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치앙라이에 집 짓고 돌아온 류승범의 아름다운 사랑

태국 치앙라이에 집 짓고 돌아온 류승범의 아름다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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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범이 땀을 흘린다. 곡괭이를 들고 “빨리빨리”를 외친다.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그는 실제로 집을 짓고 있다. 태국의 치앙라이 고산지대에 사는 ‘집 잃은 아이’를 위해서다. 철저히 도구가 되어 일주일을 보낸 그의 이야기를 전한다.


태국 치앙라이에 집 짓고 돌아온 류승범의 아름다운 사랑

태국 치앙라이에 집 짓고 돌아온 류승범의 아름다운 사랑

태국과 미얀마 사이의 국경에 위치한 치앙라이. 이곳에서 국경을 따라 차로 2시간 정도 달리면, 해발 2,000m에 자리한 화이크라 마을에 닿는다. 땅보다 하늘이 가까운 이 마을에는 가난한 고산족이 살고 있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이 마을을 배우 류승범과 사진작가 홍장현이 다녀왔다. tvN 월드스페셜 ‘LOVE’ 시리즈의 일환으로, 화재로 집을 잃은 아이를 위해 새집을 선물해주기 위해서다. 어딘가 개구쟁이처럼 보이는 류승범과 카메라를 든 홍장현이라…. 언뜻 떠올리기에 ‘봉사’와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구성이다. 맞다. 이들은 자신의 스타일대로 봉사를 하고 돌아왔다. 류승범은 아이들의 좋은 친구가 되어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홍장현은 주민들에게 가족사진을 선물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일주일 만에 멋진 집을 지었다.


11채의 집이 재투성이가 되어버린 마을
류승범은 연예인 중에서도 알아주는 패셔니스타다. 그런 그가 태국행 비행기에 오를 때, 패션에 대해서는 아예 마음을 비웠다. “옷은 많이 안 챙겼어요. 윗옷만 여러 벌 가져갔죠. 일을 하다 보면 땀이 많이 날 것 같아서요.” 그러나 걱정되는 건 잠자리다. 피곤한 상태였는데도 기내에서 한숨도 못 잔 걸 보면 그는 잠자리에 꽤 예민한 편인 모양이다. 많은 걸 포기하고 또 각오하고 떠난 여행이다. 그러나 설레는 마음은 여느 여행보다 컸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기 때문이다.

태국 치앙라이에 집 짓고 돌아온 류승범의 아름다운 사랑

태국 치앙라이에 집 짓고 돌아온 류승범의 아름다운 사랑

“여건이 되는 한 최선을 다해서 할 수 있고, 제 몫에 맞는 일을 열심히 하고 싶었어요. 큰일을 해내는 데 미흡할지 모르지만 따뜻하고 진실된 마음으로 해내려고요. 철저히 도구가 되겠다고 생각했죠.”

해발 2,000m의 마을이 가까워질수록 귀가 먹먹해지고, 피로감이 몰려왔다. 설렘은 서서히 긴장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한 동네는 예상과는 달리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나지막한 집들, 따뜻하고 정겨운 분위기였다. 서서히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실은 바로 고개를 하나 넘으면서 드러났다. 집 11채가 모두 불타버린 절망스러운 광경이었다. 시커먼 재만 날리는 흉물스러운 집터에서 살아남은 아이는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류승범은 잿더미 속에서 헤매는 아이들, 집을 잃어 움막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가슴이 아렸다.

“집이라고 해봤자 겨우 바람을 막거나 햇볕을 피하는 정도였거든요. 다 타버렸으니 이젠 그나마도 없는 거죠.”
마을의 참혹한 현실을 둘러보던 그는 한 꼬마를 만났다. 역시 집을 잃은 아이였다. 아이의 이름은 사이폰. 다 쓰러져가는 좁은 움막에서 사이폰네 여섯 식구가 살고 있었다. 너무 기가 막혀 아무 말도 할 수 없던 류승범은 직접 움막 안으로 들어섰다. 3~4명이 쭈그리고 겨우 앉을 만한 공간에서 여섯 명이 살고 있었다. 다 같이 누울 수 없어 밤이 되면 몇 명은 허허벌판에 돗자리를 깔고 자야 했다. 통역을 통해 사정을 전해 들은 그는 할 말을 잃었다.

