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질이? 바람둥이? 미술, 노래, 요리… 못하는 것 없는 윤상현

찌질이? 바람둥이? 미술, 노래, 요리… 못하는 것 없는 윤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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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현과의 첫 만남은 충격이었다. 연예인 같지 않은 말투와 행동 그리고 유머러스한 면까지 두루 갖춘 남자. 우리는 기껏 TV 드라마를 통해 그를 바람둥이 실장님이나 찌질이 마마보이로만 바라보지 않았던가? 그는 알면 알수록
더 흥미로운 사람이었다. 못하는 것이 없는 진정한 매력남이 바로 여기에 있다.


찌질이? 바람둥이? 미술, 노래, 요리… 못하는 것 없는 윤상현

찌질이? 바람둥이? 미술, 노래, 요리… 못하는 것 없는 윤상현

불과 3년 전이다. 윤상현(32)이 왕자님으로 연예계에 나타났다. 드라마 ‘백만장자와 결혼하기’에서 주인공 김현주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바친 PD로, ‘불꽃놀이’의 엘리트 바람둥이로, ‘독신천하’에서 모든 여자들이 원하는 조건을 다 갖춘 완벽 매력남으로 그는 남자들이 샘을 낼 만한 캐릭터만을 골라 연기했다. 서러운 무명 시절이나 조연 생활 없이 단숨에 주연급으로 발탁된 이 남자, 게다가 연기도 꽤 잘한다.

요즘 그는 김수현 원작으로 화제가 된 MBC-TV 드라마 ‘겨울새’에서 그동안의 모습과는 정반대의 연기를 펼치고 있다. 그간의 왕자님 이미지를 모두 버리고 마마보이를 연기한다. 그 덕분에 왕자님과 정반대인 ‘찌질이’, ‘쪼다새’(겨울새를 패러디한)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러나 차갑고, 냉혈한 바람둥이나 왕자님보다 찌질한 마마보이로 더 주목을 받고 있으니 이게 웬일인가! 시청자 게시판에는 연일 “윤상현씨 연기가 물이 올랐군요”, “미워할 수 없는 찌질이” 등 그를 응원하는 게시물들이 올라오고 있다.

윤상현을 오랫동안 지켜본 이라면 그에게 궁금한 것이 많을 것이다. 적지 않은 나이에 데뷔해 많은 사연을 간직하고 있을 것 같은 남자. 그러나 그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것이 없다.


Step 01 “찌질이요? 자연스럽게 연기할 뿐이에요”
드라마 방영 바로 전 윤상현을 만날 수 있었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딱딱한 말투, 차가운 눈빛, 조각 같은 얼굴선을 가진 남자의 거만함은 온데간데없다. 한마디로 연예인 같지 않은 편안한 말투와 행동, 게다가 유머까지 있었다. 그의 실제 모습을 캐릭터로 굳이 따지자면 이전의 왕자님 캐릭터보다는 ‘겨울새’의 ‘주경우’ 캐릭터에 조금 더 가까웠다. 웃는 모습이 적당히 멋있고, 재미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 그래서였을까. 자신이 맡은 역할에 아주 만족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동안 공들여 쌓아온 이미지를 하루아침에 무너뜨릴 수 있는, 더 나아가 비호감으로 전락해버릴지 모르는 캐릭터를 맡았는데도 말이다.

“그동안 제게 맡겨진 역할은 대부분 점잖은 실장 역할이었어요. 목소리 깔고 딱딱하게 연기해야 하는 그런 역할은 많이 했어요. 그래서 그런 역할의 콜이 올 때마다 ‘안 하면 안 될까요?’라고 거절했죠. 이번에 ‘불꽃놀이’를 함께 작업한 감독님이 같이 작품을 하자고 하시길래, 이번에도 또 비슷한 역할인 줄 알았어요. 거절하기 힘들까봐 걱정을 많이 했죠. 그런데 시놉시스를 받아보니 단번에 마음에 들더군요. 무조건 하겠다고 했어요.”

윤상현은 변신이 너무도 즐거운 모양이다. 드라마에서 어머니와 아내 사이에서 번민하고 괴로워하는 역할이지만 그 나름의 길을 잡아가고 있었다.

