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유치원 선생님 된 나문희의 행복한 요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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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유쾌할 것만 같은 중견 탤런트 나문희가 얼마 전 남편의 대장암 투병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이제 그녀는 다시 웃는다. 남편의 건강이 회복되고 있고, 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으며, 정말 하고 싶었던 분야의 홍보대사로 나서게 됐기 때문이다.


할머니 유치원 선생님 된 나문희의 행복한 요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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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홍조를 띤 나문희(66)가 유치원에 들어선다. “아이들을 만나는 날이라 특별히 치마를 입었어요.” 코트를 벗으며 수줍게 말한다. 하얀 재킷에 아이보리색 스커트를 차려입은 그의 모습은 봄날처럼 화사했다. “원래는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입었던 복장같이 편하게 입고 와서 아이들과 실컷 놀다 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임명장도 받고, 아이들과 처음 만나는 날이니 화사해 보이는 게 낫지 않겠어요? 그래서 밝은 색으로, 내 옷 중에서 가장 좋은 옷을 입고 왔어요. 상 타러 갈 때보다 더 신경 쓴 것 같아요(웃음).”


“3세대 하모니 교육정책 홍보대사, 정말 하고 싶었어요”
나문희는 3세대 하모니 교육정책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주관하는 이 사업은 50세 이상의 할머니들이 유치원 보조인력(하모니 선생님)으로 활동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는 홍보대사 임명장을 받고, 일일 유치원 하모니 선생님으로 나섰다. 그는 이 사업의 홍보대사 제안을 받은 즉시 흔쾌히 응했으며, 아무런 보상이나 대가 없이 활동하기로 했다.

“무척 좋은 일 같아서 응했어요. 요즘 아이들은 만날 컴퓨터 앞에만 앉아서 삭막하게 지내잖아요. 하모니 선생님이 유치원에 계신다면 어린이들이 할머니의 따뜻함과 사랑을 받으면서 정서적으로 잘 성장할 것 같아요. 이 경험은 사춘기나 청소년기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고, 그러면 사회가 더 좋아지지 않겠어요?”

이 사업은 어린이들뿐 아니라 노인들의 여가 활용에도 좋다는 생각이다.
“주변 또래 친구들을 보면 공부도 많이 하고 경험도 많은데 그것을 활용하지 못하고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 고민하거든요. 우리 남편만 해도 영어, 중국어를 잘하는데, 그 재능을 써먹을 데가 마땅치 않아요. 그래서 인사동에서 외국인들 안내라도 하라고 했죠. 봉사를 하고 싶어도 우리 같은 노인들에게는 장소가 없거든요. 그런데 하모니 선생님은 여가 활동도 되고 정부에서 한 달에 30만원씩 준다니 얼마나 좋아요.”

할머니 유치원 선생님 된 나문희의 행복한 요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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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유치원을 방문한 교육 관계자들에게 “방과 후 돌봐줄 사람이 있으면 저출산을 극복하는 데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요?”라고 직접 건의하기도 했다. 게다가 “이제 악역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다”며 홍보대사로서의 책임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돌리고 돌리고~ 불러줄까? 하이킥 목소리 내줄까?”
나문희의 등장에 유치원은 떠들썩해졌다. 대여섯 살 된 아이들은 반가운 얼굴로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거침없이 하이킥’ 때문에 어린이 팬들이 많이 생겼어요. 어딜 가나 사인해달라는 아이들이 많아요. ‘돌리고 돌리고~’ 하는 어린이도 있다니까요.”

그녀는 더 이야기할 시간도 없이 아이들의 손에 이끌려 교실로 들어갔다. 아이 하나가 동화책을 갖고 오자 그는 돋보기를 찾는다. “할머니 목소리로 읽어줄까? 하이킥 목소리로 읽어줄까?” 목소리는 금방 볼멘소리로 바뀐다. 이에 신기한 아이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책읽기가 끝나니 이번에는 여자 어린이가 실뜨기를 하잔다. 그녀는 고사리 손이 자꾸 놓치고 있는 실을 잡아 제대로 된 모양을 완성해주었다. 놀이가 어느 정도 끝나고, 어린이들의 답례 시간이 돌아왔다. 아이들은 저마다 준비한 그림 편지를 나문희에게 선물했다. 그녀는 정성스러운 편지를 받고는 선물한 아이의 이름을 일일이 불러 “고마워”라고 답했다. 손자, 손녀의 재롱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할머니 모습이었다.

