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싱글 ‘다가와’ 발표 앞둔 가수 이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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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 애창곡 베스트인 포플러 나무 아래’, ‘늘 지금처럼’은 이예린을 수식할 때 빠지지 않는 노래들이다. 풋풋한 목소리로 사랑받았던 스무 살의 이예린이 4년 4개월 만에 싱글 앨범 ‘다가와’를 발표하고 다시 무대에 선다. 데뷔 후 14년이 흘렀다. 한국 대중음악 ‘판’도, 그도 변했다.


새 싱글 ‘다가와’ 발표 앞둔 가수 이예린

새 싱글 ‘다가와’ 발표 앞둔 가수 이예린

세월이 갈수록 가치를 더하는 와인처럼
이예린을 만난 곳은 삼청동 골목 어귀에 숨어 있는 작은 재즈바. 낡은 소품과 오래된 나무 기둥 사이로 무대가 있다. 오래된 업 스탠드 피아노의 덮개는 열려 있고, 벽에는 시디가 가득이다. 연주자가 없는 악기들은 한가하다. 이예린은 “노래를 부르고 싶어진다”며 와인을 주문했다.

“자주, 많이 마시지는 않지만 마셔야 할 때는 조금 마셔요. 레드보다는 화이트와인을, 그보다는 샴페인을 좋아하고요. 강렬하고 톡 쏘는 느낌이 좋잖아요.”

‘포플러 나무 아래’로 데뷔했던 당시 그는 스무 살이었다. 1974년생, 올해 서른넷이다. ‘원더걸즈’나 ‘소녀시대’같은 아이돌 그룹에 비하면 ‘언니’지만, 그렇다고 많은 나이도 아니다.

“나이를 확실하게 하고 싶어요. ‘데뷔 14년’이라는 것만 기억하는 분들이 많아요. 데뷔 때를 이십대 중반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제 나이가 벌써 마흔 가까이 된 줄 아시거든요(웃음).”

1집의 소녀 같은 분위기에 이은 2집 ‘늘 지금처럼’의 그는 도발적이었다. 노래도 인기였지만, 안무도 화제였다. 싱글 앨범의 타이틀인 ‘다가와’도 무대와 퍼포먼스를 상상하게 만드는 노래다. 경쾌한 스윙 리듬에 맘보를 섞었다. 솔로보다는 군무(群舞)가 어울린다.

“뮤지컬 ‘찬스’에 출연하면서, 춤 출 수 있는 노래를 한다면 꼭 뮤지컬의 한 장면처럼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다가와’도 그래요. 뮤지컬 ‘시카고’의 한 장면처럼, 댄서들도 모두 배우처럼 옷을 갖춰 입고 연기하는 듯한. 객석에서도 어느 한 동작은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대를 연출할 계획입니다.”

두 번째 수록곡 ‘내 머리가 이렇게 나빠요’는 발라드다. 직설적인 표현의 제목과 가사는 처음에만 어색했다. 댄스와 알엔비, 미디엄 템포의 곡을 불렀던 목소리는 톤을 찾기가 쉽지 않았지만, 반복해 노래를 부르는 동안 어울리는 색을 찾았다. 그간 성숙한 이예린의 목소리는 가사와 어울리는 호소력을 확보했다.

“‘나에게도 이런 색깔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흐뭇하고, 맘에 들어요. 아무래도 연륜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사랑도, 이별도 경험했을 것 같은.”

이예린은 “여자는 와인과 닮았다”고 말했다. 막 병에 담긴 어린 와인은 상쾌하고 도전적이다. 다양한 맛과 향이 혀 위에서 격하게 만난다. 적절한 온도에서 숙성과정을 거치면 더 깊은 매력을 낸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매겨지기도 한다.

새 싱글 ‘다가와’ 발표 앞둔 가수 이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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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도 그런 것 같아요. 너무 일찍 열리거나, 그래서 상처입거나, 자신을 케어하지 못하면 제 매력을 갖지 못하고 망가지지만 사랑으로 오래 숙성되면 세월을 더해갈수록 예뻐지니까요(웃음).”

4년 4개월의 ‘괴로운’ 휴식
10월 18일 발매된 새 싱글도 사실은 예정보다 늦었다. 지난 4월 발매 예정이었다. 경쾌한 스윙곡인 ‘다가와’로 여름을 한층 뜨겁게 달구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조용했던’ 지난 4년간, 몇 번이나 앨범 작업이 미뤄졌다.

“좋은 회사를 만나는 데 오래 걸렸어요. 여러 가지를 조율하는 데도 시간이 걸렸죠. 체계적인 회사이다 보니, 소속된 가수별로 앨범을 발매하는 순서도 정해져 있고, 그 과정에서 조금 기다려야 했던 것도 있었죠.”

눈에서 멀어졌던 4년도 바쁘게 지냈다. 뮤지컬에 출연하면서 자신이 ‘음악인’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여행도 다니고, 가까운 친척과 함께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하기도 했다. 배우고 싶었던 것도 맘껏 배웠다. 요리 공부도 했고, 요가와 테니스로 건강관리도 했다.

“경험해야 했던 것들을 호기심 있게 많이 접했어요. 이모 따라 등산도 자주 가고, 영국에는 친언니 같은 화가 언니가 있어요. 거기 머물면서 ‘여기서 재즈스쿨을 다니면서 영어도 배우고, 노래 공부도 할까’하는 생각도 했죠.”
런던에서 봤던 뮤지컬은 이예린을 자극했지만 한국에 돌아오면 다시 한국어로 노래하고 싶어졌다. 평범한 직장인은 생각하기 어려운 ‘휴식’이었지만 마냥 편치만은 않았다. 무대를 떠나면 노래를 부를 수 없다는 고통도 생각보다 컸다. 인생의 대부분을 보낸 무대에 설 수 없다는 현실이 힘들었다.

