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한 예비부부의 기자회견 현장
결혼식 당일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신랑 신부가 과연 몇이나 될까? ‘국민 MC’라 불리는 유재석(36)도, MBC 공인 아나운서 나경은(27)도 예외는 아니었다. 두 사람은 긴장한 모습으로 기자회견장에 등장했다. 특히 나경은은 기자회견을 위해 따로 준비한 웨딩드레스를 곱게 차려입고 나타났지만, 시종일관 긴장된 듯 취재진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우리 나경은씨가 공복에 청심환을 먹었어요. 질문하시는 거에 대답을 잘 못할 수도 있으니 이해해주세요.”
유재석도 지난밤 뒤척이다 3시간밖에 못 잤단다. 그러나 긴장한 신부를 대신해 모든 질문에 성실히 답했다. 그러나 그도 식은땀이 나기는 마찬가지. 첫날밤이나 첫 키스에 얽힌 방송국 리포터들의 짓궂은 질문에 그저 “감사합니다”만 연발했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를 본 소감을 묻는 질문에도 영 쑥스러워했다.
두 사람은 신혼의 단꿈을 잠시 미뤄야 할지도 모른다. 바쁜 방송 스케줄 탓에 함께 보내는 시간이 거의 없을 것 같단다.
“나경은씨가 다음주 월요일부터 출장이 잡혀 있고 저도 시골 가서 하는 촬영 일정(SBS-TV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이 있어요. 독수공방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일 때문에 떨어져 있어야 할 것 같네요.”
결혼 후 이 부부는 유재석의 본가인 서울 압구정동의 아파트에 신접살림을 꾸민다. 분가가 일반적인 요즘 추세에 비춰볼 때 쉽지 않은 결정이다.
유재석은 부모님이 나경은의 웃는 모습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우리 나경은씨가 누구에게 제일 잘 보여야 되는지 파악을 아주 잘해요. 그래서 우리 부모님께 아주 방긋방긋 잘 웃어요.”
이제 남은 건 예비 부부에게 피해갈 수 없는, 2세 계획이나 허니문 베이비에 대한 질문이다. 취재진은 유재석다운 재치 있는 답변을 기대했다. 그러나 그는 어느 때보다 신중한 날인 만큼 점잖은 모습을 유지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둘이 만나서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네요. 아직 저희 둘이 서로에 대해 잘 몰라요(웃음). 이런 자리에서 시원하게 말씀드리고 싶은데 송구스럽네요. 딸이라면 제 쪽을 안 닮았으면 좋겠어요. 특히 입이 안 튀어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지켜봐준 모든 분들께 감사하고 잘 살기보다는 열심히 사는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말하며 식장으로 향했다.
세기의 결혼식 생생 리얼 현장 스토리
결혼 행진곡이 울린다. 신랑 유재석은 평소 예의바른 이미지답게 하객들을 향해 연신 허리를 굽혀 인사하며 입장을 한다. 평소와 달리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그의 아름다운 신부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다소곳이 입장한다. 예기치 않은 돌발 상황은 여기서 일어난다. ‘무한도전’의 노홍철이 버진 로드에 뛰어들어 신부를 안아버린 것. 눈 깜짝 할 순간이었다. 다른 멤버들이 황급히 노홍철을 제압하듯 떨어뜨렸고 그 모습에 식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방송 내 그의 별명(?)다운 축하 세리머니였다. 이날 결혼식에는 최근 잘나간다는 TV 버라이어티 스타들이 모두 참석했지만 분위기를 주도한 것은 역시 ‘무한도전’의 다섯 멤버들이었다. 식이 시작하기 전부터 그들은 일반 하객들의 사인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군 복무 중인 하하도 오랜만에 모습을 보였다. 주례는 MBC 아나운서 출신인 변웅전 자유선진당 국회의원이 맡아 두 사람의 앞날을 축복했다.
“말을 재치 있게 잘하는 직업의 두 사람이 만났습니다. 착하고 진실하게, 예쁘게 말하며 살아가길 바랍니다.”
축가는 세 팀이 준비했다. 첫 팀은 유재석의 절친한 동료 송은이가 신봉선, 김신영을 앞세워 결성한 댄스팀의 무대. 김신영은 “선배님, 저 닮은 딸 낳으세요~”라는 덕담 아닌 덕담으로 예비 부부를 즐겁게 했다. 두 번째는 박명수. “결혼 후에도 유재석씨는 저와 듀엣을 계속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는 2인자 설정의 발언을 한 후 ‘바보에게 바보가’를 불렀다. 마지막은 가수 김종국이 ‘별, 바람, 햇살 그리고 사랑’을 선사했다. 그는 친형 같은 유재석에게 그동안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두 사람을 축복했다. 부케는 신부의 오랜 친구가, 신랑의 코르사주는 노홍철이 받았다. 결혼식 2부인 피로연에서 신랑 신부는 화이트로 통일한 애프터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케이크 커팅을 한 후 하객들이 잔을 들어 두 사람의 앞날을 축복했다. 신랑 신부는 식장을 돌며 하객 한 명 한 명에게 인사를 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협찬 마케팅 없는 깔끔한 결혼식
연예인의 결혼식에는 으레 협찬 형식의 대행업체가 함께하게 마련이다. 연예인들의 결혼은 홍보 효과가 크고 그들의 바쁜 스케줄로 인해 스스로 결혼식 전체를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재석은 조용한 결혼식을 치루겠다는 이유로 밀려드는 협찬 의뢰를 정중히 거절했다. 자신들 색깔에 맞는 깔끔하고 정돈된 결혼식을 치르고 싶었던 것. 그래서 절친한 동료이자 결혼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박수홍이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그들의 결혼사진이 공개되면서 신부 나경은이 입은 웨딩드레스가 화제다. 누리꾼들은 리본으로 포인트를 준 드레스가 깜찍하면서도 우아하다며 어느 회사 제품인지 궁금해했다. 그녀는 이번에 기자회견, 본식, 피로연에 각각 세 벌의 드레스를 준비했는데, 모두 이탈리아제 ‘친지아 페리(cinzia ferri)’의 제품이다. 유재석은 2006년 톰 크루즈가 결혼식 때 입었던 조르지오 아르마니 블랙 라벨의 예복을 입었다. 매장에서 구입할 경우 한 벌에 3백 60만원을 호가한다.
