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자 정기자의 도발 인터뷰’는 지난 2007년 4월부터 진행됐습니다. 김미화씨를 시작으로 이후 열네 명의 인터뷰이를 만났습니다. 제목은 ‘도발 인터뷰’였지만 사실 그렇게 도발적이진 않았습니다. 진솔했고, 진중했습니다. 주로 ‘어르신’들을 만나왔으니까, 배울 점도 많았습니다. 이번 호 인터뷰이 송은이씨를 마지막으로, 도발 인터뷰도 막을 내립니다.
인터뷰이의 반응
이름 그대로, ‘장기자 정기자의 도발 인터뷰’는 장기자와 정기자가 같이 나가는 2인 1조 인터뷰였습니다. 현 「레이디경향」 취재팀장인 장회정 기자와 사무실의 청일점 정우성 기자가 짝을 이뤘죠. 지난 2007년 4월 당시 장회정 팀장은 수석기자였고, 정우성 기자는 막내였습니다.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수석과 막내가 함께하는 인터뷰’ 관록과 패기의 만남, 여성과 남성의 조화. 도발 인터뷰를 만난 인터뷰이들은 낯설어했습니다. “두 분이 같이 하시는 거냐?”고 묻곤 했습니다. 2008년 1월호 인터뷰이 박미선씨는 “아~그 2인 1조로 다니시는 분들”이라며 마지막 인터뷰이 송은이씨에게 귀띔했습니다.
기사를 찬찬히 읽어보신 독자들은 짐작했겠지만, 이제 3년 차인 남자 기자와 노련한 주부 기자가 인터뷰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달랐습니다. 정우성 기자가 인터뷰이의 철학이나 인생관을 물었다면, 장회정 기자는 독자의 관심사를 염두에 둔 참신한 질문을 준비했습니다. ‘여성지 3대 미녀’라는 별명에 걸맞은 미모로, 순식간에 인터뷰이의 마음을 여는 노련함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관심사가 다른 두 명의 인터뷰어가 완성한 인터뷰는 그래서 가치 있었습니다.
두 번째 손님이었던 조영남씨는 “지금까지 했던 인터뷰 중에서 가장 유쾌하고 참신한 인터뷰였다”는 소감을 전해오기도 했습니다. 내용도 내용이었지만, 장회정 기자의 미모에 조영남 선생님의 마음이 흔들렸다는 훈훈한 후문도 있었습니다.
“저녁 6시에 약속이 있어서 길게는 못하겠다”고 했던 최불암 선생님과는 7시가 다 되도록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날은 2007년 11월 11일, ‘빼빼로데이’였군요. 가시는 길엔 장회정 기자에게 빼빼로를 선물하는 신사의 미덕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맥주도 두 병 더 주문해주시고는, “나는 안 마셔, 내가 술 마시고 운전하다 걸리면 안 되지. 갈게, 난” 하시고는 손수 운전하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다른 분들이 읽으면 섭섭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최고의 인터뷰이라면 단연 이경규씨를 꼽겠습니다. 물론 인터뷰 장소에 30분이나 늦게 오셨고, 의상도 ‘편안’했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었습니다.
잡지 인터뷰에는 웬만하면 응하지 않는 이경규씨는 「레이디경향」에 대한 추억 때문에 흔쾌히 시간을 허락했습니다. 「레이디경향」은 1980, 90년대 이경규씨의 성공과 결혼을 함께한 매체였습니다. 이경규씨는 결혼식장에서 만난 「레이디경향」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열 시간의 촬영이 끝나고 녹초가 된 상태에서도, 진중함과 유머 감각을 잃지 않았습니다.
독자의 반응도 뜨거웠습니다. 한 독자가 보내온 엽서에는 “이경규씨의 진솔한 모습에서 데뷔 28년 차 예능인의 가치가 느껴진다”는 말이 적혀 있었습니다. 네이버 메인에 걸려 있던 기사에는 218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장장 여섯 페이지에 걸친 인터뷰는, 인터넷에서 읽기엔 부담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네티즌은 시작부터 바이라인까지, 찬찬히 읽고 장문의 댓글을 남기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런 글 읽으면 흐뭇해” “진짜 인터뷰다운 인터뷰다” “기자님, 수고하셨어요”. 이 지면을 빌려 독자 여러분께, 이경규씨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다시, 열다섯 명의 인터뷰이
방송인 김미화, 가수 조영남, 김동률, 배우 이대근, 이순재, 김명곤, 최불암, 신구, 임현식, 디자이너 장광효, 영화감독 이명세, 예능인 박미선, 이경규, 송은이, 작곡가 주영훈 이렇게 열다섯 분입니다. ‘장기자 정기자의 도발 인터뷰’가 만난 유쾌한 인터뷰이입니다.
김미화씨께는 이번 호에도 도움을 받았습니다. 거리의 사회자 최광기씨와 촛불집회와 소통의 가능성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주셨습니다. 가수 조영남씨는 이후에도 몇 번 만났습니다. 숭례문이 전소했을 때는 ‘뭔가 새로운 걸 구상해보자’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전해왔습니다. 가수 김동률씨는 콘서트 현장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진화하는 대중 아티스트의 모범을 보인 수준 높은 공연이었습니다. “족발집에 한번 오세요” 이경규씨의 초대에는 아직 응하지 못했습니다. “마감 끝나면 갈게요” 벌써 몇 달째인지 모르겠습니다. 디자이너 장광효 선생님도 「레이디경향」을 위해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지난 12월에 선물해주신 ‘카루소 재킷’은 좋은 곳에 쓰였습니다.
지난 2007년 4월 수석기자였던 장회정 기자는 현재 취재팀장입니다. 막내였던 정우성 기자는 귀엽고 명민한 후배를 두 명이나 받았습니다. 이제 정말 끝입니다. 「레이디경향」 취재팀의 메인 인터뷰였던 ‘장기자 정기자의 도발 인터뷰’는 7월호 송은이씨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립니다. “도발 인터뷰로 만나자” 약속했던 알렉스씨와 약속을 지키지 못해 아쉽습니다.
송은이씨 인터뷰 기사를 마지막으로 송고하고 이 글을 씁니다. 「레이디경향」 편집부는 지금, 마감이 임박했습니다. 19일 자정, 최종 마감 시간을 맞추기 위한 전력 질주가 한창입니다.
■ 글 / 정우성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