⑩동대문에서 자리 잡은 구준엽

‘연예인 CEO’ 창업대박 비화

⑩동대문에서 자리 잡은 구준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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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스러움을 추구했더니, 이제 다른 곳에서
카피할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죠”


오래만에 가수 구준엽을 만났다. 방송 활동이 뜸한 그의 얼굴을 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그는 음악 활동 이외에 패션 쇼핑몰 운영으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지난 1월 중순, 동대문에 자리한 그의 쇼핑몰 Allen. A에서 인터뷰를 했다.


손님들이 와서 결혼식 갈 때 마땅히 입을 옷이 없다면서 여기서 한 벌 빼 입고 가요. 품질은 고급스러운데, 상대적으로 백화점보다는 가격이 저렴하니까 좋은 거죠.


[‘연예인 CEO’ 창업대박 비화]⑩동대문에서 자리 잡은 구준엽

[‘연예인 CEO’ 창업대박 비화]⑩동대문에서 자리 잡은 구준엽

강원래의 교통사고가 패션 사업 시작한 계기
동대문 제일평화시장에 자리한 구준엽의 옷가게 ‘Allen. A’는 두세 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지만, 넓은 매장이 부럽지 않을 만큼 깨끗한 인테리어가 한눈에 들어온다. 언뜻 보기에도 동대문의 다른 옷가게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남성복은 청바지와 기본 니트부터, 정장 스타일의 슈트까지 다양하게 갖춰져 있고, 우측에는 다양한 종류의 여성복이 진열되어 있다.

오랜만에 만난 구준엽은 여전히 건강하고 활기 넘치는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었다. 패션 사업이 그에게 얼마나 잘 맞는지 궁금했다.

“제가 어릴 때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어요. 어머니 애기로는 아기 때부터 옷 입는 걸 좋아했대요. 옷에 호기심도 많고요(웃음). 결정적으로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강)원래가 사고가 나면서부터예요. 나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패션 일을 배워보고 싶어서 뛰어들었죠.”

하지만 구준엽은 크게 일을 시작하고 싶지는 않았다. 사업에 대해 결코 성급하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 하는 사업인데, 크게 벌리면 그만큼 리스크가 크잖아요. 당시에 사람들에게 투자를 받아서 이름만 빌려주는 형식의 사업을 할 수도 있었는데, 제가 직접 ‘유통부터 제작까지’ 배워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패션 산업의 메카인 동대문시장에 매장을 차리고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원하던 대로 이제는 시장 돌아가는 상황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눈’도 가지게 됐다. 벌써 이곳에서만 7년째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덕분이다.


“사업 수완만 좋았으면, 돈도 많이 벌었을 텐데…”
일부에서는 왜 ‘클론’이나 ‘구준엽’의 이름을 걸고 사업을 하지 않느냐고 물어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는 “너무 자신을 드러내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한다. 오로지 ‘옷’으로만 승부를 걸고 싶었던, 그의 자존심 때문이다.

“나 때문에 가게를 찾는 사람들은 아주 잠깐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매장을 찾으려면, 내가 주인공이 되기보다는 ‘옷’이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매장 이름도 저와는 무관하게 ‘Allen. A’로 지었어요. 특별한 뜻은 없는데, 그냥 디자이너스럽잖아요. 하하하.”

‘구준엽’의 이름보다 ‘옷’으로 승부를 해야 한다는 그의 생각은 딱 들어맞았다. 치열한 동대문시장에서 그는 당당히 살아남았다.

아니 오히려, 그 어느 남성 브랜드보다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제 동대문에서 Allen. A를 모르면 간첩으로 여겨질 정도로 인기와 유명세를 톡톡히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Allen. A는 시장에서는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어요. 우리 옷은 다른 곳에서 ‘디자인’을 ‘카피’할 정도로 인기가 많아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제가 ‘사업적인 수완’이 없어서 사업이 좀 더 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음악을 하지 않고, 사업 쪽으로 머리가 잘 돌아갔으면 진짜 크게 성공했을 거예요.”

[‘연예인 CEO’ 창업대박 비화]⑩동대문에서 자리 잡은 구준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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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Allen. A의 성공 포인트를 짚어달라고 하니 ‘고급화’를 꼽는다. 솔직히 동대문시장에서 ‘고급’ 마케팅이 차별화가 될까 싶었는데, 꾸준히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옷의 품질이 정말 좋아요. 동대문에서 팔지만 시장 옷처럼 싼 원단으로 막 찍어내는 옷들이 아니에요. 우리 옷은 홍콩이나 일본 뒷골목의 이름 없는 디자이너가 만들어 파는 옷 같은 느낌을 주죠. 처음 일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좋은 품질’에 대한 원칙은 계속 유지해오고 있어요.”


