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말문 연 ‘태왕사신기’의 헤로인 이지아

2년 만에 말문 연 ‘태왕사신기’의 헤로인 이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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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집안의 기대와 관심을 받고 태어난 아이. 최근 종영한 ‘태왕사신기’의 이지아는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방송가의 비상한 관심 속에 시작된 ‘태왕사신기’의 수지니로만 2년여를 살아온 그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2년 만에 말문 연 ‘태왕사신기’의 헤로인 이지아

2년 만에 말문 연 ‘태왕사신기’의 헤로인 이지아

이지아를 소개합니다
알려진 게 없다 보니 ‘신비주의’ 아니냐는 말을 들었고 내숭 떠느냐는 말까지 들었다. 억울하다. 작품 준비 기간을 포함해 2년 동안 촬영장이 있는 산으로 들로만 돌아다니며 일만 하다 보니 소통의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1981년 2월 2일생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을 마치고 미국으로 가 줄곧 학창 시절을 보냈어요. 비주얼, 눈으로 보는 모든 것에 관심이 많아 패서디나 아트스쿨에 입학해 디자인을 공부했어요. 연기자가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아는 분의 소개로 ‘태왕사신기’ 오디션을 보게 된 게 계기였어요.”

이지아는 뭔가 드라마틱하고 운명적인 계기가 없다는 게 민망하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낯을 꽤 가리는 편이고 사람들 앞에 나서길 즐기지 않는 이지아가 요즘 관심의 한복판에 놓이다니 세상일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사업 때문에 한국과 미국을 오가던 부모님도 큰딸 이지아가 디자이너가 될 줄로만 알았지 배우가 되리라곤 상상조차 못했다. 하나뿐인 남동생은 누나가 갑자기 유명해지는 바람에 밖에서 같이 밥 먹기가 불편하다며 푸념했다.


미술학도에서 배우가 되기까지
요즘 사람들은 손쉬운 표현으로 ‘감동이다’ ‘예술인데’ 등을 남발한다. 마치 감탄사처럼 사용하는 예술과 감동이 이지아에게는 묵직한 단어들이다.

“어릴 때부터 비주얼과 관련된 모든 것에 관심을 가졌어요. 눈으로 보는 것을 즐기고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디자인을 전공하게 됐어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까지 줄 수 있는 예술이라는 것이, 그냥 참 좋았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배우 역시 그렇더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의 연기를 보는 동안 관객은 저도 모르게 빠져들어 울기도 웃기도 하잖아요.”

마침 지인의 소개로 연기를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그래서 2005년 연기자가 되기 위해 한국으로 날아와 6개월간 30여 차례 오디션을 보고 수지니 역을 꿰찼다. 김종학 감독은 “겁이 없고 배짱이 좋다”며 그녀의 손을 들어줬다. 그렇게 합류한 ‘태왕사신기’ 촬영장에서 만난 출연진이 한류스타 배용준과 세계가 인정한 연기파 배우 문소리 등 대선배 일색이었는데도 주눅 들지 않고 잘했으니 배짱이 좋긴 하다.


나의 든든한 배후, 선배들
아시아를 뒤흔드는 ‘욘사마’ 배용준. 이지아는 그를 무척이나 섬세하고 배려 깊은 사람이라고 한다.
“배용준 선배는 다른 사람들은 생각도 못한 부분까지 배려하는, 예리할 만큼 섬세한 면이 놀라워요. 일례로, 허허벌판인 제주도 세트장에 화장실이 하나밖에 없는데 지나가다 너무 더러운 걸 보셨나 봐요. 사용하던 우리도 더럽다고 불평만 했지 청소할 생각은 못했는데, 사람을 시켜 청소해두셨더라고요. ‘일본 팬들도 오니까 정리하자’고 하면서요. 남자 배우가 여자 화장실까지 신경 써주는 게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2년 만에 말문 연 ‘태왕사신기’의 헤로인 이지아

2년 만에 말문 연 ‘태왕사신기’의 헤로인 이지아

선머슴 같은 ‘수지니’ 이지아가 ‘담덕’ 배용준의 팔짱을 덥석 끼며 애교를 부리던 ‘태왕사신기’ 속 모습이 무척 자연스러웠던 탓일까. 항간에는 ‘이지아가 배용준의 여자친구’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런 이야기 들은 적 있다”며 이지아는 크게 웃었다. 두 사람의 소속사가 같은 데다 같은 작품에 출연한 탓에 그런 소문이 난 것 같다고 일축했다.

