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딸 돌잔치 치른 환갑 아빠 한대수의 좌충우돌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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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병 걱정이요? 지금까지 산 것도 감사해요
딸고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보너스죠”


지금으로부터 1년 전. 환갑의 나이에 첫딸을 얻어 화제를 모은 가수 한대수. 한국 저항 음악의 산증인이자, 살아있는 록의 대부로 칭송받으면서 한평생을 뮤지션으로 살아왔지만, 1년 전 딸 양호가 태어나면서부터는 ‘양호 아빠’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61세 아빠 한대수의 첫딸 돌잔치 현장.


첫딸 돌잔치 치른 환갑 아빠 한대수의 좌충우돌 육아일기

첫딸 돌잔치 치른 환갑 아빠 한대수의 좌충우돌 육아일기

오똑한 콧날, 짙은 쌍꺼풀 가진 ‘양호’
지난 6월 1일 신촌의 한 뷔페식당에서는 ‘포크 록의 대부’라 불리는 가수 한대수의 딸 돌잔치가 열렸다. ‘초보아빠’ 한대수는 들어오는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손님들 대부분 긴 머리에 청바지 차림의 뮤지션들이었다. 한국 음악계를 이끌고 있는 유명한 음악인들도 눈에 띄었다. ‘신촌블루스’의 엄인호, 기타리스트 김도균, 재즈보컬리스트 웅산, 가수 이상은 등이다. 이 밖에 한대수와 CBS라디오 ‘행복의 나라로’를 진행하고 있는 손숙, 한대수의 음악을 모티브로 영화 ‘아버지와 마리와 나’를 만든 이무영 감독이 자리를 함께했다.

손님맞이에 한창이던 한대수는 기자와 눈이 마주치자 “아휴~ 바쁘다 바빠. 맛있는 것 좀 먹었어요? 정신이 하나도 없네”라며 “오늘은 기자들 일부러 오지 못하게 했으니까 손님으로 축하해달라”는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그의 말대로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흘러내리는 땀을 닦을 생각조차 못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도 뭐가 그리 좋은지 얼굴에는 ‘싱글벙글’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환갑에 얻은 귀한 딸의 돌잔치가 좋긴 좋은 모양이다.

이어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22세 연하의 아내 옥사나(39)와 예쁜 딸 한양호양이 손님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저곳에서 “우와~정말 예쁘다”, “엄마를 꼭 빼닮았네”라며 탄성을 지른다. 이내 서로 한 번만 안아보자고 덤벼들어 한동안 장내가 소란스러웠다.

오똑한 콧날에 짙은 쌍꺼풀. 인형처럼 예뻤다. 다만, 몸무게가 14kg으로 또래에 비해 매우 건강(?)한 게 문제라면 문제라고 한다. 한대수는 “딸아이가 워낙 잘 먹다 보니 살이 통통하게 올랐다”면서 “우리 양호는 옷 살 때도 3세 이상을 사야 딱 맞는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사랑스러운 딸인데, 잘 먹는 모습이 얼마나 예뻤을까. 양호가 그렇게 건강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돌잔치는 후배 뮤지션들의 콘서트로 대신
첫딸 돌잔치 치른 환갑 아빠 한대수의 좌충우돌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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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수와 옥사나 그리고 딸 양호가 한자리에 모이자 드디어 돌잔치가 시작됐다. 그런데 여느 돌잔치에는 있는 사회자가 보이질 않았다. 한대수가 직접 무대로 나와 “친한 선후배들이 양호의 첫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노래와 음악을 준비했다”며 “마음껏 즐기며 놀다 가라”고 했다. 곧바로 이우창 재즈쿼텟의 연주가 한바탕 벌어졌고 뒤를 이어 기타리스트 김도균이 노래를 불렀다. 바통을 넘겨받은 재즈보컬리스트 웅산의 카리스마 넘치는 열정적인 무대가 이어졌다. 모두 서로의 연주와 노래를 경청하면서 그 시간을 즐겼다. 돌잔치가 아니라 작은 콘서트에 온 기분이었다. 이어 한 개그맨의 재치 있는 입담과 그룹`‘`하찌와 TJ`’, 몽고의 음악 밴드와 체조 단원들의 공연까지 돌잔치 콘서트는 2시간 넘게 이어졌다. 한대수에게 어떻게 돌잔치를 콘서트로 꾸밀 생각을 했느냐고 물었다.

