자신의 팬들을 보러 가겠다고 밀어붙이던 모습. 일본 연예인이라면 상상도 못하는 행동이었어. ‘겨울연가’의 부드러운 준상이가 그런 남자다운 면이 있는 줄 꿈에도 몰랐어.
이마이 토모코 보통 스타들은 소속사 사무실에 끌려 다니잖아? 근데 그는 주위에서 아무리 반대해도 자기의 뜻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타입인 것 같아. 이번 드라마도 그의 의견으로 다시 찍었다잖아?
기타즈메 그게 자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용준 가족을 생각해주는 마음에서 나온 행동이라 더 멋있어.
이마이 나는 그런 갭이 마음에 들어! 갭! 부드러움 속에 강한 남자다움이 숨겨져 있는….
후지모토 그의 인간성에 반한 팬들도 꽤 많은 것 같아. 같은 한류 배우인 K군을 봐. 처음에 좋았다가도 인터뷰를 보면 볼수록 점점 실망하고 말았지(웃음).
이마이 그 사람은 한국에서도 유명한 것 같아. 입만 열면 실수한다고 말이지. 어떤 인터뷰에서 보니까 ‘해외에서만 인기 있는 스타는 되지 않겠다’라고 하던데…. 이거 용준을 지목해서 한 말인 것 같지?
후지모토 일본에서 지진 피해 성금 낼 때도 좀 아니다 싶었어. 물론 기부는 좋은 일인데…. 용준은 언론에 알리지도 않고 3천만 엔을 기부했잖아. 결국 나중에 밝혀졌지만. 근데 K는 온갖 보도자료 다 뿌려서 기자들 다 오게 하고 현지사에 직원들까지 나오게 해놓고 1백만 엔(한화 8백만원)을 성금으로 냈다지?
이마이 그것도 본인의 돈이 아닌 사무실인가 어디에서 준비한 거라는 말들이 많더라. 그의 팬은 아니지만 보는 내가 좀 부끄러웠어.
“배용준 사수! 우리 아줌마가 지킨다!”
기타즈메 배용준이라고 해서 모든 사람이 그를 좋아할 수는 없지. 그에 대해 안 좋은 뉴스만 싣는 일본 주간지들도 많잖아? 「주간신조」라든지.
기타즈메 인기가 많으니 안티도 있는 거겠지. 연예인에게 가장 치명적인 공격은 무관심 아니겠어? 일본에서 그만 한 한류 스타가 아직 없는 것이 사실이잖아. 최근에 드라마 방영 기념으로 일본에 온 S군 알지? 글쎄 일본 방송국이 공항에 환영 인파로 가장한 알바(아르바이트)를 풀었다잖아.
후지모토 나도 그 알바 모집 공고 봤어. 버스 대절하고 알바비로 1천 엔씩 줬다지? 결국 언론에서는 공항에 천 명이 운집했다고 나오고 말이야. S군도 조금 불쌍하지? 자기를 마중 나온 팬들이 알바인 줄 꿈에도 몰랐을 거 아냐? 가만히 있어도 충분히 인기를 얻을 수 있는 훌륭한 배우인데 말이지.
우에다 그러고 보면 배용준은 참 신기하지? 우리도 팬이긴 하지만 비정상이라고 할 만큼 일본 여자들이 빠져 있고 그 애정이 식지 않고 계속 유지되는 걸 보면 말이야. 우리 옆집에 사는 70대 할머니가 다리 수술을 하게 돼 입원한 거야. 딸이 DVD를 가져왔는데 그 당시 유행하던 ‘겨울연가’였던 거지. 그걸 보고 할머니가 배용준에게 빠져버렸어. 죽기 전에 한국에 가고 싶다고 했는데 의사가 허락을 안 했대. 결국 휠체어를 타고 한국에 가셨어. 그 이후에 한국이 너무 좋아져서 열심히 재활치료 받고 두 번째 한국 여행은 두 발로 걸어서 갔다는 거야. 대단하지?
이마이 용준 파워야! (웃음) 내가 아는 사람은 그가 일본에 왔다는 소식만 들리면 그 다음날부터 공항에 오니기리(주먹밥)를 싸들고 가서 출국할 용준을 기다린다는 거야. 화장실 가는 동안 출국할지도 모른다며 생리현상도 참고 말이지(웃음). 상상해봐. 공항에서 용준을 기다리며 주먹밥을 먹고 앉아 있는 아줌마의 모습. 너무 웃겨.