취재진까지 배려한 결혼식 음식
결혼식 음식은 해산물 애피타이저와 버섯 크림수프, 안심구이와 치즈무스케이크까지 호텔정식 차림으로 준비했다. 이쯤에서 예상 비용을 계산해보자. 한 사람당 최소 15만원을 잡는다면 1천 명의 하객 식비만 해도 1억5천만원을 호가한다. 하객뿐이 아니다. 약 2백명의 취재진을 위해 두 끼를 마련해놓았으니 여기에 6천만원을 더하면 식비만 2억이 넘는 액수다.
전격 공개 비하인드 스토리
나경은의 광주 친인척 대거 상경
나경은의 고향은 광주. 그녀의 친인척들은 대부분 광주에서 새벽녘에 버스를 타고 올라왔다. 식장에 일찍 도착한 나경은의 집안 측근을 만날 수 있었다. 광주에서 단체 버스를 준비했지만 그마저 부족해 못 온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그들은 나경은이 어릴 때부터 똑똑하고 예쁜 아이로 소문이 많이 났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이렇게 시집을 잘 가니 우리가 다 기분이 좋다”며 “유재석이 사람 됨됨이가 좋아 가정에 충실한 남편이 될 것 같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신부 나경은은 김종국의 감미로운 노래에 눈물을 흘렸다. 그녀의 눈물은 부모님에게 인사드리는 순간까지 이어졌다. 신부의 눈물만큼 아름다운 것이 또 있을까. 그렇다면 신랑 유재석은? 눈물 대신 비 오듯 땀을 흘렸다. 예식 내내 땀을 훔치는 모습에 새신랑의 풋풋한 긴장감을 엿볼 수 있었다.
신랑 신부의 사랑을 만인에게 확인시켜주는 것이 피로연의 묘미다. 이는 능수능란한 사회자의 재량에 달려 있다. 사회를 맡은 이휘재는 유재석에게 신부를 들거나 입맞춤을 하는 짓궂은 장난은 삼가달라고 식전에 특별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결국 피로연 끝까지 예비 부부의 입맞춤은 볼 수 없었다.
피로연, 짓궂은 장난은 필수
사전 지시에도 불구, 피로연의 묘미를 그냥 넘길 수 없다는 이휘재의 재치로 재밌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휘재는 “제가 이제부터 구연동화를 읽어드리겠는데요. ‘왕자’라는 단어가 나오면 신부가 신랑에게 뽀뽀, ‘공주’라는 단어가 나오면 신랑이 신부에게 뽀뽀, ‘새끼’라는 단어가 나오면 신랑이 얼차려를 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고 나서 “왕자와 공주가 살았습니다. 왕자님~ 왕자님~ 왕자님~ 여기가 어디에요? 새끼 새끼 새끼 새끼 동굴이야~~~(동굴 메아리 효과)”라고 해 신랑은 뻘뻘 땀을 흘리며 무한 얼차려를 해야 했다.
철저한 초대장 검사
여느 연예인보다 그들의 결혼식 경비는 삼엄했다. 모든 하객들이 초대장을 소지하지 않으면 식장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유재석 측은 호텔 경호팀뿐 아니라 사설 경호팀에게도 경비를 의뢰했단다. 식장 안으로 들어가는 통로별로 세 명의 경호원을 배치해 일일이 초대장 검사를 했다.
삼엄한 경비는 식장 내에서도 여전했다. 보통 지인들이 카메라에 신랑 신부의 모습을 담으며 추억을 만드는 것이 관례. 그러나 이들의 결혼식에서는 하객들도 마음 놓고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사설 경호원들은 하객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사진 촬영 자제를 요청했고 식이 진행될수록 더욱 철저해져 급기야 휴대폰 사진을 찍은 한 중년 남성이 휴대폰을 잠시 압수당하는 상황이 목격되기도 했다.
여섯 번의 기념 촬영
천 명의 자리를 마련했지만 예식장의 좌석은 금세 만원이 됐다. 식장에 들어가지 못한 하객들은 다른 층으로 인도돼 모니터로 예식을 볼 수밖에 없었다. 단체 사진을 찍을 때도 카메라에 모든 인원이 다 들어가지 않아 남자 연예인, 여자 연예인, 아나운서 동료들, 방송국 제작 관련 동료들, 일반인 친구들, 가족 단체 사진 등 무려 여섯 번에 걸쳐 나눠 찍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유재석·나경은은 4박 5일 태국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돌아오는 날, 취재진들은 그들의 입국 정보를 입수해 입국 게이트에서 두 사람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신혼부부는 취재진이 있다는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고 일반인이 이용하지 않는 게이트를 통해 입국장을 빠져나가 취재진을 따돌렸다. 취재진들은 늦게나마 공항 직원의 이야기를 듣고 발 빠르게 뛰어갔지만 버스는 이미 떠난 뒤였다. 첩보 작전을 방불케 했던 입국 에피소드에서 그들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글 / 이유진(자유기고가) ■ 사진 / 인성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