“Allen. A가 ‘동대문의 명품’이에요”
그는 옷에 대한 자랑을 한번 시작하더니 쉽게 그칠 줄 모른다. 힘들게 낳아서 키운 자식이 한없이 예뻐 보이듯, 흐믓한 표정이다. 요즘에는 Allen. A가 ‘동대문의 명품’이라는 소리까지 듣는다.

“손님들이 와서 결혼식 갈 때 마땅히 입을 옷이 없다면서 여기서 한 벌 빼 입고 가요. 그만큼 의상이 고급스럽다는 것 아닐까요?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백화점보다는 가격이 저렴하니까 좋은 거죠. ‘명품’이 왜 좋은 줄 아세요? 바로 ‘피팅감’이 좋기 때문이에요. 우리 옷은 원단, 디자인, 피팅감, 촉감 등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가격 대비 최고의 퀄리티가 나올 수밖에 없어요.”

물론, 세계적인 유행 코드를 따라가기도 한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트렌드를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옷이라는 게 운영하는 사람의 취향을 따라가게 마련. 너무 어려 보이는 캐주얼은 취급하지 않는다. 20~30대, 즉 구준엽 자신이 입을 수 있는 옷들로 구성한다.

“옷이 처음 나오면, 제가 가장 먼저 입어 봐요. 직접 입어보고 피팅감이 좋은지 확인하고 만족스러우면 판매를 하죠.”

구준엽은 이렇게 직접 옷을 입어볼 뿐 아니라 제품의 원단 선정, 디자인, 마케팅, 홍보, 모델 등 모든 일에 관여하면서 ‘총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매장 관리는 친동생 같은 후배에게 맡기고, 일주일에 2번 정도 들를 뿐이다.

최근 들어 구준엽은 여성복까지 손을 뻗는 등 조금씩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복 사업은 그에게 쉽지 않은 아이템이다. 이미 몇 년 전 ‘안나프랑크’라는 여성복 전문 매장을 만들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한 번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이번에는 여성 전문 매장을 따로 만들지 않고, Allen. A 매장에서 여성복도 함께 시작했다.

“솔직히 여성복은 어려워요. 제가 여자들의 취향을 잘 모를뿐더러 색깔도 볼 줄 모르고, 입어볼 수도 없잖아요. 다행히 이번에는 실력 있는 여성복 디자이너를 만나서 잘될 것 같아요.”


‘클럽’이 음악, 패션, 안무 등의 아이디어 ‘창고’
아무리 사업이 잘된다고 해도, 구준엽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은 바로 ‘음악’이다. 요즘 구준엽은 DJ KOO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로 DJ 음악에 심취해 있다. 지난 연말에는 클럽에서 직접 DJ로 활약하며 ‘클럽 파티’를 갖기도 했다.

“제가 요즘 일렉트로닉 음악에 빠져 있어요. 해외 유명 DJ처럼 음악을 리믹스하는 작업이에요. 쉽게 말하면 댄스음악 같은 거죠. 이번 연말 파티에는 김건모, 박미경, 채연, 이정 등의 음악을 리믹스해서 클럽 파티를 열었는데,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원래는 그런 클럽 파티는 해외 DJ를 초청해서 하는데, 그 역할을 제가 직접 하고 싶었죠. 잘되면, 제가 해외에 나갈 수도 있고요(웃음).”

[‘연예인 CEO’ 창업대박 비화]⑩동대문에서 자리 잡은 구준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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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구준엽은 클럽 공연을 계속 해나갈 생각이라고 한다. 오는 2월 14일에는 ‘밸런타인데이’ 기념으로 워커힐호텔에서 특별 이벤트 파티를 연다. 이날도 채연, 이정, 박미경, 홍경민 등이 참가하며, 그들의 음악을 리믹스해 화려하고 신나는 파티를 즐길 예정이다. 게다가 참가비 역시 2만5천~3만원으로 일반 콘서트에 비해 매우 저렴한 편이다.

그는 클럽에서 모든 에너지를 얻을 정도로 ‘클럽’을 사랑한다. “저는 술은 안 좋아하는데 클럽에 가는 건 진짜 좋아해요. 어릴 때도 클럽 디스코 대회에서 1등을 해서 가수로 데뷔한 거고, 히트곡 ‘초련’ 등의 안무 역시 모두 클럽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거예요. 클럽에서 모든 아이템과 기획이 나오죠. 게다가 클럽에 가면 사람들의 패션까지 보고 느낄 수 있으니 사실, 클럽에는 제가 원하는 모든 게 다 있다고 봐야죠.”

심지어는 해외여행을 가도 그 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클럽들을 모두 돌아보고 온다고 하니 그의 클럽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한다.

“파티를 열어서 내가 틀어주는 음악에 맞춰 사람들이 춤을 추며 그 순간을 즐기는 모습이 제게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에요.”