후지모토 전에 ‘외출’ 시사회 참석했을 때 용준이 긴자를 차로 지나간다는 소식에 팬들이 엄청 모였었잖아. 그때 한 남자가 나한테 ‘무슨 일인데 이 난리냐’고 물어보는 거야. 그래서 배용준을 기다리고 있는 거라고 했더니 그 남자가 뭐라는 줄 알아? “응? 배용준? 아니 그럼 우리 마누라도 여기 있는 거 아냐?”(웃음)
기타즈메 지금 한국의 ‘태왕사신기’ 촬영장도 일본 팬들에 둘러싸여 있다고 해. 그런 투어도 있잖아. 일명 ‘오이가케(따라다니기) 투어’. 일반 한국 여행에 비해 4~5배 정도 비싸대. 그 여행사가 배용준의 집, 미용실, 헬스장, 촬영장 곳곳에 사람을 심어놓고 그가 나타났다! 하면 사람들을 데리고 그곳에 간다는 거야. 운이 좋으면 10초 정도 그를 볼 수 있다던데.
후지모토 그건 정말 아니다~ 보고 싶은 기분은 알겠지만 배용준에게는 정말 민폐잖아! 사생활이 전혀 없다니 너무 불쌍해!
이마이 용준 가족 중에 유명한 여자 한 명 있잖아. 외과의사를 남편으로 둔 스즈키라는 여자. 그 사람은 거의 한국에 살다시피 해. 새벽에 일어나 용준의 집 앞을 서성거린대. 누가 말을 걸어도 쳐다보지도 않고 정면만 보고 있다는 거야. 암튼 사람이 아주 이상하대.
일동 으악~ 무서워~~!! 용준 어떡해~~~
기타즈메 용준, 여러 가지로 참 힘들겠구나.
“우리의 사랑이 혹시 그에게 민폐가 되는 건 아닐까?”
오카다 일본에서 생긴 황당한 소문도 많았잖아. 오사카에서 파친코를 경영하는 재일교포의 딸과 결혼했다는 소문(웃음). 그래서 ‘겨울연가’에 파친코 기계도 나온 거라며….
기타즈메 가끔 일본 아줌마들의 사랑이 그에겐 민폐가 아닌가 싶어. 열기가 지나치니까 안티 언론도 생기고 말이야. 전에는 배용준이 한국 젊은 여자들한테 인기가 많았다고 들었어. 근데 우리가 너무 나서니까 한국에서는 오히려 주춤해진 거 아냐?
이마이 내가 배용준에게 생일에 맞춰 팬들 사진을 넣은 팬레터를 묶어 보냈잖아. 우리 아들이 그걸 보고 한마디 하더라구. “용준 불쌍해~ 넘겨도, 넘겨도 아줌마들뿐이잖아!”(웃음)
우에다 그래도 아줌마들을 무시해선 안 된다구! DVD나 사진집이 나오면 2~3개씩 사고 용준이 광고하는 물건은 필요하지 않아도 반드시 사야 직성이 풀려. 이게 모이고 모이면 용준에게 적게나마 도움이 되지 않겠어?
이마이 그래! 나는 용준이 광고한 안경점에서 그의 얼굴이 담긴 포스터를 준다는 말에 필요도 없는 안경을 두 개나 구입한 걸(웃음).
오카다 일본의 가족들은 팬 개념이 아니라 그를 지탱해주는 존재가 된 것 같아. 일본인들의 특성 중 하나잖아. 다카라즈카(전통 여성극단)나 스모 팬들이 그렇듯이 팬이라기보다 지원해주는 스폰서 역할이 크잖아. 배용준에게도 그런 일본인의 특성이 적용되는 것 같아.
“용준은 개미지옥!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지 못해”
기타즈메 용준의 팬들은 딱 한 번만 그를 실제로 만나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하잖아. 나는 그때마다 안 보는 게 좋을 거라고 말해.
오카다 흡사 개미지옥과 같잖아! ‘용준~ 용준~’ 이렇게 발버둥치면서도 계속 빠져들어(웃음).
우에다 처음 공항에서 그를 봤을 때 정말 ‘헉!’ 하고 심장이 멎는 줄만 알았어. 집에서 한국어를 열심히 연습했지만 머리가 온통 하얘져서 나오는 건 한숨뿐이었어.
