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진출 그리고 멈추지 않는 전진 월드스타 김윤진

할리우드 진출 그리고 멈추지 않는 전진 월드스타 김윤진

“나는 ‘운’이 좋은 배우. ‘힘들다’ 말하는 건 사치죠”


언제부터인가 ‘김윤진’은 잡을 수 없는 이름이 되어버렸다. 마치 누군가 우주선에 넣어 지구 밖으로 쏘아 올린 것처럼. 그렇게 그녀는 할리우드라는 우주의 별이 됐지만 정작 그녀는 할리우드와 월드스타라는 무게에 압도당하지 않는다. 한국에선 ‘여전사’로, 할리우드에선 ‘Sun’으로, 두 얼굴로 살아가는 김윤진을 만났다.


할리우드 진출 그리고 멈추지 않는 전진 월드스타 김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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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cation on a Strike
할리우드 작가들은 파업 중이었다. 그녀는 덕분에 휴가를 얻었다. 여유로운 그녀는 미소 짓지 않아도 미소가 느껴졌다.

“본의 아니게 휴가를 냈어요. 파업 때문에 방송이 모두 중단됐거든요. 덕분에 이번엔 좀 여유롭게 쉴 수 있게 됐네요.”

지난번 영화 ‘세븐 데이즈’ 홍보차 귀국했을 때는 지금 같은 휴식은 꿈도 못 꿨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차 안에서 메이크업을 하고 바로 무대로 달려갔다.

“단독 주연이라 부담이 컸어요. 여자 원 톱은 안 된다는 징크스가 있잖아요. 혼자 주연으로 나섰는데 흥행이 안 되면 저뿐만 아니라 다른 여배우들에게 나쁜 영향이 가지 않을까 걱정도 많이 됐구요.”
이미 많은 여배우들에게 피해를 줬다고 우스갯소리를 하자 특유의 시원한 미소를 만들어낸다.

“배우가 홍보 많이 하면 좋죠. 의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아무리 배우가 열심히 홍보를 해도 작품이 좋지 않으면 별 의미가 없거든요. 감독님이 많이 도와주신 거죠.”

할리우드 진출 그리고 멈추지 않는 전진 월드스타 김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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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할 시간이 없었는데도 영화는 흥행에 성공했다. 그녀와 성공은 이제 자석의 N과 S극 같다. 스스로도 운이 좋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무슨 일을 하든지 운은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저보다 훨씬 연기 잘하고 예쁜 배우들이 많은데 가끔씩 잘 안 되는 걸 보면 그런 생각이 들어요.”

진심을 담은 겸손함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운만으로 지금의 위치까지 왔다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않는다.
“인생에 기회는 세 번뿐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운이 왔을 때 어떻게 잡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기회와 운이 맞아 반짝하고 뜨는 스타가 될 수도 있지만 그 자리를 유지하는 건 결국 남다른 노력이겠죠. 그런 점에서 볼 때 10년 넘게 스타의 자리를 유지하고 계신 분들은 정말 대단하신 분들이에요. 그분들은 정말 철저한 자기 관리와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진 분 같아요.”

할리우드 진출 그리고 멈추지 않는 전진 월드스타 김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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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코 ‘운’으로만 공을 돌리려는 그녀도 시간관념은 누구보다 철저하다. 학교 다닐 때부터 몸에 밴 습관 때문이다. 뉴욕 보스턴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한 그녀는 4년 동안 장학생으로 학교를 다녔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등록금이 비싼 학교를 다니며 부모님께 부담을 드리고 싶지 않았다. 조교 일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학비를 벌었다.

“학교 다닐 때 5분만 늦어도 결석 처리됐어요. 배우에게 시간 약속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굉장히 철저했거든요. 배우로서뿐만 아니라 단순한 인간관계에서도 시간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굉장히 큰 손해예요. 그렇다고 완벽주의자는 아니에요. 일할 때만 그렇고 평소에는 융통성 있는 편이에요. 메이크업이 안 됐다고 현장에 나오지 않고 그런 스타일은 오히려 배우로서 감각이 떨어진다고 생각해요. 스스로에게만 그렇구요, 남에게 강요하지는 않아요.”

Lost in Hawaii
그녀는 지금 하와이에서 ‘로스트’의 네 번째 시즌을 촬영 중이다. 1년 중 9개월을 하와이에서 보내는 그녀에게 드라마 촬영 외의 다른 활동은 대부분 고려 사항조차 되지 못한다. 시간이 문제다. 이쯤 되면 지루하다 말해도 괜찮을 듯한데.

