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 이겨내고 2년 만에 활동 재개한 개그맨 이태식의 희망

뇌경색 이겨내고 2년 만에 활동 재개한 개그맨 이태식의 희망


개그맨 이태식이 2년 만에 MBC ‘개그야’의 ‘뽀뽀뽀 유치원 회장선거’로 돌아왔다. 악동 같은 모습은 여전하지만, 이전보다 진지해진 모습이다. 뇌경색으로 힘든 시간을 지나왔기 때문일까. 건강을 잃은 뒤 세상의 소중한 것들, 행복을 깨달은 그를 만났다.


뇌경색 이겨내고 2년 만에 활동 재개한 개그맨 이태식의 희망

뇌경색 이겨내고 2년 만에 활동 재개한 개그맨 이태식의 희망

2년 전 EBS ‘코리아, 코리아!’ 녹화 현장. 게스트로 출연한 이태식(37)에게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방송 도중 말이 어눌해지고, 손과 발도 생각만큼 움직여지지 않았던 것. 곧장 병원을 찾은 그에게 청천벽력 같은 진단이 내려졌다. 병명은 뇌경색, 좌반신이 마비된 것이다. 3개월간 입원 치료를 끝내고 4~5개월의 재활치료가 이어졌다. 그로부터 1년의 회복기. 남들에게는 간단하게 들리는 시간일 수 있다. 그러나 그에게는 죽을 만큼 힘든 시간이었다.


의지 하나로 버텨낸 고통스러운 투병 생활
한쪽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팔이나 다리가 내 것 같지 않았다. 그에게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절대 모를 공포가 엄습해왔다.

“팔이 제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으니까 지나가다 부딪쳐서 멍이 들고, 옷도 제대로 입을 수가 없었어요.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 처음에는 웃겼어요. 그 다음에는 무서웠구요. 몸의 양쪽을 다 못 쓰게 되는 경우를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되면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겠구나, 그러니 빨리 움직여서 회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재활치료는 죽을 만큼 힘들었다. 약을 먹고 낳는 병이라면 어떤 병이라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볼펜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아주 단순한 동작인데도, 땀이 비 오듯 흘렀다. 열 개의 나사를 조이다가 하다하다 너무 힘들어서 다섯 개는 몰래 성한 오른손으로 하기도 했다.

“사람마다 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재활치료는 의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빨리 걷고 싶어서 안짱다리로 걸었더니 의사가 ‘평생 그렇게 걷고 싶으면 그렇게 하라’고 했어요. 악에 받쳐서 더 열심히 했죠. 치료를 받으면서 제 스스로에게 욕도 많이 하고, 후회도 했어요. 제가 그동안 술과 담배를 정말 많이 했거든요. 가족력이 있어서 관리를 했어야 했는데…. 그래도 이렇게 빨리 올지는 몰랐어요.”

뇌경색 이후 그는 담배를 완전히 끊었고, 술도 많이 줄였다. 운동에 ‘운’자도 모르던 그가 운동을 시작했다. 식단도 고기를 줄이고 생선이나 채소 위주로 바꾸었다.

“운동을 해서 땀을 흘리니까 좋더라고요. 그전에는 몰랐어요. 주치의는 ‘오히려 다행으로 알아라. 평생 조심하면 오히려 뒤늦게 세게 맞는 사람보다 낫다’고 충고했어요. 주위 친구들 중 ‘이놈 참 위험한데’ 그런 생각을 하게 하는 친구가 있어요. ‘`담배 좀 끊어라`’ ‘`운동이라도 좀 하라`’며 잔소리를 하죠. 그래도 닥치지 않으면 모르더라고요.”

최근 한 매체를 통해서 그가 여자친구의 극진한 간호 덕분에 완쾌됐다는 이야기가 알려졌다. 그러나 그는 “여자친구 이야기는 소설”이라며 소문을 일축했다. 여자친구가 많은 위로가 된 건 사실이지만 “기사처럼 나이팅게일은 아니었다”고 한다. 이야기가 결혼으로 이어지자 그는 여자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만약 여자친구와 결혼을 하게 되면 사랑해서 결혼하는 거겠죠. 그런데 한편으로 내가 병이 있기 때문에 의지하려고 결혼하는 것이 아닐까 해서 조심스러워요. 결혼은 제가 환자라는 생각이 완전히 사라졌을 때 생각하고 싶어요.”
지금은 생활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고 일반인과 똑같이 생활하고 있지만, 늘 관리해야 하는 병이기 때문에 완쾌라는 것은 없다고 한다. 이 때문에 늘 자신의 상태에 대해 의심하는 버릇, 즉 정신적인 후유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피곤하거나 머리가 아프면 ‘혹시 그 병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팔과 다리에 감각이 있나 만져보고요. 그래도 이젠 많이 익숙해졌어요.”


뇌경색 이겨내고 2년 만에 활동 재개한 개그맨 이태식의 희망

뇌경색 이겨내고 2년 만에 활동 재개한 개그맨 이태식의 희망

“개그를 무척 사랑해요”
이태식은 지난 2년 동안 집에서 쉬면서 개그 프로그램은 거의 보지 않았다. 개그 프로그램을 보면 정말 하고 싶으니까, 보면 더 하고 싶으니까. 그는 가슴속 깊이 솟아오르는 개그에 대한 생각을 일부러 꾹 눌렀단다.

“쉬는 동안 여러 가지 생각을 했어요. ‘`방송국으로 다시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나를 불러주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개그는 미래가 불확실하거든요. 방송 3사를 다녀봐도 제가 제일 고참이에요. 그동안 공연을 구상하고 있었어요. 예전에 개그로 공연을 올렸는데 반응이 무척 좋았거든요. 뮤지컬 쪽에서도 같이하자는 제의를 했구요. 그러던 와중에 ‘개그야’에서 좋은 제의가 들어온 거예요.”

그가 요즘 하고 있는 코너는 ‘뽀뽀뽀 유치원 반장선거’. 대선을 앞두고 기획된 정치 풍자 코미디다. 정치판을 유치원 아이들의 모습에 빗대어 이야기하는 모습이 재미있다.

“의식 있는 개그맨으로 보이고 싶어서, 의식 없는 친구들과 모여서 하는 코너예요(웃음). 그동안 정치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 코너를 하면서 정치를 주제로 회의도 하고, 정치 관련 뉴스를 보게 되니 관심을 많이 갖게 됐어요. 하다 보니 정치판이 너무 웃긴 거예요. 만평이 그렇게 웃긴지 처음 알았어요.”

그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코미디는 감동을 주면서도 웃기는 내용이다. 진지한 극 속에서 확 꺾어주는 웃음. 그는 그런 것들을 사랑한다.

“코미디를 사랑해요. 정말 좋아해요. 웃기는 개그맨들을 정말 좋아하고요. 예전에는 무대에서 너무 많이 웃어서 PD한테 욕도 많이 먹었어요. 제작진에게 소위 ‘까이고’, 그래서 더 좋은 걸 만들어가고, 웃긴 게 나오면 정말 재미있고. 작업은 정말 재미있어요.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해요.”

건강을 잃은 뒤 행복을 깨닫게 된 남자 이태식. 그의 웃음은 그래서 더 값지다.

글 / 두경아 기자 사진 / 원상희 장소협찬 / 이리카페(02-323-7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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