찌질이? 바람둥이? 미술, 노래, 요리… 못하는 것 없는 윤상현

찌질이? 바람둥이? 미술, 노래, 요리… 못하는 것 없는 윤상현

“드라마에서 굴욕 장면이 많이 나와요. 제대로 망가지죠. 어릴 때부터 마마보이로 자라 주변머리가 없고, 엄마가 시키는 대로 다 하는 약한 아들이죠. 엄마한테도 많이 맞아요. 아내를 떠받들다가도 맞고, 치근대다가도 맞고… 이제까지와는 제대로 상반된 역할이에요. 그런데 재미있는 장면도 많이 나와요. 저는 이 드라마가 멜로드라마가 아닌 시트콤이라고 생각하고 촬영에 임해요. 촬영장 가는 것이 무척 행복해요.”

드라마 속에서 윤상현의 연기는 너무나 리얼하다. 역할에 완벽하게 몰입하기 위해 머리 스타일도 어수룩해 보이도록 바꾸고, 모델같이 당당한 표정이나 자세도 완벽하게 버렸다. 이제까지 그를 눈여겨보지 않았던 사람들은 완전히 다른 사람, 처음 보는 연기자라고 생각할 정도다.

“캐릭터를 위해 특별히 누군가를 모델로 삼거나 연구하지는 않았어요. 평소 집에서 어머니께 하는 대로 편하게 연기해요. 최대한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박선영과의 러브신에 대해서도 살짝 귀띔한다. 러브신 역시 시트콤 수준이다.
“러브신이요? 침대에서 만날 합니다. 대본 상에 나오는 러브신은 어마어마해요. 경우라는 캐릭터가 정신병자와 같은 집착이 있어서 러브신도 그런 것 같아요. 장난이 아니에요(웃음).”


Step 02 “이제야 연기가 뭔지 알 것 같아요”
드라마 ‘겨울새’에 출연한 지 다섯 달. 그동안 그는 주어진 캐릭터를 완성해가고 있다. 악역이지만 밉지 않은, 인간적인 캐릭터다. 그 덕분에 그는 아줌마 팬을 많이 얻었다. “그렇게 엄마, 엄마 찾아서 어디 장가는 가겠느냐며 걱정해주는 아주머니 팬이 있는가 하면, 경우가 찌질 마마보이로 나와서인지 식당에 가면 아주머니들이 이것저것 많이 먹으라며 잘 챙겨주신다”고. 이 정도면 왕자님 이미지를 과감히 버린 보람이 있을 듯하다.

드라마가 시작될 무렵 윤상현을 만나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요즘 감정 연기에 몰입하고 있어서 인터뷰는 어렵다”며 약속을 뒤로 미뤘다. 그후 몇 달을 기다렸다. 그가 얼마나 이 역할을 원했는지, 지금의 경우를 연기하기 위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기 때문에 그와의 만남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그와 인터뷰를 하게 됐다.

“인기요? 아직은 잘 못 느껴요. 다만 끝까지 열심히 할 뿐이죠. ‘한국의 기무라 타쿠야’ 그런 별명에 대해서, 또 제 기존의 이미지에 연연해한다면 연기자를 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앞으로 더 폭넓은 연기를 할 거니까요.”
의외로 진지한 대답. 드라마를 시작하기 전과는 또 다른 분위기다.

“‘주경우’라는 인물을 이해하는 데 꼬박 세 달이 걸렸어요. 지금은 제 역할에 대해 애정도 있고, 이해하는 편이죠. 그는 효자고 착한 사람이지만, 주관적이지 못하고 한마디로 덜 성장한 남자예요. 그러나 사랑에 있어서는 정말로 순수하고 나름 생각이 있는 사람이죠. 이번 드라마를 통해 이제야 연기가 뭔지 조금 알게 되는 것 같아요.”
거의 반년에 가까운 여정 동안 그는 한층 성숙해져 있었다.


Step 03 ‘파란만장 미스터 윤’의 이야기
윤상현은 서른 살이 될 때까지 연예계와 먼 삶을 살았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고, 졸업한 후에는 광고회사에 다녔다. 회사를 그만두고는 장사를 시작했다. 전공이 디자인이고 손재주가 있던 터라 동대문에서 옷을 만들어 팔기도 했고, 모 여대 앞에서 분식집을 운영한 적도 있다.

