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한 웨딩 촬영 염경환·서현정 예비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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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 촬영장엔 32개월 된 아들 은율이도 있었다. ‘쓰나미’로부터 엄마, 아빠를 살린 복덩이다. 결혼은 오는 10월 5일, 이젠 웃을 일만 남았다. 지금까지 없던 가족사진이 생겼고, ‘내 아들, 내 와이프’라고 자랑하면서 살 수 있어 행복하다.


아들과 함께한 웨딩 촬영 염경환·서현정 예비 부부

아들과 함께한 웨딩 촬영 염경환·서현정 예비 부부

쓰나미도 피해간 운명
걱정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화젯거리가 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사랑하고, 아이를 갖고, 잘 키우는 건 순리라고 생각했다. 빠진 것은 결혼식뿐이었다.

“단지 식을 올리지 않았다는 것 때문에, 말하기가 부담스러웠어요. 그런데 솔직히 말을 하고 나니까 의외로 악플보다는 ‘아이 너무 예쁘다’ ‘복덩이구나’ ‘더 잘 살길 바란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웃음).”

염경환은 지난 1월 31일 KBS-2TV ‘해피투게더’에 출연해 사랑하는 사람과 아들이 있다고 밝혔다. 전 소속사와의 갈등으로 방송을 떠나 있던 몇 년, 오랜만의 방송 출연에서 밝힌 아내와 아들의 사연은 당장 화제가 됐다. 임신으로 쓰나미를 피할 수 있었던 에피소드도 드라마틱했다.

4년 전, 예비 신부 서현정씨(30)와 태국 여행을 예약했다. 2004년 12월 24일 출국 예정이었다. 은율이(3)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 것은 12월 23일, 출국 하루 전이다. 서현진씨는 ‘임신한 몸으로 비행기를 타면 아이에게 좋지 않으니 여행을 취소하자’고 했다. 쓰나미가 예약했던 리조트를 덮쳤다는 것을 뉴스를 보고 알았다. 투숙객은 모두 죽었다. 은율이가 엄마 아빠를 살린 셈이다.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쓰나미를 피해가고, 우리가 이렇게 살아 있죠. 재판도 승소했어요. 모두 가능성이 없다고 했거든요.”
염경환은 사기 혐의로 피소됐었다. 역시 지난 2004년이다. 언론은 ‘염경환 사기 혐의 1억 5천 피소’라는 헤드라인으로 보도했다. 승소 소식에는 잠잠했다. 시작부터 억울한 재판이었다.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다 고소 당했다.

“지난 3, 4년 동안 너무 어려웠어요. 아예 방송이 없었으니까요. 제가 소속사에서 시키는 일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소를 당했어요. ‘업소’일을 하지 않았다는 거죠. 하지만 그 반대였어요. 소속사에서 잡아준 곳은 대전, 포천, 동두천에 있는 곳이었어요. 전 다 했거든요.”

사정은 열악했다. 기름이 떨어져 차가 길 위에 선 적도 있다. 나중에는 직접 차를 몰고 ‘밤일’을 했다. 출연료가 밀리기 시작했다. ‘출연료 좀 제 때 받았으면 좋겠다, 먹고살아야겠다’고 하자 회사는 ‘계약금을 다 받고 일을 하지 않는다’며 고소했다. 일거리가 떨어졌다.

아들과 함께한 웨딩 촬영 염경환·서현정 예비 부부

아들과 함께한 웨딩 촬영 염경환·서현정 예비 부부

“`방송사에서는 괜히 문제가 있는 사람을 썼다가 나중에 문제가 되느니, 아예 캐스팅을 안 하는 거죠. 너무 쉽게 믿는 것도 안 좋은 것 같아요. 저는 계약서를 꼼꼼하게 따져보는 스타일이 아니었거든요. 그냥 의리로, ‘열심히 합시다’ 하고 계약하고 그랬어요. 피소당하고 나서 계약서를 꼼꼼하게 살펴보니까 재판에서 이기기는 힘든 상태였어요.”

