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사업 철학이요? ‘손님을 즐겁게 하라’는 거죠.
우리 레스토랑서는 왠지 즐거워집니다”
지난 2000년 커밍아웃 이후, 요식업에 진출한 홍석천. 그가 사업가로서 뛰어난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2002년 ‘아워 플레이스’ 오픈 이후, 2007년 ‘마이 타이’를 오픈했고 지난 12월 7일에는 ‘마이 차이나’를 오픈했다. 신선한 아이디어와 세련된 감각으로 탁월한 사업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홍석천을 만나 그의 ‘창업 노하우’를 들었다 .
지난 2000년 커밍아웃 선언 후, 지금까지 그를 지탱해준 건 바로 ‘레스토랑 사업’이다. 사람들의 질타와 비난이 쏟아지고, 친한 지인들과 연락이 끊기면서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던 그에게 떠오른 아이디어는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서 사람들과 소통하자는 것이었다.
“2002년 서울 이태원에 오픈한 ‘아워 플레이스(Our Place)’는 우리들의 공간이라는 뜻으로, 돈을 벌겠다는 욕심보다 좋은 사람들을 만날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만들었어요. 당시에는 방송 출연이 모두 끊겼기 때문에 사람들이 저를 볼 수 있는 ‘내 사랑방’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던 거죠.”
하지만 처음 해보는 레스토랑 사업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 처음 1년 반 동안은 손님이 거의 없어 늘 적자였다. 수입은 없지만 인건비와 관리비, 재료비 등 고정적인 지출만 한 달에 1천만원이 넘었다. 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보다 그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은 일반 레스토랑인 줄 알고 들어온 손님이 홍석천의 레스토랑인 것을 확인하고는 바로 나가버리는 것이었다.
“제 가게인 줄 모르고 들어왔다가 저를 보고는 ‘여기 게이 바 아냐? 다른 곳으로 가자!’고 말하는 사람이 종종 있었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 정말 마음이 아팠죠. 주인이 ‘게이’라고 해서, 게이 레스토랑은 아닌데… 마음이 정말 안 좋았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홍석천의 레스토랑을 ‘게이 바’가 아닌, ‘맛있는 음식점’으로 인식하게 됐고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시선도 차츰 부드러워졌다.
“사람들이 제 진심을 알아주기 시작하는 것 같았어요. 우선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고, 분위기 좋고, 저와 언제든지 편하게 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 사람들을 즐겁게 한 것 같아요. ‘아워 플레이스’를 운영하면서 새로운 사람들도 많이 사귀었어요.”
그렇게 ‘아워 플레이스’를 5년 동안 운영하다 보니, 요식업에 대한 매력이 느껴졌다.
“저는 레스토랑이 뮤지컬 공연과 똑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무대 세팅(인테리어)을 하고, 스태프들을 가르치고, 음악과 문화를 입히고, 술과 와인을 통해 사람들이 ‘인생 이야기’를 풀어놓는다면, 이보다 더 드라마틱한 ‘공연’이 어디 있겠어요? 저는 공연장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공연 기획자’가 되는 거죠. 정말 멋지지 않아요?(웃음)”
레스토랑 비즈니스를 공연 기획과 같다고 생각하는 홍석천의 발상은 신선했다. 이어 그는 “하나의 공연이 끝나면, 또 다른 공연을 기획하는 것처럼, 또 다른 레스토랑을 오픈하는 것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드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사람들과 소통할 또 하나의 공간 ‘마이 차이나’
홍석천은 지난여름 ‘마이 타이(MY Thai)’라는 이름의 태국 음식 전문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현재 마이 타이는 사람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5년 동안 ‘아워 플레이스’를 운영하며 쌓은 노하우를 그대로 접목시킨 것이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제가 태국 음식을 좋아하기 때문에 오픈했는데 예상외로 너무 반응이 좋아서 깜짝 놀랐어요. 마이 타이가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나니까 이번에는 또 어떤 음식점을 차려볼까? 고민하게 되더라고요(웃음).”
마이 타이는 현재 이태원에서 월 매출이 가장 많은 레스토랑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성황이다. 마이 타이를 성공적으로 오픈한 홍석천이 최근 시작한 또 하나의 레스토랑이 있다. 바로 ‘마이 차이나’.
지난 10월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해 12월 7일, 서울 이태원에 ‘마이 차이나’를 오픈했다. 그는 “왜 사람들은 중국 음식점에 가면 빨리 식사만 하고 일어설까. 중국 레스토랑에서도 커피, 와인, 술 등을 마시면서 천천히 대화하면서 즐길 수는 없을까를 고민했고 그 결과 ‘마이 차이나’를 오픈하게 됐다”고 한다.