마을을 둘러보다가 그는 또 한 명의 아이를 만났다. 아이는 신발도 신지 않은 채 고르지 않은 흙바닥을 걷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 마을의 어떤 아이도 신발을 신고 있지 않았다. 그는 아이 곁으로 다가가 아이의 발을 가만히 만졌다.

“아이 발을 만졌는데 피부 같지가 않은 거예요. 정말 마음이 아팠어요. 피부가 굳어버려서 아주 딱딱했어요. 우리는 고른 땅도 맨발로 밟으면 아프다고 하는데…. 아이들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바닥을 맨발로 돌아다니는데도 아프지 않대요.”

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많은 생각을 했어요. 얼마나 편하게 누리며 살아왔는지를. 그 아이가 웃는데, 그 웃음 덕분에 오히려 제가 행복해졌어요. 맨발로 다니는 아이가 몇 십만원짜리 신발을 신고 다니는 제게 행복을 안겨주네요.”
류승범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다른 사람들처럼 그동안 너무 쉽게 많은 걸 누리면서도 불평하며 살아왔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태풍과 지진에도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집을 짓다
무엇이든 선물해주고 싶었던 그는 시장 나들이에 나섰다. 쌀가게에 들러 쌀값을 흥정했다. 그러고는 몇 가마나 되는 많은 양의 쌀을 구입했다.

“보통 하루 용돈으로 2만~3만원 정도 쓰거든요. 10만원어치 쌀을 샀어요. 10만원으로 11가구를 살리는 거예요.”
그는 직접 구입해서, 운반해온 쌀을 동네에서 가장 높은 언덕에서 일일이 나누어주었다. 그곳은 마을 사람들이 모여드는 사랑방 같은 장소였다. 집집마다 쌀자루를 운반해줄 수 있었지만, 그것이 주민들에게 더 익숙한 방식이었다. 예외는 있었다. 류승범은 혼자 온 아이에게 쌀자루를 줄 수 없어 배달까지 자청했다. 쌀 배급이 끝난 후 그는 마음이 급해졌다. 동네를 둘러봤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집을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시가 급했어요. 일주일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집 한 채를 지어야 했으니까.”
새 집터를 제공받고,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됐다. 류승범과 홍장현은 모두 건설 노동자처럼 팔을 걷어붙이고 고르지 않은 흙 속에 섰다. 먼저 돌이 섞인 땅을 고르게 다지기 시작했다. 집은커녕 땅도 일구어본 적 없는 그가 집터를 다졌다.

“운동할 때 빼고, 육체 노동하면서 땀을 흘리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어요. 사이폰이 어른이 되어서도 살 수 있는 튼튼한 집을 만들어주고 싶었죠.”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데도 그의 곡괭이질은 멈추질 않았다. 짧은 하루가 야속하고, 짧은 일정이 아쉬운 상황이었다.

다음날에도 공사는 계속됐다. 태풍에도, 지진에도 견딜 수 있는 견고한 집을 만들기 위해 기둥은 콘크리트로 세웠다. 마음처럼 속도가 나지 않았다. 노동에 익숙하지 않는 탓도 있겠지만, 고산지대라 조금만 움직여도 어지럽고 쉽게 지쳤다. 그러나 그는 어느 하나 대충 하는 법이 없었다. 진실 된 땀을 흘리면서 그에게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서울에서는 모두들 좋은 집, 좋은 차를 가지려고 노력하잖아요. 이들에게는 좋은 집이 필요한 게 아니라 그야말로 ‘집’이 필요한 거예요. 그 집을 제 손으로 지어보면서 다시 한 번 집이란 무엇인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생각하게 됐어요.”


봉사로 시작된 가벼운 삶
점심때가 되었다. 그는 아이들과 조촐한 식사를 나누고 싶었다. 그가 택한 메뉴는 라면. 아이들을 위해 싱겁게 간을 맞췄다. 라면은 생각보다 인기가 좋았다. 낯선 메뉴에, 게다가 퉁퉁 불기까지 하고, 양도 적었지만 아이들은 마냥 즐거운 얼굴이었다.

