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왕과 나’의 호위무사 ‘도금표’역에 한정수의 매력

드라마 ‘왕과 나’의 호위무사 ‘도금표’역에 한정수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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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들은 저마다 각자의 무게를 지닌다. 몸무게가 아니라 존재감 이야기다. 사람마다 감당해내야 하는 중력의 크기가 다르듯 각자의 존재감 또한 다르다. 언제나 눈에 띄는 존재감을 빛내는 이가 있고 겉으로 비춰지지 않지만 느낌으로 발산하는 이도 있다. 사람들은 처음엔 즉각적인 빛의 무게에 눈을 빼앗기지만 점차 그 묵직한 무게에 젖어들게 된다. ‘그림자의 무게’를 가진 사람은 그래서 매력적이다.


드라마 ‘왕과 나’의 호위무사 ‘도금표’역에 한정수의 매력

드라마 ‘왕과 나’의 호위무사 ‘도금표’역에 한정수의 매력

동료, 삶, 연기가 있는 촬영장
한정수(34)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아직까지 대중에게 ‘한정수’란 이름은 낯설다. 하지만 SBS-TV 사극 ‘왕과 나’를 보고 있노라면 화면에 그가 나오지 않더라도 그의 존재감이 느껴진다. 극중에서 그는 이름이나 외양보다는 묵직한 존재감으로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드라마 시놉시스를 받았을 때 등장인물 중 ‘도금표’ 역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주변에서도 멋진 캐릭터로 도금표와 어우동을 꼽더라구요. 다들 기대가 크다고 하셨어요.”

판내시부사 조치겸(전광렬 분)을 그림자처럼 보좌하는 호위무사 ‘도금표’ 역에 ‘묵직한’ 이 남자는 꼭 들어맞는다.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음에도 시청자에게 깊이 새겨지는 이유는 강한 외모 덕분이기도 하지만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무게감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도금표로 살아가는 일이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6개월 이상 이어지는 사극 촬영을 소화해내는 것도 힘든데 용맹한 호위무사다 보니 검술, 무예, 승마 등도 선보여야 하는 것. 액션신도 끊이지 않는다. 인터뷰 전날도 자객을 만나 위기에 처한 성종과 어우동을 구하는 액션 장면을 촬영했다. 촬영 초반에는 낙마 사고로 눈가가 찢어지는 등 드라마 촬영 내내 그야말로 온몸이 ‘수난 시대’를 겪는 중이라고 하소연한다.

“원래 몸을 움직이는 걸 좋아해서 운동을 꾸준히 해왔는데 촬영에 쫓겨서 운동도 거의 못해요. 그저 규칙적으로 밥 챙겨먹고, 특히 아침은 꼭 챙겨먹는 정도로 건강 관리 중이에요.”

몸은 힘들지만 드라마가 그에게 주는 의미는 크다. 드라마 ‘마왕’, ‘한성별곡-正’에 이은 세 번째 작품인 ‘왕과 나’는 그의 인생에 또 하나의 나이테로 새겨지고 있다.

“전광렬 선배에게 많이 배워요. 일부러 ‘이렇게 해라’고 말씀하시지는 않지만 같이 촬영하는 장면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배우게 돼요. 사극을 워낙 많이 촬영하신 분이라 시선이나 대사 같은 기술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배우로서의 자세도 제게 좋은 모범이 되어주시죠.”

촬영장 분위기도 좋아 더욱 힘이 난다. 출연자들 중 나이대가 애매하게 끼어 있는 한정수는 선배들과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분위기를 조화시키는 임무를 맡고 있다. 오만석, 고주원, 안재모 등과 촬영 후 술잔을 기울이고 축구를 하며 땀을 흘리기도 하지만 ‘선배 형님’들과도 마음이 잘 맞는다.