“음악 하는 후배들한테 돈을 받을 수도 없고, 와서 노래나 한 곡씩 부르라고 했죠. 후배들도 와서 노래하고 싶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이뤄진 거예요. 이 사람들 한 무대에 세우려면 총 개런티가 몇 억은 들어요. 하하하.”
흥겨운 공연이 이어지고 난 뒤, 돌잡이는 한국식으로 진행됐다. 장수를 의미하는 ‘실’과 학문을 의미하는 ‘연필’, 부를 의미하는 ‘돈’, 예능적인 끼를 의미하는 ‘`마이크’ 등이 놓여졌다.

‘과연 양호가 무엇을 고를지`’ 궁금해하는 가운데, 양호가 집은 것은 ‘마이크’였다. 순간 한대수와 아내 옥사나는 “Oh No~!”라고 외쳤다. 하지만 하객들은 박수를 치면서 “아빠를 닮아서 가수가 되려나봐`”라며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마이크 잡은 딸, 음악가 되는 건 반대예요”
그렇게 양호의 돌잔치는 무사히 끝이 났고, 한숨을 돌리는 그와 잠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우선 양호가 돌잡이에서 마이크를 잡은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나와 옥사나는 딸이 가수 되는 건 반대예요. 음악가로 살아가는 삶은 힘들어요. 음악이라는 게 ‘고통’을 감내해야 하거든요. 난 우리 딸이 고생하면서 고통스러운 삶을 살길 바라지 않아요.”

또 뮤지션들의 가치관은 일반 사람들과 다르기 때문에 삶이 평탄치 않다는 것도 이유다. 그렇다면 한대수는 양호가 어떻게 살기를 바랄까.

“만약에 양호가 끝까지 음악을 하겠다고 고집하면, 무조건 최고가 되기를 바랄 거예요. 아니면 탤런트를 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지금처럼 커서도 예쁘다면 말이죠(웃음). 하지만 내가 제일 바라는 것은 양호한 남자 만나서 정말 양호하게 사는 거예요.”

첫딸 돌잔치 치른 환갑 아빠 한대수의 좌충우돌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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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금도 양호를 데리고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인형 같다’, ‘예쁘다’며 하나 둘 모여들기 일쑤다. 오죽하면, 이제 한 살짜리 아이한테 ‘사인’을 요청하기도 한단다. 동네 사람들 사이에서는 스타나 다름없다. 한대수는 이런 양호를 보고 있노라면, 밥 안 먹어도 배가 부를 지경이다.

최근 들어 한대수는 라디오 방송을 2개나 맡았다. CBS 라디오‘행복의 나라로’와 아리랑 TV의 진행을 맡았다. 이를 두고 그는 ‘공무원’이 됐다고 표현한다. 오전 7시 30분에 집을 나서 CBS 방송국에 갔다가, 낮에는 아리랑 TV에서 일을 하고 저녁이나 돼야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 환갑에 공무원 생활하려니까 힘들어 죽겠어요. 내가 원래 그런 건 체질에 안 맞는데, 양호 때문에 화폐(돈)를 벌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지. 솔직히 내 자신에게는 돈을 쓸 일이 없는데, 양호는 1cm 움직일 때마다 이게 다 돈이에요. 처음에는 돈을 벌기 위해서 음식점을 할까도 생각했지만, 친구들이 힘들다고 말리더라고요. 그러던차에 라디오에서 제의가 들어온 거예요(웃음).”

돈을 ‘화폐’라고 부르는 한대수. 그동안 그는 화폐와 먼 삶을 살았다. 핵물리학 박사였던 아버지는 그가 어릴 때 실종됐다가 어른이 돼서야 만날 수 있었고, 어머니 역시 그가 어렸을 때 재가를 했기 때문에 할아버지의 손에서 컸다. 이후 그는 목장 운영을 하길 바라던 할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리고 사진과 음악에 몰두했다. 그러다 음악적 탄압이 심했던 군사정권 시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한국을 떠나야 했다.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그저 영혼을 위로해 줄 수 있는 노래나 부르다가 세상을 마감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양호가 태어나면서 그의 인생은 그야말로 180도 바뀌었다. 전에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은 안 하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하고 싶지 않은 ‘`공무원 생활`’도 감사하게 여긴다. 그 돈으로 ‘양호’를 정말 ‘양호’하게 키울 수만 있다면 말이다.


