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팬, 배용준을 추억하다…가키누마 노리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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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팬, 배용준을 추억하다…가키누마 노리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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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의 인연 후, 일정에 없는 비밀 방문을 한
그에게 큰 감동을 받았죠”


지난해 배용준의 팬들이 연 그의 생일 파티에 유일하게 초대된 한 남성이 있다. 일본 ‘캐피털 토큐(CAPITAL TOKYU)’의 호텔리어, 가키누마 노리히코다. 그는 배용준과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사연은 지난 2004년 11월 배용준이 일본을 방문했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현지 리포트]일본 팬, 배용준을 추억하다…가키누마 노리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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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아는 배용준은 그저 사고뭉치였을 뿐
드라마 ‘겨울연가’가 히트하고 일본이 ‘배용준 열병’으로 몸살을 앓던 2004년 연말, 그가 CF 촬영 건으로 일본을 방문했다. 공항은 인파로 마비가 되고 각 방송국은 헬기를 띄우며 취재에 열을 올렸다. 극비에 부쳤던 배용준이 묵는 호텔에도 이미 팬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그때 예기치 않은 사고가 발생했다. 호텔에는 아침부터 1천 명의 팬들이 몰렸고 배용준은 이날 뒷문으로 빠져나갈 예정이었다. 배용준의 소속사 측은 모인 팬들을 간과할 수 없어 ‘여러분들이 조용히 약속을 지키면 배용준씨가 이곳을 지나 출발하는 게 가능하다’고 공지했다. 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반대로 호텔 측은 ‘여러분의 안전을 고려해서 다른 출구로 떠났습니다’라고 말해 팬들이 해산하려던 순간이었다. 그러나 소속사 측과 호텔의 의사소통 문제로 정면 현관에 배용준이 탄 차가 나타났다. 그러자 다수의 팬들이 차로 몰려들어 약 10분간 승강이가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10명이 넘어졌다. 배용준은 이 일로 사죄의 기자회견을 열었고 묵었던 호텔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때 ‘캐피털 도큐(CAPITAL TOKYU)’의 호텔리어로 일하고 있던 가키누마씨(60)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제 친구가 당시 배용준씨가 촬영하던 CF의 프로듀서였습니다. 3일간 쓸 수 있는 스위트룸 1개와 스태프 20명이 머물 수 있는 객실을 마련할 수 있겠느냐는 전화였죠. 배용준씨가 묵을 예정이라고 하더군요.”

그는 전형적인 일본 남성으로 한국 드라마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배용준이라는 사람이 누군지도 몰랐다.
“그의 이름으로 인터넷 검색을 해봤죠. 그랬더니 전 호텔에서 있었던 사고에 대한 뉴스가 나오더군요. 경비 문제도 있으니 이런 사람을 우리 호텔에 받아들이는 것은 곤란하다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전 호텔에서는 플로어 한 층을 전부 빌렸고 그를 담당하는 스태프도 따로 두 명이나 있었다. 호텔에서는 그런 조건까지 충족해줄 수 없었다. 프로듀서 친구는 그의 호텔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갈 곳이 없다고 사정했다.

1, 2 노리히코씨가 보물처럼 아끼는 두 가지를 공개했다. 배용준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과 그가 직접 선물한 친필사인. 액자에 정성껏 넣어 선물한 것에 또 한 번 감동했다고 한다.

1, 2 노리히코씨가 보물처럼 아끼는 두 가지를 공개했다. 배용준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과 그가 직접 선물한 친필사인. 액자에 정성껏 넣어 선물한 것에 또 한 번 감동했다고 한다.

“우선 친구의 부탁이었기 때문에 본사의 허락이 떨어지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결국 배용준이라는 이름의 가치를 알아준 호텔 본사 측에서 모시라는 지시가 내려왔죠.”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그의 인상 속 배용준은 ‘사고뭉치’일 뿐이었다. 그는 호텔에 도착하는 배용준을 마중 나갔다.


1년 후 인사차 찾아온 배용준
그는 일본을 방문한 세계적인 유명인을 접대했던 베테랑 호텔리어다. 그러나 배용준의 실물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그 순간을 회상했다.

