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적인 만남의 시간을 기다리며 ‘유오성의 제2 라운드’

운명적인 만남의 시간을 기다리며 ‘유오성의 제2 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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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인생 중반쯤에서 뒤돌아보니…,
사랑하는 가족과 연기가 생존의 이유입니다”


무뚝뚝해 보인다. 쉽게 친해질 것 같지 않다. 그러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한 마디 한 마디가 연필로 꾹꾹 눌러 써내려 간 글씨처럼 진실되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배우 인생의 중반정도를 달려온 것 같다고 말하는 이 남자, 유오성과 조심스레 이야기를 나누었다.


운명적인 만남의 시간을 기다리며 ‘유오성의 제2 라운드’

운명적인 만남의 시간을 기다리며 ‘유오성의 제2 라운드’

배우 유오성과의 첫 만남은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 기자간담회에서 이루어졌다. 그는 쉽게 말하고, 쉽게 마음을 열 것 같지 않은 사람이었다. 좁은 공간에, 카메라나 기자들과 마주앉은 어색한 상황이니 더 그럴 수밖에. 무표정으로 앉아 있던 그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보습학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처럼 최선을 다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 대답은 짧았지만 진실했고, 따뜻했으며, 유머러스했다.


내 안의 여성성 보여줄 것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는 전도연·박신양 주연의 영화 ‘약속’, 김정은·이서진 주연의 드라마 ‘연인’을 태어나게 한 원작이다. 로맨틱한 조직 폭력배와 귀여운 의사의 만남은 시대를 거치고 장르를 바꾸어가며 오랫동안 사랑받는 고전 러브 스토리로 자리 잡았다. 유오성은 이 연극에서 조폭 ‘공상두’ 역을 맡았다. 박신양과 이서진이 그려내는 캐릭터와 어떻게 다른 모습을 선보일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영화를 보지 않았어요. 연극과 영화는 차이가 있거든요. 영화화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장치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캐릭터를 탐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일부러 보지 않았어요. 관객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껏 그는 남성적인 역할을 주로 맡아왔다. 그의 영화 데뷔작 ‘간첩 리철진’이나 최고의 히트작 ‘친구’ 이후 ‘챔피언’, ‘도마 안중근’ 등 그의 필로모그래피는 주로 남성적인 영화에 치우쳐 있었다. 그 때문일 것이다. 그는 “사랑 이야기는 어색하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조폭’이긴 하나 사랑스러운 인물, 공상두. 이 연극을 통해 유오성은 최루성 멜로 연기를 선보인다.

“이번 연극을 통해 ‘남성’ 속의 ‘여성’을 부각시켜보자고 생각했어요. 물론 극중에서 여성 속옷을 입고 나오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웃음), 그것보다 ‘남성’ 하면 떠올릴 수 있는 단어가 있듯이 ‘여성’ 하면 떠올릴 수 있는 단어가 있잖아요. 사랑, 배려, 신뢰, 양보… 이런 개념들이 여성성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의) 여성적인 부분이 인물을 통해 전달되면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기자 간담회가 끝난 후 유오성은 서둘러 연습실로 향했다. 이날도 연습은 밤늦게까지 계속되었다.

운명적인 만남의 시간을 기다리며 ‘유오성의 제2 라운드’

운명적인 만남의 시간을 기다리며 ‘유오성의 제2 라운드’

성격은 외강내유… 보이는 것과 반대로 상냥한 사람
짧은 만남에 아쉬움을 느낀 기자는 따로 인터뷰를 요청했다. 묻고 싶은 말도, 듣고 싶은 말도 많았다. 극단 직원을 사이에 두고 어렵사리 인터뷰가 이루어졌다. 대답은 짧았으나, 한 마디 한 마디 진심이 응축되어 있었으며 세상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도 느껴졌다.

당신은 영화나 드라마로 유명해지기 전 연극배우로 이름을 날렸다. 그런 배우가 ‘보습학원’을 언급해서 놀랐다.
“연출자와 배우들 모두가 연습 과정에서 허투루 넘어가지 않고 열심히 한다는 의미로 이야기한 거예요. 진지하고 최선을 다하는 분위기를 비유해서 ‘보습학원’이라고 표현한 거죠. 치밀하고 섬세하게 작품을 만들어가고 있는데 굉장히 행복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정말 좋은 분들을 만난 것 같아요.”

