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컴백 앞두고 외아들 결혼시키는 ‘김영애의 봄날’

영화 컴백 앞두고 외아들 결혼시키는 ‘김영애의 봄날’

“따로 살아온 아들에게 엄마 노릇 제대로 못해준 것이 미안하죠.
붙임성 있는 며느리와 친구처럼, 모녀지간처럼 지내고 싶어요”


지난 1년 동안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아온 김영애가 조금씩 세상을 향해 발을 내딛고 있다. 이미 황토팩 사업을 재개했고, 2년 만에 영화 ‘애자’로 컴백을 앞두고 있으며, 하나뿐인 아들의 결혼 준비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오랫동안 침묵했던 그녀가 며느리를 맞는 기쁨과 그간의 어려웠던 시간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영화 컴백 앞두고 외아들 결혼시키는 ‘김영애의 봄날’

영화 컴백 앞두고 외아들 결혼시키는 ‘김영애의 봄날’

김영애와 만난 것은 1년 전 가을, KBS-2TV ‘이영돈PD의 소비자 고발’을 통해 황토팩 사건이 터진 직후였다. 당시 김영애(58)는 제대로 먹지도, 잠을 자지도 못해 무척이나 수척한 모습이었다. 얼굴에는 웃음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억지웃음을 짓다가는 이내 멍해지곤 했다. 그로부터 1년의 시간이 흘렀다. 참토원은 지리한 법정 싸움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5월 KBS-2TV ‘이영돈PD의 소비자 고발’에 대해 20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괴로운 시간을 피해 하와이에 머물렀던 김영애가 귀국한 후, 반가운 소식이 하나씩 들려왔다. 먼저, 하나뿐인 아들이 결혼을 한다는 것과 그녀가 영화를 통해 컴백한다는 소식이다. 그리고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한 그녀가 황토팩 사업을 다시 시작한다는 소식도 있었다. 1년 남짓, 고통의 시간은 지나고 이제 그녀에게는 좋은 일만 있는 것일까?


며느리와는 모녀지간처럼, 친구처럼 지내고 싶어
김영애를 만나서 그간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러나 밤 10시가 넘어 겨우 전화 통화로 만난 그녀는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어제는 아들 웨딩 촬영 때문에 하루 종일 스튜디오에 있었고, 사업도 재개하려고 하니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요즘은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영화 촬영도 당분간 쉬기로 했어요.”

영화 촬영과 사업 재개만으로도 바쁜 상황일 텐데 인륜지대사인 아들 이민우씨(26)의 결혼을 준비하고 있으니, 마음의 부담뿐 아니라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상황이었다.

“양가에서 간소하게 하자고 했는데, 아무래도 예의에 벗어나면 안 되기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여요. 그동안에는 가끔 신문지면에 오르는 ‘예물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이해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막상 혼례를 준비하다 보니 내가 그동안 어떤 모습으로 비춰졌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돼요. 혹시 ‘그 여자에게 딸 못 준다’라고 할 만한 일은 없었나, ‘내가 지금까지 잘 살아왔나’ 되돌아보게 됐어요.”

연예인이고, 공인이기 때문에 그녀는 남의 이목이 몇 배나 더 신경 쓰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집안끼리 연을 맺는 일이다 보니 어느 때보다 생각이 많은 듯했다. 그러나 며느리에 대해서는 명쾌하게 “붙임성 있고, 싹싹하다”고 대답했다.

“지난해 3월 7일이 며느리 생일이었는데, 그날 인사를 받았어요. 아들이 그냥 친구가 아니라 진지하게 교제를 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냥 친구만은 아니겠구나 생각했죠. 아들이 어린 나이라 그 전까지는 며느리에 대해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다만 농담으로 아들이 ‘엄마 마음에 들지 않는 여자와 결혼한다고 하면 어떻게 할 거야?’라고 물었고, 나는 ‘안 보고 살면 되지. 누가 말리겠니’라고 했죠. 말려도 안 될 아이란 걸 알거든요.”

영화 컴백 앞두고 외아들 결혼시키는 ‘김영애의 봄날’

영화 컴백 앞두고 외아들 결혼시키는 ‘김영애의 봄날’

김영애는 그간 연기를 통해 충분히 시어머니 입장이 되어봤을 것이다. 고부갈등의 주범이었던 시어머니, 헌신적인 시어머니, 친구 같은 시어머니…. 그녀가 그리는 시어머니는 어떤 모습일까?

