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성형 모델 선발 대회. 이 수많은 논란을 낳은 행사의 참가자 중에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포항공대 출신인 서지효. 남부러울 것 없는 학벌에 현재 대기업에 재직 중인 그녀가 성형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성형을 한 건 맞는데, 생각하는 것만큼 많이 달라지지 않았어요. 언론에서는 성형미인, 성형미인 하는데 사실 억울한 부분이 있어요.”
서지효는 눈, 코, 턱, 팔, 가슴 등을 성형 수술했다. 여러 겹 있던 쌍꺼풀을 하나로 정리했고, 코는 뭉툭했던 코끝만 다듬었으며, 각진 턱은 고주파를 이용한 교근축소술로 볼륨을 줄였고, 두툼한 팔뚝은 지방흡입을 했다.
큰 수술은 없었고 많이 붓지도 않았기에 이 모든 것은 열흘의 휴가만으로도 가능했다. 휴가를 마치고 곧바로 회사에 복귀했지만 그녀의 변화를 눈치 챈 동료는 거의 없었다. 그렇게 조용히 지나가나보다 생각했을 찰라, 그녀의 성형 사실이 이슈가 되어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퍼졌다. 그녀의 성형 전후 사진은 블로그마다 퍼졌고, 기사마다 심각한 악플이 달렸다. 성형외과 전속 성형 모델로 활동할 예정이었으니 처음부터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다. 그러나 그 관심은 생각한 것보다 과도했다.
외모 콤플렉스 없었지만 더 예뻐지고 싶어
“성형 하나만으로도 이슈가 되는데, 거기에 학벌까지 알려져서 그런 것 같아요. 이런 상황을 상상하지 못했던 건 아니에요. 다만 최악의 시나리오였던 거죠. 친구들이 더 걱정이었어요. 제 기사에 악플이 많이 달려 있으니 보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이유가 생각만큼 드라마틱하지는 않아요. 외모 콤플렉스는 없었어요. 다만 지금보다 더 예뻐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지방에서 학교를 다니다 서울에 오니 예쁜 여자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그러던 중 무료로 성형을 해주고 연예계 활동도 지원한다는 소리를 듣고 귀가 솔깃했죠.”
성형 모델이 된 뒤 그녀는 화보 촬영을 했고 패션쇼에도 섰다. 요즘에는 온갖 매체부터 일본 잡지까지 인터뷰 제안이 몰려들고 있다.
“대학교 때 댄스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자주 무대에 서면서 연예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나이도 많고 키도 작고 그리 예쁜 편은 아니지만 지금이 아니면 힘든 일이잖아요.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 MC나 연기를 하고 싶어요.”
후회하지 않지만 부모님께는 죄송스러운 마음뿐
선택에 후회는 없느냐는 물음에 그녀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부모님은 제가 성형한 걸 모르고 계셨어요. 검색어 1위에 오르고 난리가 난 뒤에 알게 되셨죠. 어머니는 공무원이시고 굉장히 보수적인 분이세요. 그동안 한 번도 부모님을 실망시켜드린 적 없었는데…. 부모님 입장에서는 예쁘고 공부 잘하고 칭찬만 듣던 딸이었거든요. 그런데 한순간 날벼락같이 딸이 욕을 먹으니 큰 충격을 받으셨죠. 부모님 때문에 많이 울었어요.”
언론에는 악플에 상처를 받고 울었다고 알려졌지만, 그녀를 울린 건 악플이 아닌, 부모님의 충격이었다.
“부모님은 제가 의대를 다니다 그만두고 공대에 간다고 했을 때도 반대하지 않았어요. 항상 제 의견을 존중해주는 분들이셨죠. 이번 사건은 너무 크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시더라고요. 어머니는 속상해서 우시고, 아버지는 앞으로 사람들이 제게 선입견을 가질 게 걱정된다고 하셨죠.”
“저는 ‘해보고 후회하자’는 스타일이거든요. 도전하는 걸 좋아하고 겁도 없어요. 저질러놓고 나서는 걱정은 하지만 금방 극복하고 좋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이번에도 마음을 다잡고 나니까 즐거워요. 부모님을 안심시키려면 제가 먼저 강해져야 하겠더라고요.”
서지효의 도전 의식은 그동안의 행보에서도 드러난다.
“공부를 잘하면 당연히 의대에 가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픈 사람들을 보면 저도 아팠죠. 도저히 평생 아픈 사람을 보고 살아갈 자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다시 택한 과가 기계과였어요. 우주선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지원했죠. 도전한다는 생각이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단순했죠(웃음).”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그녀는 너무 많아서 말하기 어렵다고 한다. 현재 대기업에서 연구직으로 재직 중인 그녀는 사업에도 관심이 많다. 때가 되면 MBA도 밟을 생각이다.
“한 가지만 파도 힘든 세상인데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요(웃음). 그래도 무엇이든 몰두할 때는 열심히 해요. 이왕 모델로 뽑혔으니 연예 활동도 하고 싶고, 정식으로 경영 공부를 해서 기업 경영도 하고 싶어요.”
우주선 제작, 사업, 연기… 아름다워 보이고 싶다는 소망도 많은 꿈 중 하나였을 터. 그녀의 도전 의식만큼은 신선하게 느껴졌다.
■글 / 두경아 기자 ■ 사진 / 이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