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인’이 큰 성공을 거뒀기에 드라마로 복귀하기가 부담스러웠다”
한류스타 이병헌이 오랜만에 드라마로 컴백했다. 드라마 ‘올인’ 이후, 7년 동안 영화를 통해서만 볼 수 있었던 그를 이제 안방에서 만날 수 있게 된 것. 2백억원 규모의 제작비에 화려한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드라마 ‘아이리스’로 돌아온 이병헌의 매력.
이병헌을 만난 건 바로 5월 중순, 드라마 ‘아이리스’ 제작발표회 현장에서다. 검정색 슈트를 깔끔하게 차려입은 그가 지나갈 때마다 수백 명의 팬들은 “이병헌, 사랑해요”를 외쳤다. 역시 한류스타다운 인기였다. 7년 만에 드라마에 출연하는 이병헌도 흥분과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드라마는 ‘올인’ 이후 7년 만에 하는 것”이라면서 “‘올인’이라는 드라마가 성공적으로 끝나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도 클 것이고, 그래서 더욱 부담감도 느꼈다”며 오랜만에 드라마에 출연하게 된 소감을 밝혔다.
“드라마는 영화와 달리 여유 있는 게 아니라 육체적, 정신적으로 쫓기면서 촬영해야 하는 만큼 각오도 단단히 하고 있어요. 또 많은 분들이 기대하고 있기에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촬영에 임하고 있습니다.”
하반기 중 브라운관에서 만나게 될 드라마 ‘아이리스’는 첩보 액션과 2백억원의 제작비, 일본과 헝가리 해외 로케이션 촬영, 대규모 세트, 톱스타들의 대거 출연 등으로 방영 전부터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드라마는 지난 3월 일본 촬영 분을 마친 후 현재 한국에서 촬영되고 있으며, 6월에 다시 헝가리로 건너가 해외 촬영을 시작한다.
이병헌은 극중 천재적인 두뇌와 냉철한 성격의 국가안전국 최정예 요원 ‘김현준’ 역을 맡았다. 어린 시절 사고로 부모를 잃고 그 충격으로 부모에 대한 기억이 없으며, 그래서 언제나 마음 한구석에 외로움을 간직하고 사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국가안전국에서 친구와 연인을 만나게 되지만 거대한 음모에 휘말리면서 쫓기는 신세가 되고, 결국에는 통일을 방해하려는 세력에 대항해 외로운 싸움을 벌이게 된다.
“이 드라마는 여러 가지 면에서 기존과는 차별화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스파이물은 남자들에겐 어린 시절부터 로망이거든요. 우리나라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잖아요. 그러한 특수 상황을 배경으로 만든 작품은 과연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었죠. 그래서 이번 작품은 외국에서 만들어지는 스파이물과는 확실히 차별화될 것이고, 바로 그 점 때문에 해외에서도 이 번 작품이 어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아이리스’의 연출을 맡은 양윤호 감독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이 다루지 않은 소재가 남북문제”라며 “해외에서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정작 국내에서는 덜한 것 같다. 실제 정치 상황이 아니라 드라마 속 이야기이고, 극중 스파이가 같은 민족이라는 장치는 우리나라에서만 존재하기 때문에 매력적인 소재”라고 덧붙였다.
이날 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에서 이병헌은 130m 높이의 댐 위에서 밧줄에 의지한 채 연기를 펼쳐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이 장면을 촬영한 이병헌 역시 처음에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에 양감독 역시 “이병헌은 촬영 전에 시나리오를 꼼꼼하게 보고, 캐릭터 분석을 완벽하게 하는 스타일”이라고 전하고 “이병헌처럼 철저하게 프로다운 배우는 처음 본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일본 주부들과 온천욕?
이병헌은 일본 로케이션 촬영 중 일본 노천탕에서 가슴을 쓸어내린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공개해 좌중의 폭소를 이끌어냈다.
“일본에서 촬영하던 중 하루 시간이 나서 밤에 매니저와 같이 아키타현의 유명한 노천 온천에 들렀어요. 앉아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갑자기 아주머니들이 제가 있는 노천탕에 들어오는 거예요. 순간 너무 깜짝 놀랐죠. 그런데 다행인 건, 노천탕에 워낙 수증기가 많아서 바로 코앞도 안 보이는 상황이라 아주머니들에게 들키지 않고 무사히 온천을 마칠 수 있었어요. 그런 문화적인 차이를 몸소 체험하니까, 감회가 새롭더라고요(웃음).”
이어 이병헌은 아키타현에서의 촬영 당시 항상 촬영장을 찾아주었던 일본 팬들에게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거리 촬영을 하면 시민들이 갑자기 몰려드는 정도지만, 일본에서는 매일 팬들이 몰려들어 놀랐다는 것.
“밤이든 새벽이든 항상 일본 팬 2백~3백여 명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연기를 했어요. 팬들이 어떻게 알고 찾아오시는지 잘 모르겠지만, 항상 촬영팀보다 먼저 현장에 도착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죠.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먼 곳에서 찾아와주신 팬 여러분께 감사드리고, 여러분들이 성원해주시고 고생한 만큼 그 이상으로 열심히 해서 좋은 작품 선사하겠습니다.”
이병헌과 함께 출연하는 정준호 역시 “이병헌이 팬 미팅이나 인터뷰 등에서 와인을 좋아한다고 말해 일본 팬들이 와인을 많이 선물했다”고 밝히고 “이병헌의 방에 가면 와인이 몇백 병씩 있어 1년 내내 와인을 즐겨 먹었다”며 이병헌의 높은 인기를 전했다.
실제로 드라마 제작발표회 현장에 일본 팬 수백 명이 몰려들어 한류스타 이병헌의 인기를 실감하게 만들었다. 때문에 이례적으로 현장에는 일본 팬들을 위한 좌석이 따로 마련됐고, 그들은 스크린에 이병헌의 모습이 나올 때마다 환호성을 질렀다.
“여러분의 뜨거운 관심 속에서 드라마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게 무척 감사합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잘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되네요. 최선을 다해 멋진 작품을 만들겠다”.
5월 27일에는 이병헌이 출연한 다국적 합작영화 ‘나는 비와 함께 간다(I Come with the Rain)’ 월드 시사회가 일본 도쿄에서 진행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시 한번 많은 국내외 팬들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병헌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글 / 김민주 기자 ■사진 / 이성원