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와인 여행 후 책 발매한 지진희

이탈리아 와인 여행 후 책 발매한 지진희

댓글 공유하기

“와인시음하고 포도밭을 배경으로 자전거도 탔는데,
지금 생각하니 참 참신한 영화를 한 편 찍고 온 기분이에요”


이탈리아로 와인 여행을 다녀온 지진희가 와인과 여행을 주제로 한 「이탈리아, 구름 속의 산책」을 발간했다. 와인 전문가도 아닌 그가 와인에 대한 책을 낸 것은 와인 초보자로서 와인을 즐기는 방법을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진희가 이탈리아에서 경험한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 유럽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자유, 맛있는 음식과 그에 어울리는 특별한 와인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탈리아 와인 여행 후 책 발매한 지진희

이탈리아 와인 여행 후 책 발매한 지진희


지진희는 솔직했다. 처음으로 경험한 와인 대해 “한 국내 소주 회사가 출시했던 와인이었다. 너무 맛이 없었다”고 말했고, 또 “와인이 너무 비싸 솔직히 내 돈 내고 사 먹지는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와인이 술이상의 함의를 담고 거품이 낀 분위기에서 이토록 가식 없이 이야기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그런 그가 와인에 대한 책을 펴냈다. 바로 「이탈리아, 구름 속의 산책」이다.

이 책은 와인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와인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쓴 책과는 근본적으로 궤를 달리한다. 와인이 중심이기는 하지만 ‘와인 전문서’가 아닌, 말하자면 ‘와인 여행기’다. 여행지에 대한 느낌 그리고 소개와 함께 와인 초보자가, 그야말로 와인에 대해 아무런 편견이 없는 그가 이탈리아에서 보고 느낀 대로 와인에 대한 경험과 느낌을 쓴 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와인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거란 생각에 두려움이 앞섰던 건 사실이에요. 제 짧은 경험이 누군가에게 과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였죠. 그렇지만 저 같은 와인 초보자에게 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동기가 되고, 동지가 되고 싶었어요. ‘저도 와인을 잘 모르지만 이렇게 즐기면서 마신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저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위해 작은 도움이 되고 싶었죠.”


다양한 와인 맛보다가 취하기도
여행의 시작은 「신의 물방울」의 저자 아기 다다시 남매와의 만남이었다. 이 남매를 만나 좋은 와인을 마시고, 와인을 추천받고, 와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은 지진희에게 “와인의 맛은 지식이 아니라 느낌”이라며 마음으로 다가가길 권했다.

“무엇이든 처음 시작할 때 감동을 느낄 기회가 많잖아요. 저 또한 와인 초보자로서 많은 것들을 접하면 최고의 순간이 앞으로 계속해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기분 좋은 조언을 던져주었죠. 그리고 스스로 찾아다니는, 여행과 같은 와인에 한번 푹 빠져보는 것도 참 달콤한 경험이 될 것이라며 저를 자극시켰어요.”

아기 다다시 남매의 말에 용기를 얻은 지진희는 와인을 만나고자 로마에서 시작해 피란체, 밀라노로 이어지는 여행을 떠났다. 15일이라는 길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와이너리를 돌면서 각기 다른 특색을 가진 와인을 만났다.

“와인 맛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는데, 신선한 기운이 넘치는 초록의 와이너리에서 마시는 와인은 마치 제가 자연인이 된 듯한 기분을 들게 해서 더 좋았어요. 시내 레스토랑에서도 마찬가지로 신선한 음식들이 와인의 맛을 배가시켜줬죠. 오래 숙성된 와인도 신선함 그 자체였어요. 이탈리아는 외국 와인을 수입하지 않아 각 지역마다 개성 강한 와인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늘 새로웠죠.”

다양한 와인을 마시고자, 하루 다섯 끼의 식사를 하고 끼니 때마다 두세 종류의 와인을 곁들여 마셨다. 때론 너무 많이 마셔 취한 적도 있었다. 다양한 와인에 둘러싸인, 분명 특별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이탈리아 와인 여행 후 책 발매한 지진희

이탈리아 와인 여행 후 책 발매한 지진희

“많이 마셔봤는데, 그 중 키안티 클라시코와 몬탈치노가 좋았어요. 각기 다 미묘하긴 하지만 차이가 있거든요. 특히 혼마 아쓰시(「신의 물방울」의 등장인물 ‘혼마 초스케’의 실존 인물)가 추천해준 바롤로 와인은 이탈리아 와인 중 가장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것인데, 오래 묵힐수록 그 맛이 더 매력적으로 변하고 남성적이며 묵직해서 제가 좋아하는 고기와 먹어도 잘 어울렸어요.”