“상견례 때 사돈댁에 그랬어요. ‘저는 딸을 얻는다고 생각합니다. 사부인도 철없는 막내아들 하나 생겼다고 생각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고요. 아무리 그래도 ‘시’자가 붙으면 불편하다잖아요. 그런데 어떨 때는 아들보다 며느리와 말이 더 잘 통해요. 그동안 딸이 있는 친구가 부럽기도 했는데, 앞으로 며느리와 허물없이 친구처럼, 엄마하고 딸처럼 잘 지낼 생각이에요.”

딸처럼 함께 다니면서 결혼 준비도 하고 싶건만, 바쁜 일정 때문에 예물 고를 때를 제외하고는 함께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한다. 그녀는 그 부분에 대해 사돈댁에 이미 양해를 구했다.


엄마 노릇 못한 것, 아들에게는 미안해
김영애는 전남편과 이혼한 후 아들과 따로 살았다. 성인이 된 후에도 아들이 프랑스로 유학을 다녀왔기 때문에 모자가 함께 있을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아들과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따로 살아서 엄마 노릇은 제대로 못했어요. 대부분의 시간이나 비중을 내 일에 두고 살아온 사람이기에 아들에게는 미안한 게 많죠. 제가 말은 나긋나긋하게 하는 것 같지만 표현도 잘 안 하고 살가운 엄마는 못 돼요. 애교가 별로 없거든요.”

무뚝뚝한 엄마와 달리 아들은 다정다감한 편이다. 건강하지 못한 엄마에 대한 걱정이 크지만, 요리사로서 바쁜 일정 때문에 제대로 챙겨드리지 못해 늘 안타까워했다.

“아들은 굉장히 다정다감해요. 제가 몸이 건강하지 못하니까 걱정할 뿐이죠. 그래도 직장 다니느라 바빠서 같이할 시간은 많지 않았어요. 요리사 경력 쌓으려면 굉장히 힘들잖아요. 어느 날은 며느리가 아들 일하는 거 보고 와서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고 해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가슴이 아팠어요.

김영애에게는 늘 어리게만 느껴졌던 아들이다. 그러나 결혼을 결정하고 나서부터는 부쩍 어른스러워진 느낌이다.
“결혼 결정한 5개월 사이에 아들이 많이 어른스러워졌어요. 그래서 요즘은 저도 아들을 어른으로 대접해요. 그전에는 함부로 대할 때도 있었어요. 부모 자식 간에 지켜야 하는 것이 있는데, 이젠 큰소리 낼 것도 다시 한번 생각하고 믿어주게 돼요.”

빨리 장가를 보낸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옛날 같으면 벌써 아이 둘 셋을 낳았을 나이라고 생각한다.
“아들이 어려서 결혼은 생각도 못했어요. 그렇지만 몇 년 새 결혼 연령이 많이 늦어진 것뿐이고, 예전에는 남자도 서른 살 전에 많이 결혼했잖아요. 좋은 사람 만났을 때 결혼하면 좋죠. 일생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결정인데, 그 결정이 빨랐다고 해서 나쁜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동안 아들 민우씨는 유명 연예인 어머니를 둔 덕분에 여러 가지로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을 것이다. 이제는 며느리가 그 유명세를 치를 차례다.

영화 컴백 앞두고 외아들 결혼시키는 ‘김영애의 봄날’

영화 컴백 앞두고 외아들 결혼시키는 ‘김영애의 봄날’

“평상시 저는 보통 사람들과 다를 바 없어요. 카메라 앞에 서지 않으면 비비크림도 바르지 않거든요. 이번에 웨딩 촬영을 하는데 방송 관계자와 기자들이 오니까 며느리가 당황하는 것 같았어요. 시어머니가 공인이니 겪어야 하는 과정이죠.”

