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늘과 강지환이 호흡을 맞췄다. 영화 ‘7급 공무원’에서 각자 신분을 속이는 국정원 비밀요원을 연기했다. 두 사람은 이미 MBC-TV 미니시리즈 ‘90일 사랑할 시간’에서 연인 연기를 하다 열애설이 나기도 했다. 그 후 두 사람은 다시 만났고, 이번 영화를 통해 한 단계 성숙해졌다.
김하늘, 그 여자 이야기
“그동안 액션신에 대한 욕심이 컸어요. 초반에 낙마하거나 다치기도 했지만 영화가 잘 만들어져서 만족합니다. 장면이 스피디하게 넘어가서 별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 한 신 한 신, 다 제가 몸으로 한 거거든요. 상당히 어려웠어요.”
그녀는 그간 정적인 연기를 많이 보여줬다. 액션이 가미된 연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일에도 열정적이고 동시에 사랑도 지키려는 여자주인공의 캐릭터가 맘에 들어 대본을 보자마자 출연을 결심했다고.
“촬영하면서 온몸에서 소염진통제 냄새가 안 나는 날이 없었어요. 낙마해 발목이 퉁퉁 붓기도 하고 난생처음 와이어도 타봤어요. 그런데 액션신 촬영하는 날이 오히려 마음이 두근거리면서 기다려지더라고요. 스스로 한계가 어디인가 궁금했어요. 몇 장면 빼고는 대역 없이 모두 소화했어요. 배우로서 한 단계 성숙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배우는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변해야 한다. 김하늘은 벌써 데뷔 12년 차고, 나이 서른을 넘겼다.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것, 멀리 해오던 것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전에는 다른 배우들과 어울려 회식한다는 건 상상도 못했어요. 상대 배우나 스태프들을 챙기기 이전에 스스로 서 있기도 힘들었죠. 그런데 이제는 상대방을 배려하고 때로는 함께 어울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예전에는 열애설이 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상대 배우와 열애설이 난 뒤 만날 상황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럼 기분 나쁘냐고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런 어색함과 곤란함이 싫었다. 지금은 솔직히 신경 쓰지 않는다.
“강지환씨는 저와 인연이 많은 배우 중 한 사람이에요. CF를 함께 찍었고 다른 영화에도 함께 출연할 뻔했죠. 그러나 드라마 종영 후 연락해본 적은 없어요. 사실 이번 작품을 함께할 때는 열애설보다 다른 것이 신경 쓰이던걸요. 전에 같이 출연한 드라마의 시청률이 좋지 않았어요. 흥행에 대한 것이 오히려 고민이었죠.”
그러나 누구나 가볍게 웃을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란 장르가 그녀의 우려를 무장해제시켰다. 작품이 끝나고 강지환과도 서로 문자도 주고받을 만큼 가까워졌다.
“제가 강지환씨를 처음 봤을 때는 오직 열의에 찬 신인이었어요. 저하고 눈도 잘 못 마주쳤는데…. 지금은 오빠가 자주 하는 말이 있어요. 처음에는 자기 그림자도 못 밟겠더니 이젠 그림자를 막 밟는다구(웃음).”
강지환, 그 남자 이야기
“감독님께서 마치 야생마를 들판에 풀어놓듯이 절 자유롭게 놔주셨어요. 엔도르핀이 돌고 신이 나서 현장을 방방 뛰어다녔어요. 그렇게 촬영을 마치고 나니 개운하더라구요.”
현장에서 직접 아이디어와 애드리브도 상당수 만들었다. 코믹 연기를 대본 그대로 하면 혹여 과장된 연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히려 진지하게 연기했다.
“나는 진지한데 다른 사람들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을 터뜨리는 컨셉트로 잡았어요. 전작인 ‘영화는 영화다’에서 무조건 잘해야 된다는 생각에 경직돼 있다가 이번 작품에서 표출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뿜어냈죠.”
그의 첫 영화 ‘영화는 영화다’에서는 카메라에 익숙하지 않고 긴장도 많이 했다. 필름비도 걱정해야 했다. 예산이 넉넉지 않다 보니 필름값 걱정에 NG를 내면 주눅이 들 정도였다. 물론 자신에게 분에 넘치는 역할이었다 생각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전작에 쌓였던 갈증을 풀 듯이 연기했다. 키스신에서도 의욕이 앞섰던 모양이다. 너무 몰입한 나머지 김하늘의 입술을 터뜨리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상황에 맞추려다 보니 격렬하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갑자기 들이댔는데 제 치아가 김하늘씨 입술에 부딪치는 바람에 입술이 터지면서 피가 났어요. 김하늘씨는 그냥 웃기만 했죠.”
강지환은 김하늘과 열애설이 났을 때 그저 황당했다고 말한다. 당시 촬영 때문에 부산에 있었다.
“전 나름대로 첫 스캔들인 이 일에 대해 ‘어떻게 말해야 하나’며 마음의 준비를 다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촬영이 끝나고 다시 확인해보니 그 기사가 이미 사라졌더라구요. 은근히 아쉽던데요? 코멘트도 다 준비해놨는데…(웃음).”
강지환은 스캔들이 난 후, 새삼 자신의 위치에 대해 생각했다. 주위의 시선 때문에 밖에 못 나가고 집에만 있을 때는 ‘이건 아닌데’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신인 때는 분명 성공을 갈망하긴 했는데 말이죠. 지금은 제가 약간 딜레마에 빠진 것 같아요. 그래도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한 거죠. 이번에 코믹 연기는 원 없이 했으니 이제 정통 멜로나 지독한 악역 한번 해보고 싶어요.”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홍태식(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