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의 진실 혹은 거짓…드라마 속 이야기 실제로는 이렇다!

사극의 진실 혹은 거짓…드라마 속 이야기 실제로는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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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나올 때마다 늘 반복되는 논쟁이 있다. 드라마에 나오는 이야기가 사실이냐 아니냐에 대한 진위 여부다. 스토리뿐만 아니라 시대적 배경, 출연자들의 의상과 어투 그리고 소품 하나하나까지 시청자들에게는 늘 ‘옥의 티’다. 하지만 최근 사극 드라마는 ‘정사(正史)’보다 ‘야사(野史)’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역사와 허구적 상상력이 복합된 팩션(팩트와 픽션을 합성한 신조어)으로 변화하고 있다. 사극 드라마를 제대로 즐기는 새로운 방법 하나, 진실과 허구를 파헤쳐보자.


내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왕과 나
성종은 17세, 폐비윤씨는 29세?

사극의 진실 혹은 거짓…드라마 속 이야기 실제로는 이렇다!

사극의 진실 혹은 거짓…드라마 속 이야기 실제로는 이렇다!

영화 ‘왕의 남자’에 등장하는 김처선(장항선 분)과 드라마 ‘왕과 나’에 등장하는 김처선(오만석 분)은 같은 인물이다. 하지만 그 둘의 모습은 큰 차이를 보인다. 드라마에서는 극의 재미를 위해 억지로 처선과 소화(구혜선 분)를 함께 등장시켰기 때문이다. ‘왕과 나’ 제작진은 애초에 ‘정형화된 사극을 탈피해 기록 뒤에 숨어 있는 인간에 포커스를 맞춘 드라마’라고 설명한 바 있다. 때문에 처선과 폐비윤씨의 관계는 짜여진 각본에 불과하며 두 인물은 실제 연관성이 없다.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남성을 거세한 내시 김처선을 그리기 위한 극적인 구도일 뿐이다.

때문에 드라마가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가장 많은 논란이 된 것은 바로 처선의 나이다. 조선 문종 때부터 연산군까지 환관으로 무려 6명의 임금을 섬긴 처선의 파란만장한 인생은 얼마 전 TV 다큐 프로그램에서 집중 조명해 방송하기도 했다. 처선이 처음으로 「실록」에 이름을 보이는 것은 단종 1년인 1453년. 유배당했다가 석방하라는 명이 내려지는 기록에서다. 김처선은 세종 때 태어난 인물로 소화와 최소한 스무 살 이상 차이를 보인다. 이 드라마의 배경인 성종 때 이미 처선은 중년을 바라보는 나이였다. 성종과 소화의 나이 또한 드라마와 다르다. 성종은 1457년에 윤씨는 1445년에 태어났다. 성종 17세 때 29세의 윤씨가 후궁으로 들어왔다. 무려 열두 살이나 연상인 셈이다.


비련의 주인공 ‘소화 낭자’…실제로는 악녀?
임금인 성종과 삼릉삼무(三能三無)의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처선, 이 두 남성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소화(폐비윤씨). 후궁의 자리에 오르기 전 그녀의 모습은 곧고 현명하며 당찬 양반집 규수의 모습이다. 후궁이 되기 위해 입궐해서도, 궁녀들과 인수대비의 시달림을 받으면서도 ‘임금을 향한 마음’ 하나로 모든 것을 감수하며 눈물샘을 자극하는 전형적인 비련의 여주인공 모습이다. 극의 전개상 중전의 자리에 오를 때까지도 한 남자를 사랑하는 수동적인 여인의 모습으로 그려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폐비윤씨는 아들을 둘이나 낳았지만, 결국 인수대비 한씨와 결탁한 후궁들에 의해 폐출된 이후, 억울하게 사사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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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의 얼굴에 손톱자국을 남겼다’는 현실로써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사약을 받게 된 것. 주변 인물들의 모략으로 인해 결국 죽음에까지 이르는 안타까운 한 비의 모습일지라도 역사상에서 비추는 폐비 윤씨의 모습은 다소 해석이 분분하다. 윤씨가 지나친 질투심으로 칠거지악을 거스르는 죄를 지었다고 기록됐는데 윤씨는 질투심이 강해 성종이 첩들과 잠자리하는 것도 참지못한 표독스러운 인물로 비쳐진다. 역사에 그려지는 윤씨의 질투와 시기가 이러한 주장들에 대해 신빙성을 더하기도 했다. 물론 이런 주장은 윤씨를 폐하기 위한 당위성을 만들기 위해 과도하게 지어낸 말일 가능성일 수도 있지만, 윤씨가 자신을 모함하는 후궁들을 죽이기 위해 독약을 준비하고 저주를 하는 등의 행동을 서슴지 않은 것을 보면 독한 마음이 결코 거짓으로 보긴 어려울 것 같다.



한국 드라마 역사를 다시 쓰다 태왕사신기
역사 드라마 맞아?…‘판타지’에 대한 오해
간달프와 욘달프? ‘태왕사신기’의 배용준이 긴 백발머리와 흰색 의상으로 등장하자 영화 ‘반지의 제왕’의 간달프와 그 모습이 흡사하다고 하여 ‘욘달프’로 불리고 있다.