“이제는 결혼보다 아이가 갖고 싶어요”
올해 드디어 마흔 살이 된 구준엽. 언제쯤 여자친구가 생겨서 결혼을 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스캔들의 주인공인 ‘채연’과는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채연과는 같은 사무실이니까 그런 스캔들이 나는 거예요. 어쩔 수 없죠. 그냥 사람들이 보기에 뭔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나 봐요. 결혼에 대한 생각은 나이가 드니까 별로 없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아이’가 갖고 싶어요. 제 분신이 생기는 거잖아요. 하하하. 그런데 배필이 없으니까 할 수 없죠.”

그에게 어떤 여자친구를 원하느냐고 물었더니 ‘제니퍼 애니스톤’ 같은 스타일이 이상형이라고 한다. ‘기대치가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쑥스러운 듯 “나도 그런 할리우드 스타를 좋아할 수 있잖아요”라며 웃어넘긴다.

하지만 가끔 구준엽은 아들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시선이 편치만은 않다는 것도 느낀다. “예전에는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없었는데 요즘 들어 TV 드라마에 나오는 여주인공을 가리키며 ‘참 마음에 든다’며 한마디씩 하세요. 그런데 슬슬 포기를 하시는 것 같기도 하고요(웃음).”

구준엽을 생각하면 근육질의 몸매에 파워풀한 댄스를 추는 모습을 연상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만난 그는 의외로 슬림한 몸매의 소유자였다. 그에게 방송에서 보여지는 모습보다 훨씬 ‘부드럽고 세련된 모습’이라고 하자 우락부락한 모습은 본인도 싫다고 한다.

“요즘에는 옛날처럼 우락부락한 체형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보는 사람이나 저나 부담이 되니까요. 그래서 살을 좀 많이 뺏죠. 지금 몸무게가 70kg이에요. 운동은 하루 30~40분 정도의 유산소 운동만 하고 있어요.”

앞으로 구준엽은 사업과 음악 이외에도 활동의 스펙트럼을 더욱 넓힐 생각이다. 과거 몇 번 도전했던 연기도 조만간 다시 시작할 생각이다. 현재 드라마 쪽으로 이야기가 오가는 것은 있으나,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어떤 역할이 하고 싶은지’ 물었더니 ‘악역’이라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연예인 CEO’ 창업대박 비화]⑩동대문에서 자리 잡은 구준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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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저를 너무 착하게만 보는 게 부담스러워서 강한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악역 같은 거요. 사람들에게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잖아요. 연기가 의외로 재미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DJ로 인정받아 해외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이자 꿈이라는 구준엽. 사업과 음악 그 어느 것 하나 소홀하지 않는 지금이 있기에 그의 꿈은 머지않아 이루질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구준엽이 초보자에게 전하는 ‘동대문 옷가게 창업’ 가이드

동대문에 가게를 오픈하려고 할 때 준비할 점?
제일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에요. 일단 망해도 좋다는 생각이 있어야 돼요. 하지만 한번 해보겠다는 마음도 있어야죠. 칼을 뺐으면 무라도 썰어야 되잖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해요. 미리 시장조사와 사전조사를 하는 것은 필수죠. 특히 주위 사람들이 “망할 거 뻔하니까 하지 말라”고 말릴 경우에는 더욱 사전조사를 철저히 하는 게 좋아요.

구준엽씨도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시장조사를 했나요?
그럼요. 남들이 어떻게 시작했는지 꼼꼼히 살펴봤어요. 직접 시장을 쭉 둘러보니까 여자 옷은 넘쳐나는데, 남자 옷은 별로 없더라고요. 그 틈새를 노린 거죠. 남자 옷을 하면 될 것 같았어요.

매장 선정이나 초기 자본금은 얼마나 들까요?
저는 세 평짜리 매장에 인테리어와 옷 등을 구비해놓는데, 총 2억원 정도 투자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인터넷 쇼핑몰이 있으니까 소액으로도 쉽게 시작할 수 있을 거예요. 저는 우리 브랜드의 옷을 만들기 때문에 돈이 더 많이 들었으니까요.

초보자들은 어떤 식으로 사전준비를 해야 할까요?
인터넷 쇼핑몰을 준비한다고 하면 다른 사이트를 최소 1백~5백 개 정도 클릭해보세요.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했는지 잘 살펴보세요. 그리고 일명 ‘대박’ 난 사이트도 모두 들어가 보고, 왜 이곳에서는 물건이 잘 팔리는지 고민해보세요. 사진은 어떻게 찍었는지, 어떤 점이 차별화됐는지 등등. 그리고 상황 파악이 끝났을 때 본인의 사업을 시작하는 거죠.

마지막으로 초보자가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뭔가요?
그냥 직접 부딪쳐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스스로 깨닫는 게 가장 중요하죠.

글 / 김민주 기자 사진 / 원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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