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왼쪽에는 키보드, 오른쪽에는 스케치북·의자, 뒤쪽에는 기타
서세원과 서정희의 딸로 유명한 서동주가 「동주 이야기」라는 책을 통해 미국 유학생활을 담았다. MIT에 이어 세계 1위 경영대학원인 와튼 스쿨에 진학한, 똑 소리 나게 공부 잘하는 학생으로 알려진 서동주. 그녀가 말하는 유학생활의 허와 실, 그리고 가족에 대한 사랑 이야기.
자유롭게 놀고 싶어서 미국 유학 선택했다
와튼 스쿨 입학으로 화제를 모았던 서동주가 그동안 자신의 유학생활을 담은 책 「동주 이야기」를 펴냈다. 언뜻 책 속에는 수재들만 갈 수 있다는 MIT와 와튼 스쿨에 입학할 수 있었던 노하우가 가득 담겨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내용은 전혀 다르다.
서동주는 유학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감정과 사춘기를 거치며 쌓인 생각을 일러스트와 사진을 통해 담아냈다. 때문에 이 책에 쓰인 사진과 일러스트들은 서동주 본인의 시각과 손끝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서동주가 처음에 유학을 선택한 이유는 부모님의 등에 떠밀려 떠난 다른 아이들과는 조금 다르다. 서동주는 우연히 미국의 이모 댁에 놀러갔다가 미국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것을 보며, ‘미국 애들은 공부를 안 하고 매일 노는구나. 나도 저렇게 놀면 좋겠다’는 생각에 부모님께 유학을 보내달라고 졸랐다.
서동주의 끈질긴 설득에 완강히 반대하던 서세원과 서정희는 결국 유학을 허락했다. 하지만 서세원은 “아빠는 외화 낭비하는 꼴은 절대 못 보니, 가면 무조건 1등을 해야 한다. 반에서 1등, 학교에서 1등, 대학과 고등학교도 최고로 좋은 곳에 가야 한다”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할 거라면 가지 말라”고 했다. 이에 서동주는 “알겠다. 앞으로는 알아서 잘할 테니까, 성적표를 보여달라고 하지 말라”고 부탁한 뒤,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유학을 가고 싶은 딸과 유학을 보내기 두려웠던 아빠의 지키지 못할 것 같았던 약속. 하지만 이 약속은 놀라울 정도로 잘 지켜졌다. 서동주는 아빠와의 약속대로 늘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최고 대학에 입학을 했고, 엄마와 아빠는 단 한 번도 딸에게 성적표를 보여달라고 말해본 적이 없다.
수재 딸을 키운 특별한 노하우가 있느냐는 질문에 서정희 역시 “딸에게 특별한 것을 가르쳐본 적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서정희는 “초등학교 다닐 때는 지나치리만큼 간섭한 적도 있지만, 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는 단 한마디도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며 “가끔 좋은 책이 있으면 딸에게 보내주고, 정성스럽게 기도를 해준 게 전부”라고 말했다. 서정희는 딸에게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다고 말하지만, 중학교 때 이후로 단 한 번도 성적표를 보여달라고 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딸을 얼마나 믿고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다.
‘자신의 스타일대로 공부하라’
서동주는 자라면서 피아노, 미술, 수학, 경영학으로 진로를 바꾸었다. 어렸을 때 피아노를 쳐서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지만 미술에도 매력을 느꼈고, 미술 전공으로 웰슬리 대학에 진학해서 수업을 들으면서는 묘하게 순수수학에 빠져들어 MIT에 편입했다.
또 서동주는 대다수의 유학 서적에서 말해주는 것과는 달리, ‘자신의 스타일대로 공부하라’고 이야기한다. 공부 방법도, 휴식도, 공부하는 시간도 모두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택하면 된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서동주는 책상의 왼쪽에는 키보드, 의자 뒤쪽에는 기타, 오른쪽에는 스케치북을 놓았다. 그리고 공부하다가 졸리면 키보드를 연주하거나, 기타를 쳤고, 그림을 그렸다. 서동주는 “대다수 사람이 가진 집중력은 길어봤자 2시간이기 때문에, 자꾸 다른 생각이 날 때는 이런 취미들이 정말 큰힘이 된다”고 밝혔다.
