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고 싶다’는 말은 언뜻 무성의한 답변처럼 들리지만 알고 보면 가장 이루기 힘든 인생의 목표이기도 하다. 의미 있게, 편안하게 ‘잘 살고 싶다’는 선우은숙은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연기에 매진할 것을 다짐했다. 더 ‘잘 살고자’ 노력하고 있는 그의 요즘 이야기.
재혼한 전업 주부 ‘영미’ 역으로 드라마 복귀
“대본을 처음 받고 나서 열 번도 넘게 읽었어요. 등장인물이 여럿 되는데 캐릭터가 모두 잘 살아 있는 데다, 자연스럽게 얽혀서 다양한 삶을 보여줄 수 있겠더라구요. 시트콤 끝나고 다음 작품은 ‘이러이러한 역할을 해 보고 싶다’라고 생각한 것이 있는데, 그게 딱 영미 역할이에요. 대본을 읽으면서 ‘아, 이거 딱 내 역할이다’라고 얘기할 정도로 와 닿았어요.”
그동안 숱한 드라마와 영화에서 엄마 역할을 도맡아왔던 그녀다. 온화하면서도 우아한 이미지 덕분에 웬만한 미니시리즈 주인공의 엄마는 전부 그녀의 몫이었다. 조금은 새로운 모습에 도전했던 시트콤 ‘김치 치즈 스마일’을 촬영하면서 이혼 사실을 공개해 아픔을 겪었던 그녀는 다음 작품은 기존의 따뜻한 엄마 역할을 했으면 하고 바랐다고 한다.
“대본 연습을 하는데 대사가 제 말처럼 입에 잘 붙더라구요. 상대역인 임채무씨하고도 호흡이 척척 맞아요. 드라마 보시는 분들에게 ‘선우은숙의 연기’가 아니라 ‘영미의 삶’이 보여지길 바라면서 노력하고 있어요.”
지금 나에게 가장 힘이 되는 것은 ‘일’
지난해 10월 갑작스레 알려진 이영하와 선우은숙의 이혼 소식은 팬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연예계 대표 ‘잉꼬부부’로 26년간 아름다운 결혼생활을 이어왔기 때문. 당시 두 사람은 선우은숙이 어머니 병간호로 친정에 머물며 별거 기간이 길어진 것이 자연스럽게 이혼으로 이어졌다고 밝힌 바 있다. 어떤 특별한 계기나 문제가 있었다기보다는 서로를 구속하지 않고 편하게 살기 위해 이혼을 결심했다는 것. 선우은숙도 이혼 후 심경을 밝힌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혼을 결정하면서 서로 좋은데 이혼한다는 것은 말이 안될 것이다. 하지만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26년간 결혼생활을 유지해오면서 여러 가지 감정의 변화를 겪었고 자연스레 이혼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입장을 전했다.
“좀 쉬는 게 어떠냐고 권하는 분들도 있는데 지금 제게 가장 힘이 되는 건 일이에요. 올해로 방송 생활을 한 지 딱 30년이 됐어요. 그동안 참 좋은 작품을 많이 만났어요. 특히 23년 전에 했던 드라마 ‘내 마음 별과 같이’라는 작품이 기억에 남고 ‘토지’도 연기 생활을 하는 동안 잊을 수 없는 작품이에요. 제가 29세 때 ‘토지’에서 했던 월선이는 다시 한번 해보고 싶은 역할이에요. 지금이라면 더 깊이를 담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방송 30년, 끊임없이 품을 넓히고 깊이를 메워왔지만 아직도 채우고 싶은 것이 많은 그녀다.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고, 익숙한 역할에 자신을 맞추는 과정이 선우은숙에게는 가장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이다.
“이제 내 나이쯤 되면 스스로 자신의 삶을 책임질 수 있어야 하잖아요. 이혼을 했다고 하니까 말도 많고 그것만 끄집어내 자꾸 이야기를 만드는 분들도 있어요. 주변 사람들이나 촬영장에서 동료들을 보기 민망하고 미안할 때도 많아요. 하지만 제가 공인이니까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제 자리에서 일만 열심히 하려고 해요.”
무엇보다 그를 힘들게 했던 것은 자식들에 관한 부분이었다고 한다. 이혼은 아이들하고도 진지하게 상의한 끝에 내린 결정이었고, 이제는 부모의 선택을 이해해줄 만큼 든든하게 자란 아들들이지만 큰아들 이상원이 연예 활동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조심스러웠던 것이 사실. 당초 이혼 사실을 선뜻 언론에 밝히지 못한 것도 아이들 때문이었다. 적극적으로 소문에 해명하지 않았던 것도, 기자회견을 열었던 것도 모두 그런 이유에서였다.
“큰아들이 올해 스물일곱 살이에요. 엄마로서 장성한 아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하잖아요. 저는 모든 사람들이 ‘잘’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밥 잘 먹고, 부유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편안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잘’ 살아야 한다는 뜻이에요. 매 순간 후회하지 않는 연기 보여드리면서 ‘잘’ 살겠습니다.”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이성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