그는 모두 다섯 군데의 와이너리를 방문했다. 이 중 그가 가장 기억에 남는 와이너리로 꼽은 곳은 바로 역시 바롤로다.

“바롤로 와인을 마시며 ‘이렇게 남성적이고 강한 와인을 만드는 곳은 도대체 어떤 환경일까?’라는 생각을 하며 꼭 한 번 들러보고 싶었어요. 네비올로(포도 품종) 100%로 만들어진 바롤로 와인은 보통 3년 정도 오크 통에서 숙성시키고, 다시 1년 남짓 병에 머물러 있다가 세상에 나오게 되죠. 그렇기에 더 묵직한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와인을 시음하고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을 배경으로 자전거도 탔는데, 지금 생각하니 참 참신한 영화를 한 편 찍고 온 기분이었어요.”


이탈리아,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매력적인 곳
이번 여행에선 와이너리만 찾아가고, 와인만 마신 게 아니었다. 와인만큼이나 다양하고 신선한 이탈리아 요리를 맛보았고, 서점에서 책을 보거나 두오모 성당을 돌아보기도 했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밀라노를 꼽았다.

“밀라노는 참 매력적인 도시인 것 같아요. 시내의 도시 건축 자체가 무척 깔끔해요. 현대와 과거가 적당히 어우러지는 모던함이 있죠. 이탈리아에서 가장 살고 싶은 도시를 물어보면 밀라노라 답할 만큼 매력적이에요. 평화로운 코모 호수도 근처의 별장을 사고 싶어질 만큼 좋았어요.”

그는 그곳에서 유럽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자유로움을 맛보았다. 탁 트인 광장에서 자유롭게 펼쳐지는 연주나 쇼도 감상했고, 좋아하는 장난감도 맘껏 구경했으며, 바닐라와 딸기 젤라토를 사먹으며 뒷골목을 걷기도 했다. 처음 마주친 사람들과도 방긋 웃으며 인사할 수 있었다. 이탈리아에 대해 그는 “최고의 매력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이탈리아는 사람들이 멋있고, 건물이나 분위기가 좋죠. 고대의 것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으면서도 현재와 조화로울 수 있다는 사실이 배울 점이라고 생각해요. 또 페라리나 유명 디자이너를 보아도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것들은 모두 이탈리아에서 나오죠. 부럽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는 이탈리아에 간 만큼 이탈리아인들이 한국의 된장찌개나 김치찌개처럼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을 먹고 싶었다. 관광객들이 붐비는 레스토랑은 가지 않으려 했다. 노천카페에 앉아 현지인들 틈에서 파스타, 생선요리, 호박꽃요리 등을 어울리는 와인과 곁들여 먹었다.

이탈리아 와인 여행 후 책 발매한 지진희

이탈리아 와인 여행 후 책 발매한 지진희

“한국의 막걸리는 김치전과 잘 어울리듯, 스파게티와 피오렌티나 등 그들의 주식과 와인은 모두 잘 어울려요. 이탈리아 여행 중 내린 결론은 음식과 함께했을 때 와인은 더 빛난다는 거였죠.”

그는 이탈리아 음식에 푹 빠져 보름을 보냈다. 함께 간 스태프들이 파스타와 피자 등 현지 음식이 싫증나 한국 음식을 찾을 때도 그는 꿋꿋이 이탈리아 음식만을 먹었다.

“외국에 여행 가면 한국 음식이 떠오를 수 있는데, 신기하게도 이탈리아 음식이 저와 참 잘 맞았어요. 그래서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하루에 두 끼씩 파스타를 만들어 먹었어요. 올리브오일에 마늘을 다져 먹기도 했고, 냉장고에 해물이 있을 때면 해산물 파스타를 만들어 먹었죠.”

