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재다능한 언니, 숨은 끼가 많은 동생, 저희 잘 어울리지 않나요?”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이 있다. 법조인, 의료인, 예능인 등 가족의 성향이 신기하게도 비슷한 경우가 있다. 언니 동생으로 밝혀진 KBS 이승연 아나운서와 SBS 드라마 ‘떼루아’에 출연 중인 신인 탤런트 이하니 자매도 역시 마찬가지. 도무지 주체할 수 없는 ‘끼’를 가진 두 자매와의 유쾌한 수다.
동생이 연기에 관심 있는 줄 전혀 몰랐다!
이들이 자매라는 사실이 알려지게 된 것은 동생 이하니의 공중파 데뷔 덕분이다. 이하니는 SBS-TV 미니시리즈 ‘떼루아’에서 와인 바의 막내 아르바이트생 진하영 역으로 출연 중이다. 처음에는 이하니가 이승연 아나운서의 동생이라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 날 ‘이기적인 유전자, 이승연&이하니 자매’라는 타이틀의 기사가 뜨면서 갑자기 이들의 관계가 세상에 알려졌다.
“어느 날 어떤 기자분이 전화를 하셨어요. 언니가 이승연 아나운서 맞느냐면서 기사를 쓰겠다고 하면서요. 얼떨결에 ‘맞다’고 대답을 했더니, 곧바로 인터넷에 뉴스가 뜨더라고요. ‘떼루아’ 제작팀과 홍보팀에서도 전화를 걸어 사실을 확인하는 등 처음에는 정신이 없었죠.”
이승연 아나운서 역시 동생이 연기자라는 소식에 한동안 아나운서실이 떠들썩했다고 전했다. 사실, 그동안 이승연이 바라본 동생 이하니는 ‘연기’ 같은 건 전혀 할 줄 모르는 그저 착하고 예쁜 동생에 불과했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봐오던 하니는 얌전하고 조용한 아이였어요. 한 번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말한 적도 없었죠. 학교 다닐 때 연극도 하고, 단편 영화에도 출연했다는데 집에서는 전혀 몰랐어요. 서울예대 연극영화과 재학 당시, 대학로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는데 저희 가족 모두 하니가 연기하는 모습에 소름 끼쳐 했어요. 우리가 그동안 하니를 너무 몰랐던 거죠(웃음).”
이하니가 연기에 대한 열망을 갖기 시작한 것은 어린 시절부터다. 그저 TV에 나오는 연기자들을 따라 하는 게 재미있고 좋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대학 진로를 고민할 당시에는 정말로 연기를 원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게 미술학과. 하지만 4년 동안 그림을 그리는 것만으로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꿈틀대는 연기에 대한 열망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나이가 있다고 해서 절대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연기는 70세까지 할 수 있잖아요. 가끔 엄마가 더 나이 들기 전에 공무원 시험을 보는 게 어떠냐고 물어보기도 하세요. 하지만 전 제가 하고 싶은 꿈을 버리지 못하겠어요. 전 연기를 하는 게 행복하고, 이것보다 더 좋은 일은 찾지 못할 것 같거든요.”
오디션 수십 번 떨어져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신인 탤런트 이하니는 여리게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당차고 야무진 면을 가졌다. 자기 생각을 또박또박 말하는 논리 정연함과 그 무엇보다 일부 10대들이 추구하는 연예계에 대한 화려한 허상을 좇는 게 아니라 진지한 고민 끝에 연기자의 길로 들어섰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는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어요. 제가 선택한 길이니까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어요.”
이렇게 자신의 생각을 똑 부러지게 말하는 이하니를 보던 이승연은 “어머, 우리 하니 정말 다 컸구나. 이젠 말도 무척 잘하네~”라면서 대견한 듯 바라보며 웃는다.
이하니는 두 번의 대학을 다니면서 전공을 바꾸고, 수십 번의 오디션에 떨어지면서도 ‘연기’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승연은 동생이 여기까지 올 수 있던 이유가 바로 매사에 긍정적이고 느긋한 성격 덕분이라고 전했다.
“동생이 굉장히 긍정적이고 낙천적이에요. 저도 솔직히 아나운서 시험을 몇 년 동안 준비하면서 많이 좌절했거든요. 다른 일을 하고 싶은 유혹도 느꼈고요. 그런데 하니는 아무리 오디션에 떨어져도 ‘다음에는 잘될 거야’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런 모습에 엄마와 제가 참 걱정을 많이 했죠.”
‘떼루아’ 역시 수많은 오디션 끝에, 우연한 기회에 합류하게 됐다. 이하니에게 ‘떼루아’라는 드라마는 참 고마운 작품이다. 오랜 시간을 가슴 졸이며 지켜보던 엄마와 가족에게 자신을 좀 더 당당하게 만들어줬다. 또 작은 역할이지만 공중파에 첫발을 내디뎠다는 게 정말 큰일을 해낸 것 같아 성취감도 든다. 게다가 촬영 현장 자체가 연기를 배울 수 있는 아카데미나 다름이 없다.