‘돌아서서 떠나라’의 공상두를 연기하면서 공감이 가는 대사가 있다면?
“마지막 장면에서 나오는 ‘내 생각이 짧았어. 누군가를 너무 쉽게 미워해서는 안 되는데…. 힘내’라는 대사에 많이 공감했습니다. 사회나 내 자신도 사랑의 씨앗을 뿌리며 살아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 너무 각박한 것 같더군요. 우리 모두 미움과 질시, 경쟁 논리에 빠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 대사가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배우 유오성에게는 강한 남성성이 느껴진다. 실제 성격도 비슷한가?
“외강내유에 가깝습니다. 강한 배역을 통해 보여준 이미지의 반대 크기만큼 상냥함을 가지고 있지요. 실제 저는 이타적인 성향의 사람입니다(웃음).”

친구 이미지가 강해 쉽게 시비 거는 사람이 없어
영화 ‘친구’를 빼놓고 그를 논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를 국민적으로 알린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는 실제로 이소룡처럼 단단하고 날렵해 보인다. 강한 남자 이미지도 바로 ‘친구’에서 비롯되었다.

영화 ‘친구’ 때문인지, 왠지 ‘조폭’ 역할이 잘 어울릴 것 같다. 이번 연극의 공상두는 이전의 조폭과 어떻게 다른가?
“영화 ‘친구’에서의 조폭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많은 사람들이 계속 조폭 연기를 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사실은 그 이후에는 ‘조폭’이라는 역할을 해본 적이 없는데 말입니다. 이번 공상두 역할은 강함으로 포장된 연민을 보여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단단해 보인다. 실제로도 날렵하고 주먹이 셀 것 같은데?
영화 ‘비트’ 때 만난 정두홍 무술감독과 친한 친구인데, 운동신경이 뛰어나서 처음 하는 액션신도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실제로 날렵하다고 할 수 있지만, 주먹은 글쎄요(웃음).

현실에서 ‘주먹이 셀 것이다’는 오해를 받아 곤란한 적이 있나?
“곤란한 경험을 한 적은 없습니다. 강해 보이는 친구들은 이래저래 시비가 생기기도 하는데, 저는 그런 일이 없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하니까 친구가 제게 영화 ‘친구’에서의 이미지가 강해 사람들이 저를 센 사람으로 오해하고 시비를 거는 일이 없는 거라고 하더군요(웃음).”

운동은 열심히 하는 편인가?
“운동은 당연히 열심히 합니다. 배우가 기본적으로 연기를 하기 위해서 몸을 완성하는 것은 의무라고 생각하니까요.”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는 1월 9일부터 3월 8일까지 원더페이스 네모극장에서 공연된다. 이 공연은 송선미의 첫 데뷔 무대이기도 하다.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는 1월 9일부터 3월 8일까지 원더페이스 네모극장에서 공연된다. 이 공연은 송선미의 첫 데뷔 무대이기도 하다.

가족과 연기는 내가 생존하는 이유
‘징검다리’와 ‘감자 심포니’ 등의 영화를 찍었으나 개봉 시기만을 타진하고 있으며, 기획 단계에서부터 관심을 모았던 영화 ‘대털’은 최근 제작 자체가 무산되었다. 비록 영화 쪽에서는 아픔을 겪었지만, 최근 드라마 ‘꾼들의 나라’에 캐스팅됐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꾼들의 나라’는 ‘올인’의 최완규 작가의 작품으로, ‘올인 2’라는 애칭이 붙은 작품이다. 유오성의 드라마 복귀는 SBS-TV ‘연인이여’ 이후 2년 만에 이뤄지는 셈. 좋은 작품에 캐스팅될 때, 또 열심히 찍었던 작품이 기약 없이 개봉을 기다릴 때 등 언제나 힘을 주는 건 가족과 연기에 대한 꿈이었다.

배우 인생 그래프를 본다고 했을 때 어디까지 왔다고 생각하나?

“중간쯤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기죠. 그래서 지금 하는 연극도 더 큰 의미를 가집니다.”
개인적으로 당신의 작품 중 ‘투명인간 최장수’를 좋아한다. 그동안 연기했던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무엇인지, 또 그 이유는?

“저한테도 ‘투명인간 최장수’는 특별히 애착이 가는 작품입니다. 이 드라마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가장들에 대한 헌사이기 때문이죠.”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요?
“가족과 연기입니다. 이 두 가지는 제가 생존하는 이유죠. 위로받기도 하고 때로는 위안을 주기도 합니다.”
요즘 우리나라 영화계가 많이 힘든데 촬영했던 작품들은 개봉하지 못하고 또 최근에는 중간에 영화 계획이 무산된 것도 있다고 들었다.

“운명적인 만남의 시간이 늦춰지는 것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경우도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생각하죠.”


연기 인생 중반쯤 달려와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미래를 꿈꿔본다. 연극이라는 가장 순수하고, 가장 열정적인 매체를 통해서다. 이제껏 그랬듯이 조급해하지 않는다. 한두 번 시련이면 어떤가. 그에겐 연기가 있고, 가족이 있는 것을.


글 / 두경아 기자 사진 / 원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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