“나는 아파도 옥사나와 양호는 건강해야지”
첫딸 돌잔치 치른 환갑 아빠 한대수의 좌충우돌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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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수는 지난해 말 심장에 이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그에게 병원에 가는 일은 무섭고 두려운 일이다. 그리고 양호에게 금전적인 부담을 주는 게 정말 싫다고도 했다. “서둘러 심장 수술을 해야 한다”고 의사와 지인들이 재촉했지만 그는 한사코 거부했다.

말로는 ‘병원 가는 게 겁나서’라고 한다. 하지만 양호를 키우려면 치료비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지금 약만 먹고 있다. 그렇게 예쁜 ‘양호’와 행복하게 오래 살려면, 그래도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하지 않느냐고 해도 요지부동이다.

“지금까지 산 것도 정말 고맙지. 나는 하루하루가 감사해요. 살아 있다는 게, 주어지는 매일 매일이 보너스지. 아픈 것도 다 삶의 일부니까 괜찮아요.”

그렇게 고집을 부리다가 일찍 세상을 등지면, 남아 있는 옥사나와 양호는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오히려 본인이 죽으면 작곡 인세가 나올 거란다. 베토벤처럼 작곡가가 죽으면 그 음악이 더 인기가 많아진다는 것. 그래서 자신이 만들어놓은 음악만으로도 가족이 충분히 먹고살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이런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면서 웃고 있는 한대수를 보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정말 난감했다.

이어 그는 “옥사나는 항상 건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모 없이 자라는 아이를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란다. 특히 아이에게 엄마라는 존재는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가 없다. “엄마와 아기는 완벽한 ‘원’과 같은 무서운 관계예요. 아이는 하루 종일 엄마만 쫓아다니거든. 마치 뼈와 살이 하나인 것처럼, 어딜 가든 엄마를 찾아가니까(웃음).”
“태어나서 지금처럼 행복한 적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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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는 일은 정말 피곤하고 힘들다. 그는 “아이한테서 1초만 눈을 떼도 사고가 난다”면서 “애 키우는 데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며 혀를 내둘렀다.

얼마 전에는 양호의 다리가 부러져서 한 달 동안 깁스를 하기도 했다. 신기한 건 어디에서 어떻게 다쳤는지 모른다는 것. 아이는 아프다고 울지도 않았다. 그런데 병원에 가보니 다리가 부러져 있었다. 아직도 그 원인은 모르지만, 어쨌든 지금은 완쾌됐으니 다행이다.

또 아이가 태어난 후에는 잠을 설치는 것도 참아야 했다. 베이비시터도 써봤지만 영 신통치가 않았다.
“한동안 잠을 못 자서 정말 혼났어요. 방송을 해야 하는데, 너무 힘들어서 2주 동안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니까요. 요즘 저랑 옥사나의 소원은 10시간 이상 잠을 자보는 거예요(웃음).”

양호가 태어난 후 한대수의 삶은 ‘양호를 위한 삶’으로 바뀌었다. 예쁜 딸 때문에 기쁘기도 하지만, 그만큼 책임감도 크다.

“양호가 태어났을 때는 솔직히 좋기도 했지만, 이 힘든 삶을 한평생 살아가야 한다는 게 한편으로는 슬프기도 했어요. 그래서 순간을 즐기고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살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냉수 한잔 마시는 것도 너무 소중한 순간이거든요. 저는 태어나서 아내, 딸과 함께하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해요. 하하하.”

한평생 노래나 부르다가 세상 떠나면 될 줄 알았는데, 뜻밖에 양호가 태어나면서 한대수는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지금까지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았다면, 이제부터는 사랑하는 옥사나와 양호를 위한 삶을 살 것이다.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만은 너무 행복하다”고 말하는 한대수의 얼굴에서 함박웃음이 떠날 줄 몰랐다.

글 / 김민주 기자 사진 / 인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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