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주위 사람들이 모두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면서 살고 싶어요”
홍석천이 지난 6년간 레스토랑을 창업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나만의 레스토랑을 디자인하라」라는 책으로 펴냈다. 반지하 단칸방에서 시작해 4개의 레스토랑과 1개의 바를 포함,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까지 30억원의 자산을 일군 홍석천. 미운 오리새끼에서 멋진 백조로 거듭난 그의 화려한 성공기.
이태원은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제2의 고향
그를 만난 날은 출판 기념회 다음날. 오랜만에 기자회견도 하고 지인들과의 만남으로 밤새 잠을 못 잔 얼굴이다. 얼굴에 피곤함이 가득하다. “건강을 생각해서 쉬엄쉬엄 일을 해야겠다”고 말하자 그냥 웃어넘긴다. 성격상 뭐든지 대충하면서 살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원래 커밍아웃 10년째 되는 해에 인생을 정리하는 기분으로 책을 쓰려고 했어요. 그런데 요즘 경기가 너무 안 좋으니까 ‘창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내 경험이 도움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예정보다 빨리 출간하게 됐어요. 불확실한 미래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제 경험담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요.”
책에는 그가 데뷔하기 전 반지하 단칸방에 살던 시절부터 어린 시절 이야기, 학창 시절, 커밍아웃 발표 당시 심정, 커밍아웃 이후 달라진 점, 4개의 레스토랑 준비 과정, 창업에 필요한 모든 것, 동업 실패에 대한 쓰라린 경험담, 그리고 홍석천이 이루고 싶은 꿈이 담겨 있다. 그가 38년간 살아오면서 하고 싶은 말은 모조리 쏟아 부은 듯했다.
홍석천 본인은 이 책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저는 그동안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많이 힘들었잖아요. 저처럼 죽음 의 문턱까지 갔다 올 만큼 고생한 사람도 이렇게 치열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2000년 커밍아웃 이후 모든 것을 잃었던 홍석천. 그를 지금 이 자리에 올 수 있게 해준 것은 바로 이태원, 그리고 4개의 레스토랑이다. 이제는 연기자 친구들까지 “이태원을 지나갈 때 네 가게 안 지나가면 못 걷는다며?”라고 농담을 던질 정도로 이태원에서 홍석천의 입지는 탄탄하다.
“이태원은 제2의 고향이에요. 내 힘든 시절도 여기서 다 보냈고, 여기서 성공했잖아요. 내가 연예인이든, 게이든 상관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숨 쉴 수 있는 곳이죠. 영원히 이곳을 떠나지 않을 거예요.”
2002년 첫 사업장인 ‘아워플레이스’를 오픈했을 때에는 “호모새끼가 하는 게 왜 저 모양이야?”라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악착같이 열심히 했다. 직접 새벽시장에 나가는 것은 기본이고 직접 발품을 팔며 소품 하나하나, 식재료 하나하나를 골랐다. 이렇게 열심히 뛰어다니다 보니, 어느 순간 그의 가게는 2007년 ‘마이타이’와 ‘마이차이나’, 2008년 8월 ‘마이쏭바’로 늘었다. 그리고 2008년 12월 말 오픈한 ‘스타피쉬’까지 늘어나면서 홍석천은 일약 이태원 요식업계의 재벌(?)로 떠올랐다.
홍석천이 가게를 내면 건물 값이 오른다!
“힘들지도 않냐, 왜 이렇게 일을 벌이냐”고 묻자 홍석천은 “좋은 자리가 나오면 나도 모르게 욕심이 난다”고 밝혔다.
이태원에서는 이제 ‘홍석천이 가게를 하면 건물 값어치가 오른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다. 실제로 ‘마이타이’가 호황을 이루자 건물 값이 몇 배가 뛰었다고 한다. 때문에 ‘스타피쉬’ 자리도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이 수십 명이나 됐는데 건물 주인이 홍석천에게 자리를 내줬다. 어느새 홍석천은 이태원의 블루칩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었다.