덕분에 그의 맛 기행은 귀국해서도 끝나지 않았다. 촬영이 없는 날이면 가족들과 사진을 찍으러 나가거나 맛집을 다녔는데, 이탈리아에 다녀온 후로는 정통 이탈리아 음식을 하는 레스토랑을 찾아 나섰다. 그는 이탈리아에 대한 여운을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찾아다니면서 풀었다. 그리고 밀라노, 피렌체에 이어 하나의 챕터 ‘서울’로 묶어냈다.
“책에 나온 레스토랑의 80%정도는 제가 실제로 즐겨 찾는 곳이고 나머지는 지인들한테 추천받은 곳이에요. 이들 레스토랑이 있기에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온 후 서울이 더 즐거운 도시가 되었고, 그곳에서 이탈리아 음식에 중독된 내 입맛을 달랠 수 있었으니 고마운 존재죠.”


최양락식 코믹 연기로 돌아오다
와인에 푹 빠져 있던 지진희는 드라마 ‘결혼도 못하는 남자’로 돌아온다. 새 드라마에서 그는 지금까지의 엘리트적인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로 변신해 기대를 모은다. 그가 맡은 역할은 괴팍하고 까탈스러운 노총각 건축설계사 ‘조재희’다.

“조재희는 누구나 생각하고 있지만 감히 겉으로는 내뱉지 못하는 말을 숨김없이 다 말하고 다니는 인물로, 미워할 수 없는 사람이에요. 모든 것이 완벽하지만 성격 때문에 왕따를 당하는데, 자신이 왕따를 당하는지도 모르고 신경 쓰지도 않아요. ‘결혼 안 해?’라는 질문을 받으면, 전혀 스트레스 받지 않고 ‘그걸 왜 해?’라고 말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래도 밉지 않고 따뜻한 면도 갖고 있는 캐릭터예요.”

이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는 지진희표 코믹 연기일 것이다. 대부분의 작품에서 진지한 캐릭터를 맡아온 그는 사실 코믹 연기에 대해 관심이 많다.

“처음이 아니에요. ‘파란만장 미스 김’에서 코믹 연기를 했죠. 사실 코미디를 무척 좋아해요. 최양락 선배님의 팬인데 한 번쯤 코미디에 도전하고 싶어요. 똑 부러지는 이미지가 남아 있어 조금 걱정이 되긴 하지만 그런 사람이 확 변하면 더 재미있고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위안 삼고 있습니다.”

그는 최양락식 코미디의 핵심은 진지함에 있다고 분석했다.
“최양락 선배님의 개그 스타일을 보면, 본인은 진지한데 상황이나 대사가 웃겨서 재미있는 부분이 많아요. 저도 그런 상황을 보여주고 싶어요. 전 진지한데 코믹한 주위 상황이 부각돼 웃음을 주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어요.”
지진희는 연기뿐 아니라 의상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한다. 나비넥타이에 원색 옷 등으로 의상에서부터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줄 계획이다.

“워낙 독특한 인물이기 때문에 딱 보면 ‘아! 저건 조재희 옷이다’라는 이미지를 드리고 싶었어요. 옷만으로도 주위 사람들의 수근거림을 만들어야 해서 신경을 많이 썼죠.”

‘결혼 못하는 남자’는 지난 2006년 일본 후지TV에서 방영돼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작품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로, 방영 당시 일본 TV드라마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감독상 등을 수상했다. 성공적인 원작이 있는 만큼 부담이 될 듯하다.

“굉장히 많이 부담스럽죠. 모델 같은 외모에 멋있는 아베 치로씨가 코믹한 이미지를 완벽하게 소화해낸 전력이 있으니 부담이 될 수밖에요. 다행히도 국민 대부분이 보지는 않으신 것 같아요. 성격적인 부분을 많이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원작과 비슷한 면도 있지만 차별성도 있을 것 같아요.”

테이블 위 하얀 식탁보에 와인을 따른 잔을 비쳐봤을 때 그러데이션이 아름답게 나오는 와인은 대부분 맛이 좋다고 한다. 그의 연기와 도전의 스펙트럼도 잘 숙성된 이탈리아 와인처럼 아름다운 그러데이션을 그리길 기대한다.


글 / 두경아 기자 참고 자료&사진 / 「이탈리아, 구름 속의 산책」(시드페이퍼)

화제의 추천 정보

    Ladies' Exclusive

    Ladies' Exclusive
    TOP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