김영애의 아들은 프랑스 요리학교 르 코르동 블루를 졸업하고 국내에서 프랑스 요리사로 활동해왔다. 내년에는 미국요리학교(CIA)로 유학을 떠날 예정이다. 또 가수 조PD의 동생인 예비 며느리 조고은씨는 국내에서 패션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고(故) 최진실 사건 이후 정신 차려
김영애에게 지난 1년보다 힘든 시간이 있었을까? 그녀는 죽을 만큼 힘든 시간을 지나왔다. 아직도 그 많은 기억들을 떨치지 못한 탓인지, 그 시절의 이야기를 하며 목소리를 떨었다.

“방송을 통해 제가 너무 파렴치한 사람이 된 거잖아요. 너무 힘들 때는 죽을 생각도 했어요. 약 먹고 며칠씩 자기도 하고, 약 먹고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또 약을 먹었으니…. 만약에 그 약을 다 먹었으면 끔찍한 일이 일어났을지도 몰라요.”

삶의 희망이 전혀 없던, 지독히도 힘든 상황에서 더 나쁜 상황으로 치닫지 않았던 건 후배 최진실의 안타까운 죽음을 접하고부터다.

“최진실 사건을 접하고 정신을 차렸어요. 아, 나도 저런 상황이 될 수 있겠구나…. 정신을 번쩍 차릴 정도로 호되게 맞은 느낌이었죠. 정말 가슴 아픈 일이었는데, 그로 인해 저를 다시 찾는 계기가 됐어요.”

그녀는 힘든 시간을 피하고자 하와이에 머물기도 했다. 새로운 곳에서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면 나아질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새로운 곳에서의 생활 역시 쉽지 않았다. 결국 다섯 달 만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여전히 세상이, 사람이 두려웠다. 그런 그녀를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가게 한 건 영화였다. 지난해 11월까지 세상과 담을 쌓고 살고 있던 그녀는 영화를 통해서 1년 만에 제대로 된 외출을 감행했다.

“한국에 와서도 집에만 있었어요. 영화 제의를 받고 대본 연습을 하면서 외출도 하게 되었고, 사람들과 만날 수 있었죠. 그런 과정에서 상처가 많이 나았어요. 제가 그동안 어떻게 연기를 안 하고 살았나 싶었죠. 저는 기본적으로 가진 것보다 많이 받고 누리는 사람인 것 같아요.”

김영애의 컴백작은 엄마와 딸의 애증을 그린 영화 ‘애자’로, 최강희와 모녀지간으로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최)강희는 참 착하고 속이 깊어요. 굉장히 놀랐어요. 따뜻하고 정이 많이 가는 후배예요. 너무 열심히 하고 잘해요. 제가 원래 칭찬하는 데 후하지 않는데, 일이 끝나도 만나고 싶은 후배예요. 저와 호흡도 잘 맞고요. 시나리오도 매우 좋은데, 제가 잘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사업도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지난달부터 홈쇼핑 세 곳을 통해 영업을 재개했다. 예전에 성공한 만큼은 힘들겠지만, 옛 명성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 중이다.

“방송이 잘못됐다는 것이 밝혀졌고, 회사가 다시 일어나고 있지만, 예전에 비해 얼마만큼이나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70명이 넘던 직원이 지금은 30명도 채 안 돼요.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맞아요. 저보다 억울한 사람이 있을 텐데, 저는 그나마 직원들도 있고, 진실도 밝혀졌으니 다행이죠. 이젠 완전히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에요.”

김영애의 소망은 무엇일까? 예전의 부와 명예, 그리고 성공? 아니다. 힘든 일을 겪고 난 후 그녀는 성공과 실패 모두 두려워졌다.

“너무 좋은 일도 너무 나쁜 일도 없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작은 일에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거든요. 아이들이 행복하게 잘 살고, 저도 좋은 작품 만나서 연기하고, 회사는 직원들 월급 줄 정도만 됐으면 좋겠어요. 제 욕심이 너무 지나쳤나요?”

이제 김영애는 새로운 챕터를 펼쳤다. 어려웠던 지난날은 흘러간 이야기에 불과하다. 어쩌면 그녀 인생에서 지난 1년간의 고통은 작은 점일지도 모른다. 더 깊어진 눈으로 팬들과 다시 만날 배우 김영애를 기다려본다.


글 / 두경아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화제의 추천 정보

    Ladies' Exclusive

    Ladies' Exclusive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