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 소리 나는 미녀 아나운서로 유명한 SBS 이혜승 아나운서가 지난해 10월 29일, 드디어 엄마가 됐다. 서울 청담동의 한 베이비 스튜디오에서 딸 하린이의 백일 사진 촬영에 한창인 이혜승 아나운서를 만났다. 엄마가 된 뒤 달라진 변화, 사랑스러운 딸 자랑 이야기에 귀기울여 본다.
“죽어야 이 고통이 끝나겠구나 싶었어요”
이혜승 아나운서는 “우리 하린이~, 여기 엄마 보자”며 딸랑이를 들고 아이 앞에서 연신 이름을 불러댄다. 하지만, 결국 아이의 컨디션 난조로 엄마와 함께 있는 사진을 더 많이 촬영하게 됐다. 그렇게 3시간 정도의 촬영을 마친 이혜승 아나운서는 “나보다 하린이 사진을 더 많이 찍었어야 하는데, 사진이 예쁘게 잘 나왔을까?”라며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백일 사진 촬영 후, 인근 카페에서 다시 마주앉은 이혜승 아나운서. 아기를 낳은 지 이제 겨우 3개월 남짓 됐는데, 임신전 늘씬한 몸매와 아름다운 미모를 회복했다. 만삭일 때 14kg 정도 불어났던 체중이 다행히 빨리 빠졌다.
하린이가 세상에 처음 나온 날은 예정일인 11월 7일보다 일주일 정도 앞당겨진 10월 29일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날이 길일로 알려져 그날 아기를 낳았으면 좋겠다고 내심 바랐는데, 신기하게도 엄마가 바라는 날 하린이가 세상 빛을 보게 됐다.
“8시간 정도 진통을 했어요. 흔히 아기를 낳을 때 하늘이 노랗다고 하잖아요. 저는 내가 죽어야 이 고통이 끝나겠구나 싶은 생각까지 했어요. 그런데 아이가 세상에 나오자마자 신기하게 고통이 싹 가시더라고요(웃음).”
아이 낳는 순간, 지옥에서 천당으로 건너온 기분이 들었다. 마음이 갑자기 평온해지면서 남편이 아이의 탯줄을 자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이상한 건 아기를 낳았는데, 아무런 감정의 변화가 생기지 않는 자신의 모습이었다. TV에서 보던 것처럼 감동에 벅차 눈물을 흘리지도 않았다. “아이를 낳은 직후 저처럼 무덤덤한 산모가 의외로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를 키우는 그 시간들이 무척 감동스러운 거예요. 아이가 저와 눈을 마주치고, 옹알이하는 모습을 보는 하루하루가 눈물이 날 정도로 기쁘고 행복해요.”
남편이 목욕도 시키고, 동화책도 읽어줘
친정과 시댁, 양가 모두 첫 손녀라서 무척 기뻐했지만 특히 남편 민준기씨(33, 변호사)의 딸 사랑은 아무도 못 말릴 정도다. 초보 아빠임에도 직접 아이를 목욕시키는 것은 물론, 벌써부터 아이를 안고 동화책을 읽어준다. 또 출근 직전에도 아이의 얼굴을 한참 들여다보면서 인사를 하고,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보관하는 것은 물론, 아이가 보고 싶은 마음에 퇴근 시간도 빨라졌을 정도다.
혹시나 아이가 ‘딸’이라서 서운하지 않았냐고 묻자 “전혀 아니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사실 임신 초기에는 태몽 때문에 아들일지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은 있었다. 이에 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잠깐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곧바로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를 얻은 것에 대해 무한한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
아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혜승 아나운서의 얼굴을 자세히 보니, 출산 전보다 더 화사하고 여유로워진 모습이다. 이에 그녀는 결혼 전에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고달프고 허전했고, 안식을 느끼지 못했는데 결혼을 하고 나서 진정으로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음을 느낀다고 말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 감동이 커지고 있어요. 결혼이 제 인생에 평온과 여유를 줬다면, 아이는 제 인생을 완벽하게 완성시킨 느낌이에요. 가끔 기분 나쁜 일이 생겨도 아이 얼굴만 생각하면 바로 입가에 미소가 번져요. 아마도 지금이 여자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아닐까 생각해요. 하루가 다르게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보면 마냥 보고만 있어도 아쉬운 마음이 들 정도예요.”
