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서 재밌다, 같아서 든든하다  ‘박대박’ 박성광 vs 박영진

달라서 재밌다, 같아서 든든하다 ‘박대박’ 박성광 vs 박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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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TV ‘개그콘서트’의 ‘박 대 박’은 감탄이 절로 나오는 토크쇼다. 착착 들어맞는 말싸움을 보고 있노라면 ‘두 사람의 관계’가 슬그머니 궁금해질 정도다. 대학 신입생 시절 만나 9년 동안 호흡을 맞춰온 박성광과 박영진.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두 친구의 이야기는 끝까지 철떡 궁합이다.


달라서 재밌다, 같아서 든든하다  ‘박대박’ 박성광 vs 박영진

달라서 재밌다, 같아서 든든하다 ‘박대박’ 박성광 vs 박영진

소심한 MC와 막무가내 게스트의 줄다리기
MC는 소심하다. 게스트의 ‘말도 안 되는’ 말에 얼굴이 빨개지며 따져 묻다가 이내 침을 삼키고 반격의 틈을 줘버린다. 게스트는 막무가내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소개됐지만 아는 것은 전부 엉터리에, 말은 맞지만 결론은 엉뚱하게 나버리는 3단 논법의 소유자다. 서로 다른 원을 그리는 것처럼 보이는 MC와 게스트지만 주고받는 타이밍만은 정확하다. 각자 뱅글뱅글 돌면서 웃음이라는 교집합을 만들어낸다.

‘박 대 박’이 등장할 때의 박수 소리가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그만큼 인기가 높아졌다는 증거다. 사실 ‘박 대 박’은 처음부터 대박 조짐이 보였던 코너는 아니다.

“초반에는 위기도 있었어요. ‘재미없다. 왜 그렇게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느냐’는 반응에 상처 입은 적도 있어요. 감독님과 작가 분들이 지금의 포맷으로 만드는 데 도움을 많이 주셨죠.” (박성광)

말의 호흡과 뭔지 모르게 이상한 ‘논리’가 팽팽하게 맞서야 하는 코너이기 때문에 매주 아이디어를 짜는 데 골머리를 앓는다. 가장 힘든 점은 박영진의 직업을 선정하는 일. 시작이 반이라고 일단 직업이 정해지면 그 뒤는 일사천리로 진행되기도 한다.

요즘 ‘박 대 박’은 보험도 생겼다. “넌 뭘 먹었기에 그렇게 생겨먹었어?”처럼 박성광의 외모를 질타하는 대사들이다. 안타깝게도 이 대목에서 관객들의 웃음이 빵빵 터진다.

“그때 그만하라고 하고 싶었는데 사람들이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그렇지 않아도 ‘딱 개그맨 얼굴이다’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제 얼굴이 부럽다는 동료들도 있고. 그런데 딴 사람도 아니고 ‘닥터피시’에 나오는 이종훈 선배가 그런 얘길 하시니까, 참….” (박성광)


어릴 적부터 키워온 개그맨의 꿈 vs 배우 되려고 연기학원 다니기도
쉬지 않고 말을 주고받는 모습에 익숙해서인지, 생각보다 조용한(?) 두 사람의 모습이 낯설다. 알고 보니 박영진은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란다. 낯선 사람이 있으면 눈치도 많이 보고 조용해지는 성격이라고. 평소 무대에 올랐을 때의 무표정한 모습을 관객들은 연출로 받아들이지만 사실은 그게 너무 긴장해서 나온 자연스러운 표정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조금씩 고쳐가고 있는 중이다.

반면, 박성광은 오히려 개그맨이 되고 나서 더 차분해졌다고 한다. 옛날에는 말도 많고 좀 ‘까부는’ 성격이었는데 ‘문제아가 문제 학교 가니 평범해지는’ 것처럼 워낙 재미있는 사람들 틈바구니에 끼어서인지 말수가 줄었다고 하소연한다.

사실 박성광이 처음부터 개그맨을 꿈꿨던 것은 아니다. 연예인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릴 때 꿈은 의사였어요. 어머니가 의사 됐으면 좋겠다고 하시길래…. 초등학교 때는 육상이랑 야구를 해서 운동선수 할까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키가 자라지를 않는 거예요. 그러다가 고등학교 2학년 때쯤 배우가 돼야겠다고 결심하고 연기 학원에 다녔어요.”

