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히트곡으로 만든 뮤지컬에 도전하는 가수 왁스

자신의 히트곡으로 만든 뮤지컬에 도전하는 가수 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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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하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왁스가 뮤지컬 배우로 데뷔한다. 로맨틱 뮤지컬 화장을 고치고’의 여주인공 자리를 꿰찬 것. 자신의 히트곡을 모아 만든 뮤지컬이라 부담이 클 법한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가 보다. 왁스의 노래, 뮤지컬, 사랑, 외로움에 관한 솔직하고 당당한 고백.


자신의 히트곡으로 만든 뮤지컬에 도전하는 가수 왁스

자신의 히트곡으로 만든 뮤지컬에 도전하는 가수 왁스

사랑해라. 사랑해라. 그것이 상처로 끝나는 실패한 사랑이라 해도 그것이 두려워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삶보다는 훨씬 더 사람답게 사는 삶일 테니….”

강렬한 빨간 색상이 인상적인 원피스를 입고 무대에 올라 독백하는 왁스(31). 처음에는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안정을 되찾았다. 리허설이 끝날 무렵 무대 위에는 ‘가수’가 아닌 ‘뮤지컬 배우’ 왁스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처음 리허설을 할 때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원피스에 리본을 묶고 얼른 나가야 하는데, 리본이 잘 안 묶어지는 거예요. 그거 때문에 헤매고 있으니 보다 못한 남자 배우가 와서 리본을 묶어줬다니까요. 그러다 무대에 나갔으니 허둥댈 수밖에요. 원래 잘 덤벙대요(웃음).”


내 노래로 만들었기에 의미가 남달라
왁스가 뮤지컬 배우로 데뷔한다는 소식은 무척 뜻밖이었다. 지금까지 6장의 앨범을 내며 가수로 왕성하게 활동한 그녀에게는 ‘노래’만이 전부인 듯 보였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더라고요. 하지만 뮤지컬에 대한 막연한 관심은 있었어요. 국내에서는 물론이고 외국 여행 가도 뮤지컬은 챙겨봤으니까요. 인상 깊은 뮤지컬을 볼 때마다 언젠가는 꼭 하고 싶다고 생각했죠.”

로맨틱 뮤지컬 ‘화장을 고치고’는 기존의 음악을 활용해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그동안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왁스의 노래 중에서 뮤지컬로 만들면 좋을 만한 곡들만 모았다. 처음 제작진으로부터 뮤지컬에 출연할 것을 제의받은 왁스는 거절했다.

“완벽주의자는 아니지만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노래와 뮤지컬, 두 개는 다 못할 것 같은 생각에 ‘안 하겠다’고 말했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는 거잖아요. 본업인 노래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자신의 히트곡으로 만든 뮤지컬에 도전하는 가수 왁스

자신의 히트곡으로 만든 뮤지컬에 도전하는 가수 왁스

당시 왁스는 오는 11월에 발표할 7집 앨범 준비에 한창이었다. 지난해 말 ‘사랑이 다 그런 거니까’로 활동을 마친 뒤 오랫동안 쉬었기 때문에 팬들을 만나고픈 마음이 컸다. 이에 뮤지컬 도전이라는 꿈은 잠시 미뤄두기로 했다.

하지만 뮤지컬에 대한 열망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았다. 언젠가 꼭 한번은 도전해보고 싶었던 뮤지컬. 게다가 뮤지컬 제목까지 자신의 히트곡 ‘화장을 고치고’이지 않은가. 욕심이 생기는 건 당연했다.

“내 노래로 만든 뮤지컬이라는 의미가 크게 와 닿았어요. 원래 내 얘기는 아니지만 주인공 이름이 조혜리(왁스의 본명)인 것도 한몫 했고요. 어느 순간 욕심이 생겨서 도전하기로 맘먹었죠.”


새로운 것을 배워나가는 재미
왁스는 쟁쟁한 뮤지컬 배우들과 겨룬 오디션에서 통과했다. 80여 명 중에서 총 4명이 여주인공으로 선택됐고, 왁스도 그중 한 명이 됐다. 그게 어떤 분야든 새로운 것을 한다는 건 힘들다.

“연습 첫날에는 모든 게 낯설었어요. 배우와 스태프는 물론이고 대본이라는 것도 처음 봤으니까요. 대본 리딩을 하는데 남들 앞에서 읽는 것 자체가 너무 창피한 거예요. 그런데 첫날만 그랬지, 다음부터는 바로 적응했어요. 새로운 것을 하나하나 배워간다는 게 참 재밌어요.”

그렇다고 마냥 좋기만 한 건 아니다. 우선 체력적으로 힘들 때가 많다. 자신의 실수로 인해 작품 전체가 망가질 수도 있다는 걱정도 된다.

“사실 노래할 때는 실수를 해도 이렇게 저렇게 해서 (티 안 나게) 넘어갈 수 있어요. 하지만 뮤지컬은 달라요. 대사와 동작 등 모든 것이 다른 사람들과의 약속이다 보니 내 작은 실수로 인해 자칫 작품 전체가 망가질 수 있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뮤지컬 배우는 참 대단한 것 같아요.”

왁스의 가창력이야 두 말 하면 입 아플 정도니 그냥 넘어간다손 치더라도 연기에 대한 부분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부담스러운 걸 무엇보다 싫어한다는 그녀는 자연스러움을 강조했다.

“부담스러운 영화를 싫어해요. 뮤지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죠. 보는 사람이 부담스럽게 느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연기하려고 노력했어요. ‘첫술에 배부르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에 잘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로맨틱 뮤지컬 ‘화장을 고치고’는 워커홀릭 플로리스트 혜리와 바람둥이 지섭의 유쾌한 사랑 이야기다. 서로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이웃 남녀 지섭과 혜리가 채팅을 통해 만난 뒤 대면하면서 벌어지는 상황을 재치 있게 그린 작품.

“혜리는 사랑의 상처를 몇 번 겪었으면서도 운명적인 사랑을 꿈꿔요. 나와 비슷한 구석이 있는 여자죠(웃음). 연습 초반에는 사랑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면서 연습하곤 했어요. 그런데 연습을 거듭할수록 그런 감정이 시들해지더라고요.”


이상형은 서로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
문득, 그녀가 생각하는 사랑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과연 그녀는 어떤 사랑을 꿈꿀까.
“예전에는 사랑에 있어서도 원하는 게 참 많았어요. 자상하고, 유머러스하고, 함께 쇼핑할 수 있고 등등. 하지만 지금은 나란히 걸어갈 수 있는 남자라면 좋겠어요. 서로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진정한 동반자 말이에요. 왠지 이 뮤지컬 하면서 그런 남자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쌀쌀한 바람에 마음까지 시려오는 가을이지만 왁스는 그다지 외롭지 않다고 한다. 워낙 외로움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뮤지컬과 7집 앨범 준비에 집중하느라 외로움으로부터 잠시 떨어져 있는 상태란다.

뮤지컬 ‘화장을 고치고’는 10월 16일부터 시작해 내년 2월 말까지, 대학로 라이브극장에서 공연된다. ‘가수’가 아닌 ‘뮤지컬 배우’ 왁스. 그녀가 전파하는 러브 바이러스가 가슴을 따뜻하게 해줄 것이다.

글 / 김민정 기자 사진 / 이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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