60만원짜리 월세방에 살았다. 서현진씨를 만난 것도 그때다. 혼자였고,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다. ‘잘될 때는 누구나 좋아해줄 수 있는데, 가장 힘들 때, 연예인인데도 월세 살고 그럴 때’ 만났다.


짓무른 딸기에 터진 눈물
“처음 봤을 때는 그냥, 관심 있게는 안 봤어요. 오빠가 첫인상은 차갑거든요. 그런데 만나보니 생각과는 다르게 잘해주더라고요. 어머니도 결혼을 반대하진 않으셨어요. 왜냐면 제가 임신을 한 다음에 아셨기 때문에(웃음).”(서현진씨)

양가 부모님은 반대할 틈도 없었다. ‘우리 자식이 모자란다’며 겸손해할 시간도 없었다. 염경환은 ‘배가 이따만 했으니까요’라며 웃었다. 그래도 ‘우리 평생 같이하자’는 말 한마디가 어려웠다. 첫 결혼이 아니었고, 일도 여전히 안 풀리는 상태였다. 말로 하기보단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서현진씨의 가족을 ‘공략’했다.

“작전이죠(웃음). 와이프보다는 장인, 장모, 처남한테 잘 보이려고 노력했어요. 진실한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친해지려고 노력을 했죠. 빠듯했지만 장모님 모시고 가까운 펜션에도 가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친해졌어요.”

선물 공세는 눈물겨웠다. 장인어른께는 차(車)를 선물하고, 장모께는 냉장고를 선물했다. 차는 36개월 리스(lease)였고 냉장고는 홈쇼핑에서 12개월 할부로 구입했다. 거짓말로 장인, 장모의 부담을 덜어드렸다.

“일단 차를 가지고 가서, ‘아버님 동네 한 바퀴 돌아보세요, 와, 아버님이 타는 게 저보다 훨씬 어울리네요’ 하고 그냥 오는 거죠. 멋있잖아요. 그때 하루는 멋있지. 사실은 36개월 리스였어요. 힘들었죠. 이제 다 갚았어요(웃음).”

임신한 아내가 ‘딸기가 먹고 싶다’고 했던 새벽에는 둘 다 울었다. 밤업소 디제이를 전전하던 때였다. 일을 마치고 전화를 받았다. ‘딸기가 먹고 싶다’는 아내의 부탁을 거절할 순 없었다. 일이 끝난 시간은 새벽 두 시. 어떻게든 딸기를 구해야 했지만 쉽지 않았다. 트럭에서 딸기를 팔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6천원짜리도 나빠 보이지 않았다. 알은 작지만 개수가 많았다.

“딸기를 주고, 씻고 나왔는데 그걸 먹으면서 울고 있는 거예요. 그제야 보니까, 다 물러서 곯은 걸 샀더라고요. 이 친구는 ‘이 딸기 잼 만드는 거’라며 먹으면서 울고 있었어요. 그럼 먹지를 말든가. 먹으면서 우니까 더 안쓰러웠죠. 전 오히려 큰 소리 쳤어요. ‘다 똑같은 딸기지 왜 우느냐고’ 그렇게 화를 내고 저도 지하에 가서 울었죠.”

염경환은 그날 두 번 울었다. 업소에서도 일이 있었다. 취객이 다가와 던진 땅콩이 눈에 맞았다. 눈물이 쏟아졌다. 하지만 화를 낼 수는 없었다. ‘업주가 보고 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너무 깜깜해서 앞이 잘 안 보이거든요. 그런데 취객이 와서 뭘 던지는 거예요. 눈에 정통으로 맞았어요. 눈물이 콸콸 쏟아지는데, 처음에는 피인 줄 알았죠. 그러다 그 취객과 눈이 마주쳤어요. ‘맞췄다’며 즐거워하더라고요. 예전 같으면 멱살 잡고 싸웠을 텐데, 그럴 수 없었어요. ‘손님, 맥주는 왜 안 주세요, 안주만 주고’라며 웃고 넘어갔죠.”
유난히 힘든 날이었다. ‘내가 왜 이렇게 됐을까’ 신세를 한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요즘은, 1만2천원짜리 딸기를 살 수 있다.


