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인생 37년, 아들과 함께 ‘태왕사신기’ 출연한 장항선

연기인생 37년, 아들과 함께 ‘태왕사신기’ 출연한 장항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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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5일 종영된 드라마 ‘태왕사신기’는 송지나&김종학 콤비, 톱스타 배용준과 문소리, 이지아, 윤태영은 물론, 많은 조연 배우들이 3년간의 땀과 열정으로 완성했다. 이 드라마를 흥행으로 이끈 배우 중 한 명인 흑개장군, 장항선은 아들과 함께 동반 출연해 남다른 의미를 가졌다.


연기인생 37년, 아들과 함께 ‘태왕사신기’ 출연한 장항선

연기인생 37년, 아들과 함께 ‘태왕사신기’ 출연한 장항선

태왕사신기와 함께한 ‘3년간의 사투’
탤런트 장항선에게도 드라마 ‘태왕사신기’의 촬영은 그 어떤 때보다 힘들었다. 지난 3년간의 고된 촬영, 추위 그리고 배고픔, 기다림, 부상과의 싸움 등 이번 드라마는 정말 끊임없는 ‘싸움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드라마가 끝나고 나니 섭섭하다”며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갑옷이 무려 20kg이에요. 그 무거운 갑옷을 입고, 3년 동안 춥고 배고픔을 견디면서 촬영을 했더니, 속 시원한 부분도 있네요. 그래도 촬영이 끝나고 나면 서운한 감정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어요. 특히 태왕사신기처럼 시청자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면 더욱 그렇죠.”

극중 배용준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절노부 족장 흑개장군 역을 맡은 장항선은‘`거칠고, 강하면서도 충성심이 깊은 캐릭터’를 맡아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그의 실제 성격은 매우 내성적이라고 한다.

“원래 성격은 내성적인 편이에요. 하지만 연기자는 강한 연기든, 약한 연기든 모두 할 수 있는 거죠. 제 외모가 강하게 생겼는데, 배용준이 맡은 역할을 한다면 어울리겠어요? 그냥 생긴 대로 강하게 하는 거죠(웃음).”

이번 드라마는 유달리 ‘부상과 사고’가 많았다. 주연배우 배용준의 부상은 물론, 최민수, 박성웅 등 조연들까지 부상을 많이 당했던 것. 흑개장군 장항성도 말에서 두 번이나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말에서 두 번이나 떨어지고 나서는 한동안 조심해야 했죠. 배용준씨도 많이 다쳤고, 최민수씨도 크게 넘어졌죠. 특히 김종학 감독은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수술을 미루면서 촬영을 계속했어요. 정말 너무 고생이 많았죠.”


부상 심각했던 배용준, 막판 촬영은 거의 ‘대역’
최근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마지막 방송의 ‘스토리가 너무 미약했다’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장항선은 “나도 마지막 회에 대해 아쉬운 점은 있다. 하지만 그 속사정을 알기 때문에 다 이해한다”고 밝혔다.
원인은 바로 제작 시간 부족과 주연 배우들의 부상 때문이다. 특히 배용준의 부상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심각했다고 한다.

연기인생 37년, 아들과 함께 ‘태왕사신기’ 출연한 장항선

연기인생 37년, 아들과 함께 ‘태왕사신기’ 출연한 장항선

“극을 이끌어야 하는 배용준의 부상은 정말 심각했죠. 칼싸움을 하다가 손을 베기도 하고 무릎, 허리, 어깨 부상에 그동안 쌓여온 피로까지 겹쳐서 무척 괴로워했어요. 마지막 한 달은 목발 없이는 한 걸음도 걷지 못했어요. 그때부터 칼싸움과 전신 촬영은 모두 대역을 썼어요. 작품을 끝내야 하니까 병원에도 못 가고, 스태프들이 옆에서 얼마나 안쓰러웠겠어요. 배용준이 제발 조금이라도 움직여줬으면 하는 게, 모든 스태프들과 연기자들의 희망이었어요. 그 몸으로 촬영을 끝까지 마쳤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죠.”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견디고, 촬영을 끝냈다는 ‘감회’ 때문이었을까. 마지막 촬영 날, 배용준과 김종학 감독은 서로를 말없이 껴안고 하염없이 울기만 했다고. 그들을 지켜보는 스태프들 역시 눈물을 흘리면서 숙연해질 정도였다.

장항선은 배용준에 대해 “‘톱스타’지만 결코 자만하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배용준은 스태프나 연기자들에게 항상 친절하게 잘해주려고 노력했어요. 본인도 얼마나 짜증나고 힘들겠어요. 그런데 주위 사람들에게는 절대 짜증내는 법이 없었어요. 저래서 톱스타구나 싶었죠.”


흑개와 달구, 장항선과 김혁, 아버지와 아들
이번 드라마에서 장항선(본명 김봉수)은 실제 아들과 함께 드라마에 ‘부자지간’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흑개장군의 아들 ‘달구’ 역을 맡은 ‘김혁’이 바로 그의 둘째 아들이다.

하지만 김종학 감독은 물론 스태프들과 배우들까지 이러한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저는 김종학 감독과 전부터 친분이 있었기 때문에 이 드라마를 접할 수 있었는데, 아들은 ‘오디션’을 통해서 드라마에 참여했어요. 저는 아들이 오디션을 본 줄도 몰랐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내가 안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배역을 사양했는데, 김종학 감독의 권유로 하기로 마음먹었죠.”

촬영장에서 아들은 장항선을 ‘아버지’ 대신, ‘선생님’으로 불렀다. 때문에 스태프들은 이들을 좋은 선후배 사이로만 알았다. 하지만 이동할 때 항상 같은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 김종학 감독이 눈치를 챘다.