“제 사주가 2008년 하반기부터 2009년까지 대운이 드는 최고의 해가 될 거라고 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일을 벌이는데도 피곤한 줄도 모르겠고 책도 내고, 가게도 여는 등 더 열심히 하게 돼요(웃음).”
지난 7월에 오픈한 ‘마이쏭바’는 ‘마이타이’ 지하에 자리해 있다. 이곳은 지하이기 때문에 음식을 만들어 팔기보다는 노래도 하고, 작은 파티도 할 수 있도록 꾸몄다. 또 보안이나 이동하기가 편리한 장점 때문에 남의 이목이 불편한 ‘연예인’들이 자주 이곳을 찾는다고 전했다. 특히 장동건, 이병헌 등 한류 스타들도 이곳을 애용한다고 살짝 귀띔한다.
사업이 잘된다고 해서 홍석천이 ‘연기’를 접은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그를 ‘사업가’라고 부르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의 직업을 ‘연기자’라고 말한다. 조만간 미니시리즈에 출연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또 2009년 여름쯤에는 뮤지컬을 직접 연출할 예정이다.
“5년 전부터 준비한 뮤지컬이 있어요. 제가 대본도 직접 썼어요. 유명한 동성애자 연예인과 그의 자서전을 써주는 대필 작가와의 기막힌 동거 이야기예요. 저는 대본과 연출만 하고, 출연은 하지 않을 생각이에요. 후배들에게도 기회를 줘야죠.”
이제는 사람들 누구도 그가 ‘동성애자’인 것에 대해 다르게 보지 않는데, 왜 본인 스스로가 뮤지컬 무대에 ‘동성애’라는 주제를 올리는지 궁금했다.
“뮤지컬 연출은 처음 해보는 거라 제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분야를 하고 싶었어요. 일을 시작할 때는 얼마나 잘 아는 내용인지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거든요. 레스토랑 창업도 마찬가지죠. 남들이 시작하니까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금물이에요. 정말 좋아하지 않으면 힘든 시기가 왔을 때 버티기 힘들어요.”
지금까지 무료 창업 컨설팅만 30~40명
홍석천의 주위에는 늘 사람들이 많다. 연예인이든, 일반인이든 상관없이 그에게 창업 상담을 하거나, 인생에 대해 상담을 하기 위해 가게를 찾아온다. 홍석천은 언제나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반길 준비가 되어 있다. 특히 ‘창업’에 관한 일이라면 아무리 몸이 힘들어도 최선을 다해 무료로 상담해준다.
“창업을 하겠다고 오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준비를 제대로 안 하고 몸도 좋지 않은데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 사람들이 가진 1억~2억원이 전 재산일 수도 있는데 잘못해서 전부 날리면 큰일이잖아요.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솔직하게 말해주고, 그래도 안 될 것 같으면 우리 가게에서 일을 해보라고 권해드려요. 지금까지 그렇게 상담해주고 창업을 도와드린 분들이 30~40명은 될걸요(웃음)?”
홍석천은 앞으로도 주위 사람들이 꿈을 이루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말한다. 자신은 이미 여러 개의 레스토랑을 가지고 있고, 주위 사람들에게 충분히 사랑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저 자신보다 주위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요. 그런데 돈으로 주는 것보다 돈 버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어요. 그래서 모두가 꿈을 이루고 행복하게 살면 저 역시 무척 행복할 것 같아요.”
남을 행복하게 해주며 살고 싶은 남자, 홍석천. 한때 홍석천은 아주 오랜 시간 ‘커밍아웃’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은 변한다. 사람들은 어느덧 그를 ‘커밍아웃을 한 홍석천’이 아닌, 그냥 ‘자연인 홍석천’으로 바라보고 있다. 온몸으로 세상의 편견에 맞서고, 이제는 그 사람들을 도우면서 살겠다는 홍석천의 말에 가슴이 뭉클해지는 건 왜일까. 이태원은 홍석천이 있기에 더욱 아름답고 따뜻한지도 모를 일이다.
■글 / 김민주 기자 ■사진 / 안진형(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