끝날 때까지 알 수 없는 게 인생
김구라와 지상렬, 염경환은 고교 동창생들이다. 한반에서 공부했다.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방송에서 밝히기로 한 계기가 된 것도 친구들이다. 지상렬도 울었다. ‘경환이가 보고 싶다’며 ‘울고불고 난리’였다. 김구라와 인천에서 술을 마시고 있을 때였다.

“지상렬이가 한창 잘나가고 바쁘죠, 구라도 그렇고. 내가 가장 힘든데 티를 안 냈어요. 썩은 딸기를 사도 걔들한테 백원 한 푼 꾼 적이 없어요. 너무 친하니까, 다 아니까 더 그럴 수가 없었죠.”

김구라와 지상렬은 모처럼 만나 낮술을 마시고 있었다. 김구라의 전화를 받았다. ‘상렬이가 너 보고 싶다고 운다’고 했다. 거짓말인 줄 알았다. 홈쇼핑 방송 중이었다. 생계가 걸린 촬영이었다.

“‘나 지금 내려가면 안 된다. 홈쇼핑 이거 아니면 못 먹고산다’고 했죠. 마지막 방송이었어요. 새벽 한 시에 끝날 예정이었죠. 근데 계속 술 마시면서 오라는 거예요. 상렬인 계속 울고 있고.”

지상렬은 그냥 ‘경환이가 보고 싶어서’ 울었는데, 김구라는 마음대로 이유를 추측했다. 왜 우는지 말을 하지 않으니 알 수 없었다. 김구라의 진단은 ‘간암’이었다. “아무래도 상렬이가 간암인 것 같다. 말은 하지 않는데 초저녁부터 이유도 말하지 않고 우는 게 심상치 않다”며 염경환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인천으로 내려가는 차 안에서, 염경환은 또 울었다.

아들과 함께한 웨딩 촬영 염경환·서현정 예비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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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렬이가 잘돼서 보기 좋은데, 이렇게 간암으로 가는구나 생각하니까 눈물이 펑펑 나는 거예요. 인천에 도착했더니 구라 얘는 또 가요, 다음날 스케줄 있다고(웃음). 저는 완전히 간암인 줄 알았죠. ‘내 간 떼어줄 테니까 포기하지 말라’며 같이 울었죠.”

지상렬도 “나 간암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다. ‘내 간을 떼주겠다’는 친구의 마음에 감동한 지상렬은 더 울었다. 그렇게, 지상렬은 ‘간암’에 걸린 채 한동안을 더 살았다. 몇 주 후 가진 술자리에서야 말할 수 있었다.

“‘제가 너무 비장하게 나와서 아니라고 말을 못했대요. 그래서 더 친해지게 됐죠. 그동안은 너무 바빠서 못 봤지만 다시 보니까 얼마나 좋으냐고. 그래서 그날 결심했어요. 다 밝히기로. ‘편하게 가자’고 한 거죠. 지금은 마음이 너무 편해요(웃음).”

여담이지만, 지상렬이 울던 날 염경환의 생계가 걸려 있던 홈쇼핑 촬영은 ‘탈모 치료기’였다. 스트레스로 머리가 빠질 정도로 어려웠던 시기였다. 우연히 사용한 치료기에 효과를 봤다.

“‘진짜 머리가 나셨다면서요. 그럼 제품 모델 한 번 하시죠’ 하고 연락이 왔어요. 머리가 빠질 정도로 고생했는데, 머리 빠진 게 계기가 돼서 홈쇼핑을 하게 되고, 빚도 갚아 나가고. 인생도 야구랑 비슷한 것 같아요.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닌 거죠(웃음).”


