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스마 연기로 브라운관도 접수한 뮤지컬배우 김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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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경이 누구지?’ 고개를 갸웃거리던 이들도 MBC-TV 드라마 ‘태왕사신기’ 초반에 등장한 연부인 역의 배우라 하면 단박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짧은 출연으로 주연을 뛰어넘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김선경(39)은 운보다 연기력으로 승부하는 20년 차 배우다. 뮤지컬을 좋아하는데 그녀를 모르면? 그건 ‘간첩’이다. 다양한 색깔을 지닌 매력
만점 김선경과의 유쾌한 만남을 옮긴다.


카리스마 연기로 브라운관도 접수한 뮤지컬배우 김선경

카리스마 연기로 브라운관도 접수한 뮤지컬배우 김선경

무대에서 처음 보았을 땐 ‘참 예쁘다’ 생각했다. 두 번째 보았을 땐 ‘참 능청스럽구나’ 싶었다. 세 번째부터는 ‘ 진짜 배우구나’ 싶다.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시청자를 사로잡은 MBC TV‘태왕사신기’의 연부인, 배우 김선경 이야기다. 김선경은 브라운관에서는 조금 낯설지만 뮤지컬 ‘난센스 잼보리’ ‘드라큘라’ ‘킹앤아이’ ‘루나틱’ 등에서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대학로 최고의 스타다.


노래도 연기도 잘하는 사랑스러운 워커홀릭
“전사의 용맹? 고작 전사라고 하셨습니까!”
극중 아들을 염두에 둔 이 한마디가 그의 캐릭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연부인은 아들을 왕으로 만들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돌진한다. 그는 아들을 왕위에 올릴 계략을 세우고 담덕(배용준)의 아버지 양왕의 목숨을 노리다 발각되자 아들을 위해 스스로 독약을 마신다. 그리고 죽는 순간까지 아들에게 왕이 되라는 말을 남겨 담덕의 복수심을 자극한다. 잘못된 모성애와 야망 때문에 스스로 파멸로 치닫는 새로운 악녀상을 보여줬다는 평. 김선경의 연기에 대한 시청자 반응은 가히 폭발적, 찬사 일변도다. 초반 길지 않은 출연에도 불구하고 다른 출연자들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로 경탄을 자아냈다. 간만의 브라운관 외출로 단번에 홈런을 날린 김선경은 ‘행운이었다’며 자신의 공을 깎아내렸다.

“여러 가지로 타이밍이 잘 맞았어요. 캐릭터도 좋았구요. 무대 출신 연기자들이 TV에서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기가 힘든데 ‘생각보다 적응 잘하더라’는 칭찬을 많이 들었어요. 이전에도 드라마 섭외가 종종 있었는데 ‘태왕사신기’를 기다린 건 무척 잘 한 거 같아요. 제 복인 거죠 뭐(웃음).”

물론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일이라면 대충 할 수 없는 완벽주의자인 만큼 자신이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긴장 상태에서 촬영에 임했다고. 남들이 보기엔 대충 찍은 것 같은 장면도 하나하나 공들여 찍었다.

“아들을 낳는 첫 장면이 제일 힘들었어요. 처음에 못하면 잘리는 건데, 그러면 안 되잖아요(웃음). 이를 악물고 찍었죠. 초반에만 잠깐 출연한 것처럼 보여도 자그마치 1년 동안 찍었답니다. 걷는 장면 하나를 찍는데 하루를 꼬박 보낼 정도니 두말할 게 없죠. 운도 운이지만, 저를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게 하려고 처절하게 노력한 결과예요.”

김선경 개인적으로는 항상 연기보다 앞서던 외모에 대한 평가를 뛰어넘었다는 데 큰 의미를 두는 작품이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외모만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작품으로 그 꼬리표를 뗐어요. 외모를 칭찬해주시는 것도 물론 감사하지만 ‘연기를 잘한다’ ‘천생 배우다’ ‘제대로 된 연기자다’가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칭찬이거든요. 그래서 요즘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카리스마 연기로 브라운관도 접수한 뮤지컬배우 김선경

카리스마 연기로 브라운관도 접수한 뮤지컬배우 김선경

외모는 깍쟁이, 실상은 오지랖 넓은 아줌마
김선경에게는 훌륭한 배우가 되는 것만큼이나 ‘깊은 사람, 멋스러운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만나는 누구에게든 ‘해피 바이러스’를 전염시키는 사람이 되려고 애쓴다. 인터뷰에 늦은 이유도 미용실에서 알고 지내던 가수를 만나 코디해주느라 그랬다나. 도무지 미워할 수 없는 톡톡 튀는 에너지의 소유자가 바로 김선경이다.

“차갑고 도도해 보여도 실은 굉장히 인간적인 사람이에요. 제가 얼마나 털털한데요. 남자 후배들은 절 ‘형’이라고 부른다니까요 글쎄(웃음). 제가 약자에 한없이 약하고 강자에는 또 강한 스타일이거든요. 오늘 「레이디경향」 독자들께 예쁘게 보이려고 옷을 서너 벌 준비해 왔거든요. 미용실에서 메이크업을 하는데 왕년에 잘나가던 모 가수를 만났어요. 근데 의상이 너무 아닌 거예요. 제가 마음이 짠해서 또 그런 걸 잘 못 봐요. 제 옷으로 코디해주고 조언도 해주고 오느라고 좀 늦었어요. 제가 온갖 것 다 챙기는 ‘아줌마 체질’이거든요.”

