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수하고 정감 있는 말투로 시청자들의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는 만능 엔터테이너 김성환(58). 그가 지난해 연예인 최초로 문광부 훈장을 받았다. 또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대학을 졸업하고 이제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새로운 인생에 도전하고 있다. 김성환의 파란만장 인생 이야기.
김성환은 현재 MBC-TV ‘내 고향 지금은’을 11년째 진행해오고 있다. 지난해 4월 말까지 진행한 교통방송의 라디오 프로그램 생방송까지 포함하면 라디오 프로그램만 21년을 진행했다. 지난 2004년부터 현재까지 한국탤런트협회장을 맡고 있으며, 그 무렵 경기대학교 경영학과에도 진학했다. 최근에는 KBS-TV 일일드라마 ‘미우나 고우나’에 출연하며 연기자로서의 진면목을 과시하고 있다. 이렇게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는 김성환은 “나는 일복이 터졌다”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지금처럼 바쁘게 사는 게 결코 싫다는 말은 아니다.
“아침 7시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 각종 방송 스케줄을 소화하고, 학교도 가고, 협회일도 하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지만, 전혀 힘들지 않아요. 오히려 요즘처럼 즐겁고 행복할 때가 없어요. 요즘이 정말 내 인생의 봄날이라니까요. 이제 죽어도 원이 없을 정도예요. 하하하.”
김성환은 지난해 연예인으로는 최초로 문화관광부에서 주는 화관훈장을 수상했다. 이에 대해 김성환은 “오랜 방송 경력과 가짜 학위가 판치는 연예계에서 환갑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도 학구열을 불태우는 ‘노력’을 가상히 여긴 것 같다”고 한다.
특히 아들보다 어린 젊은 친구(?)들과 학교를 다니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에 와서 대학을 다닌 이유에 대해 물었다.
“제가 1969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재수하는 중에 탤런트 시험을 봐서 탤런트가 됐어요. 1970년 3월에 처음 데뷔해서 지금까지 38년 동안 연기자의 길을 걷고 있네요. 그러다 보니 학교에 갈 여건이 안 됐던 거예요. 그래서 ‘더 나이 들기 전에 학교 가자’는 생각에 2004년 수시모집에 입학원서를 넣었고, 탤런트 김영철씨와 같이 경기대학교에 입학했어요.”
김성환은 간절히 원해서 입학한 학교였기에 다른 학생들보다 좋은 출석률을 자랑했다. 그는 등교 첫날의 감동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또 같이 다니는 학생들과 교수들 역시 김성환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해줬다며 고마운 마음도 표현했다.
뒤늦게 불붙은 학구열, 내친김에 대학원 진학
“처음 학교 계단을 올라갈 때부터 가슴이 두근두근했어요. 요즘 학생들이 학교 가는 것과는 많이 다르죠. 사회생활을 오래하다가 간절히 원해서 입학했기 때문에 모든 상황이 새롭고 남달랐죠. 정말 재미있었어요(웃음). 같이 수업 듣는 학생들에게 매일 음료수 한 개씩 돌렸고 수업을 마친 뒤에는 같이 맥주를 마시는 등 재미도 꽤 쏠쏠했죠.”
다만 아쉬웠던 점은 나이가 들어서 공부를 하다 보니 아무리 책을 열심히 읽어도 머리에 남는 게 없다는 것이었다. 그가 선택한 과는 바로 ‘경영학’이었고, 부전공으로 연극영화과를 선택했다.
“경영학은 내용이 생소하니까 수업을 듣고 나도 잘 기억이 나지 않아요. 처음에는 연극영화과를 지원할까 했는데, 살다 보니 모든 관계가 ‘경영’에서 나오는 것 같더라고요. 국가경영, 가정경영, 부부간의 경영, 연기에도 경영, 인간관계도 경영이 있어요, 그래서 경영학과에 크게 매력을 느꼈죠. 그런데 나중에 숫자가 많이 나오고 어려워져서 힘들었어요(웃음).”
올 2월 졸업을 하자마자, 그는 다시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최초로 경기대학교 대학원에 ‘MC 리포터과’가 개설된다는 것이다. 다른 학과였으면, 전혀 생각하지 않았을 텐데 ‘MC 리포터과’는 바로 김성환의 전문 분야였던 것이다.
“요즘 방송 리포터를 제대로 가르치는 곳이 없는데,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MC와 리포터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열심히 다녀보려고요.”
일 년에 ‘이글’을 네 번 하는 진기록 세워
지난해 그는 ‘이글(골프에서, 홀의 기준 타수보다 2타 적은 타수로 공을 홀에 넣는 일)’을 네 번이나 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아직 어느 누구도 세우지 못했던 기록이다. 이에 주변에서는 기네스북에 올리라는 권유까지 하고 있다.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했던 골프가 이제는 그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중한 취미생활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신기록은 뭐든지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 그의 성격 덕분에 가능했다.
“저는 항상 정말 열심히 살아왔어요. 그래서 무슨 일을 대충 해본 적이 없죠. 확실히 뿌리를 봐야 해요. 그래서 보기와는 다르게 악착같은 데가 있어요. 또 내 삶의 신조 두 번째는 (죽기 살기로) 정말 열심히 살자예요. 그래서 골프뿐 아니라 바둑도 1급, 당구도 500, 장기, 탁구도 정말 선수같이 잘 쳐요. 다 뿌리를 뽑아야 하는 성격 때문에 생긴 결과예요.”
이 같은 성격은 건강에도 해당된다. 술은 원래 마시지 않았고, 담배는 10년 전에 우연한 기회로 끊었다. 부인마저 “당신 다른 것은 다 잘하는데, 담배만은 못 끊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이 역시 모질게 끊었다. 이 밖에 걷기, 반신욕도 거의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 반신욕에 대해서는 「김성환의 웰빙 반신욕」이라는 책까지 써냈을 정도다.
현재 한국탤런트협회 회장의 역할도 그의 인생에서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2004년 처음 19대 회장을 2년간 맡았는데, 지난해 협회원들의 만장일치로 20대 회장에 재추대된 것이다. 이번 임기는 3년이다.
“협회 회원이 1천6백30명이 넘어요. 친목단체다 보니, 상업적인 활동을 할 수가 없어서 재정 상태가 좋지 않아요. 회원들의 회비로는 협회 운영이 전혀 되지 않거든요. 하지만 그런 상태에서도 ‘연기 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협회 회원들을 재교육시키고, 일자리까지 창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앞으로 남은 2년 동안 열심히 해서 협회를 반석 위에 올려놓고 싶어요.”
김성환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와 지금까지 탤런트, MC, 리포터 등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은 것을 모두 후배들에게 돌려주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앞으로는 대학원에 다니면서 협회에 모든 것을 쏟아 부을 예정이에요. 그래서 후배들에게 협회를 멋있게 넘겨주면서 계속 발전할 수 있도록 하고 싶고, 회원들에게 협회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어요.”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김성환의 2008년이 인생 최고의 봄날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 글 / 김민주 기자 ■ 사진 / 민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