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래원이 허영만 화백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 ‘식객’의 요리사로 분한다. 요리가 취미라는 김래원은 드라마 촬영을 시작한 지 9개월 만에 수준급 요리사로 변신했다. 김래원의 요리와 ‘식객’ 예찬.
“원래 요리하는 걸 좋아해요. 2년 전쯤, 만화 「식객」을 드라마로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이 드라마에 관심이 있었어요. 드라마 캐스팅과는 무관한 어느 식사 자리에서 요리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는데, 그게 캐스팅으로 연결됐어요.”
오래전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지낸 김래원은 자연스럽게 스스로 음식을 하게 됐다. 그러다보니 요리가 즐겁고 재밌더란다. 간혹 어떻게 요리해야 할지 감이 안 올 때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해서 묻고, 처음 시도하는 음식은 인터넷에서 레시피를 찾았다.
“설날 같은 때 촬영 때문에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면 혼자서 떡국을 끓여 먹어요. 저처럼 집에 가지 못하는 스태프들과 함께 말이에요. 삼계탕, 떡볶이, 김치찌개, 미역국도 잘 만들어요. 이제는 맛만 봐도 어떻게 맛을 내는지 알 정도라니까요(웃음).”
김래원이 가장 자신 있게 만드는 요리는 청국장이다. “드라마 촬영 덕분에 청국장을 많이 끓여봤기 때문”이라는 그는 “나중에 부모님께 해드리고 싶다”고 한다. 드라마 촬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김래원은 극중에서 요리사로 출연하는 권오중, 원기준과 함께 요리 훈련을 받았다. 셋 중 누구의 요리 실력이 가장 훌륭한지 묻자 김래원은 당연한(?) 대답을 들려주었다.
“제가 제일 나아요(웃음). 두 분은 결혼을 하셨기 때문에 요리할 일이 별로 없잖아요. 저는 집에서 늘 하고요. 어떤 요리를 두 분이 이틀 연습할 때 저는 하루 만에 끝내요.”
한식의 세계화를 위한 소중한 발걸음
드라마 ‘식객’은 각 지방 최고의 음식 이야기와 우리나라 전통 궁중 요리의 맥을 이어가는 대령숙수의 후계자 자리를 놓고 펼쳐지는 두 남자의 대결을 다룬다. 극중 김래원은 요리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요리사 성찬으로 등장한다.
“고아인 성찬이가 열 살 되던 해, 할아버지 친구의 아들이라는 오숙수가 찾아와요. 그는 성찬이가 조선 말기 임금의 총애를 받던 대령숙수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죠. 한국 최고의 전통 음식점 ‘운암정’의 운영자인 오숙수는 운암정을 성찬이에게 물려줘야겠다는 생각으로 후계자를 뽑기 위한 경합을 벌이지만 성찬이는 경합 도중 운암정을 떠나고 말아요. 결국 그는 맛 칼럼니스트인 남상미씨와 함께 전국 팔도를 돌며 음식에 관한 공부를 하죠.”
드라마나 영화 촬영이 없을 때는 전국 팔도를 돌며 낚시를 하곤 한다는 김래원. 그가 성찬 역을 연기하게 된 건 축복이나 다름없다.
“드라마 속에서 성찬이가 ‘성찬식품’이라고 적힌 트럭을 몰고 돌아다니는데,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어요. 심지어는 스태프들한테 계속 트럭만 타고 다녔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로 제대로 즐기고 있어요. 최근에 받은 대본에 성찬이가 완도와 섬진강에 가는 내용이 있더라고요. 여름이면 제가 늘 찾던 곳이어서 앞으로 있을 촬영이 무척 기대돼요.”
아무리 즐거운 촬영이라도 항상 즐거울 수만은 없는 일. 가끔 슬럼프가 찾아오기도 하지만 그는 마인드 컨트롤을 잘하고 있다고 한다.
“촬영 기간이 너무 길어져서 힘들기도 해요. 가끔은 슬럼프인지, 연기가 갑자기 막힐 때가 있어요. 하지만 그때마다 캐릭터에 대한 공부를 더 깊이 하고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누면 괜찮아져요.”
김래원은 이번 드라마를 통해 한우를 비롯한 한국 음식의 우수성과 가치를 새롭게 알게 됐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직접 요리한 음식으로 좋은 일을 할 생각도 갖고 있다.
“‘식객’이라는 이름을 걸고 권오중씨 등과 함께 ‘사랑의 밥차’를 운영하고 싶어요. 최불암 선생님도 동참하겠다고 말씀하셨어요. 당분간은 드라마 촬영 때문에 힘들겠지만 가능하다면 드라마 촬영 중간에라도 할 생각이에요.”
드라마가 끝난 뒤에는 자신의 요리 솜씨를 보여줄 요리책과 DVD도 선보일 계획이며, 외국인을 겨냥해 한식을 소개하는 요리책도 만들 생각이라는 김래원. 한식을 널리 알리려는 그의 포부가 당차다.
■글 / 김민정 기자 ■사진 / 인성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