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고의 공연장, 예술의 전당에 서고 싶은 가수 인순이

한국 최고의 공연장, 예술의 전당에 서고 싶은 가수 인순이

“저는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요.
다시 태어나도 지금과 똑같은 외모를 갖고 싶어요”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은 인순이. 그녀가 최근 잇따라 예술의 전당 대관 신청에서 탈락하자, “탈락의 이유를 알고 싶다”며 기자회견을 통해 대중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가수 인순이가 예술의 전당을 고집하는 이유와 향후 계획.


한국 최고의 공연장, 예술의 전당에 서고 싶은 가수 인순이

한국 최고의 공연장, 예술의 전당에 서고 싶은 가수 인순이

인순이가 대관 신청에서 탈락한 이유는
11월 초 예술의 전당 대관 탈락 관련 기자회견장에서 만난 인순이의 표정에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평소 자유롭고 자신감 넘치던 모습과는 달리 차분하고 정돈된 분위기가 감돌았다.

예술의 전당 대관 탈락을 두 번이나 경험한 인순이. 그녀는 기자회견을 통해 “내가 예술의 전당 무대에 설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사람들에게 묻고 싶었다고 한다. “제가 원하는 것은 탈락한 이유를 알고 싶을 뿐이지, 싸우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클래식과 대중음악이라는 대립 구조로 보이고 싶지는 않아요.”

처음 인순이가 예술의 전당에 대관 신청을 한 것은 지난해 10월이었다. 처음에는 특별한 시기를 요구하지 않았다. 2008년 공연을 위해 1년 중 아무 때나 4일을 요청했다. 2일은 준비 기간이었고, 2일은 공연 기간이었다. 하지만 예술의 전당 측은 인순이의 공연을 불허했다. 이에 낙담한 인순이는 올해 3월 2009년 공연을 위해 다시 대관 신청을 했다. 지난해에는 시기를 정하지 않았는데도 탈락됐기 때문에 이번에는 ‘10월’이라고 시기를 지정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탈락’ 통보를 받았다. 경합에서 떨어졌다는 것. 두 번이나 예술의 전당 대관 신청에서 탈락하자, 인순이는 그 이유를 알 수 없어 매우 답답했다고 털어놨다.

“도대체 떨어진 이유가 무엇인지 정말 궁금한 거예요. 전화를 해서 물어봐도 다들 똑같은 대답뿐이에요. 객관적인 기준이 무엇인지 알면, 거기에 맞게 제가 조건을 갖추면 되잖아요. 그런데 왜 떨어졌는지 뚜렷한 이유조차 알 수 없으니 그게 너무 답답한 거죠.”

또 인순이는 카네기홀과 세종문화회관에 섰던 과거의 이력을 내세우며, 대중 가수들이 체육관에서 공연하는 것보다 음향 시설이 잘 되어 있는 곳에서 관객들과 만나 노래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예술의 전당은 꿈의 무대
인순이의 예술의 전당 대관 탈락을 두고, 혹자는 그녀를 클래식의 높은 벽을 허무는 ‘투사’로 비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순이는 주위의 이러한 시선을 매우 부담스러워 했다.

“저도 웬만해서는 가만히 있는 성격이에요. 이런 대립 구도 역시 저한테는 부담스럽죠. 제가 언론기사에 ‘투사’로 비춰졌을 때는 굉장히 당황스러웠어요. 그런데 저도 평생 한 번은 서보고 싶었던 무대니까 떨어진 이유나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절대 대립하고자 하는 게 아니에요. 예술의 전당도 공연하는 곳일 뿐이잖아요.”

인순이가 예술의 전당을 고집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최고급 음향 시설을 갖춘 ‘한국 최고의 무대’이기 때문이다. 이에 그런 ‘꿈의 무대’에 서보고 싶다는 바람을 버릴 수가 없다고 밝혔다.