“손자가 와도 30분만 예쁘고 힘들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오늘은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하모니 선생님으로 활동하려면 준비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오늘은 준비가 부족해서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게 흘러갔네요. 하다못해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동화책이라도 읽어오면 좋았을 것 같아요.”

나문희는 네 명의 손자, 손녀를 둔 할머니. 그렇기 때문에 유치원 아이들이 모두 손자, 손녀같이 예쁘다.
“손자가 세 명이고, 손녀가 한 명이에요. 막내가 아직 아기를 못 갖고 있는데, 빨리 가졌으면 좋겠어요. 막내가 아기를 낳는다면 제가 아기 안 봐주고 연기를 해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하모니 선생님들이 도와주실 거니까요. 당장 덕을 보게 생겼네요.”

할머니 유치원 선생님 된 나문희의 행복한 요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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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역할과 중요성을 강조하는 나문희. 그녀는 과연 어떤 할머니일까?
“버릇이 나빠지지 않는 한에서 잘해줘요. 그래서 아이들도 할머니를 좋아하고요. 그래도 제가 바쁠 때가 많으니 찾아와도 놀아주지 못할 때는 많이 미안하죠.”


“인생은 60부터, 내 인생은 지금 황금기예요”
지난 2007년은 나문희의 해라 할 만큼 그녀의 활약이 대단했다. ‘거침없이 하이킥’을 통해 대중의 인기를 얻었고, 영화 ‘권순분 여사 납치 사건’에서 주연을 맡아 화제를 일으켰다. 게다가 지난 청룡영화제에서는 ‘열혈남아’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동료나 후배들은 그녀를 ‘닮고 싶은 배우’ ‘이 시대 명배우’라 치켜세웠다.

“내 인생의 황금기는 60세부터인 것 같아요. 시청자들과 함께 살아왔으니 왜 그런지는 잘 아시겠죠.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 꿈이 없어지고 일할 의욕도 사라진다고 해요. 그런데 저는 아직도 꿈이 있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지금도 만족스럽게 하고 있으니 무척 행복해요.”

나문희는 1961년 성우로 데뷔한 이래 여러 조연을 거치며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 지금까지 오기 위해 부단한 노력과 관리가 필요했을 터.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은 뭐를 해야겠다’고 계획을 세워요. 정서 함양을 위해 좋은 책을 읽고,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니 음악도 듣곤 하죠. 내일 일정을 위해 기운을 조절하는 건 필수예요.”

할머니 유치원 선생님 된 나문희의 행복한 요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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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영화제에서 나문희의 짧은 수상 소감이 화제가 됐다. “메주를 잘 담그듯 연기도 곰삭게 했는데 상 역시 개봉 후 1년이 지나서 받으니 말할 수 없이 행복합니다. 아픈 우리 영감, 잘 참아주고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요.”

얼마 전 나문희가 남편의 대장암 투병으로 남몰래 마음고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날 수상 소감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던 것. 다행스럽게도 현재 그녀의 남편은 회복 단계라 한다.

“상 받을 걸 몰랐기에 불쑥 나온 말이었어요. 지난해는 아이들 아빠가 많이 아파서 힘들었어요. 이제는 회복 단계예요. 암 치료는 다 받았고 계속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데 현재 결과는 깨끗해요. 힘든 시기였지만 드라마와 영화로 박수를 많이 받으면서 무척 행복했고, 없던 기운도 솟았어요.”

나문희의 남편은 전직 영어교사 출신. 5개 국어를 할 정도로 어학에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남편의 이런 모습에 영향을 받아 TV 프로그램을 보아도 언제나 유익한 것만 본다고. 그녀에게 남편은 좋은 선생님이다. 3세대 하모니 교육정책 홍보대사가 된다고 했을 때 가장 기뻐한 것도 남편이었다.

“남편이 젊었을 때 교사였어요. 그래서인지 항상 요즘 아이들 인성에 대해 걱정을 해요. 그래서 제가 하모니 선생님 홍보대사를 한다고 하니까 아주 좋아하더라고요.”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며 나문희는 어린이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우리 아가들, 내 친구들, 이 다음에 볼 때까지 잘 있어. 안녕!” 그녀의 아이 같은 미소에서 순수하고 말간 영혼이 느껴졌다.

글 / 두경아 기자 사진 / 이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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