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의 아들 장가갑니다. 행복하게 잘사는 모습 지켜봐주세요”
노총각 탤런트 박상민(37)이 드디어 결혼을 발표했다. 그간 ‘방송인’으로만 알려지며 세간의 궁금증을 자아내던 신부도 공식 석상에 첫 외출을 했다. 박상민의 마음을 사로잡은 ‘11월의 신부’는 영어강사 겸 방송인 한나래씨(35). 결혼을 이야기하는 사람 모두가 그러하듯 참으로 행복해 보였던 두 사람이 털어놓은 만남에서 결혼까지.
혼기 놓친 두 사람 “인연은 따로 있나 봐요”
지난 봄 MBC-TV 아침드라마 ‘내곁에 있어’ 제작발표회에서 연인이 있음을 밝혔던 박상민이 그동안 언론과 대중이 궁금해하던 피앙세를 드디어 공개했다. 지난 1989년 영화 ‘장군의 아들’로 데뷔한 이래 꾸준히 연기 활동을 해온 그가 오는 11월 9일 오후 3시 W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박상민은 시종일관 호탕한 웃음으로 행복한 기분을 드러냈다. 이날 첫 공식 석상에 나선 한나래씨의 지적인 이미지와 단아한 외모는 단연 빛을 발했다. 예비 신부는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와 동 대학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사이버대학교 실용영어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KBS-TV ‘세상의 아침’과 아리랑 TV에 출연했고 현재 EBS ‘English TV’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햇살 레이한’이라는 필명으로 「스물셋 뉴욕여자는 무슨 말을 할까」 「1분 영어회화」 「1분 성공영어」 등 다수의 책을 내기도 했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상민이 SBS-TV ‘내사랑 못난이’를 마치고 지인의 파티에 갔다가 나래씨를 소개받은 것. 박상민이 드라마에서 영어를 잘하는 캐릭터를 연기했던 것을 기억하고 영어로 말을 건넸던 나래씨는 예상한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곧 무안해했다고 한다. 첫인상은 ‘그저 그랬’지만, 한 번 두 번 만나다 보니 ‘내 사람인 줄 알겠더라’는 것이 두 사람의 똑같은 답변이다.
“결혼한 사람들이 ‘네 사람을 만나면 알게 될 거다’라고 말할 때는 믿지 않았는데 실제로 만나보니 정말 편하고 좋은 사람은 따로 있더군요. 제가 좀 무뚝뚝한데, 이 사람이 눈 뜬 후부터 잠들기 전까지 얼마나 자상하고 따뜻하게 대해주는지, 웃지 않을 수가 없답니다. 사실 저는 영화 ‘장군의 아들’도 못 봐서 어떤 배우인지는 잘 몰랐고, 그저 ‘인간 박상민’이 좋아서 결혼을 마음먹게 됐어요.”
나래씨 말에 질세라 예비 신랑도 맞장구를 친다.
“피차 마찬가지예요. 사실 저도 이 사람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본 적은 없어요(웃음). 파티에서 처음 만난 후에 영어를 가르쳐달라고 해서 나래씨가 쓴 책도 받고 이런저런 얘길 나누게 됐어요. 책도 쓰고 방송도 하고 열심히 사느라 여태껏 신랑감도 못 만났다는데, 자기 일에 당당하고 열심인 모습이 무척 예뻤어요.”
공인이기에 앞서 한 사람의 자유인이고 싶은 박상민은 데이트할 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스킨십도 하고, 영화관에도 가고, 밥도 먹고 평범한 커플처럼 연애하면서 사랑을 키워왔다.
“특별히 청혼하거나 프러포즈한 적은 없는데, 입맛이 놀랄 만큼 서로 비슷해요. 어느 날 밥 먹으러 가려고 운전하다가 ‘내가 평생 맛있는 거 많이 사줄게’ 이렇게 말한 게 청혼인 셈이죠.”
이 멋없는 남자에게 ‘꽂힌’ 신부는 오히려 가식 없고 투박한 박상민이 되려 매력적이란다. “처음엔 솔직히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였죠(웃음). 그런데 포기하지 않고 제게 정성을 쏟아줬어요. 저는 새벽에 방송을 하기 때문에 서로 생활 패턴이 정반대거든요. 새벽까지 술 마시다가 집 앞에 찾아와선 ‘얼굴 봤으니 됐다’ 이러고 가는데 그게 하루 이틀이 아니었던 거죠.”
드라마 종방 이후 본격적으로 결혼 준비
사랑이 깊어지면서 결혼을 고려하던 중에 예기치 않게 못한 결혼이 기사화됐다. 당시 SBS-TV 드라마 ‘불량커플’ 촬영으로 시간이 없어 결혼 기사에 대해 대응하거나 결혼을 본격적으로 준비할 여력이 없는 상태였다. 양가의 공식 상견례를 치르기 전이고, 예식일도 확정된 것이 아니라 공식적인 답변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 박상민의 해명. 얼마 전 드라마 촬영이 끝나고서야 상견례, 택일, 결혼식장 섭외 등을 일사천리로 진행하느라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다. 두 사람은 지난 9월 말에야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결혼을 확정지었다. 과년한 딸과 아들의 결혼을 양가에서는 흔쾌히 허락하셨다고.
“부모님이 많이 좋아하셨어요. 아버지(전직 외교부 차관)가 겉으로는 보수적이지만 의외로 탤런트 기질이 있으시거든요. (상민씨가) 어른들께 잘하는 타입이라 시간이 지날수록 점수를 많이 딴 거 같아요.”
본격적인 준비기간이 얼마 되지 않은 만큼 결혼 이후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은 그려지지 않은 상태다. 다만 30년이 넘도록 따로 산 사람이 함께 산다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은 두 사람이 공감하기에 결혼 준비가 쉽지는 않아도 아직 한 번도 언성을 높인 적 없는 둘이라고. 결혼에 골인하기까지 큰 어려움은 없을 듯하다.
주례는 ‘장군의 아들’로 인연을 맺은 임권택 감독이 맡을 예정이며, 국내외 귀빈들도 하객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사회자로는 배우 이병헌이 물망에 올랐지만 워낙 바빠 어찌 될지 모르겠다고 한다. 신혼여행은 3~4주 정도 유럽이나 미주 투어를 예정하고 있다. 신혼집은 따로 마련하지 않고, 현재 박상민이 살고 있는 집에 신접살림을 차리게 된다.
“명품 드레스나 비싼 예물을 하는 겉치레는 솔직히 필요 없습니다. 결혼 업체를 선정하느라 청담동 웨딩 거리를 오가면서 참 허황된 일들이라고 생각했어요. 무엇보다 당사자가 행복하게 잘 사는 게 우선 아닐까요.”
단호한 박상민의 말처럼 뒤늦게 서로를 알아본 두 사람이 세파에 흔들리지 않고 오래오래 사랑을 지켜가길 바란다. 결혼식은 양가 부모님의 뜻에 따라 비공개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위성은(객원기자) ■사진 / 이성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