“집에서 음악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참을 수 없이 속상하고 슬펐죠. 인생의 대부분이었던 곳을 특별한 이유도 없이 못 가고 있었으니까요. 좋아하는 곳에 3분 50초 동안 서지 못한다는 것이 슬퍼서, 더 열심히 다른 것을 배우고 다녔어요.”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홈페이지에 들어오는 팬들은 곧 그의 새 앨범이 나온다는 기사를 보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응원할게요’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러다 발매가 늦어지면 화를 내는 팬들도 있었다. 우울한 날은 하루 종일 집에서 음악만 들었다.

“비가 왔던 것 같아요. 섭섭하고 서운해서, 음악을 들으면서 와인 한 병을 땄어요. 잘 마시지도 못하면서, 기분 전환을 하려고. 영국에서 사온 맛있는 와인이 있었거든요(웃음). 오후 6시쯤이었나….”

답답한 마음을 호소할 곳도 없었다. 혼자 삭여야 했다. ‘이 회사는 왜 이렇게 됐을까, 어딜 가야 할까’를 생각했다. 활동을 ‘중단’한 적도, ‘은퇴’한 적도 없는데 무대에 설 수는 없었다. 그렇게 6시간 동안 혼자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 잠든 날이 있었다.

“그분들도 제가 미워서 그랬던 것은 아니니까 원망할 수도 없고. 속은 상하고 시절은 가고. 하지만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성숙한 것 같아요. 상대방 입장도 헤아릴 줄 알게 되고, 합리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서 노력도 하고(웃음).”


새 싱글 ‘다가와’ 발표 앞둔 가수 이예린

새 싱글 ‘다가와’ 발표 앞둔 가수 이예린

마음 가득 담긴 욕심은 무대에서
싱글 앨범에 담긴 세 곡으로 4년 4개월을 담아내는 데 아쉬움이 남지는 않았을까 생각했지만 기우였다. 알토란 같은 세 곡을 뽑았다. 음반 시장의 흐름을 감안한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발라드곡만 40곡을 받았어요. 섭섭함은 없어요. 정규앨범을 만들면 묻히는 곡들이 있잖아요. 타이틀곡을 빼면 나머지 곡들은 그냥 ‘채우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모든 노래에 마음을 담아 부르는데, 미안한 마음도 들고요. 곡들에게도, 팬들에게도.”

스윙이나 맘보는 대중이 외면하기 쉬운 장르지만 용기 있게 도전하고 싶었다. 라틴음악에 대한 욕심은 새로이 편곡된 ‘늘 지금처럼’에 담았다. 보사노바 느낌을 살려 다시 새로운 노래가 됐다.

이예린은 지금껏 보여진 것보다 더 큰 욕심을 간직하고 있다. 계획하고 있는 콘서트에서는 그 욕심을 한껏 펼쳐 보일 예정이다. 재즈와 경기민요도 그 중 하나다.

“재즈를 너무 하고 싶지만, 워낙 어려운 장르니까요. 노래를 못 부른다기보다는 묻어나는 색을 연출하기가 어려워요. 하지만 한두 곡 정도 선보이고 싶어요. 공부 열심히 해야죠. 민요도 좋아해요. 노래를 부를 때의 ‘후림’은 관객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하죠.”

아직은 머릿속에만 있는 구상이지만 ‘재즈바’를 만들고 싶은 욕심도 있다. 공연이 예정돼 있는 연주팀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무대를 비웠을 때는 직접 올라가 노래할 수 있는 공간을 그린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공간과 비슷한 그림이지만 ‘욕심’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꽤나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인다.

“좀 더 낡은 나무 느낌에, 조명도 더 아래로 떨어지고요, 푸른색으로. 저렴하고 ‘느낌’이 좋은, 여자 혼자 가서 맥주를 마셔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요즘은 애인 없으면 가기 어색한 곳이 너무 많잖아요(웃음).”
오랜만에 팬들을 만나는 마음은 두 가지다. ‘실망시키면 안 된다’는 노파심과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다’는 욕심이다.

“‘저 이예린이에요’라는 교만함도 조금은 있어요(웃음) 하지만 부족해서 실수를 하더라도, 넓은 마음으로 안아주고 가르쳐 주셨으면 좋겠어요. 전 칭찬받으면 더 잘하거든요.”

올해 서른넷인 ‘여자가수’로서의 자의식도 없다. ‘열아홉 때보다, 스물아홉 때보다 지금이 더 좋다’는 자신감은 발라드곡 ‘내 머리가 이렇게 나빠요’에 담겼다. 시간과 경험만이 낼 수 있는 목소리로 노래했다.

“싱그러움은 없어졌다고 해도, 그것이 숙성이 돼서 농후한 맛과 색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노이로제는 없어요. 그래도 여자니까, 살이 쪘으면 어쩌지? 피부가 처졌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은 있죠. 하지만 음악에 대해서는, 요즘 젊은 친구들 따뜻하잖아요. 인순이, 이승철 선배님도 많이 좋아들하시니까(웃음).”

그동안 기다려준 팬들에게는 ‘빨리 만나고 싶었다’는 말을 전했다. 음악적 자신감과는 별개로, 인간적으로 그들을 그리워했다.

스스로 ‘말썽꾸러기, 욕심쟁이, 호기심쟁이’였다는 그는, 거울을 보고 1년 동안 ‘선하게 웃는 연습’을 할 정도로 노력했다. 날카롭게 서 있던 눈매는 너그러워졌고, 모난 부분은 다듬어졌다. 한 발자욱, 더 깊어진 그를 이제는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

글 / 정우성 기자 사진 / 이명헌(프리랜서) 장소 협찬 / 삼청동 라 끌레(La 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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