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용준씨 덕분에 인생이 180도 달라졌어요.
그와 닮기 위해 체중을 6kg 감량했죠”
나카가미씨는 일본 구마모토 현의 평범한 시청 공무원이었다. 그러나 현재 그는 30회가 넘는 TV 출연을 했고 급기야 영화에도 출연했다. 일본에서는 이미 유명 인사다. 그가 특별한 건 단지 외모가 배용준과 닮았다는 것. 배용준을 닮은 덕에 인생이 달라진 한 일본 남성을 인터뷰했다.
나카가미 케이스케(36)씨를 처음 본 건 지난 4월 일본 ‘후지테레비’의 아침 뉴스에서다. 드라마 ‘겨울연가’의 테마곡이 흐르며 덥수룩한 머리에 목도리를 한 남자의 영상이 비쳐졌다. 그는 묘하게 배용준을 닮아 있었다.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배용준을 따라 하는 모습에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신인 개그맨인가… 배용준을 많이 닮았군’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후에 소개된 그의 이력은 흥미로웠다. 그는 시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이었다.
이후 TV만 켜면 그가 나올 정도로 그는 일본에서 큰 화제가 됐다. 그가 영화를 찍는다는 소식을 들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지난 10월에는 최지우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 기자회견장에 간 그의 모습을 TV에서 볼 수 있었다. 배용준을 닮았다는 이유로 유명해진 그의 상황이 재밌었다. 그를 만나기 위해 동경에서 비행기로 2시간 거리인 구마모토로 향했다.
“제가 한국 언론에까지 소개될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는 한국 매체가 취재를 왔다는 소식에 깜짝 놀라며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취재에 응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이 한국어로 표기된 명함을 갖고 있었다.
“괜히 배용준씨에게 폐를 끼치는 게 아닌지, 인터뷰를 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한국분들이 저를 어떻게 보실지 두렵기도 하구요. 어쨌든 잘 부탁드립니다.”
그는 일명 ‘욘땡한사마’로 불린다. 일본어로 ‘욘’은 숫자 4를 의미한다. 즉 욘사마의 동음이의어인 4사마를 이용해 그의 별명을 4.5사마라고 정했다. 욘사마의 반만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닮았다’는 소문이 퍼지자 그를 보러 구마모토 시청까지 오는 사람들이 늘면서 소문이 날개 돋친 듯 점점 퍼지기 시작했다. 마을 축제가 있는 날이면 ‘겨울연가’ 배용준의 아이템인 안경과 목도리를 준비해 ‘욘땡한사마’로 분장하고 참가하기도 했다.
“결국 지역 방송에 몇 차례 출연한 것이 계기가 되어 공중파까지 진출하게 됐죠(웃음). 요즘은 평일에는 시청 일을 하고 주말에는 도쿄에서 방송 출연을 합니다. 정신없이 바빠졌어요.”
그런 그에게는 방송에 나갈 때 반드시 조건이 있다. 방송 내용 중 자기가 사는 마을인 아시기리초의 홍보 내용을 꼭 함께 담아야 한다는 것. 세 달 전에 촬영한 영화에서도 ‘신혼여행은 구마모토 아사기리초로 가자’라는 대사가 있었기 때문에 출연 제의에 응했다. 그의 ‘욘땡한사마’ 활동은 지역 홍보였던 셈이다. 그가 사는 마을은 천연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다.
“저는 그저 아사기리초라는 마을의 공무원일 뿐입니다. 방송인이 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어요. 제가 TV에 나옴으로써 우리 마을에 관광객이 찾아오는 계기가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단순히 배용준을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TV에 출연해 자신의 실리를 추구했다면 어땠을까? 그는 엄격한 배용준 팬들에 의해 비난당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공무원으로서 자신의 지역을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는 그의 노력은 팬들에게도 호감을 샀다.
배용준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자기계발 중
그는 배용준을 실제 만나본 적은 없지만 분명 강한 남자일 거라고 추측하고 있었다. 한없이 부드러운 것 같지만 남자들끼리만 느낄 수 있는 강함이 느껴진다고. 배용준이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하는 배우인 만큼 그도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고 싶단다. 올해 그의 인생은 외적인 환경 변화도 컸지만 배용준으로 인해 내적으로도 큰 성장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더욱이 배용준씨 팬들은 제게 아주 엄격합니다. 살을 더 빼야 한다! 이를 깨끗하게 교정해라! 머리를 깔끔하게 정리해라! 다양한 충고를 들었습니다(웃음). 그래서 다이어트를 시작했고 6kg 감량에 성공했죠.”
그는 자기 마을에 있는 배용준 팬들과 함께 한국 투어를 다녀오기도 했다. ‘겨울연가’의 배경지를 돌며 팬들에게 드라마 속 배용준의 포즈를 요구당하기도 했단다.
그는 요리를 좋아하는 독신남이다. 최지우 같은 스타일의 한국 여자는 어떠냐고 물었다. 그는 최지우가 드라마 ‘에어시티’ 홍보차 일본을 방문했을 때 그녀를 만나기 위해 기자회견에 참석하기까지 했다.
“배용준씨 팬이긴 하지만 역시 남자로서… 최지우씨가 좋습니다(웃음). 그때는 방송국의 도움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해 실제로 그녀를 볼 수 있었습니다. 키가 크고 아주 멋지던 걸요.”
‘욘땡한사마’ 활동의 최종 목표는 실제 배용준을 만나는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가능하다면 직접 자기 마을인 아사기리초에 그를 초대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팬으로서 그를 한번 보고 싶습니다. 아마 배용준씨가 이 작은 마을에 방문했다는 소식만 전해지면 일본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려들 걸요. 지역 경제가 단번에 살아날 겁니다(웃음). 그가 먹은 음식이라든지 방문했던 장소는 금세 유명세를 타니까요.”
평범한 공무원이던 그가 어딜 가도 악수와 사인 공세(한글 표기 사인을 따로 만들었단다)에 시달린다. 취재 중에도 사람들이 그를 알아보고 곧잘 인사를 건넨다. 도쿄에서, 오사카에서 그를 보기 위해 찾아온 배용준의 팬들도 여럿 있었다. 그는 단지 배용준을 닮았다는 이유로 인생이 180도 달라진 것이다. 그를 통해 일본 내 배용준의 인기를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글&사진 / 이유진(한류 전문 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