아기 때문에 간호사와 의사에게 매일 전화 문의
하린이는 순하고 착해서 잘 울지도 않고, 밤에 자주 깨지도 않는단다. 주사를 맞을 때도 울지 않는 용감하고 씩씩한 아이다. 이 아나운서는 아이의 이런 성품이 태교를 잘한 덕분이라고 말한다. 임신 9개월 때까지 회사를 다니면서도 좋은 음악을 많이 듣고, 예쁘고 좋은 것만 보고 먹으려고 노력했다. 지금 아이가 주는 기쁨에 비하면, 임신 기간은 전혀 힘든 시간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밤에 잠을 못 자는 건 기본, 말이 통하지 않으니 아이가 왜 우는지 영문을 알 수도 없다. 똑 소리 나는 이혜승 아나운서도 아이에 관해서는 쉽게 당황하고 어쩔 줄 몰라 쩔쩔매는 초보 엄마다.
“사실, 아기 낳기 전에 책도 여러 권 봤어요. 그런데 막상 실전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소아과 간호사를 정말 귀찮게 했어요. ‘우리 하린이가 왜 똥을 안 눌까요?’, ‘아이가 온몸에 힘을 주면서 얼굴이 빨개져요’, ‘예방주사를 맞고 나서 열이 떨어지지 않아요’ 등 아이와 관련된 일거수일투족을 전화로 물어봤어요. 간호사가 저 때문에 정말 고달팠을 거예요(웃음).”
그 후, 이 아나운서는 초보 엄마들 사이에서 가장 평이 좋은 육아 책을 다시 천천히 읽어보았다. 그런데 그동안 간호사와 의사를 괴롭히면서(?) 물어봤던 아기들의 행동이 그 책 속에 모두 적혀 있었다. 출산 전에는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던 내용들이었다. 책을 읽고 보니 대수롭지 않은 일들이었는데, 아이의 변 색깔에 일희일비하며 울상을 짓거나 기뻐서 소리치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 한참을 웃을 수밖에 없었다.
“집에서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가정주부가 특별히 생색나는 직업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얼마나 할 일이 많은지 몰라요. 아이에게 마사지도 해주고, 책도 읽어주고, 음악도 들려주고, 사진도 찍어주는 등 정성을 쏟기 시작하면 끝도 없는 것 같아요.”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
이혜승 아나운서는 3월 중순, 출산 휴가를 끝내고 회사에 복귀했다. 처음 하린이를 만나고 나서는 잠깐 일을 쉴까 생각도 했다. 그러나 결국 일을 계속 하기로 결정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을 다닌 이혜승 아나운서는 최근 한 외국 서적을 번역하고 있으며, 조만간 출간을 앞두고 있다. 양보다는 질적으로 아이에게 사랑을 주고 싶다는 이 아나운서의 바람대로, 현재 그녀가 번역하고 있는 책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짧은 시간에 아이에게 효과적으로 사랑할 수 있는 방법’에 관한 책이라고 한다.
“딸에게 친절하고 따뜻한 엄마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아이가 좀 더 자라면 거실을 서재로 바꾸고, 아이와 함께 책 읽고 공부하는 엄마의 모습도 보여주고 싶어요. 돈을 벌고, 성공하는 것보다 힘든 일이 ‘마음의 평화’를 얻는 거라고 생각해요. 아이는 나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마음의 평화’를 줬어요. 저도 늘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요.”
또 엄마가 하는 행동을 아이가 그대로 보고 따라 한다는 말 때문에 좋은 엄마가 돼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랬더니, 세상을 살아가는 자세도 달라졌다. 좀 더 남을 배려하고, 올바르게 사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고.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해서 그게 행복한 인생은 아니잖아요. 저는 아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꼭 공부를 잘하거나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저 용감하고 씩씩하게 그리고 남에게 웃음을 주는 그런 아이로 컸으면 하는 게 바람이죠(웃음).”
자상한 남편과 눈에 넣어도 아깝지 않을 사랑스러운 딸 하린이. 이혜승 아나운서는 소중한 가정을 가진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해서 더 이상 큰 꿈은 바라지도 않을 정도다. 가정을 위해서는 일도 과감히 포기할 수 있다는 그녀. 누구나 가졌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그 행복의 가치를 똑같이 느끼는 것은 아니다. 이혜승 아나운서는 그 어떤 사람보다 행복의 가치를 크게 느끼며 살고 있는 사람이다.
| 사랑하는 딸 하린이에게 하린아…, 엄마는 네가 예쁘고 건강하게 태어나줘서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 많은 것을 바라지는 않을게. 그저 항상 밝고 행복한 아이로 컸으면 좋겠고 늘 여유 있고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어. 사회적인 성공과 개인적인 부를 쌓기보다 남에게 웃음을 주는 사람이길 바라고 타인을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이었으면 해. 늘 몸과 마음이 건강한 아이로 자라고, 세상을 향해 용감하고 당당하며 씩씩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사. 랑. 해. |
■글 / 김민주 기자 ■사진 / 이성훈 ■사진 제공 / 베리베베 스튜디오(02-515-6007) ■헤어&메이크업 / 라떼뜨(02-3444-2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