달라서 재밌다, 같아서 든든하다  ‘박대박’ 박성광 vs 박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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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성씨와 연기학원 동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기자의 말에 “같이 다녔죠. 그런데 조인성씨가 기억 안 난다고 하면 끝이잖아요. 그때 같이 얘기도 하긴 했었는데…”라며 황급히 이야기를 접는다. 어쨌든 연기학원을 다닌 박성광은 결국 ‘개그’라는 연기를 선보이는 희극배우가 됐으니 꿈을 이룬 셈이다.

한편, 개그맨이라는 단어조차 잘 모르던 어린 시절부터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일을 하겠다고 결심한 이는 진지한 외모의 박영진이다.

“고향이 경북 김천인데 경쟁 상대가 없어서인지 제가 조금만 재밌게 얘기하면 다들 웃어줬어요.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게 좋더라구요. 그런데 막상 멍석을 깔아주면 잘 못해요. 지금도 그래요. 무대에 서면 시야가 흐려지면서 관객들이 안 보일 때가 있어요. 눈빛도 떨리구요. 얼른 이 긴장을 털어내야 할 텐데요.”


“저런 애랑 같은 과라니” vs “저 녀석은 내가 키워야지”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스무 살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과 오리엔테이션 때 처음 만났다. 서로의 첫인상을 물었다.
“호감형은 아니었어요. ‘저런 애랑 같은 과라니 내가 과를 잘못 왔나’라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요. 첫날 자기소개 할 때부터 무지하게 웃겼어요.” (박영진)

“내가 너보다 입학 점수도 높았어, 왜 이래? 나 시샘했던 거 아냐? 그래놓고 그날 저녁에 나한테 와서 사인해달라고 했잖아.(웃음) 가만 보면 (박)영진이도 되게 재밌는 스타일이에요. ‘아, 저 자식 내가 키워야겠다’ 생각해서 제가 먼저 다가갔죠.” (박성광)

서로를 알아본 두 사람은 박성광이 만든 개그 동아리에서 함께 활동하며 개그 호흡을 맞췄다. 처음에는 40~50명이던 동아리 회원이 점점 줄어서 나중에는 달랑 3명만 남았다.

달라서 재밌다, 같아서 든든하다  ‘박대박’ 박성광 vs 박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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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한 살 때 처음 본 공채 시험에서 최종까지 갔어요. 1차에서 바로 떨어졌어야 했는데 별 준비 없이 끝까지 가게 되니 자만에 빠진 거죠. 우리가 진짜 웃긴 줄 알았어요. 그 뒤로는 계속 고배를 마시면서도 ‘왜 우리를 몰라보지?`’라는 생각만 했으니까요.” (박영진)

본격적으로 두 사람이 절실하게 준비를 시작한 것은 군대를 다녀온 후다. 그즈음 ‘준비 없이 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대학로에서 한 회, 두 회씩 소극장 공연을 하면서 자신감과 실전 능력을 조금씩 키워나갔다. 전문적으로 연기나 개그를 배운 적이 없었기 때문에 소극장 공연은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줬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경험과 보람 그리고 개그에 임하는 자세와 진지한 고민까지.

“늘 인터뷰 때마다 얘기하지만 ‘개그맨 지망생 시절’ ‘대학로 시절’이라는 표현이 싫어요. 전 대학로 무대에 서는 그 순간부터 지망생이 아니라 이미 개그맨이라고 생각했어요. 안타깝지만 사회적으로 개그 하는 사람을 좀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외국에서는 소극장 무대에서 코미디를 선보이는 사람들이 실력을 인정받는 경우도 많은데…. 여러 가지로 아쉬운 점이 많아요.” (박영진)

경제적으로는 어렵고 힘들었던 시기였지만, 함께 붙어 다니면서 두 사람 사이는 더욱 돈독해졌다. 군대도 날짜를 맞춰 같이 다녀왔다. 시험을 준비할 때는 3개월가량 동아리 방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다. 밤에는 소품용 의상을 몇 겹씩 껴입고 잠들었다. 소개팅도 같이 나갔다.

