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제 위헌 신청 낸 옥소리 집행유예 선고 받던 날

간통제 위헌 신청 낸 옥소리 집행유예 선고 받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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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유예’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양육권 찾기 위해 항소할 것”


1년여의 긴 법정공방 끝, 간통혐의로 기소된 옥소리에게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법정에서 만난 옥소리는 전보다 야위었고, 부쩍 나이 들어 보였다. 집행유예로 형이 가벼워진 옥소리는 이제 양육권에 대한 항소를
진행할 예정이다.


간통제 위헌 신청 낸 옥소리 집행유예 선고 받던 날

간통제 위헌 신청 낸 옥소리 집행유예 선고 받던 날

피고석에 선 옥소리의 어깨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검은색 양복을 입고 옥소리 곁에 선 팝페라 가수 정 모씨는 담담한 모습이다. 앞서 검찰이 그녀에게는 징역 1년 6개월, 함께 간통혐의로 기소된 정 모씨에게는 징역 6년 집행유예 2년을 구형했던 터다. 정적 속에 판사의 판결이 시작되었다.

“피고인들이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있으며 고소인 등의 진술로 보아 유죄로 인정된다. 피고인이 배우자 박철과 친분관계에 있던 정 모씨와 간통한 점은 비난 가능성이 크고 교제 과정에서 옥소리가 적극적이었던 점, 조사 과정에서 거짓 진술을 하며 범행 사실을 부인하고 법정에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보다 배우자에게 책임을 돌리면서 비난하는 태도를 보인 점은 불리한 양형요소로 작용된다.”

절망적인 판결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러나 당시 부부의 신뢰관계가 이미 훼손된 데다 과도한 유흥비 지출 및 늦은 귀가로 가정생활에 소홀한 고소인의 책임도 적지 않은 점, 방송인이라는 이유로 사생활이 낱낱이 노출돼 이미 정신적 고통을 받은 점 등을 참작한다. 정 모씨는 일관되게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뉘우치는 점을 감안했다. 이에 옥소리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정 모씨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다.”

판사의 입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말이 떨어진 순간, 옥소리는 뒤를 돌아 객석에 앉아 있는 어머니를 바라봤다. 다소 놀란 듯했지만 표정은 굳어 있었다. 자신이 들은 게 맞는지 확인하는 듯했다.

공판이 끝나자 정 모씨는 빠르게 법정을 빠져나갔고, 옥소리는 객석에 앉아 어머니와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보디가드 두 명과 매니저 한 명, 그리고 어머니에게 둘러싸여 법정을 나서는 옥소리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지루한 법정공방을 거치는 1년 새 얼굴에는 생기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세상 모든 괴로움을 한꺼번에 겪은 듯한 얼굴이었다. 그 와중도 자신을 취재하던 기자들이 다치고, 카메라가 부서졌다는 말에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보이기도 했다. 엘리베이터를 함께 탄 기자가 심정을 물었으나 희미한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리곤 복잡한 심경을 담은 얼굴로 카메라 앞에서 “다 받아들인다. 1년 동안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서둘러 법원을 떠났다.


간통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옥소리 간통죄 판결 기사는 BBC 인터넷판 뉴스에 인기 기사로 이슈가 되었다.

옥소리 간통죄 판결 기사는 BBC 인터넷판 뉴스에 인기 기사로 이슈가 되었다.

옥소리의 간통죄 판결 기사는 영국의 BBC 인터넷판 뉴스에서 가장 많이 본 기사로 올랐다. 물론 대상이 한국의 여배우라는 점도 있지만 ‘한국은 비 이슬람 국가 중에서 간통을 범죄로 규정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라며 ‘한국에서 간통죄는 징역 2년에 해당하는 범죄이지만 실제 징역형이 집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전했다. 간통죄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 때문인 듯하다. 실제로 간통죄를 처벌하는 나라는 한국을 비롯해 대만, 중국, 이슬람 일부 국가 정도밖에 없다. 일본은 1947년, 미국은 1950년부터 대부분의 주에서 간통죄를 폐지했다.

한국에서도 이번 옥소리 사건을 계기로, “간통죄를 처벌하는 것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이고 간통죄의 범죄 억제 효과도 상실되었다는 점에서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공감을 얻고 있다. 그러나 성 도덕과 일부일처제 및 가족생활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이를 존치시켜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동안 헌법재판소는 1990년, 1993년, 2001년 세 차례에 걸친 위헌법률심판에서 간통죄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고, 지난 10월 30일 옥소리가 제기한 위헌법률심판에서도 합헌결정을 내렸다.

옥소리는 지난해 11월 26일 열린 재판에서 “남편 박철이 신혼 초부터 안마시술소에까지 드나들며 100명도 넘는 여자들과 성생활을 했고 생활비도 거의 주지 않았다. 박철보다 죄질이 무겁고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만큼 잘못한 것이라면 죗값을 달게 받겠다”며 눈물로 호소한 바 있다.

또 미니홈피를 통해 박철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나, 당신이 밖에서 어떻게 하고 다녔는지 다 알고 있었지만, 당신 간통으로 고소하지 않았어. 당신처럼 흥신소 사람 시켜서 뒷조사 같은 거 하지 않았어. 그게 여자와 남자의 차이이고, 나와 당신의 차이점이야. 세상 사람들이 날 욕하고 비난해도 정말 당신만은, 나에게 그럴 자격 없어.’


‘집행 유예’ 항소는 안 하지만 양육권은 항소할 터
옥소리는 한 케이블 TV와의 인터뷰를 통해 항간에 떠돌던 “만나는 남자가 있어서 이혼을 요구한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 “가족 이외에 만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바깥사람들이 하는 얘기 하나하나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고 항변했다. 또 이번 판결을 받아들이지만 현재 재산 분할 및 양육권에 대한 민사소송이 남아 있는 만큼 그쪽으로 여력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딸을 만나지 못했던 옥소리는 2주에 한 번 면접교섭권이 주어짐에 따라 10개월 만에 딸과 극적인 만남을 가졌다.
그녀는 딸에 대한 미안한 심정을 미니홈피에 남겼다. ‘엄마에 대한 원망과 미움도 많겠지. 엄마에 대해 이 다음에 크면 물어볼 것도 많겠지. 그런데 준아, 엄마는 네가 딸인 것에 참 감사한다. 지금은 열 살 꼬맹이 준이지만, 이 다음에 네가 많이 커서 예쁜 숙녀가 되면, 스무 살이 넘어 엄마를 이해할 나이가 되면 그때 엄마가 너랑 어디 한적한 곳에 여행 가서 얘기를 많이 하고 싶구나.’

옥소리는 집행유예 기간 동안에 지금까지처럼 조용히 자숙하며 지낼 예정이다. 그간의 아픔을 훌훌 털고 다시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글 / 두경아 기자 사진 / 이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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