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투혼, 스태프들과의 불화설
그리고 ‘결혼’에 대한 이야기까지 속 시원히 털어놓다!
이름 석 자만으로 한반도뿐 아니라 일본 열도까지 뒤흔들어놓은 남자 배용준을 인터뷰했다. 지난 3년 동안 사생활에 대한 인터뷰를 정중히 사양했던 그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드라마 ‘태왕사신기’로 위상이 더 높아진 스타 중의 스타 배용준을 일본 현지에서 밀착 취재했다.
부상과 링거 투혼, ‘태왕사신기’를 말하다
배용준은 지난 5월 30일 간사이 공항을 통해 일본 오사카에 도착했다. 일본 각지에서 몰려든 6천여 팬들의 환영을 받으며 욘사마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의 일본 방문은 NHK 주최로 열린 ‘태왕사신기 프리미어 이벤트 in Japan’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 행사에는 배용준뿐 아니라 김종학 감독, 문소리, 이지아, 이필립 등이 함께했다. 인터뷰는 이벤트가 끝나고 휴식을 취하고 있던 그의 대기실에서 이뤄졌다. 3만5천여 명의 팬들의 환호 속에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그는 만족스럽고 여유로워 보였다.
“일본은 항상 혼자 방문했는데 이번에는 감독님과 다른 배우들이 함께 와서 참 좋아요. 이렇게 좋을 줄 알았으면 진작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올걸 그랬어요.”
이번 일본 일정은 짧지 않았다. 배용준은 일주일 넘게 일본에 체류하며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드라마 촬영 당시 당한 부상이 완치되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일본 방문을 추진한 것은 NHK 측의 끊임없는 요청 때문이었다. ‘태왕사신기’는 일본 NHK를 통해 매주 토요일 밤 11시에 방영되고 있다.
“아직 100% 회복된 건 아니에요. 걷는 게 불편해서 주사도 맞고 있어요. 무릎보다는 어깨가 더 심해요. 한두 달 지켜보다가 계속 아프면 수술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온몸이 성한 곳이 없네요. 마지막 촬영을 4일 남기고는 앉지도 걷지도 못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어요.”
당시 그의 부상은 꽤 심각한 수준이었다. 옆에서 부축하지 않으면 스스로 설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역으로 말 타는 사람, 내리는 사람, 걷는 사람을 모두 따로 두고 촬영해야 할 정도였다.
“마지막 촬영을 열흘 남기고 다쳤기 때문에 병원에 갈 수가 없었어요. 왜냐면 많이 다쳤다는 걸 직감했기 때문에 병원에 가면 의사가 뭐라고 할지 뻔했거든요. 당연히 깁스하라고 할 테고 그럼 촬영은 못하는 거니까.”
“진통제를 계속 맞으면서 촬영을 강행했어요. 단양에서 촬영을 하던 중에 너무 아파 병원을 찾았어요. 그런데 마침 교통사고 환자가 들어오는 바람에 진통제 주사를 놓아줄 의사가 없는 거예요. 결국 제가 직접 링거 주사를 놨죠.”
스스로 팔의 혈관을 찾아 찌르고 또 찔렀다. 당시 부상 후 고통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는 일화다.
“그때는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어요.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용감하게 여섯 번 찌른 후에 성공했어요(웃음).”
주사 놓는 장면을 매니저가 카메라로 촬영하기도 했다. 찍어놓고 보니 보통 장면은 아니었으리라. 흡사 나쁜 약을 하는 장면으로 오해할 수 있으니 절대 유출하지 말라고 배용준은 단속을 했다. 그는 기자에게도 이 에피소드에 대해 ‘약’이란 용어를 넣어 자극적으로 쓰지 말라고 당부했다. 김종학 감독은 그런 그를 정직한 배우라고 평가한다. 그는 스스로 연기에 만족하지 못하면 감독이 아무리 “OK”를 외쳐도 다시 찍어야 직성이 풀리는 배우다. 배용준의 “다시 한 번 가자”는 말에 질린 스태프들이 다함께 입을 맞춰 “OK!”를 외치기로 합의한 적도 있다고 한다.
“정직한 배우라는 평가는 정말 감사해요. 그런 평가는 제가 연기를 못하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담덕의 감정을 스스로 느끼지 못하면 표현이 제대로 안 되는 것 같아요. 정직하게 살아가는 것은 연기에서나 실제 삶에서나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드라마 제작 여건상, 시간 문제로 100% 감정 몰입이 안 됐더라도 한두 장면은 그냥 넘어가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완벽주의자 배용준은 한 신이라도 담덕이 되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불화설, 한류 평가 절하… 기자에게 고한다
배용준은 김종학 감독을 아버지라고 부른다. 그만큼 특별한 사이다. 두 사람은 평소 불면증이 있어 서로 복용해본 약을 추천해줄 정도다. 그러나 배용준에게는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소문이 있다. 동료 연기자, 스태프들과의 불화설이다. 그의 연기 욕심과 카리스마에 의해 와전된 이야기일까? 끊임없이 들리는 소문의 이유는 무엇일까?
