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집 앨범과 함께 밝은 모습으로 컴백한 조덕배의 행복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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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슬픈 노래만 부를 것 같던 가수 조덕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난 9년 동안 도라도 터득한 것일까? 부쩍 유머가 늘었고, 예전보다 많이 편안해 보인다. 그가 최근 자신의 곡을 표절당한 사건, 가까이 지냈던 전인권에 대한 심경, 하나밖에 없는 딸에 대한 소망을 털어놓았다.


표절 사건, 전인권에 대한 심경 그리고 하나뿐인 딸에 대한 소망…


9집 앨범과 함께 밝은 모습으로 컴백한 조덕배의 행복의 조건

9집 앨범과 함께 밝은 모습으로 컴백한 조덕배의 행복의 조건

KBS1-TV ‘7080콘서트’ 녹화가 시작되기 전. 무대 뒤에서는 스태프와 출연자들이 막바지 준비를 위해 분주하게 오가고 있었다. 조덕배(49)와의 만남은 그곳 두 평 남짓한 분장실에서 있었다. 무대에 오르기 전 경황이 없을 법도 했지만 그는 “괜찮다”며 환한 얼굴로 기자를 맞았다. “오프닝 무대라 15분이면 끝나거든요. 이야기하다가 시간이 촉박하면 공연 끝나고 이어서 하면 되죠.” 시원스럽게 상황을 정리하는 조덕배. 인터뷰 전 다소 어색했던 마음이 잦아들었다.


잠수는 그만, 맑고 투명한 유리알처럼
조덕배를 만나기 전에는 왠지 어두울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슬픈 노래들, 그리고 장애를 비롯해 평탄치 않았던 그의 인생 때문이었을 거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그와 몇 마디 채 나누기도 전에 여지없이 깨졌다. 깔끔하게 자른 머리, 그리고 밝은 얼굴도 한몫했다. 그는 꽤 유쾌하고 유머러스한 사람이었다.

“그동안 일부러 방송에서 말을 하지 않았어요. 주변에서 내가 말을 하면 방송 사고가 날거라고 해서(웃음). 이제는 방송에서 말을 좀 하려고 해요.”

이날 무대에 올라서도 그는 노래를 부른 뒤 배철수와 나눈 인터뷰 중 적재적소에 유머를 던져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었다. 무엇이 그를 달라지게 했을까?

“철이 들어가는 것 같아요. 그동안은 철딱서니가 없었죠. 나이가 들면서 어릴 때 가졌던 욕심을 버리니까 많이 달라지는 걸 느껴요. 예전에는 왠지 가식적으로 느껴져서 새 음반이 나와도 인터뷰는 안 하려고 했어요. 그동안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아 교만했고, 염세적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나도 주목받는 연예인 중 한 사람이구나’ 생각하게 되면서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죠.”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오래전 대마초 사건으로 흘렀다. 그의 얼굴 표정은 복잡했다.
“노래 때문인지 사람들이 저를 순수하게 봐주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런 기대를 저버린 거죠. 그건 어리고 뭣 모를 때 했던 일이었고, 이제는 절대 그런 일은 안 하려고요. (전)인권이 형을 생각하면 속상해요. 나와 청춘을 같이 보냈는데… 같이 음악을 하지는 않았지만 매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친했거든요.”

배철수의 말에 따르면 그는 ‘잠수’ 전문이다. 그를 힘들게 했던 많은 일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로 인해 그는 때때로 세상과의 소통을 거부하며 살아왔다.

9집 앨범과 함께 밝은 모습으로 컴백한 조덕배의 행복의 조건

9집 앨범과 함께 밝은 모습으로 컴백한 조덕배의 행복의 조건

“이제껏 해외 공연을 나가본 적이 없어요. 이런저런 제안을 하려 해도 저와 연락이 닿지 않았을 거예요. 그동안 수시로 잠수를 탔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투명한 유리알처럼 살고 싶어요. 유리알은 나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이지만, 이제는 적극적으로 앨범 홍보도 하고 예전처럼 활동하려고요.”


9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아홉 번째 이야기’
얼마 전 그의 히트곡 ‘나의 옛날이야기’가 후배 작곡가에게 표절당한 사건이 있었다. 문근영이 광고에서 불러 화제가 된 ‘&`디자인’이었다. 누가 들어도 표절의 혐의를 벗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러나 작곡자는 “어떤 곡에서나 있을 수 있는 동형 진행”이라고 반박해 빈축을 샀다. 한동안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 사건에 대해, 정작 원곡의 작곡자이자 가수인 그는 담담하게 좋은 쪽으로 해결했다고 한다.