“힘들다고 말하는 건 사치죠. 같은 역할을 몇 년 동안 하다 보니까 좀 지루하게 느껴지기는 해요. 다른 옷도 좀 입어보고 싶고 저도 좀 예쁘게 꾸미고 싶은데 무인도에 있는 상황이라 꾸미지도 못해요. 이제는 ‘액션’ 소리가 떨어지면 알아서 머리를 흩뜨린다니까요(웃음). 백인들은 모발이 얇아서 조금만 만져도 확 구겨지는데 저는 생머리라 샤워하고 나면 너무 얌전해지거든요. 뭐, 그런 고민들이죠. 무척이나 좋은 동료들이지만 이제 다른 배우들과도 연기해보고 싶고 다른 캐릭터로 다른 색깔도 보여주고 싶어요.”

다른 캐릭터라면 어떤 역할일까. ‘쉬리’의 여전사 ‘이방희’와 ‘로스트’의 가냘픈 히로인 ‘Sun’의 역할 중 한 가지를 고르라면 ‘로스트’의 ‘이방희’가 되고 싶단다.

“시나리오가 들어오긴 하는데 다들 ‘로스트’의 ‘Sun’처럼 가냘프고 청순가련한 역할이에요. 미국에선 저에게 그런 이미지를 기대하는 거죠. 남자 때문에 눈물 흘리는 가여운 역할이요. 거기 사람들한테 한국에서 여전사였다고 하면 다들 놀라요. 미국에서도 한국에서처럼 여전사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어요.”

할리우드 진출 그리고 멈추지 않는 전진 월드스타 김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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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김윤진이 만드는 ‘Sun’의 캐릭터가 강렬하게 어필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제 그녀는 머라이어 캐리와 함께 ‘바바라 월터스 쇼’에 출연하고 파파라치에게 쫓기는 할리우드 스타가 됐다. 시작은 무명부터였다. 한국에선 이미 흥행과 연기력을 인정받은 톱스타였지만 할리우드에 발을 디딘 순간 그녀는 스타의 이름을 버렸다. 그 결과 그녀는 더 큰 스타가 될 수 있었다.

“동료들에게도 일부러 얘기하지 않았어요. 모두들 모르고 있다가 ‘로스트’에 제 남편으로 출연하는 ‘댄’이 얘기를 해서 알았대요. 한국에서 박스 오피스 레코드를 깬 유명 배우라고. 그러니 다들 한국에 파파라치는 없는지, 길거리에 나갈 수 있는지, 보디가드는 있는지 물어보더라구요. ‘한국사람들은 예절 의식이 높아서 팬들 때문에 굳이 보디가드 고용하지 않아도 돼’라고 말해줬죠(웃음).”

‘로스트’가 크게 성공을 거둔 뒤 기자들이 물었다. 인생이 달라지지 않았느냐고. 그녀는 대답했다. “아니요, 똑같아요.”

6년 전 한국에서 쌓았던 모든 경력을 버리고 이곳에 와 신인이 됐을 때, 지금의 성공을 예상했을까?
“저는 정말 아무 계획 없이 갔던 케이스예요. 어떻게 보면 잘된 게 더 이상할 정도로 무대포였어요. 저는 일단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고 믿는 사람이거든요. 저처럼 그렇게 무작정 가면 고생해요(웃음). 요즘은 소속사를 통해서 공동 제작이나 합작을 많이 하니까 더 많은 길이 있을 거예요. 자신의 강점을 잘 파악하고 충분히 준비해서 가면 가능성이 있어요. 단, 아무리 한국에서 톱스타라도 ‘신인이다’라는 생각으로 시작해야 돼요.”

할리우드 진출 그리고 멈추지 않는 전진 월드스타 김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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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는 앞으로 2년 더 그녀를 하와이에 묶어둘 예정이다. 언제쯤 한국 영화에서 그녀를 볼 수 있을까.
“로스트가 끝나기 전까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요. 촬영 중간에는 시간이 없으니까요. 로스트 촬영은 정말 학교 다니는 기분이에요. 같이 작업하고 싶은 감독이요? 김기덕 감독님이 궁금하기는 해요. 봉준호 감독님과도 해보고 싶고. 적어도 저를 보러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요. 소중한 시간을 내서 2시간 동안 어둠 속에서 영화를 본다는 건 어찌 보면 큰 투자거든요. 관객들의 소중한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누구와 무슨 작업을 하든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10년 전 그녀는 작은 펜던트 안에 ‘3년, 정상, 돈’이라는 목표를 적어 넣었다. 그리고 정확히 3년 뒤 소망은 마법처럼 이루어졌고 목표는 ‘할리우드 정상, 결혼, 행복’으로 수정됐다. 또 한 번의 마법이 일어날까? 한 가지 분명한 건 그녀는 계속해서 도전할 것이고 목표는 끊임없이 수정될 것이라는 거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이성훈 사진제공 / P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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