간달프와 욘달프? ‘태왕사신기’의 배용준이 긴 백발머리와 흰색 의상으로 등장하자 영화 ‘반지의 제왕’의 간달프와 그 모습이 흡사하다고 하여 ‘욘달프’로 불리고 있다.

배용준, 문소리 등의 출연으로 제작 초기부터 화제를 뿌린 태왕사신기는 고구려 역사에 큰 공을 세운 광개토태왕 일대기를 그린 제작비 5백억원의 초대형 사극 블록버스터 드라마다. 고구려 ‘강서고분벽화’의 사신도에 그려져 있는 현무, 백호, 청룡, 주작을 사신으로 등장시켜 판타지적 요소를 가미했다. 스토리 진행과 스케일 면에서 기존의 사극과 전혀 다른 판타지다. 광개토대왕에 관한 사료가 많지 않다는 점도 이 드라마가 상상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단군 이야기로 시작하는 1화부터 시청자들은 ‘난해하다’ ‘신선하다’ 상반된 반응을 보였고 드라마가 회를 거듭할수록 더욱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CG는 화려하지만 과도한 사용으로 드라마가 아닌 SF영화나 만화처럼 보였다는 평가와 함께, 고구려의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것도 논란거리다. 고구려 역사를 놓고 한국과 늘 분쟁을 벌이는 중국은 아예 ‘태왕사신기’에 대한 불편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중국 내 방영 금지를 선언했다. 그러나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일까. 국내에서는 첫 방송부터 시청률 20%대를 훌쩍 넘는 등 회를 거듭하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12월 일본 NHK 위성 ‘하이비전’을 시작으로 대만·타이·홍콩·싱가포르·인도네시아에 수출되었다.


“드라마야, 만화야?”…패션에 숨어 있는 4가지
첫째. 태왕사신기 의상에는 고구려 의상이 없다?!
‘태왕사신기’는 신화를 소재로 한 판타지 사극이어서 의상부터 전형성을 벗어났다. 태왕사신기의 의상디자이너 김미진씨가 “의상은 고증보다는 판타지에 의존했다. ‘반지의 제왕’이나 ‘트로이’의 의상 같은 느낌일 것”이라고 밝혔듯이 사극이 현대화되면서 패션 트렌드 또한 사극에 적극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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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태왕사신기 속에 숨어 있는 ‘패션 트렌드’
‘태왕사신기’의 코드는 ‘모던’이다. 때문에 일반인들이 쉽게 지나치면 알지 못할 패션의 숨은 공이 곳곳에 숨어 있다. 특히 가을을 맞아 새로운 컬러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는 색상들이 드라마에 고스란히 등장한다. 2007 새로운 컬러 트렌드로 주목받는 그린, 머스터드 옐로, 옐로 천이 천연 색감 그대로 드라마에 완벽하게 재현된 것. 가을 시즌 핫 아이템으로 예견되는 배기팬츠가 전통 남성 복식에서 놀랍도록 완벽하게 재현된 데 이어 하늘을 배경으로 화이트 핑크, 레드, 와인 레드, 블루 퍼플의 색 배열은 가을 컬러로 인식된 브라운 계열에서 벗어나 현대의 컬러에 대한 개념 확장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셋째, 옷을 보면 주인공 성향이 한눈에
극중 수지니(이지아 분)는 중성미에 열광하는 10대들의 공감을 끌어내고 있다. 셔츠와 베스트, 팬츠의 중성적 스타일링 코드가 과거 시점으로 되돌아가 재해석됐고, 기하(문소리 분) 역시 기마를 할 때나 담덕(배용준 분)과 같이 있는 일상적인 장면에서 셔츠와 베스트의 레이어드를 연상시키는 착장을 한다. 기하는 수지니의 베이지 계열이 아닌 강한 컬러 대비로 극중 성장 배경과 성격의 차이를 부각시킨다. 특히 전체를 화이트로 통일한다거나, 블랙과 레드의 강한 컬러 대비는 극중에서 극적인 기하의 감정 변화를 표현한다.

넷째, 어디서 많이 봤는데…
‘태왕사신기’ 디자인팀은 고구려 벽화, 기왓장 문양을 의상에 입히는 색다른 시도부터 고구려 복식에 ‘글래디에이터’ ‘킹덤 오브 헤븐’ 같은 서양 역사물 의상의 특징을 결합하는 작업까지 넘나들었다. 실제로 ‘반지의 제왕’ CG팀의 기술력이 도입되다 보니 ‘반지의 제왕’을 비롯해 서양 판타지 영화 의상과 비슷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때문에 갖가지 패러디 물이 인터넷에 쏟아지고 있다.