내집 마련의 꿈을 가지고, 차근차근
방송은 그만두려고 했다. 미국으로 이민 가서 초밥집을 열 생각이었다. ‘스타 스시(Sushi) 하우스’ 이름도 정해놓았다. 그동안 진행해온 ‘스타 인터뷰’ 코너에서 고두심, 장동건, 하희라 등과 함께 찍은 사진을 걸어놓으려고 했다.
“그래, 그러자고. 오빠가 그렇게 힘들면 다 그만두고 엄마 모시고 살자고 했어요. 카운터는 내가 볼 테니까(웃음).” (서현정씨)

“항상 삼겹살만 먹었어요. 돼지고기는 김치찌개에 넣어 끓인 것. 그게 가장 잘해준 거니까, 마음이 아프죠. 전 은율이가 태어나는 것도 못 봤어요. 먹고살아야 했으니까요. 별걸 다 해봤어요, 정말.”

양복을 팔고, ‘보따리 장사’도 했다. 새벽 6시 반에 보험회사에 찾아가 ‘10분만 시간을 달라’고 외쳤다. “저희 맞춤 정장을 해주신다면 넥타이 두 개를 서비스로 드리고 잘해드리겠습니다” 처음에만 창피했다. 필리핀에서는 코코넛 오일을 사왔다. 한국으로 들어오던 날, 은율이가 태어났다.

“병원에 못 갔어요.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요. 아이가 생기니까 창피하다는 생각, 공인이라는 생각은 자연스레 버려졌어요. 공인은 빨리 ‘일반인’이 되는 연습을 해야 하고, 일반인은 공인이 되는 연습을 하면서 살아야 해요. 연예인, 정말 아무것도 아니거든요.”

“다 알고 만나서 후회는 없어요. 제가 뭐, 도둑질을 하라고 시킬 수도 없는 거고요(웃음).” (서현정씨)
염경환은 BBS 불교방송에서 라디오를 진행한다. “머리 스타일 때문에 기회를 주시나”라는 생각도 했지만, 중요한 철학을 배웠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진행하다 보니 생활도 건실해졌다.

“정록 스님이라고 계시는데, 저에게 말씀하셨어요. ‘`염경환씨 얼굴에는 그늘이 보인다. 세상에 불만도 많을 것이다. 세상과 싸워 바꾸는 위인들도 많지만, 내 마음을 바꾸고 세상을 보면, 세상은 이미 바뀌어 있다’ 그 얘기를 들으니까 정말 편해지더라고요.”

아들과 함께한 웨딩 촬영 염경환·서현정 예비 부부

아들과 함께한 웨딩 촬영 염경환·서현정 예비 부부

‘김구라, 지상렬은 다 활동하는데 넌 왜 안 보이느냐’는 얘기를 들을 때는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고 싶었다. 정록 스님의 한마디가 생각을 바꿨다.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됐다.

“못 나가는 친구보다 잘나가는 친구 둔 게 훨씬 자랑스럽죠. 방송 하면서 깨달음도 얻고, 아이하고 와이프가 있는 것을 밝히고 나서 좋은 일도 많이 생기고. 더 나빠지지만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행복하니까요.”

선뜻 가족사진을 찍지도 못했다. 웨딩 촬영이 있던 지난 3월 15일은, 밀린 숙제를 해결하는 기분이었다. 염경환은, 지상렬에게 공을 돌렸다.

“나도 가족사진이 있다. 너무 뿌듯하고. 상렬이가 없었으면 정말 힘들었을 거예요. 정말, 둘도 없는 친구 녀석(웃음).”

신혼여행은 가족 여행으로 계획 중이다. 지금은 주말부부다. 서현진씨는 은율이, 장모와 청주에 산다. 이제는 평일에도 함께일 수 있다. 2년 전엔 전세로 옮겼고 곧 조금 더 큰 집으로 옮길 예정이다.

“월세 살다가 전세로 옮기니까 되게 좋더라고요. 한 달에 한 번씩 계좌이체 안 해도 되는 게 너무 행복한 거야. 그렇게 살 거예요. 조금 더 큰 전셋집으로 옮기고, 내집 마련의 꿈을 가지고 방송 하는 거죠(웃음).”

염경환·서현진 예비 부부의 결혼식은 오는 10월 5일 전통혼례로 치러진다. 은율이는, 도령복을 입고 입장하기로 했다. ‘내 아들, 내 와이프’, 이제는 떳떳할 수 있다.

글 / 정우성 기자 사진 제공 / 오성수 샤프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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