특히 이 책에선 페이 스쿨과 세인트폴스 스쿨, 웰슬리 대학과 MIT 등 미국 최고 수준 학교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다. 처음 받은 낙제 점수를 만회하기 위해 불 꺼진 기숙사에서 이불을 뒤집어쓴 채 자그마한 스탠드에 의지해 공부했던 일, 여자 대학교에서 쉽게 접하는 게이 문화, 기숙사생들 사이에서 종종 생겨나는 다툼과 오해들, B+를 받아 우는 학생과 밥 먹는 것을 잊은 학생들이 장악한 MIT 등 치열하면서도 흥미진진한 학교생활을 엿볼 수 있다.
서동주는 “MIT에 입학해서 가장 놀랐던 것은 학생들이 밥 먹는 것도 잊을 정도로 공부에 열중하는 것”이었다면서 “집에 가는 친구에게 ‘점심은 먹었니?’라고 물어보면, ‘아, 까먹고 있었다. 어쩐지 배가 고프더라’며 웃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서동주는 서세원·서정희의 딸이다. 대한민국에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서동주는 유명한 부모 덕분에 겪은 좋았던 일과 속상했던 일들도 여과없이 적어냈다.
서동주는 “세상 사람들이 보는 아빠는 권위적이고 자만심 가득한 모습일지 몰라도, 내게 아빠는 잔정도 많고 여린 데다 누구보다 사랑이 넘치는 분”이라고 한다. 서세원이 딸에게 전화를 걸어 하는 말은 매번 똑같은 내용이라는 것. “공부는 그만하고 빨리 집에 와!”라고. 또 워낙 딸을 끔찍이 사랑하는 터라, 새벽 5시건 밤 12시건 관계없이 딸을 보기 위해 공항으로 달려나간다고 한다.
또 책에는 유학을 꿈꾸거나 자녀의 유학을 고려하는 부모가 실제로 고려해야 할 점, 입시를 위해 챙겨야 할 점, 에세이 쓰기의 노하우, 와튼 스쿨 입학 에세이 등도 함께 담겨 있다. 서동주가 졸업한 학교들에 관한 소개와 MIT와 와튼 스쿨 입학을 위해 필요한 서류 및 방법 등이 자세히 나와 있어 실제 유학을 준비 중인 학생과 부모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수면제 60알 삼키고, 자살 시도 하기도
책에는 서세원이 범법자로 몰렸던 시절, 괴로웠던 서동주의 심경에 대해서도 자세히 언급되어 있다. 특히 아르바이트를 하던 학교 식당이 문을 열지 않아 여름방학 내내 오트밀과 두유로 끼니를 때우며 공부를 했던 일을 비롯해 친구들의 오해, 부모님과의 다툼, 버거운 공부와 강의 과제, 갑작스러운 금전난 등으로 인한 고통, 학교 근처 약국에서 물 한 병과 수면제 2통을 사 60알을 삼키고 자살을 시도한 일화도 담겨있다. 다행히 때마침 걸려온 친구 신디의 전화. 서동주는 친구의 목소리를 듣고, ‘이건 아니다’는 생각에 눈물을 쏟으며 화장실로 달려갔다고. 이 사실은 책을 펴내기 전까지는 엄마, 아빠도 몰랐던 부분이다. 이후로 다시는 죽겠다는 생각 같은 건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서동주의 꿈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껏 배워온 모든 것을 그 꿈을 이루는 데 활용하고 싶다고 말한다. 스물여섯 살의 나이에 유학생활에 대한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낸 그녀. 미국 유학에 대한 꿈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 작지만 큰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있는 게 아닐까.
■ 글 / 김민주 기자 ■사진&자료 제공 / 도서출판 꿈과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