이렇게 탄생한 ‘`마이 차이나’는 전체적인 컨셉트, 인테리어뿐 아니라 세세한 소품 하나까지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컨셉트를 따로 정하지는 않았어요. 다만 중국에서는 ‘블랙’과 ‘골드’가 귀족들이 쓰는 색이라고 해서, 블랙을 중심으로 ‘레드’를 섞고, 소품들을 이용해 분위기를 연출했어요. 괜찮죠?(웃음)”
‘마이 차이나’는 곳곳에 촛불을 켜놓고 예쁜 조명을 밝혀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또 예쁜 인형 장식과 푹신한 의자, 쿠션은 아늑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바쁜 점심시간 잠깐 들러 자장면과 짬뽕을 후다닥 먹고 나가는 일반 중국 음식점이 아니라, 연인 혹은 친구들과 편안하게 담소를 나누며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생각의 역발상’으로 사람들의 시선 사로잡아
‘분위기가 좋다’고 하자 홍석천은 조명을 가리키며 ‘작은 교자상’에 조명을 달아 천장에 매달아놓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교자상을 조명으로 이용하다니…’ 그의 역발상에 자연스럽게 ‘부라보’를 외쳤다.
인테리어뿐 아니라 메뉴 선정과 요리의 맛도 그의 검열(?)을 거쳐야 한다. 음식에 쓰이는 식재료 하나까지 그가 직접 챙긴다. 이 날도 홍석천은 요리에 필요한 식재료 등을 사기 위해 남대문 시장을 한 바퀴 돌고, 인터뷰 시간에 맞춰 허겁지겁 달려왔다. 어느 집이 더 좋은지 발품을 팔아야 좋은 물건을 고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마이 차이나’에서는 다른 차이니스 레스토랑에서 흔히 맛볼 수 있는 자장면과 탕수육을 먹을 수 없다.
“평소 중국 음식에서 기름을 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자장면을 하지 않는 이유가 그거예요. 자장면은 기름과 춘장이 1:1 비율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자장면을 먹으면 항상 배탈이 나요. 맛은 있지만, 분명히 몸에는 좋지 않잖아요. 나중에 ‘탕수육’ 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 고객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자장면은 끝까지 하지 않을 생각이에요.”
대신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 잘 맞는 매콤한 음식과 치킨, 해물 등을 접목시킨 퓨전 요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리고 다음 공연을 기획하는 것처럼 또 다른 ‘레스토랑’을 계속 오픈할 계획도 있다.
“저는 ‘MY’ 시리즈로 계속 사업을 할 생각이에요. 마이 플레이스, 마이 타이, 마이 재팬, 마이 코리아, 마이 인테리어, 마이 스타, 마이 액터 등으로요. 제 의류 사이트도 ‘MY MOB’로 바꾸었어요. 혹시 아나요? 나중에 ‘마이 그룹’으로 확장될지.”
커밍아웃 이후, 얻은 것은 ‘자유’와 ‘행복’
최근 홍석천은 계속된 레스토랑 오픈으로 심신이 몹시 지쳐 있는 상태다. 하지만 지금 하는 일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건 바로 ‘홍석천은 왜 저 모양이야’라는 욕을 듣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저는 연예인인 데다가 커밍아웃까지 했기 때문에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일이 많아요. 그래서 열 번 잘하다가 한 번만 잘못해도, ‘저런 저런…’하면서 욕을 먹죠. 제가 잘못하면 저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까지 한꺼번에 손가락질 받기 때문에 제가 잘해야 돼요. 그런 차원에서 레스토랑 사업을 통해 ‘특별한 감각’을 보여줌으로써 ‘홍석천도 이런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래서 남들이 안 하는 것을 찾게 되고, 더 열심히 하게 되죠.”
“요즘은 시장에 가면, 사람들이 먼저 와서 말을 걸어요. ‘어머, 홍석천씨, 실물이 훨씬 잘생겼네’, ‘홍석천씨는 늘 솔직하고 밝아서 좋아요’, ‘사람들한테 좋은 에너지를 주는 사람인 거 아세요?`’ 등 애정 어린 말을 많이 해주세요. 저를 있는 그대로 봐주시는 거죠.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커밍아웃 이후, 그가 얻은 것은 ‘자유’와 ‘행복’이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에 항상 솔직할 수 있다는 것도 정말 큰 기쁨이다. 이젠 ‘혈액형 AB형 말띠에 몸짱 애인’이 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결혼’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저는 자유연애주의자예요. 사랑을 결혼이라는 제도에 가두어놓는 게 싫어요. 사랑에는 분명히 유효 기간이 있다고 생각해요. 사랑이 식으면 사랑이 식었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쿨하게 헤어지고 싶어요. 그게 좋은 것 같아요.”
‘커밍아웃’ 선언을 후회한 적은 없을까 궁금했다. 이에 홍석천은 “후회는 안 한다”고 단호하게 말하며 “다만 부모님께 먼저 이야기하고, 나를 이해시키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말한다. 부모님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게 무엇보다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사회의 편견보다 더 힘든 게 ‘가족’과의 갈등”이라고 전했다. 때문에 홍석천은 커밍아웃 후 7년 동안, 동성애자를 위한 인권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사업가’보다 ‘배우’ 홍석천이 더 좋아
커밍아웃 이후,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바로 ‘방송’ 일을 접어야 했던 것. 현재는 사업가로 ‘인정’을 받고 있지만,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바로 ‘연기’다.