“다 기자들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팀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어요. 박성웅, 이필립에게는 제가 첫째 형이에요. 친형제처럼 지내고 있어요. 감독님과는 함께 담배를 피울 수 있을 정도로 친한 사이에요.”
그간 마음에 담았던 말들을 털어놨다. 다소 흥분된 기색이었다. 그렇다면 기자 측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소문을 완벽하게 잠재울 수 있는 사람은 본인뿐이다. 인터뷰에 잘 응하지 않기 때문에 터무니없는 소문이 계속 양산됐던 건 아닐까.
“인터뷰 기피했던 건 인정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하는 말의 의도를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기사를 썼으면 좋겠습니다. 제발 왜곡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또 기사에 ‘한류’라는 단어는 이제 그만 썼으면 해요.”
그는 자신을 향한 기사에서 ‘일본에 무릎을 꿇었다’라는 비하적인 표현까지 봤다. 결국 인터뷰를 해도 진심이 통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직 눈을 끄는 자극적인 기사만 나올 뿐이라고 판단했다.
“기사를 국내에서만 보고 끝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거 아세요? 한국 기자가 기사를 쓰면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현지 기자들이 그걸 이용해서 또 자극적인 기사를 씁니다.”
또 그는 한류 위기론을 거론하기보다 질 좋은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우리는 이제 ‘아시아류’를 만들 때라고 얘기했는데 그런 이야기는 써주지도 않아요(웃음). 한류는 이제 아시아로 확대되고 있는 과정이에요. 나쁘다고 하기보다 좋은 쪽으로 선도하고 이끄는 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언론을 향해 기사를 가슴으로 써달라고 부탁했다. 돈의 액수나 자극적인 기사는 한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그간 그는 한류 붐을 일으킨 기특한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중년 여성에게만 어필되는 배우로 평가 절하된 게 사실이다. 그러나 ‘태왕사신기’를 기점으로 그는 한국의 젊은 층이나 일본의 남성 팬 등 기존과 다른 연령, 성별 층의 호응을 얻었다. 이런 긍정적인 평가를 이어갈 차기작이 중요하다. 그는 조심스럽게 다음 작품을 언급했다.
“한국에서도 인기가 있었던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어요. 아직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않은 상태라 구체적인 건 말씀드릴 수 없지만 조만간 좋은 소식 전해드릴게요.”
그가 언급한 작품은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원작자인 일본 작가가 이미 배용준을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작품을 완성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전에 배용준은 일본에서 방영할 애니메이션 ‘겨울연가’의 목소리 연기를 맡을 예정이기도 하다. 최지우와 함께 참여하며 2009년 방영 예정이다.
한국인 배용준, ‘아시아류’를 이야기하다
“아시아 가족들의 과분한 사랑에 늘 감사합니다. 이제 드라마나 영화를 통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전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고 있는 중입니다.”
그가 말한 다른 방식의 한 일환일까? 그는 사진이란 새로운 형태로 팬들을 찾아갈지도 모른다. 사진집 발간에 대한 계획을 이야기했다. 그는 이번 방문 내내 카메라를 들고 팬들의 모습을 직접 담기도 했다.
“원래 사진을 좋아하고 요즘 심취해 있어요. 가족들의 모습을 머리로는 기억하겠지만 그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대해 사진으로 소개하는 책을 생각 중입니다. 내가 태어난 아름다운 조국에 대한 사진책을 만들고 싶어요.”
평소 그는 ‘태왕사신기’의 촬영지였던 제주도와 단양의 아름다운 풍경에 대해 자주 언급했다. 직접 우리나라의 절경을 찾아다니며 촬영할 예정이란다. 욘사마 배용준을 통해 한국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아시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너무 많이 얘기하면 다른 사람이 먼저 할 수 있으니 여기까지 할게요(웃음).”
그는 이번 이벤트의 마지막 피날레에서도 이동차로 관객 사이를 돌며 그들의 모습을 촬영했다.
“인상적인 순간이었어요. 차에 올라타서 눈을 맞췄을 때 그분들의 마음을 받았어요. 무대 위에 있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그때는 서로 눈빛을 교환할 수 있었어요. 왜 진작 하지 않았는지 후회스러울 정도예요.”
팬들의 사랑도 좋고, 일도 좋지만 서른 중반이 넘은 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안정된 가정일 것이다. 현재 팬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 1위도 단연 결혼이다. 지난해 MBC 연기대상 시상식 소감에서도 결혼에 대한 강한 희망을 내보인 그다.