그렇게 서른이라는 나이를 채워가던 중 운명과도 같은 기회가 다가왔다. 음악 마니아였던 그는 인터넷 카페 활동을 하다가 카페 회원이었던 연예계 관계자와 인연을 맺게 되고 연예계 데뷔를 제의 받았다. 처음에는 망설였다. 새 음식점 오픈을 준비 중이었기 때문이다. ‘음식점은 나중에 차릴 수 있어도 연예계 데뷔 기회는 다시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그는 연기자의 길을 선택했다. 여기까지가 ‘파란만장 미스터 윤’의 이야기다. 그는 운을 믿는다. 특히 연예계에서는 더더욱.

찌질이? 바람둥이? 미술, 노래, 요리… 못하는 것 없는 윤상현

찌질이? 바람둥이? 미술, 노래, 요리… 못하는 것 없는 윤상현

“모험을 그다지 즐기는 편은 아니에요. 지금까지 온 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연예계는 운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거든요. 그다지 잘생기지도 않았는데, 이렇게까지 된 건 운이 많이 작용한 거겠죠.”

그는 연기 수업 한번 받아보지 않았고, 조연부터 차곡차곡 올라온 것도 아니다. ‘끼’가 없었다면 할 수 없었던 일이다.

“제게 끼는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잘 아시다시피 끼가 아무리 많아도 연예계에서는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힘들잖아요.”

데뷔 3년 만에 많은 것을 이룬 듯하지만, ‘운’이나 연예계의 생리에 대해 터득한 걸로 보아 나름 마음고생을 겪은 듯하다. 혹시 식당을 차리려던 그때, 연예계 권유를 받기 바로 전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을까?

“지금의 연기자 생활에 만족하고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어요. 후회요? 왜 없겠어요. 그렇지만 지난날을 떠올리지 않으려 해요. 지금이 행복한 걸요. 과거 다양한 일을 했던 경험에 대해서는 다행스럽게 생각해요. 경험은 연기자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보약이에요. 경험 없이는 연기가 깊이 있게 나올 수 없거든요. 지금도 연기자로서 여러 가지 경험을 해보려고 해요.”


Step 04 “시속 80km로 달리는 중형차 같은 배우이고 싶어요”
더 거슬러 가보자. 그는 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을까? 그의 대답은 기대와는 정반대였다.
“말 없고 지극히 내성적이고, 혼자 상상하기를 좋아하는 아이였어요. 제 세계에서 음악과 미술을 표현하고 노래하곤 했죠. 지금 생각하면 평범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이성에게도 별로 인기 없었고요. 그다지 들려드릴 에피소드는 없네요.”

예술적인 끼는 어려서부터 타고난 듯하다. 노래 실력도 수준급이라 김정은이 주연을 맡은 드라마 ‘루루공주’ OST에 참여하기도 했다. 노래에 요리, 패션 감각까지 뛰어나다니, ‘팔방미인’이 무색할 지경이다.

불행한 소식 하나. 그가 열연하고 있는 ‘겨울새’의 종영이 한 달 앞당겨질 거라고 한다. 애청자들은 벌써부터 조기 종영을 반대하고 나섰다. 반년 동안 계속된 여정을 마감하는 것에 대해 정작 그는 의외로 담담하다. 아쉬움 속에 종영되더라도 그는 또 다른 캐릭터를 담기 위해 그만큼의 노력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드라마가 끝나면 무조건 등산을 가요. 낚시나 등산이 제겐 마음속 지우개 역할을 해주거든요. 다른 배역을 위해서라면 아무리 애착이 갔던 캐릭터라도 마음속에서 지워야 하기 때문이에요.”
문득 그의 꿈이 궁금해졌다.

“너무 튀지 않고 무난하게 시속 80km로 달리는 중형차 같은 배우이고 싶어요. 제 꿈이요?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가족들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 거죠. 아직은 인연을 못 만난 것 같아요. 인연을 만나면 좋은 소식 알려드릴게요.”

이제 막 알을 깨고 나오는 과정에 있는 배우 윤상현. ‘주경우’를 완성한 뒤에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그간 쌓은 내공을 신뢰하기에 일단 지지해본다. 행여 그게 가수든, 요리사든, 디자이너든 뭐든 간에.

글 / 두경아 기자 사진 제공 / 엑스타운 매니지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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