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를 열게 된 건 아내덕분이죠.
앞으로도 아내에게 도움 받을 일이 많을 것 같아요”
조민기는 사진을 찍은 후 후반 작업을 하지 않는다. 렌즈에 묻은 먼지조차 그에게는 진실과 마찬가지다. 사진의 힘을 믿는 조민기가 드디어 자신만의 공간을 마련했다. 이제 그는 사람들의 가장 행복한 순간을 사진으로 이야기하려 한다.
#1 직접 인테리어해서 손수 만든 스튜디오
이를 축하하고자, 지난 6월 3일 스튜디오에서 작은 파티가 열렸다. 비가 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스튜디오는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탤런트 이태란, 가수 강현수 등 연예인도 눈에 띄었다. 스튜디오 입구에서 사람들을 맞는 이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조민기의 아내 김선진씨다. 환한 미소로 기자를 맞은 그는 “축하한다”는 말에 “고맙다”며 마치 오래 알아온 사람을 대하듯 덥석 손을 잡았다.
조민기는 스튜디오 오픈을 기념하는 의미로 손님들에게 선물을 준비했다. 스튜디오답게 선물은 사진이었다. 그는 손님들의 사진을 직접 찍고, 바로 인화해서 액자에 넣어 선물했다. 직접 사진을 찍는 그의 모습에서 활기가 느껴졌다. 기분이 꽤 좋아 보였다. “기분 엄청 좋죠. 그런데 솔직히 부담도 돼요.”
오랜 숙원이던 사진 스튜디오를 차리고는 ‘부담’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그의 모습에서 ‘순수한 사진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간단히 핑거 푸드로 배를 채운 뒤 스튜디오를 둘러봤다. 스튜디오는 건물의 3, 4층과 옥상으로 이어졌다. 각 층마다 다른 테마로 알차게 꾸민 것을 보니 꽤 오랫동안 고심한 흔적이 묻어났다.
“세 개 층으로 이뤄졌는데, 3층은 웨딩 컨셉트에 맞는 화사한 방이 주를 이루고, 4층은 화보나 광고 촬영에 알맞게 만들었어요. 5층은 옥상이에요.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죠.”
스튜디오 구석구석까지 모두 조민기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머릿속으로 스튜디오를 짓고, 허물고를 몇 번씩 반복했다. 지금의 공간은 오랜 고민 끝에 탄생한 그만의 세계다.
“스튜디오 인테리어는 제가 직접 아이디어를 내서 만들어졌어요. 그동안 계속 머릿속으로 구상하고 있었거든요. 한번 올라가 보시죠.”
스튜디오를 구상할 때 가장 큰 힘을 준 사람은 바로 아내다. 책을 쓸 때나, 연기를 할 때나 사진을 찍을 때 아내는 늘 조용히 그의 곁에서 힘이 되었다.
“아내가 전적으로 도와줬어요. 앞으로도 아내가 이 스튜디오에서 할 일이 많을 것 같아요. 아내와 저는 ‘일은 즐기면서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면 돈이 따라오지 않겠어요? 그렇지 않아도 뭐, 괜찮고요.”
#2 사진이나 연기나 다 예술 아닌가?
그는 여행지나 촬영장에서 취미로 사진을 찍기 시작해 지난 2005년과 2006년에 개인 사진전을 열었고, 에세이 「당신을 만나 행복합니다」를 발간했다. 또 ‘CEO 사진전’과 ‘환경 사진전’, ‘도시 경관 기록 보존 프로젝트’ 등 다양한 사진전에 참여하면서 전문 사진작가로의 경력도 쌓아나가고 있다.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스튜디오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스튜디오가 생겼으니 이제는 사진을 더 진지하게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스튜디오에서는 웨딩 사진을 위주로, 프로필 사진과 화보 촬영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가 스튜디오에 디스플레이된 샘플용 웨딩 앨범을 기자에게 보여주었다. 표정이 살아 있는 사진들이다. 그가 웨딩 사진에 애착을 갖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사람을 찍는 걸 좋아해요. 사람의 얼굴이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럽고 진실이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결혼할 때 아닌가요? 그래서 웨딩 테마 스튜디오를 계획한 겁니다.”
다른 웨딩 스튜디오와 어떻게 차별화시킬 것인지 물으니 그는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자연스러움’이라고 답했다.
“사진을 찍은 후 후반 작업(포토샵)을 하지 않아요. 렌즈의 먼지까 인화지에 나타나는 내추럴한 느낌을 좋아해요. 앞으로 우리 스튜디오만의 스타일을 만들고 싶어요. 그걸 대중이 알아준다면 더욱 고마운 일이 될 테고. 어쨌든 조민기의 스튜디오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내 본업은 연기죠. 그렇다고 사진을 만만하게 생각하는 건 아니에요. 꼭 두 가지 영역을 나눠서 생각해야 할까요? 두 가지 모두 큰 범위에서 보면 예술이잖아요. 연기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표현하는 거예요. 물론 그 안에 나도 들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작업이죠. 반면 사진은 온전히 나만의 작업이고 나를 표현하는 과정이에요. 어느 것이 더 좋은지 말하는 건 의미가 없어요. 둘 다 멋진 작업이에요. 연기 활동은 당연히 계속할 것이고, 사진 작업도 계속할 겁니다.”
#3 봉사는 조용히 하고 싶어
조민기의 사진은 그냥 사진으로서만 의미를 남기지 않는다. 그는 팬클럽과 함께하는 봉사활동에서 구원의 손길이 필요한 곳의 상황을 사진으로 말하곤 한다.
“그런 작업을 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주는 것이 카메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곳의 모습들을 찍었고 ‘이런 모습을 이렇게 바꿔보자’라는 제안도 하게 됐죠. 말로만 하는 것보다 사진으로 직접 보여주는 것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더 크더라고요.”
조민기는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나눔대사가 된 후 ‘생명의 우물’을 파러 아프리카 오지를 다녔다. 지난해에는 우간다만 세 차례나 방문해 우물을 팠다. 또 박지윤, 정종철 등과 함께 기아 돕기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정작 봉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꺼린다. 봉사만큼은 조용히 하고 싶다는 게 그의 본심이다.
“해외에서 봉사한다고 하면 색안경 끼고 보는 분들이 있어요. 국내에도 도울 사람들이 많은데 왜 해외까지 나가느냐는 거죠. 봉사는 소신대로 하고 싶어요. 사실 알릴 만한 일도 아닌데 알려진 거죠. 가장 좋은 봉사는 티 나지 않게 조용히 오랫동안 돕는 거예요.”
그는 팬클럽과 함께 봉사한다. 팬클럽은 물심양면으로 그를 도와 물이 없는 곳에 우물을 선물한다. 그는 팬클럽 게시판에 다음과 같이 벅찬 기분을 옮겨놓았다.
“차곡차곡 쌓여가던 ‘더불어’ 통장(후원통장)만으로도 가슴 뿌듯했지만, 막상 현장에서 그 결과를 목격하고 보니 여러분들의 정성에 다시 한 번 감사하고, 여러분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 땅에 여러분의 정성이 담긴 깊고 맑은 우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여러분은 진정한 부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기, 사진, 봉사…그 모든 것을 향한 조민기의 열정은 뜨겁다. 해가 갈수록 중후한 멋이 느껴지지만, 아직도 아톰이 좋은 개구쟁이 조민기. 여전히 그를 뜨겁게 하는 에너지는 메마르지 않은 순수함일 것이다.
■글 / 두경아 기자 ■사진 / 인성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