“주위의 친구들과 동생들이 결혼하고 아이 낳는 모습을 보면 너무 부럽고 저도 결혼하고 싶어요. 그렇지만 그게 혼자 마음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잖아요. 3년 안에 정말로 하고 싶어요. 좋은 분 있으면 소개 좀 시켜주세요. 정말요!”
‘당신은 모든 것을 가진 남자다. 아니, 나는 아무것도 갖지 못한 남자다. 내가 진짜 갖고 싶은 건 아내’라는 그가 출연한 CF 속 멘트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배용준의 어깨는 무겁다. 일본에서 바라본 그는 그저 ‘배우 욘사마’가 아니었다. ‘한국인 배용준’이었다. 일본인들은 배용준을 통해 한국을 바라보고 한국을 인정했다. 그만큼 한류를 넘은 아시아류를 만들 때라는 그의 얘기가 절실히 가슴에 와 닿는다. ‘3년 안에 결혼’이라는 그의 개인적인 목표와 더불어 앞으로 더욱 견고하게 완성될 그의 아시아류를 기대해본다.
배용준의 訪日 현장 이모저모
배용준이 온다!
간사이 공항 비상사태
(5월 30일) 배용준의 오사카 방문에 현지 미디어도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수도 도쿄에서 자동차로 6시간 떨어진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30여 팀의 취재진이 그의 입국 장면을 담기 위해 모여들었다. 프레스 라인에서의 자리 쟁탈전도 치열했다. 취재진은 배용준이 공항을 빠져나가는, 그 찰나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야 했기 때문이다. 취재 도중 예민해진 기자들 사이에 험한 말이 오가기도 했다. 그래서 공항 측 특단의 조치로 35장의 번호표가 배부됐다. 팬들에게만 번호표가 주어진 게 아니다.
(6월 1일) 일본 오사카 쿄세라돔에서는 ‘태왕사신기 프리미엄 이벤트’가 열렸다. 배용준은 3년 만에 4만의 아시아 팬들을 만났다. 이른 아침부터 입장을 하기 위해 몰려든 팬들은 오사카 돔을 에워싸고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긴 줄을 섰다. 이벤트는 1백여 명의 액션 배우들이 등장해 드라마를 재현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고난이도 와이어 액션을 선보이는 등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또 세계적인 영화음악가 히사이시 조가 직접 피아노 연주를 선보이고 오케스트라 지휘를 맡았다. 그리고 김종학 감독 외 주연배우들이 차례로 나와 드라마 촬영 당시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이날의 단연 하이라이트는 배용준의 등장이었다. 그는 팬들과 함께 호흡한다는 의미로 이동차를 타고 객석을 향했다. 한 손에 카메라를 든 배용준은 이동차가 돔을 한 바퀴 도는 내내 팬들의 모습을 찍었다. 그가 지날 때마다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름을 부르고, 손을 흔들며 환호했다.
(6월 4일) 배용준은 NHK가 마련한 기자회견과 특별 방송 녹화를 마쳤다. 검은색 슈트를 차려입은 배용준은 사회자의 질문에 메모를 하며 성의껏 답했다. 한 시간가량 진행된 기자회견에는 3백여 명의 한국, 일본, 대만 등의 기자들이 참석해 취재 경쟁을 벌였다. 현장의 한 일본인 기자는 드라마 기자회견에 3백여 명의 취재 기자와 지상파 카메라 20여 대가 모이는 건 드문 경우라며 놀라워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일본 지상파 주요 방송인 NHK, 후지TV, TBS 등의 저녁 주요 뉴스로 방송됐다. 배용준의 NHK 특별 방송은 6월 21일 토요일 황금 시간대인 오후 5시로 편성됐다.
(6월 7일) 배용준이 일본의 축구 영웅 나카타 히데토시의 자선 축구 경기 ‘+1 FOOTBALL MATCH’에 참석했다. 소속사에 의하면 나카타는 배용준을 초청하기 위해 장문의 초대장을 보내왔단다. 이번 참석 일정은 공식 스케줄에 없었다. 그러나 배용준은 일본 TV에서 방영 중인 나카타 선수의 공익 광고를 보고 다른 스케줄을 조정해 참석했다. 환경과 불우한 이웃을 돕는 취지에 공감한 것. 이번 경기는 나카타의 은퇴 후 첫 등장으로 6만4천 장의 티켓이 모두 매진되는 등 일본 내에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배용준은 경기 전야 자선 행사에 지난 5월 30일 오사카 공항 입국 때 썼던 선글라스를 선뜻 기증했다.
■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이유진(한류 전문 라이터, yeswawa@hotmail.com) ■사진 / 이유진, BOF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