엄격한 자상함을 보여준 배용준이 자연스럽게 감정의 선을 잡아준 촬영현장의 ‘아버지 같은 오빠’였다면 연기파 배우 문소리는 좀 더 구체적인 부분에서 가르침을 준, ‘어머니 같은 언니’다. 여전사 수지니는 목소리를 크게 내야 하는데 이지아는 작은 목소리 때문에 고민했고 문소리는 “예전에 나도 그랬는데, 발성을 바꿔 극복했다”고 조언했다.
“오랜 시간을 함께했으니 촬영장 분위기가 가족적이었어요. 게다가 오광록 사부님은 가끔 시도 읊어주셨죠. 순 우리말인 ‘달무리’란 단어도 처음 가르쳐주셨어요. 선배들 덕분에 무사히 촬영했고 결과도 그래서 좋은 것 아닐까요?”

드라마를 촬영하는 동안 이지아를 가장 괴롭혔던 것은 다름 아닌 주작의 신물인 홍옥이었다. 한 주먹에 쏙 들어오는 자그마한 목걸이지만 무게만 10돈이 넘었다. 게다가 2kg에 가까운 묵직한 갑옷까지 입으니 잠들 무렵이면 어깨가 욱신거리기 일쑤였다. 여름에는 폭염주의보가 내렸음에도 겹겹이 입은 옷에 갑옷까지 둘러쓰고 말을 타다 ‘숨 막혀 죽을 뻔’했다. 신화시대 촬영을 위해 한겨울 산꼭대기에 올라 파카 입은 스태프 사이에서 홑겹 옷을 입고도 흔들림 없는 새오의 표정을 연기했던 기억까지. 끔찍했던 그 순간이 지금은 아련한 추억이다.


본색, 이지아
선머슴 수지니와 달리 실제 이지아는 조용한 편이다. 오롯한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지면 길을 거닐거나 벤치에 앉아 책읽기를 즐긴다. 집에 있을 때는 잡음 하나 없이 조용한 분위기를 만들어둔다. 그렇게 혼자 보내는 시간의 사색이 아이디어를 낳고 여유로움이 에너지가 된다. 딱히 가슴 아픈 사랑의 상처가 없는데도 눈빛이 깊어진 것은 이런 ‘혼자 놀기’의 힘이라 한다. 혼자 설원을 질주하는 스노보드를 좋아하는 것도 그와 잘 어울린다. 대신 사람을 향해 마음을 여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고 한번 누군가를 좋아하면 오래가는 편이라 마지막으로 연애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가끔은 본능대로 옷에 가위질을 해 자기 스타일로 만들어 입기도, 얼룩덜룩한 매니큐어로 그녀만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실제로 그가 직접 만들어 오픈한 홈페이지(www.ejiah.com)에는 몽환적인 듯 신비스러운 이지아의 ‘본색’이 드러난다. 하늘거리는 원피스를 입고 눈물 흘리는 모습부터 아이라인을 따라 큐빅 장식을 한 도발적인 인상까지, 모든 것이 이지아의 ‘실제 모습’이다. 선머슴 수지니와 담덕을 사랑하는 순정파 여인, 흑주작의 모성애와 강인한 여 전사, 이들 모두가 이지아의 속에서 꿈틀대고 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기대에 맞게, 이제는 작은 행동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아요. 하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모습만을 보여주기 위해 타협하고 끌려 다니기보다는 주체성을 갖고 역할을 그려 나가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이 수지니의 현신이다. 주작의 축복이 그의 앞날에 불을 밝혀주길….


글 / 조상인(스포츠칸 연예부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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