“김종학 감독이 먼저 눈치 채고 물어보니까 ‘아들’이라고 했죠. 그랬더니 왜 말하지 않았느냐고 하더라고요. 아들과 한 드라마에 출연한다는 것이 조심스러웠어요. 다른 배우들은 거의 1년이 넘도록 몰랐죠.”

사실, 그가 아들과 함께 작품에 출연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영화 ‘쏜다’에서도 부자지간으로 출연한 적이 있다. 또 개봉을 앞둔 영화 ‘더 게임’에도 같이 출연했다.

이에 대해 장항선은 “부자지간이라는 사실을 끝까지 숨기고 싶었어요.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출연해서 좋은 결과가 있으면 다행인데, 그렇지 않으면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냐’고 할까 봐 겁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숨기고 싶었죠. 이번 드라마는 아무 사고 없이 마칠 수 있어서 무척 다행이에요.”

그는 처음 아들이 연기를 한다고 했을 때 완강히 반대했다. 연기자의 길이 얼마나 힘들고, 고된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다른 일을 알아봐”라고 했다. 하지만 아버지 몰래 연기 연습을 다닐 만큼, 아들 김혁의 연기 열정은 진지했다. 이를 지켜보던 장항선은 “그럼 우선 중앙대학교에 합격해”라고 제안을 했다.

연기인생 37년, 아들과 함께 ‘태왕사신기’ 출연한 장항선

연기인생 37년, 아들과 함께 ‘태왕사신기’ 출연한 장항선

“아들이 연기를 안 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중앙대에 붙으면 허락해주겠다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진짜 합격한 거예요. 정말 깜짝 놀랐죠. 솔직히 제가 봤을 때는 아들이 연기자감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막상 아들이 중앙대에 입학하고 나니, 사실 기분은 좋더라고요(웃음).”

하지만 장항선은 아들이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하기 전에 ‘군 입대’를 먼저 권유했다. 좀 더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길 바라는 이유에서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생각하면, 마음이 바뀔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었던 것. 하지만 제대를 하고 나서도 아들의 연기 열정은 식지 않았다.

“자식이 하겠다는데 부모가 어떻게 말립니까. 그렇게 하고 싶으면 하라고 했죠. 그래서 영화 ‘`쏜다`’의 오디션을 보라고 권유했어요.”

하지만 장항선은 아들이 연기판에 뛰어든 것에 대해 ‘`고민과 걱정`’이 먼저 앞선다. 연기자의 길이 쉽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도 많다. “건방지게 굴지 말고, 불손하게 굴지 말라는 이야기를 자주 해요. 매번 ‘하지 말라’고 잔소리를 하니까, 아들은 제가 많이 늙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데뷔 37년, 한국에서 연기자로 산다는 것
장항선은 올해로 연기를 시작한 지 37년이다. 지금까지 연기자로 살아오면서 갖가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정말 방송 환경이 많이 바뀐 것을 실감한다. 이어 젊은 연기자들의 ‘한탕주의’가 정말 심각하다고 고언도 아끼지 않는다.

“우리 때는 배가 고파도 연기를 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연기를 할 때는 대사가 있으면 9백원, 대사가 없으면 2천8백원을 받았어요. 하지만 요즘 젊은 연기자들은 한 작품 가지고 떠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건 바람직하지 않죠. 연기라는 건 세월이 흘러야 진솔한 연기가 나오는 거니까요. 특히 이순재씨, 신구씨 연기를 보면 지금도 존경스러울 정도로 대단하잖아요. 젊은 사람들에게 ‘빨리 먹는 밥은 체하게 마련이다’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올해 장항선의 나이는 60세. 나이가 들고 보니 이제는 ‘가족’과 함께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먹고, 좋은 생각만 하며 사는 게 가장 행복하다. 세상살이라는 게 별게 없더라는 것.

“젊었을 때는 생활이 넉넉하지 못하니까 맛있는 것을 많이 못 먹고 살았어요. 돈 벌어서 죽을 때 가지고 가는 것도 아니잖아요. 마누라, 자식들과 맛있는 음식 먹으면서 사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식구들끼리 맛있는 먹을거리 찾으러 다니는 게 취미예요.”

그는 5년째 ‘당뇨’를 앓고 있다. 하지만 평소 ‘당뇨’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는다.
“병이 있다고, 고민해서 병이 낫는 건 아니잖아요. 저는 당뇨가 있어도 식사 조절 같은 건 안 해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게 더 안 좋아요. 당 수치는 5년 전 그대로예요. 신경을 안 쓰니까 오히려 더 이상 악화되지 않는 거죠.”
늘 긍정적이고 밝은 사고방식 덕분인지, 그는 더 이상 바랄 ‘꿈’이 없다고 한다.

“제 나이에 무슨 꿈이 있겠어요. 그냥 젊었을 때는 ‘좋은 연기자’, ‘인정받는 연기자’가 되는 게 꿈이었는데, 그 꿈은 어느 정도 이룬 것 같아요. 또 자식이 뒤를 이어서 연기를 한다니까 고맙죠. 1백50~2백 년까지 이어지는 정통성 있는 연기자 집안이 된다면, 그것도 정말 좋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그는 새해 인사를 전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건강하고 돈 많이 버세요”라는 것. 큰 욕심 없이 평범한 삶을 살고자 하는 그의 소망이 묻어나는 소박한 새해 인사다.

글 / 김민주 기자 사진 / 이주석 장소협찬 / 까사로까(02-780-8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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