태국 치앙라이에 집 짓고 돌아온 류승범의 아름다운 사랑

태국 치앙라이에 집 짓고 돌아온 류승범의 아름다운 사랑

“가진 분들이 아닌, 가진 것이 없는 분들이 더 없는 사람들을 돕는 모습을 보았어요. 봉사하는 분들을 통해 많은 걸 느꼈고요. 제가 봉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알려지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지만, 제가 뭘 가졌을 때 돕는 것이 아니라 ‘ 지금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일까, 도울 수 있는 게 뭘까’생각하고 돕는 것이 봉사인 것 같아요.”

류승범의 삶은 거리에서 배고픈 이들을 위해 밥을 퍼주는 사람을 마주친 순간, 달라지기 시작했다. 조용히 여자친구 공효진과 교회 봉사를 했다는 소문도 들려왔다. 그러나 그는 봉사 활동에 대해서는 밝히고 싶어 하지 않았다. 삶도 비웠다. 타고 다니던 고급 승용차도 팔았고, 이제는 코디네이터도 따로 두지 않는다.

그는 얼마 전 인터뷰에서 “예전에 쇼핑 중독에 걸린 적이 있었는데 요즘은 쇼핑에 흥미를 잃었어요. 차, 코디네이터 없어도 잘살거든요. 예전엔 욕심을 채우려고만 했죠. 지금 충분히 행복하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그의 삶은 태국에 오기 전부터 달라지고 있었다.

그는 집 짓는 일과가 마무리되면 사이폰의 집에 쌓인 빨래를 대신 해주었다. 마땅히 빨래할 곳도 없는 마을. 그는 흐르는 냇물에서 빨래를 했다. 사이폰 가족의 한 달치 빨래였다. 빨래를 마친 그는 깨끗한 옷을 입히기 전 사이폰의 몸도 씻겨주었다. 마을에 머문 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그는 아이들과 무척 가까워졌다.

“조카가 세 명이에요. 아이들을 정말 좋아해요. 언젠가 결혼을 해서 아이도 낳고 그러겠죠?”
몇 달 전부터 오랜 연인 공효진과 결혼설이 나돌고 있다. 만남과 이별 그리고 다시 만남을 반복한 이들은 특별하다. 헤어진 뒤에도 함께 같은 작품에 출연했고, 쿨한 친구로 만남을 지속하고 있으니 끊임없이 재결합설이 돌기도 했다. 이번에는 결혼설이다. 함께 살 집을 고치고 있거나, 둘이 함께 가구를 보러 다닌다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결혼에 대해서만큼은 “비밀로 하고 싶다”며 언급을 피하고 있는 상태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조만간 좋은 소식이 들려올 것 같다.


류승범이 받은 선물
사진작가 홍장현은 화이크라 마을을 떠나기 전 마을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선물을 했다. 바로 가족사진을 찍어 선물한 것이다. 어색하게 카메라 앞에 선 이들은 잠시 후 난생처음 받아본 가족사진에 감동한 듯 기뻐했다. 그러나 그들의 집에는 가족사진 하나 걸 수 있는 벽조차 없다. 그리고 집에서 아빠를 기다리는 딸을 생각하며 산 신발을 아이들에게 주었다. 처음 보는 신발을 받아든 아이들은 신지 않고 손에 들고 다녔다. 흙이 묻는 것이 아까워서라고 했다. 그는 이런 모습을 사진 속에만 담지 않았다. 아이들이 계속 마음에 남아 결국 한 아이를 후원하기로 결정했다.

류승범도 떠나기 전날 시장에서 아이들의 장난감을 샀다. 이것저것 따져본 그는 결국 진열대 세 칸을 다 털었다. 집은 90% 완성된 상황. 그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마음에 걸려 사이폰에게 장난감 집을 선물했다.

“살면서 가끔씩 제가 처한 상황이 우울하거나 황폐하다고 느껴질 때, 괜히 센티해질 때 지금 이 순간을 생각하면 행복할 것 같아요. 앞으로 잊지 않고 좋은 일을 하도록 노력할 겁니다.”

일주일 동안 주민들을 위해 도구가 되기를 자청한 류승범. 생전 처음 집도 짓고, 빨래도 하고, 아이들에게 쌀과 선물까지 안겨주었다. 그런데 주면 줄수록 그의 얼굴은 더 환해졌다. “봉사라고 말하기 부끄럽다”는 그의 말은 진심인 듯하다. 그는 어느 때보다 행복한 여행을 다녀왔다.

글 / 두경아 기자 사진 / 홍장현 자료 제공 / tvN 월드 스페셜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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