“그 일은 잘 마무리했어요. 작곡가가 자꾸 찾아온다고 해서 ‘정 그러면 나중에 벌로 폭탄주나 30잔 마셔라’고 했죠. 그러면서 바쁘더라도 표절 가능성을 살펴본 다음 작곡하라고 했어요. 곡을 쓰는 입장에서 저도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 표절이에요. 곡을 쓰다 보면 비슷해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도 곡을 쓰면서 비슷한 건 많이 없애요. 한 번의 실수로 명예가 모래성처럼 사라질 수 있거든요.”

그의 주옥같은 명곡들은 그동안 후배 가수들을 통해 리메이크됐다. 이 때문에 그의 이름을 알지 못하는 세대도 그의 음악은 익숙하다. ‘그대 내 맘에 들어오면은’은 성시경이, ‘나의 옛날이야기’는 조피디가, ‘꿈에’는 이수영이 다시 불렀다. 이외에도 일일히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렇듯 그의 음악은 세대를 초월해 사랑받고 있다. 그러나 그는 지난 9년 동안이나 새로운 음악을 내놓지 않았다. 모든 곡을 직접 작사, 작곡하는 싱어송 라이터이다 보니 새 앨범을 내놓는게 생각만으로 되는 건 아니었다.

“예전에는 가사를 일주일에 하나씩도 썼는데, 점점 더 오래 걸리는 것 같아요. 젊을 때보다 생각이 많이 굳어졌고, 단어 하나를 고르는 데도 신중하기 때문이죠. 나이가 들수록 할 말은 많아지지만, 노래는 장편소설이 아니잖아요.”
직접 곡을 썼기 때문에 그의 노래는 자신의 인생을 고백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4곡의 신곡과 10곡의 리메이크곡이 담긴 이번 앨범 중 ‘없습니다’는 그의 마음이 가장 잘 그려져 있는 곡일 것이다.


그래 세월은 가겠지 / 나도 따라서 가겠지 / 여기 사랑을 남기고 / 여기 추억을 남기고 / 슬픈 노래는 정말 하고 싶지 않았어 / 나도 모르게 여기까지 왔나 봐 / 미안해 나 때문에 많이 울었지 / 나도 몰라 내가 왜 그랬는지 / 새벽 한강에 뜬 달빛은 당신으로 가는 길/ 어쩌려고 내가 이 길을 따라가고 있을까 / 좋은 날이 오겠지, 만날 날이 오겠지 / 그때까지 난 그리워


“곡의 가사처럼 어느 날 밤에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다가 한강변에서 ‘없습니다’를 썼어요. 가사 중 ‘슬픈 노래는 정말 하고싶지 않았어’가 있어요. 그동안 슬픈 노래를 많이 불러왔잖아요. 주위에서 이제는 밝은 노래를 부르라고 하고, 저도 그러고 싶어요. 그런데 만들기만 하면 슬픈 노래가 되네요.”

이번 앨범은 그동안 그가 보여주었던 음악과는 사뭇 다르다. 쿤타, 조PD, LPG 등 젊은 후배 가수들이 리메이크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그대 내 맘에 들어오면은’, ‘꿈에’ 등의 히트곡을 젊은 감각으로 새롭게 편곡해서 수록했기 때문이다.

“이번 앨범은 젊게 보이려고 노력했어요. 제가 나이는 들었어도 마음은 어리거든요(웃음). 세월이 지나면서 음악도 변하고 진화하는 것이 아닐까 해요. 오래전에 만든 곡들이 새롭게 살아나니 반갑고 기쁘네요. 그동안에는 다양하게 할 수 있었는데 안 하고 살았던 것 같아요. 모두 내 잘못이죠. 이번 앨범은 양이 아닌 질로 따진다면 중간 정도 온 것 같아요. 앞으로는 또 다른 길을 모색해야겠죠.”

9집 앨범과 함께 밝은 모습으로 컴백한 조덕배의 행복의 조건

9집 앨범과 함께 밝은 모습으로 컴백한 조덕배의 행복의 조건

조덕배는 가수 생활 20년이 넘어서야 ‘이제 내가 정말 가수가 됐구나’ 생각한단다. 그는 앞으로 10년 정도 열심히 가수 활동을 하고, 이후에는 마음 편하게 여행을 다니고 싶단다. 반드시 역작으로 남을 만한 열 번째 음반을 내고, 전미 투어를 한 뒤일 것이다.

