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정화가 MBC-TV 드라마 ‘밤이면 밤마다’로 브라운관에 복귀한다. ‘전공이 애교, 부전공이 눈웃음인 내숭쟁이’ 왕주현 역이다. 털털하거나 혹은 도회적이었던 이제까지의 이미지와는 180도 다른 모습으로 그녀는 또 다른 도전을 시작한다.
“데뷔했을 때 너무 정신없이 활동했어요. 배우로서 연기를 즐기기보다는 일을 한다는 책임감이 더 컸죠. 한동안 쉬면서 공연을 하게 됐고 뮤지컬 무대에서 배운 게 많아요. 배우로서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도 많이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됐구요.”
2006년 뮤지컬 ‘밑바닥에서’를 시작으로 뮤지컬 배우로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그는 2007년 ‘오디션’을 통해 록 밴드 보컬로 화려하게 변신, 뛰어난 가창력을 선보인 데 이어 올해에는 창작 뮤지컬 ‘누가 내 언니를 죽였는가’에 출연한다. 차근차근 무대 위에서 기본기를 쌓은 그의 연기는 어김없이 빛을 발했다. 얼마 전 출연했던 KBS-TV 특집 테마 드라마 ‘살아가는 동안 후회할 줄 알면서 저지르는 일들’에서 그는 각각 다른 연령대의 캐릭터를 섬세하고 리얼하게 그려내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단막극이긴 했지만 배우 김정화를 ‘재발견’ 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뮤지컬을 시작하기 전인) 스물세 살 때와 지금의 연기가 달라요. 무대 위에서 두 시간 동안 느끼고 배웠던 것이 이번 단막극에서 보여진 게 아닌가 싶어요. 내실을 다진 뒤에 좀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드리자는 생각이었는데, 제가 그렇게 연기 욕심이 없어 보였나요?(웃음)”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시원스러운 웃음에 ‘배우로서 연기 욕심이 없는 게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이 무색해졌다. 분명 이제까지 보여준 것보다 앞으로 보여줄 것이 더 많은 그다.
“대중에게 너무 섣부르게 내 것을 보여주고 없애버리고 싶지 않았어요. 이제 연기에 대한 욕심이 생겨요. 욕심이 많아져 작품을 고르다 보니 쉽게 출연을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구요. 앞으로는 좀 더 욕심내서 더욱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생각이에요.”
무뚝뚝한 소탈녀에서 귀여운 내숭녀로 변신
김정화는 이번 드라마에서 고위 공직자로 출세할 멋진 신랑감이나 만나볼 생각으로 문화재청에 들어온 왕주현으로 분했다. 이동건을 사이에 두고 김선아와 팽팽한 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전공이 애교, 부전공이 눈웃음인 내숭쟁이’라니 이제까지 보여준 이미지와는 사뭇 다를 것 같다.
“‘쩐의 전쟁’ 이후 이미지가 많이 강해진 것 같아요. 왕주현이라는 인물은 실제 제 성격과 반대되는 캐릭터예요. 실제로는 무뚝뚝하고 소탈한 성격이거든요. 밝고 귀여운 왕주현과는 많이 다르죠. 그동안 맡아왔던 배역과 달라서 실제로도 작은 도전이에요.”
제일 어려운 점은 여자라면 모두 얄밉게 생각할 내숭녀 왕주현을 미움 받지 않게 연기하는 것이었다. 그가 정의하는 왕주현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푼수과(科) 공주’다. 사실 왕주현 역은 우여곡절이 많은 배역이다. 처음 캐스팅되었던 이수경이 출연을 고사했고, 박지윤은 일부 촬영까지 마친 상태에서 하차했다. 결국 김정화에게 안착했지만 다른 배우들의 ‘손을 탄’ 배역이 달갑지 않을 만도 하다.
“처음 제의받았을 때 ‘인연’이라고 생각했어요. 평소 손형석 감독님과 친분이 있었고 (김)선아 언니와도 잘 알고 지내던 터라 예전부터 같이 작품을 하고 싶었거든요. 워낙 급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컸구요.”
이미 한 달 정도 촬영이 진행된 상황에 합류해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기우였다.
“안그래도 촬영 중간에 들어가서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들 몇 년 동안 알고 지낸 사람들처럼 편하게 대해주셔서 다시 한번 인연이라고 생각했어요. 촬영장에서 웃느라 NG가 제일 많이 난다니까요(웃음)”.
아이 같은 미소는 8년 전 그를 처음 봤을 때와 다르지 않았지만 눈빛만은 분명 전보다 깊어져 있었다. 눈빛만큼 깊어진 연기로 또 한번 우리를 놀라게 할 ‘김정화의 재발견’을 기대한다.
■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인성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