정조의 숨겨진 매력 찾기 이산
완소 ‘이산’, 사실은 실패한 개혁가?
최근 서점가의 화두는 ‘정조’다. ‘정조 신드롬’이라 불릴 만큼 관련 책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참여정부 들어 노무현 대통령에 비유되기도 했던 정조는 가장 열린 생각을 갖고 가장 민주적인 방법으로 백성을 포용하는 임금으로 그려진다. ‘백성들의 소리를 직접 듣고자 재위 기간 1백 회 이상 미행했다’는 등의 얘기는 충분히 그러한 평가를 기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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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 때눈 역사상 가장 많은 서적을 저술하고 편찬한 조선시대의 황금기였는데, 실제로 그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독서를 하는 학구파였고, 그림과 문학, 음악에 조예가 깊었다고 한다.

드라마 ‘이산’ 이외에도 정조를 다룬 대부분의 서적과 드라마는 개혁군주로서 반개혁 세력과 맞서는 모습을 그려냈다. 최근 출판되는 책들에서도 반대파에 둘러싸여 있던 세자 이산이 왕위에 오르는 과정, 즉위 후 수많은 방해에도 불구하고 노련하게 개혁 과제를 실천하는 모습 등이 그려진다.

그러나 지나치게 정조를 미화시킨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다양한 개혁정치를 펼치며 왕조 중흥기이자 문예부흥기를 누렸던 성공한 개혁가’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정조는 강력한 개혁정책을 추진했지만 개혁의 타이밍을 놓치고 만 실패한 개혁가’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정조가 6세인 원손 때 쓴 문안 편지가 공개됐다 (사진 왼쪽). 정조가 그린 ‘필국화도’. 정조는 시와 글에 능했을 뿐만 아니라 그림에도 뛰어났다고 한다.

정조가 6세인 원손 때 쓴 문안 편지가 공개됐다 (사진 왼쪽). 정조가 그린 ‘필국화도’. 정조는 시와 글에 능했을 뿐만 아니라 그림에도 뛰어났다고 한다.

그렇다면 정조는 정말 뛰어난 통치력으로 파당 정치를 해소하고 경제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룩한 천재 군주였을까? 정조가 개혁에 실패한 임금으로 치부되는 이유는 서거 후 그가 구축한 체제와 이상이 급격하게 무너졌다는 것에 있다. 개혁 의도는 좋았지만 말년에 정국 운용에 한계가 있었다는 것. 결국 개혁을 추진해 많은 발전을 보이기도 했지만, 정조가 세상을 뜨자 모든 개혁은 무위로 돌아갔다는 것이 그 이유다.


‘수라간’만큼 맛깔 나는 색색의 향연
인기 드라마였던 ‘대장금’의 배경이 수라간이었다면 ‘이산’은 ‘도화서’다. 흔히 영·정조 시대를 ‘조선의 르네상스’라고 말한다. 그만큼 정조는 예술에 조예가 깊었고 당시 뛰어난 인물이 많이 등장했다. 유명한 화가 김홍도, 신윤복이 모두 정조 시대에 활동했던 사람들이다.

도화서는 조선시대 그림을 그리는 일을 관장하기 위해 설치한 관청이다. 왕실의 모습과 대궐 안의 왕가의 모습을 글로 남기듯 그림으로 그려 똑같이 자료로 보관해온 곳이다. 단순히 풍경을 그리는 형식뿐 아니라 국가 기밀에 해당하는 그림까지 그려졌다니 지금의 국가 정보기관과 다를 바 없다. 도화서는 국가와 왕실 사대부에게 필요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 제도적으로 화원(畵員)을 양성했다. 화원은 죽(竹)·산수·인물·화조 등을 시험해 선발해는데, 주로 대대로 그림 그리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중인 신분에 속한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한국의 화풍을 형성하고 그 업적을 이어나가는 데 중심적 구실을 한 기관이라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정조 이야기 ‘정조 암살 미스터리 8일’
케이블TV CGV에서 드라마 ‘정조 암살 미스터리 8일’(박종원 감독)을 방영한다. 10부작으로 제작한 TV영화로 케이블 최초로 자체 제작한 대형 사극이다.

정조의 8일간 화성 행차 일정을 배경으로 개혁파와 수구파의 대립을 묘사한 소설 「원행」(오세영 작)이 원작이며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영원한 제국’ 등을 연출한 박종원 감독이 제작을 맡았다. 이미 연기자 김상중이 ‘정조’, 박정철이 ‘정약용’ 그리고 정애리가 ‘혜경궁 홍씨’로 캐스팅되어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화성 행차 기간에 벌어지는 정조 암살 사건을 다룬 미스터리 장르의 퓨전 사극이라는 점이 특징. ‘정조’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스릴 넘치는 암살 사건들이 중심축을 이루고, 그 안에 벌어지는 민초들의 애절한 러브 스토리를 통해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릴 예정이다. 긴박한 사건 묘사와 빠른 전개 그리고 방대한 스케일의 장면까지 영화의 높은 퀄리티를 드라마에 접목시켜 ‘TV영화’라는 명칭으로 세련된 화면과 탄탄한 구조를 선사할 계획이다.


글 / 유정아(자유기고가) 사진 / M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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