“열 번째 음반을 만들면 그 이상 만들 게 없을 것 같아요. 지금 작업하고 있으니 3, 4년 후에는 나오겠죠. 언젠가 토니 베넷이 공연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러웠어요. 전 미국을 돌면서 스탠더드 팝을 부르더군요. 저도 가수로써 그 정도 성숙되면 전미 투어를 하고 싶어요. 다음달 중국에서 공연을 하는데 이를 시작으로 앞으로는 중국, 일본, 미국 공연을 다닐 예정입니다.”

11월 20일부터 25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2008 베이징올림픽 홍보 공연에 참석한 뒤 국내로 돌아와 전국 5대 도시에서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사랑스러운 딸, 연예인으로 키울 터
이번 앨범에 수록된 곡 중 눈에 띄는 곡이 있다. 바로 조덕배의 딸 우주의 목소리를 피처링해서 새롭게 녹음한 ‘천사의 미소’다. 맑은 여자아이의 웃음소리로 시작한 이 곡에는 딸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담겨 있다.

“딸아이의 목소리를 피처링해 만든 곡이에요. 지금의 딸아이 목소리를 녹음해서 평생 동안 남겨두고 싶었죠. 제가 딸을 서른일곱 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봤거든요. 그러니 얼마나 예쁘겠어요. 잘 아실 거예요. 아빠의 마음은 다 똑같으니까.”

왜 아이를 더 낳지 않았느냐고 물으니 “이 아이 하나만으로도 무척 신기하다”고 말한다.
“내가 항상 보호를 받고 살아서 그런지 누군가를 키운다는 것은 생각도 못해봤어요. 아이를 낳아서 키운 건 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 같아요. 감격보다는 신기할 따름이죠. 이제 딸이 재롱 부릴 나이는 지났고 사춘기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말을 많이 하고 아빠를 좋아해요.”

딸 우주는 아빠의 재능을 그대로 물려받아 노래에 소질이 있다고 한다. 조덕배는 딸이 원한다면 연예인으로 키울 생각이다.

자신의 꿈 ‘꿈에’를 리메이크한 이수영과 함께

자신의 꿈 ‘꿈에’를 리메이크한 이수영과 함께

“말도 제대로 못하는 세 살 때였는데 제 노래를 따라 부르더라고요. 목소리가 특이하고 노래에 재능이 있는 것 같아요. 제 콘서트에 오면 자기가 더 크게 부르곤 하죠. 우주가 꼭 가수가 아니더라도 연예인이 됐으면 좋겠어요. 제가 처음 데뷔했을 때 연예인 2세인 전영록이나 독고영재, 허준호가 정말 부러웠어요. 다른 사람들보다 연예계에 입문하거나 활동하는 게 훨씬 수월해 보였거든요.”

그는 추상미가 어느 인터뷰에서 ‘내 놀이터는 연극무대 뒤였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러운 경험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때문에 될 수 있으면 방송국이나 공연장에 갈 때는 딸과 동행하려고 한다.
“오늘은 딸이 피곤해서 함께 오지 못했네요. 지금은 연예인이 대접을 잘 못 받지만 앞으로 틀림없이 문화에 권력이 생길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분명히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좋아지겠죠.”

얼마 전 SBS-TV ‘좋은 아침’에 조덕배의 집과 단란한 가족의 모습이 방영되어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전폭적으로 가수 활동을 내조하는 그의 아내는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그를 대신해 인터넷 팬클럽 활동도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그녀의 인터넷 닉네임은 다소 거친, ‘조폭 언니’. 아내 이야기가 나오니 장난스러운 말들이 이어진다.

“조폭 언니요? 거의 건달이니까요. 저도 아내에게 꼼짝 못하죠. 그저 ‘살려만 주십시오’ 할 뿐이에요(웃음). 아내가 내조는 잘해요. 팬클럽도 대신 활동해주고, 가수 활동하는 데도 많이 도움을 줘요. 제일 무서운 비평가이기도 하고, 팬이기도 하죠. 평을 할 때는 제가 상처를 받거나 말거나 신경 안 써요. 그래서 가끔 혹평이라도 받은 날이면 칼 맞는 것보다 아프지만, 다 그런 이야기가 나중에는 도움이 되더라고요. 아내가 예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요.”

가족 이야기에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그가 행복해 보이는건 그를 든든히 지켜주는 가족의 사랑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그가 무대에 올라야 할 시간이 됐다. 그는 이날 이수영과 듀엣 무대에서 “이수영의 목소리로 듣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며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노래를 불렀다. 노래가 끝난 뒤에도 그는 “이수영이 곡에 대한 해석도 좋고, 노래를 참 잘 부른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무리 선배라고 하지만 자신의 목소리까지 낮춰가며 후배를 띄워주기는 쉽지 않을 터. 이 짧은 장면에서도 그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졌다.

글 / 두경아 기자 사진 / 원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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