“같이 간 게 아니라 얘가 나한테 말도 안 하고 따라온 거예요.” (박성광)
“심심하긴 한데 갈 데가 없으니 어떡해.” (박영진)
“결국 같이 있다가 제가 너무 쑥스러워서 전화번호 좀 대신 물어봐달라고 했더니 ‘안 가르쳐주더라’며 중간에 자기가 꿀꺽 한 거 있죠.” (박성광)


4년 사귄 마음 넓은 여자친구 vs 지선이는 아닙니다
요즘 ‘개그콘서트’를 보면 두 사람을 비롯한 22기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동기들에게 배우는 점도 많을 듯하다.
“저를 제외하고 나머지 20명에게서 한 가지 이상씩 배우고 싶은 점이 있어요. 다들 각자의 장점이 있거든요.” (박영진)

“전 닮고 싶은 동기가 있어요. ‘있는데~’의 경환이요. 그 얼굴이 부러워요. 준교수랑 특히 친한 편인데 준교수의 착실함도 배우고 싶구요.” (박성광)

달라서 재밌다, 같아서 든든하다  ‘박대박’ 박성광 vs 박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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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니 뭐니 해도 ‘`개그콘서트’의 가장 ‘핫’한 아이템은 박성광과 박지선의 로맨스. 그 진실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체념한 듯 부릅떴던 눈을 내리깔며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다’라고 부인하는 박성광. 그래도 자꾸 보면 정든다는데, ‘봉숭아 학당’에서의 연인 연기가 실제 감정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자주 안 보려고 노력하잖아요. 정들까봐. 그리고 사실 지선이가 만나는 남자가 한둘이 아니에요. 지금은 편해졌어요. 동기들도 처음에는 막 놀리다가 이제는 시들해진 모양이에요. 대본 연습 때문에 둘이서 한 방에 있어도 아무 일이 안 일어난다니까요. 지선이를 좋아하는 팬 여러분, 죄송합니다. 저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지선이가 워낙 흠잡을 데가 없는 애라, 저는 지선이 곁에 서기 부족한 사람이에요(웃음).”

두 사람의 진짜 로맨스를 바란 팬으로서는 좀 아쉬운 대답이다. 아쉬움에 쐐기를 박듯, 박성광이 한마디 덧붙인다.
“지선이가 남자를 좋아해요. 예전에 영진이한테도 고백했어요.”

‘남 연애사에 관심 없다’며 줄곧 무표정이던 박영진의 눈썹이 움찔했다. 하지만 박영진은 4년을 만나 온 예쁜 여자친구가 있기 때문에 박지선의 고백을 받아줄 수 없었다고. 대학 개그 동아리 후배였던 여자친구는 모난 점이 많은 그를 잘 이해해주는 고마운 사람이다. 항상 부족한 자신에게 잘 맞춰주는 그녀를 앞으로는 잘 보듬어주고 싶다고 한다. 줄곧 연인인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조금은 부럽기도 하다는 박성광. 부러워할 거 뭐 있나, 박지선과 만나면 될 텐데.


함께 만드는 박 대 박 쇼
박영진은 요즘 ‘`봉숭아 학당’ 입학을 위해 캐릭터를 다듬고 있고 또 다른 코너도 준비 중이다. 스탠딩 무대에서 인기를 얻으면 버라이어티로 진출하는 것이 정석처럼 굳어져 있지만 그는 장르에 연연하지 않는다. 개콘이든, 버라이어티든, 시트콤이든, 영화든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최선을 다하고 싶을 뿐이다. 설사 그곳이 9시 뉴스라도 말이다.

박성광은 얼마 전 ‘tvN 쩐의 전쟁’에 ‘자신이 재벌 2세인지 모르고 살아온 노숙자’ 역으로 출연했다. 재벌 2세 역이라 흔쾌히 수락했는데 끝까지 재벌 행세는 한 번도 하지 못했다고. 주변에서는 배역이 잘 어울렸다고 칭찬이 자자했단다. 어려웠지만 공개 코미디와는 다른 드라마만의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두 사람이 함께해온 시간이 햇수로 벌써 10년이다. 앞으로 같이 이루고 싶은 목표는 대학로 무대에 ‘박 대 박’ 쇼를 올리는 거다.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쇼를 만들고 싶단다. 그러기 위해 방송에서 좀 더 내공을 쌓아야 할 것 같다고.

“자만하지 말고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하고 싶어요. 변하지 않을 최종 목표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사람이 되겠다는 거니까요.”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원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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