“예술의 전당은 저에게 꿈의 무대, 소망의 무대입니다. 저도 사람인데, 최고의 시설이 갖추어진 환상적인 무대에 서보고 싶은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노력해서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기는 싫어요. 나이 들어서 죽을 때 후회할 것 같았거든요(웃음). 누구나 꿈을 가졌는데 왜 나만 꿈이 이뤄지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제가 ‘거위의 꿈’을 불러왔는데요. 저도 꼭 꿈을 이뤄서 최고의 무대에 서고 싶어요.”

인순이의 기자회견 이후에도 예술의 전당 측은 “오페라 극장의 설립 목적에 대중가요는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운영 방침에 맞게 선정한 것”이라며 “예술의 전당 목적과 취지에 맞는 공연을 먼저 올린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대해 인순이는 과거 조용필과 조영남, 패티 김 등 선배 가수들도 예술의 전당 무대에 선 적이 있다면서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용필은 인순이가 그토록 원하던 예술의 전당 오페라 하우스에서 1999년부터~2004년까지 6차례나 공연을 했다.

한국 최고의 공연장, 예술의 전당에 서고 싶은 가수 인순이

한국 최고의 공연장, 예술의 전당에 서고 싶은 가수 인순이

하지만 예술의 전당 측은 과거 조용필의 공연은 IMF가 터진 직후라서 재정적인 수익성 때문에 공연을 한 것이라며, 그때와 지금은 시기가 다르다고 전했다. 이 같은 입장은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마찬가지다. 문광부는 지난 9월, 예술의 전당을 클래식 전문 공연장으로 못을 박았고, 유인촌 문광부 장관 역시 “예술의 전당은 클래식과 발레를 위한 공연장”이라고 밝혔다.


무대 위 공연은 내 삶의 원동력
올해 인순이는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예술의 전당 대관 때문에 다소 복잡한 문제들에 직면해 있었지만, 그녀가 있어야 할 곳은 ‘무대’임이 틀림없다. 인순이는 30주년을 맞아 올 4월 세종문화회관 공연을 시작으로 전국 투어 콘서트를 하고 있다. 11월 30일 창원에서 데뷔 30주년 콘서트를 열고, 12월 19~20일에는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송년 디너쇼를 가질 예정이다. 또 올해 마지막 날인 12월 31일에는 고려대학교에서 2008년을 보내고 2009년을 맞이하는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인순이에게 ‘공연’의 의미는 무엇인지 물었다.

“제가 1978년에 데뷔했어요. 그래서 제 노래는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곡도 있고, 미래 지향적인 노래도 있어요. 팬들 역시 10대부터 60, 70대까지 다양하기 때문에 한 번 공연을 할 때마다 정말 많은 부분을 신경 써야 해요. 어떤 날은 ‘창’도 해야 하고, 댄스도 하고, 미니스커트를 입은 채 뛰어다니기도 하죠. 하지만 그만큼 보람이 있고, 힘이 나요. 노래를 마음껏 부를 수 있는 공연은 제 삶 그 자체죠.”

하지만 이런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남들은 알지 못하는 고통과 노력이 뒤따르는 법이다. 인순이는 자신을 겉모습은 우아하지만 수면 아래 발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백조’에 비유했다. “제 공연을 보시는 분들은 제가 겉보기에는 아무런 걱정도 없을 것 같고, 즐겁고 행복할 것 같다고들 해요. 하지만 그 공연을 위해 매일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하는지 몰라요.”

또 뮤지컬에도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인순이만이 할 수 있는 그런 뮤지컬 무대를 만드는 것이 그녀의 목표다.

이렇게 열심히 사는 이유에 대해 인순이는 “나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저는 저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요.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지금과 똑같은 외모를 가지고 태어나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예요(웃음).”

예술의 전당 대관 신청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인순이가 굳이 안 해도 될 일에 고집을 부린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인순이는 이런 반대 의견이나 악성 댓글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아니 오히려 무관심한 것보다는 훨씬 좋다고 한다. 반대 의견에 대해서는 ‘왜 그럴까’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을 주기 때문이다. 매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인순이의 열정과 노력 덕분에 굳게 닫혔던 예술의 전당의 문도 언젠가는 열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글 / 김민주 기자 사진 / 인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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