드라마 ‘왕과 나’의 호위무사 ‘도금표’역에 한정수의 매력

드라마 ‘왕과 나’의 호위무사 ‘도금표’역에 한정수의 매력

“나이가 중간이라 양쪽에 다 끼어 놀아요. 또 조율도 하고. 어린 친구들과는 잘 떠들지만 너무 산만해진다 싶으면 자제도 시키고, 선배들은 재밌게 해드리려고 하죠. 근데 혹시 알고 보면 양쪽에서 다 왕따 시키고 있는 거 아닌지 몰라요(웃음). 솔직히 말하면 형들하고 있는 게 조금 더 편해요. 김명수, 김하균 선배는 정말 재밌으시거든요. 집에서 첫째라 그런지 재롱떨고 그런 건 잘 못해요.”


처음 느꼈던 충격, 새로운 연기의 세계
배우로서 한정수의 프로필은 아직 소박하다. 하지만 그의 인생 프로필을 들여다보면 쉬지 않고 ‘밭갈이’를 해온 그의 삶이 배우로서 어떻게 표현될지 큰 기대를 갖게 한다. 탄탄한 몸에서 느낄 수 있듯 중학교 시절에는 축구 선수를 꿈꾸며 운동을 했고, 축구를 그만둔 뒤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에는 록에 심취해 밴드 활동을 시작했다. 디자인을 전공하던 20대 초반에도 그는 자신이 죽을 때까지 음악을 할 줄만 알았다. 그러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빠져들어 경제학과에서 공부를 했고, 그리고 지금, 그는 배우가 되어 있다.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을 줄 알고 밴드를 했더니, 그렇지도 않던데요?(웃음) 음악을 정말 좋아했어요. 그 시기는 무척 배고프고 암울했던 때지만. 그래서 밴드가 해체되고 방황을 많이 했었나 봐요. 그러다 드럼 치던 친구가 어느 날 아르바이트나 해보라고 해서 따라갔던 대학로에서 지금의 제가 싹텄죠. 그 친구에게 참 고마워요. 하하.”

뭐 하는 곳인지도 모르고 따라갔던 대학로의 한 극단에서 한정수는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충격을 경험했다. ‘이런 세계가 있었구나’ 하는 희열은 ‘뜨거운’ 그를 달아오르게 만들었고 본격적인 연기 공부로 이끌었다. 그리고 만나게 된 스타니슬랍스키의 책 「배우수업」. 운동, 음악, 디자인, 자본론, 건축학, 프로이트에 빠져 있던 그는 ‘느끼지 않으면 행동하지 말라’는 스타니슬랍스키의 ‘메소드 연기론’을 통해 오늘의 ‘도금표’가 되어 우리 앞에 섰다.

“싫증을 잘 내는 성격이라 그렇게 산 것 같아요. 그런데 연기는 싫증이 나지 않아요. 아직까지는 재미있고 본능이 찾아낸, 내게 맞는 일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배우는 무척 외로운 직업인 것 같은데 그 외로움에 익숙해져야 할테죠. 그리고 그 외로움의 온도가 좋네요.”

남자다운 외모 탓인지 유난히 그에게는 거친 역할이 많이 맡겨졌다. 하지만 고정된 틀에 갇힐까 걱정하진 않는다. 아직은 신인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비슷한 역만 하더라도 나중에는 있는 그대로의 ‘한정수’를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러브 액추얼리’를 ‘최고의 영화’로 꼽을 만큼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좋아한다는 그는 꼭 한번 그런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고 한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그가 출연한 작품마다 죽음을 맞았다는 것. “이번 드라마에서는 설영(전혜빈 분)과 멜로가 있을 것 같아 살짝 기대했는데 진행을 잘 안 시켜주더라구요(웃음). 역시나 이번에도 오래 사는 것도, 사랑하는 것도 어려울 것 같죠?”

먼 길을 돌아 찾은 그의 공간에서 존재를 발산하고 있는 한정수. 인터뷰는 끝났지만 그가 가진 무게의 잔상은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이주석 장소 협찬 / 까페 마뉴버(02-549-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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