“차에서 내리는 모습에서 그 어떤 스타보다 큰 아우라를 느꼈어요. 남자인 내가 봐도 멋있었죠. 말도 안 되는 말이지만 그를 호텔리어로 호텔에 취직시켰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미소가 멋졌습니다(웃음). 나도 모르게 악수를 나누고 허그(Hug)까지 해버렸죠.”

배용준을 접대한 3일간 가키누마씨는 완전히 그의 팬이 됐다. 배용준은 늘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직원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측은함도 느꼈다.

“그는 제 아들뻘 되는 나이죠. 아직 어린 그가 감당하기 힘든 여러 가지 상황이 있을 거라는 게 느껴졌습니다. 옆에서 보니 측은하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렇지만 그는 언제나 미소를 잃지 않더군요.”

그렇게 이틀이 지나고 마지막 밤이 왔다. 그는 여러 가지로 힘든 배용준을 위해 뭔가를 해주고 싶었다. 호텔에 있는 동안 내내 중화요리만 제공한 것이 안타까워 그가 좋아할 만한 요리를 마음대로 준비했다.

“그런데 그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마지막 날 저녁은 룸서비스로 먹고 싶다는 것이었어요. 직원들이 퇴근한 밤 10시 이후에 그 많은 요리를 룸으로 옮기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어요.”

가키누마씨는 거절당할 때 당하더라도 파티를 준비했다는 걸 그에게 알렸다. 식당에 도착한 배용준은 가키누마씨가 차려놓은 음식을 보고는 망설임 없이 박수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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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그냥 여기서 먹죠.”
그는 분명 촉박한 일정과 강행군 촬영으로 피곤했기에 룸서비스를 주문했을 것이다. 그러나 음식을 준비한 가키누마씨의 마음을 배려한 그의 행동에 오히려 가키누마씨가 감동을 했다.

“배용준씨는 떠나는 날 아침까지 나를 감동시켰죠. 마지막으로 배웅을 하기 위해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는데 갑자기 그가 유창한 일본말을 하는 겁니다. ‘그동안 힘드셨죠? 여러 가지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가키누마씨.”

배용준이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 일부러 일본어를 연습했다는 걸 나중에 전해 듣게 된 가키누마씨는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그는 한국으로 떠났다. 1년 후, 배용준이 또 한 번 일본을 방문했다. 가키누마씨는 그동안 배용준의 팬이 되어 그의 모든 작품을 봤다.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런데 그가 당초 호텔에 머물겠다고 했던 약속을 돌연 취소한 게 아닌가. 나중에 알고 보니 이유가 있었다.

“그때 우리 호텔에 가수 ‘비’가 머물고 있었어요. 그 소식을 전해들은 배용준씨가 팬들이 모여 소란이 일면 그(비)에게 미안한 일이라며 일부러 다른 호텔로 간 거죠. 역시 그다운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놀란 건 그 후의 일이다. 배용준이 개인적인 시간을 내 그에게 인사를 오겠다고 연락을 한 것이다.
“촬영이 일찍 끝나면 식사를 하러 방문할 것이며 늦더라도 인사하러 가겠다는 전화였어요. 유명 스타가 일개 호텔 스태프에게 인사를 하러 온다는 것이 일본인인 제 상식으로는 믿을 수가 없었어요.”

그러나 배용준은 약속을 지켰다. 그가 호텔에 도착한 시간은 밤 9시였고 전혀 일정에 없던 비밀 방문이었다. 배용준은 그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었던 것이다.

“차에서 내리는 그의 모습을 또 볼 수 있는 기회였어요. 역시 멋졌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허그를 나눴습니다. 그동안 호텔리어로서 손님에게 감동을 주려 노력해왔습니다. 그러나 손님에게 감동받기는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호텔 캐피털 도큐(CAPITAL TOKYU)는 2010년까지 리뉴얼에 들어간다고 한다. 배용준은 호텔이 새롭게 완공되면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다고. 그는 그때까지 호텔리어의 자리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한다.

글&사진 / 이유진(한류 전문 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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