“방송은 제가 죽을 때까지 하고 싶은 일이에요. 사람들이 직업이 뭐냐고 물을 때 ‘사업가’라고 하기보다 ‘배우’라고 답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사업은 나의 또 다른 면을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에요. 저는 ‘연기’를 할 때가 가장 행복해요. 제가 10년을 투자해서 한창 방송 활동을 할 때 커밍아웃을 선언했어요.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었죠. 마치 내 꿈을 빼앗긴 것 같았어요. 너무 아쉬워서 ‘좀 더 방송을 해보고 커밍아웃을 할 걸’이라는 생각도 많이 했죠(웃음).”
연기에 대한 식지 않는 열정은 홍석천을 다시 브라운관으로 불러냈다. 그는 오는 1월 초 방송 예정인 드라마 ‘일지매’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출연한다. 시대극인 만큼 액션도 만만치 않다. 덕분에 요즘 그는 경기도 파주에 자리한 ‘액션 스쿨’에서 연습에 한창이다.
레스토랑 세 곳의 인테리어와 요리, 메뉴 등을 꼼꼼하게 챙기는 그는 요즘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이렇게 바쁜 홍석천의 주변에는 늘 사람들이 모인다.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새로 만난 친구들을 포함해 연예인 친구도 많아졌다. 그들은 고민이 있을 때면 홍석천을 찾는다. 그는 아무리 바빠도 자신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낸다.
“언제부터인지 연예인 친구들이 ‘연애 고민’을 상담해요. 아마 제가 중간적인 입장이기 때문에 편하게 생각하는 거 같아요.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말을 옮기지 않는 스타일이라서 누구한테도 얘기하지 못하는 ‘깊은 고민’까지 털어놓게 된대요. 저는 사람들이 지치고 힘들 때 그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한때는 ‘동성애자’라는 사회의 따가운 시선이 힘들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그 때문에 사람들에게 쉽고 편안하게 다가서게 된 것 같다는 홍석천. 사회의 편견,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과 싸워 당당히 ‘승리’했을 뿐 아니라 위기의 순간에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발휘해 사업가로도 변신한 그의 활약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홍석천이 전하는 ‘레스토랑 창업’ 가이드
● 입지 선정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초보자는 일단 사람들이 많이 지나가는 곳으로, 상권이 형성된 곳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고전하기 쉽다. 그렇다고 무조건 남들이 좋다고 추천해주는 곳으로 잡으면 안 된다.
● 전략적인 노하우로는 무엇이 있나?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과감하게 해야 한다. 동네 수준에 맞춰서 하지 말고 조금 과감하게 해도 상관없다. 그리고 인테리어, 실내 음악 등에서 앞서 나가야 하는 것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뒤처져서 시작하기 때문에 자리 잡은 사람을 이기려면 특별한 무엇이 있어야 한다.
● 직원 관리는 어떻게 하나? 직원을 사장과 종업원 관계가 아니라 가족처럼 대해야 한다. 같이 술도 마시고, 인생에 대한 조언도 하고. 그렇게 사적으로 친해지면, 오랜 시간 같이 일할 수 있다.
● 사업 자본은 얼마나 예상해야 하나? 30평으로 시작하려면, 2억~2억5천만원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 사업을 하면서 철학이 있다면? ‘손님을 즐겁게 해서 보내라’는 것. 이익이 남을 것을 생각하지 말고, 손님을 위해서 서비스를 많이 해주면 좋다. 예를 들면 커피, 후식 등으로 특별한 대접을 받는다고 느끼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사전 준비 사항으로 특히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오픈하기 전에 조사를 충분히 해야 한다. 본인이 원하는 동네가 있으면, 그 동네의 모든 가게에 대해서 꿰뚫어야 한다. 잘나가는 집은 어떤 노하우가 있는지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꼼꼼히 리서치하려면 최소 한 달은 걸릴 것이다.
● 마지막으로 주의해야 할 사항? 숍을 오픈할 때는 본인이 발품을 팔아서라도 인테리어 비용을 절약하는 것이 좋다. 전문가에게 무조건 맡기는 것보다 본인이 직접 정성을 들이는 것이 더 안전하다. 또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으면 돈을 적게 들이면서 고급스럽게 인테리어를 할 수 있다.
‘권리금’에 대해서도 최대한 흥정을 잘해야 한다. 그리고 숍을 오픈한 뒤 최소한 3~6개월 동안 장사가 안 될 것을 대비해 여유자금도 필요하다. 자본금이 2억5천만원이면, 5천만원 정도는 여유자금으로 두는 것이 좋다. 돈이 계속 들어가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의 ‘전 재산’을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리고 숍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는 자리를 비우지 말고 최대한 숍에 있는 것이 좋다.
■글 / 김민주 기자 ■사진 / 원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