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31년, 우리가 사랑하는 디바 인순이

데뷔 31년, 우리가 사랑하는 디바 인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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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노래를 부르며 뒷모습조차 본 기억이 없는 아버지 떠올렸죠”


인순이가 오랜만에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그동안 ‘거위의 꿈’ 등 리메이크곡으로 오랜 시간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그녀는, ‘이제 내 노래로 사람들에게 다가서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층 세련되고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온 인순이의 열정적인 무대를 찾아갔다.


5년 만에 정규 앨범, 새로운 시도 많았다
데뷔 31년, 우리가 사랑하는 디바 인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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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말, 한강시민공원의 한 선상 카페에서 인순이의 17집 앨범 발매 기념 쇼케이스가 열렸다. 1978년 ‘희자매’로 가수 데뷔한 후, 31년 동안 수없이 많은 무대에 올랐지만 쇼케이스는 처음이라고 한다.

“무대에서 좀처럼 떨리는 일이 없는데, 오늘은 정말 긴장되고 떨리네요(웃음). 옛날에는 앨범이 나와도 이런 쇼케이스가 없었거든요. 이번 앨범에서는 얼터너티브를 시도해 보컬의 음색과 창법에도 많은 변화를 줬어요. 새로운 음악과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인고와 배움의 시간이었기 때문에 이번 앨범이 매우 만족스러워요.”

몸에 달라붙는 검정색 가죽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오른 인순이는 새 앨범 타이틀곡인 ‘판타지아(Fantasia)’를 파워풀한 댄스와 함께 선보였고, 발라드곡 ‘cry’, ‘아버지’, ‘일어나’, ‘딸에게’, ‘향수’ 총 6곡을 부르면서 쇼케이스를 마쳤다.
“정규 앨범을 발표하지 않은 기간이 5년이나 됐더라고요. 그동안 ‘열정’, ‘거위의 꿈’ 등 리메이크곡을 부르다 보니 정규 앨범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안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는 좀 제 노래를 불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터넷에 보면 사람들이 ‘왜 남의 노래를 뺏어 부르냐’고 말하기도 하더라고요. 이제 정규 앨범이 나왔으니 제 노래가 사랑받았으면 하는 욕심이 생기네요(웃음).”

인순이가 첫곡으로 부른 ‘판타지아’는 웅장한 오케스트라 사운드와 함께 섹시하고 파워풀한 춤이 인상적인 곡이다. 인순이는 노래가 끝난 뒤 “그동안 힘들고 어려운 노래만 불렀지만, 이 노래를 부르면서 ‘나도 섹시하고 화려한 여가수로 보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딸 세인양과 함께 한 인순이.

딸 세인양과 함께 한 인순이.

앨범의 프로듀싱을 맡은 작곡가 이현승은 “작업하면서 긴 시간을 함께 보냈는데 사실 제 어머니와 연세가 같으셔서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정이 많이 들었다. 이번 앨범은 2년 반 동안 진행됐고,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며 “인순이 선생님의 새로운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장르가 무엇인지를 많이 생각했으며, 요즘 추세를 따른 음악이 아닌 진심이 담긴 음악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현승은 인순이가 신곡 ‘판타지아’를 요즘 젊은 세대들이 리듬을 타는 그 이상으로 소화를 해서 깜짝 놀랐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랑하는 ‘딸에게’ 그리고 기억 없는 ‘아버지’
이날 인순이는 가수가 아닌 여자와 엄마, 그리고 딸로서의 면모를 자연스럽게 드러냈다. 앨범에는 가족에 대한 애틋함을 드러낸 곡들이 여러 곡 있었다. 대표적인 곡이 ‘딸에게’와 ‘아버지’다.

‘딸에게’를 부르기 전 인순이는 “이 노래는 세상의 모든 딸과 아들에게 엄마, 어른으로서 선물하고 싶은 곡”이라고 밝힌 뒤 “객석에 딸이 앉아 있다. 이 곡을 녹음하기 전에 딸과 사소한 말다툼을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마음이 더 짠했다”면서 딸이 앉아 있는 쪽을 한 번 응시하고는 노래를 불렀다.

딸 박세인양(15)은 이날 쇼케이스가 끝난 후, 꽃다발을 들고 무대 위로 올라가 엄마의 공연을 축하했다. 검은 정장을 입고 긴 생머리를 늘어뜨린 세인양은 이제 제법 숙녀티가 났다. 갑작스러운 딸의 등장에 인순이는 “박세인, 고마워”라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두 사람의 따뜻한 포옹에 보는 사람들의 입가에도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데뷔 31년, 우리가 사랑하는 디바 인순이

데뷔 31년, 우리가 사랑하는 디바 인순이

다음 곡을 부르기 전, 인순이는 한참을 머뭇거렸다. 그리고 “별로 부르고 싶지 않았던 곡이기도 하고, 제목을 짓는 데도 고민이 많았다”고 전했다. 곡명은 ‘아버지’.

“처음에는 이 노래를 부르지 않으려고 했어요. 가사와 제목이 그다지 마음에 와 닿지 않았거든요. 저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어요. 엄마나 딸과의 여러 가지 갈등, 마찰은 많았지만 아버지는 뒷모습조차도 본 기억이 없죠. 게다가 노래를 부르면서 울컥할까봐 걱정스러워서 부르지 않으려고 했지만 용기를 냈어요.”

한국인 어머니와 주한미군으로 근무하던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인순이. 이날 그녀가 부른 ‘아버지’라는 노래는 소름이 끼칠 만큼 서정적이고 아름다웠다. 인순이 역시 “애초 우려했던 것과 달리 가사가 여러 사람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고 말하고 “이 노래는 아버지를 위한 우리들의 독백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며 많이 사랑을 당부했다. 이현승 프로듀서와 제작사 측에서도 ‘아버지’를 타이틀곡으로 삼으려 했을 만큼 애착이 많다며, ‘거위의 꿈’ 의 인기를 이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9년 만에 뮤지컬 ‘시카고’ 컴백
인순이는 오는 6월 5일부터 29일까지 뮤지컬 ‘시카고’에 출연한다. 이미인순이는 2000년 허준호, 최정원, 전수경 등의 배우들과 함께 이 작품에 출연해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인순이는 이번 작품에 다시 참여하게 된 것에 대해 “정말 하고 싶었던 뮤지컬을 다시 하게 돼 기쁘다. 인순이만이 할 수 있는 그런 무대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인순이는 콘서트나 뮤지컬 등의 공연을 위해서라면 몸을 사리지 않기로 유명하다. 이번 공연 역시 마찬가지다.

“저를 보는 분들은 제가 아무런 걱정 없이 늘 즐거울 것 같다고 하지만, 공연에 들어가기 전에 얼마나 많은 연습을 하는지 몰라요. 마치 우아한 척하면서 수면 아래 발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백조’ 같죠(웃음).”

다시 태어나도 지금과 똑같은 외모를 갖고 태어났으면 좋겠다는 인순이. 그녀를 보면서 우리가 행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 누구보다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기 때문일 것이다.


글 / 김민주 기자 사진 / 이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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