후지모토 경찰들이 배용준이 와도 절대 소리 지르지 말라고 몇 번이고 주의를 줬잖아. 그럴 때마다 사람들이 “네~ 네~” 하고 착한 어린이처럼 대답했지. 그런데 웬걸? 그가 등장하자마자 다들 “꺄아~~~” 하고 달려들었잖아. 경찰들이 얼마나 허무했을까?(웃음)
이마이 용준은 공항에서 나오면 이쪽저쪽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데 난 그게 너무 싫어. 인사하는 동안 얼굴이 안 보이잖아. 속으로 ‘인사하지 마! 제발 인사하지 마!’를 외친다구.
기타즈메 가끔 공항에 마중 나가는 걸 안 좋게 보는 사람들도 있더라구. 너무 소란스러우니까. 그래서 용준의 소속사에서도 되도록 안 나왔으면 하는 것 같지만 그건 너무 서운한 말이야. 역시 공항은 특별한 의미잖아. ‘어서 오세요’라고 반겨주는 장소 인걸!
후지모토 맞아. 이제 일본 팬들도 성숙한 모습을 보일 수 있잖아. 이젠 로프나 바리케이드 없이도 질서를 지킬 수 있는데 말이지. 우리를 믿지 못하는 것 같아 오히려 슬프다구.
이마이 용준이 공항에 왔는데 반겨주는 팬들이 없는 것도 슬프지 않을까? ‘일본 가족들은 언제나 건강하게 기다리고 있었어요. 어서 오세요~’ 라고 인사하고 싶은 마음을 그가 알아줬으면 좋겠어.
우에다 용준이 일본을 언제 찾아줄까? 요즘 가족들의 가장 큰 이슈잖아. 촬영이 끝나는 12월에 팬 미팅을 한다는 소문까지 들리고 말이야. 사실이 아니겠지? 12월이라면 벌써 공지가 떠야 되는데 아무런 미동도 없잖아.
오카다 정말 보고 싶다~ 용준~.
“이젠 자연스럽게 한국의 날씨까지 체크해”
이마이 용준을 알고 난 뒤 변한 점이 참 많지? 사실 옛날에 한국어라고 하면 북한의 아나운서 말투를 떠올렸어. 왠지 무서웠어. 그런데 용준의 목소리를 듣고 한국어가 그렇게 아름다운 언어라는 걸 처음 알았어.
우에다 한국은 가고 싶은 나라 1순위가 됐지. 한국에 가면 왠지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의 재호가 살고 있을 것 같지 않아? 한국 드라마는 일본 드라마처럼 세트를 많이 이용하지 않고 로케가 많은 것 같아. 그래서 드라마가 리얼하게 느껴지고 감정이입도 잘 되잖아.
후지모토 또 음악! 한국은 배경음악의 선곡이 너무 좋아. ‘외출’은 음악만으로 눈물을 흘리게 하는 영화야. 난 외출을 70번이나 봤어. 대사도 대부분 외우고 있다구. “우리 그냥 사귈래요?”(웃음)
기타즈메 용준의 가족이 되고 컴퓨터나 DVD 조작에 능숙해진 것도 아주 큰 변화야. 난 요즘 ‘태왕사신기’를 인터넷으로 보고 있다구. ‘마산 MBC의 실시간 보기’가 가장 끊임이 없어.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내 모습은 상상도 할 수 없었지. 용준에게 여러 의미로 감사하고 있어.
그녀들은 귀여웠다. 배용준을 말하는 눈은 16세 소녀처럼 초롱초롱 빛났고 웃음은 건강했다. 순수하지 않으면 누군가를 아낌없이 마음에 담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네 페이지의 지면으로 ‘그들의 배용준’을 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배용준은 참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 나이와 국적을 초월해 변함없이 응원을 보내는 든든한 그녀들은 가치로 측정할 수 없는 귀중한 존재다. 12월호 ‘다시 불붙는 한류, 100% 피부로 체험한 일본 현지 리포트 ②’에서는 7년 전 배용준의 팬들이 모여 결성, 그의 출연작 주제곡을 부르며 활동하고 있는 ‘BJY 코러스’ 발표회 현장을 찾아간다.
■ 글&사진 / 이유진(한류 전문 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