“일단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무척 좋아요. 게다가 촬영 현장에서 기라성 같은 선배들의 연기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것 또한 저에게는 매우 큰 공부가 돼요. 그래서 제 촬영이 없어도 현장을 떠나지 않고 배우들이 연기하는 것을 지켜보죠.”
옆에서 이승연 아나운서가 또 한마디 거든다. “동생이 아직 소속사가 없어서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지방 촬영에 의상도 가져가야 하고, 화장도 직접 해야 하는 등 신경 쓸 일이 얼마나 많겠어요. 그런데 군소리 없이 묵묵히 하는 거 보면 정말 연기가 좋긴 좋은가 봐요(웃음).”
동생을 향한 안타까움과 기특함이 공존하는 표정이었다. 사실 이승연 아나운서도 지난해 인기리에 종영했던 KBS-TV 드라마 ‘태양의 여자’에 카메오로 출연하면서 드라마의 맛(?)을 본 적이 있다. “연기, 정말 아무나 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대사도 몇 마디 없는데, 어찌나 신경이 쓰이던지 ‘선배님~’이라는 단어 하나를 얼마나 연습했는지 몰라요. 하하하.”
이승연 아나운서의 어릴 적 꿈은 피아니스트였다. 박장대소하는 기자의 모습을 보고 그녀는 이내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사람들이 내 말을 안 믿는다니까”라고 말한다. 사실 그도 그럴 것이 이승연 아나운서는 입사 때부터 특기를 ‘복싱’으로 내세우면서 강한 여성의 이미지를 부각시켜왔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그녀는 스포츠 캐스터로서 맹활약을 해왔다.
“사실, 아나운서 준비하면서 체력을 단련시킬 겸 복싱을 배웠는데, 관장님도 굉장히 소질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인연을 맺은 스포츠가 제 전문 분야가 될 줄 몰랐어요. 제가 원래 스포츠에 관심이 많고 좋아하기는 했지만요(웃음).”
옆에 있던 이하니는 “난 어릴 적부터 언니가 아나운서가 될 줄 알았어”라고 말한다. 늘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고, 목소리가 컸으며, 리더십이 강했기 때문이란다. 때문에 가족 모두 이승연이 아나운서가 못 될 거라는 생각은 안 했다고 한다.
입사 동기인 남편, 지금은 가장 든든한 내 편
“처음에는 덩치가 워낙 좋아서 운동을 잘하겠다 정도로만 생각했어요. 정말로 스포츠를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 저와 대화도 잘 통하더군요. 알고 보니 성격도 좋아서 점점 더 호감을 느끼게 됐죠.”
그렇게 2년 동안 연애를 하다가 결혼을 했는데, 알고 보니 남편이 ‘숨쉬기’ 운동만 하더란다. 운동은 보는 것만 좋아하고 직접 하는 것은 싫어하더라는 것. 약간의 실망감이 들기는 했지만 남편은 이승연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다.
“늘 저와 함께해주는 제 편이 생긴 거잖아요. 그런 느낌이 정말 든든하고 듬직하더라고요. 데이트 비용을 따로 안 써도 되고요(웃음).”
이제 결혼 2개월에 접어든 그녀는 아직 살림에는 서툰 초보 주부다. 요리에 서툴다 보니 남편의 친구들로부터 “이승연 아나운서는 햄을 잘 굽는다면서?”라는 칭찬 아닌 칭찬(?)을 듣고 있단다.
올해 입사 7년 차 아나운서 이승연. 그녀는 회사의 수많은 아나운서가 모두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다면서, 어떤 프로그램을 맡아도 맛깔스럽게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솔직히 아무리 시청자에게 인기가 없어도 소중하지 않은 프로그램은 없죠. 프로그램에 대한 욕심보다는 이금희 선배처럼 ‘사람 냄새 나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어요.”
동생 이하니 역시 신인임에도 각오와 포부가 남다르다. “제가 아직 신인이니까 어떤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우스운 일이죠. 하지만 기회가 되면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는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밝거나, 특이하거나, 혹은 4차원적이거나. 하하하”
이승연 아나운서와 이하니는 세상 사람들을 향해 보여줄 게 많은 이들이다. 지금까지 보여준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지 이승연·이하니 자매의 화려한 비상을 기대해본다.
■ 글 / 김민주 기자 ■사진 / 홍태식(프리랜서) ■장소 협찬 / 알라또레(02-324-0978) ■ 헤어&메이크업 / 정샘물 인스피레이션 홍대점(02-338-8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