부잣집에서 태어나 부족함 없이 자랐을 것만 같은 그녀지만, 실은 공주과와 거리가 멀다는 사실이 그 말을 증명해준다. 총신대학교 종교음악과 재학 시절 연기를 시작한 것도 등록금을 마련하려는 소박한 의도였다고. 힘들어 본 사람이 그 마음을 안다고, 김선경은 힘든 이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소외된 이들에 대한 마음 씀씀이가 남다르고 옷이 두 벌 있으면 남과 나누어 입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마음 좋은 김선경은 자신이 가진 재능을 나누는 일에도 열심이다. ‘한국어린이재단’으로 바뀔 한국복지재단과 함께 재능 있는 아이들을 발굴, 육성하는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평소 생각하던 게 있었어요. 서울에만 보육원이 자그마치 3백 개라는데, 그 아이들 중에 재능 있는 아이들을 모아서 합창단을 만드는 일이죠. 아직은 준비 중이지만, 커리큘럼을 잘 짜서 제가 직접 레슨도 할 거예요. 아이들의 재능을 최대한 끌어올려주고 싶어요. 누구보다 자기 밥그릇이 확실해야 하는 아이들이니까요.”

2004년 많은 남성들을 울리면서 결혼에 골인한 김선경은 아이들을 무척이나 예뻐한다. 하지만 정작 아직 본인에게는 좋은 소식이 없어 고민이라고. 입양도 고려하고 있다니 조만간 그녀에게도 예쁜 아이가 생길지 모르겠다.


카리스마 연기로 브라운관도 접수한 뮤지컬배우 김선경

카리스마 연기로 브라운관도 접수한 뮤지컬배우 김선경

결혼 이후 뜸한 활동 접고 다시 출발선에서
사실 김선경은 결혼 이후 활동이 뜸했다. 다섯 살 연하의 남편은 평범한 증권회사 직원. 만 3년 동안 주부로서 평범한 행복을 누리려고 노력해봤지만 배우 김선경일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래서 다시 맹렬하게 무대로, 브라운관으로 뛰어들 참이다. “평소에 가만히 있다가 왜 결혼한다니까 그제야 다들 아쉬워하는지 모르겠어요. 진작 좀 잡을 것이지(웃음). 이왕 결혼했으니 사는 동안은 잘 살아야죠. 아이를 가지려고 갖은 노력을 다했는데도 뜻대로 되질 않더라구요.”

계획대로만 되지 않는 인생사는 김선경에게도 예외가 아닌 모양이다. 개인적으로도 여러 힘든 일들이 있었는데 고민하기보단 차라리 일에 매진하는 편을 택했다. 엄마 복보다는 배우 복을 타고난 김선경은 다시 배우의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려 한다.

“아직 공식적으로 말씀드릴 단계는 아니지만, 세 편의 드라마에 출연할 거예요. 그러고 나서 연극도 두 편 정도 할 거구요. 제가 하나에만 집중하는 스타일이라 병행하지는 못해요. 드라마를 열심히 해서 눈도장을 확실히 찍은 다음에 다시 무대로 돌아오려구요. 실은 제가 좀 일중독이라 쉬는 걸 잘 못하거든요. 드문 기회를 만나 좋은 돌파구가 생겼으니 더 열심히 해야겠죠.”

사실 스스로에게 너그럽지 못한 편이라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많다. ‘김선경’ 이름 석 자를 걸고 하는 만큼 다른 이들에게도, 무엇보다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을 만한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으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된다. 언제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그녀이기에 팬들의 기대가 크다.

“타고난 배우라고 말하면 저 돌 맞을텐데(웃음). 제 안에 뭔가가 많이 숨어 있긴 한데, 타이밍이 잘 맞고 노력까지 더해지면 만족스러운 연기가 나오는 거 같아요. 작품을 할 때마다 실생활에서도 성격이 바뀌거든요.”

그래서 본인은 자신이 ‘곰과’라고 주장하지만, ‘여우’로의 변신도 자유롭다. 능청스럽고 섹시하지만 천박하거나 부담스럽지 않고, 사근거리면서도 똑 부러지게 할 말은 하는 게 김선경이다. 무대에서 이름을 알렸지만 원래는 탤런트 출신이다. 1988년 KBS 공채 탤런트로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무대로 전향한 특이한 케이스. 그리고 먼 길을 돌아 다시 탤런트로 돌아왔다.

“탤런트로 시작했지만 적응하기가 무척 힘들었어요. 제가 기독교인이라 그런지 꽤나 보수적이어서 실제 현장에서 너무 부딪쳤던 거죠. ‘여기가 내 세계가 아닌가 봐.’ 이러고 뮤지컬계로 갔더니 거긴 무척 잘 맞았어요. 아무 생각 없이 열심히 하다 보니 어느새 다시 탤런트로 활동하게 됐네요.”

20대 초반의 철없던 김선경이 대책 없이 발을 내딛었다면, 지금은 조심스럽고 긴장된 마음으로 돌아와 다시 출발선에 섰다. 새로 시작하는 마음이 야무지다.

“제가 선택한 길이니까 전 무조건 행복해질 거예요. 제게 벌어질 일이 무엇이든 상관없이요. 여러분도 응원해주실 거죠?”

글 / 위성은(객원 기자) 사진 / 이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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